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83)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83화(183/374)
184화 재회
슬레이어 해안섬 공략전의 최종 보스 몬스터.
시 서펜트(Sea serpent).
바다에 사는 거대한 뱀이라는 의미이나, 사실상 수룡이라고 봐도 좋았다.
‘설정상 봉인된 상태고, 거의 죽어 가는 개체지만…….’
멀쩡한 상태라면 9레벨에 해당하는 괴물이나, 이런저런 제약이 많은 탓에 잘 쳐줘도 5레벨쯤 될까.
‘그래도 지금 나보고 혼자 상대하라고 하면…… 좀 힘들긴 하겠군.’
아무리 같은 5레벨이라지만, 공략전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를 일반 5레벨 몬스터와 같은 격으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거기에 쇠약해져 있다곤 하나, 드래곤인 만큼 마법에 대한 내성이 보통이 아니다.
상성상 좋지도 못한 상대인데…….
‘거기에 저쪽은 바다에서 싸우는 놈이잖아.’
지리상 여건도 좋지 못하니, 여러모로 골치 아픈 녀석이라고 봐도 좋았다.
‘그냥 싸울 일이 없길 바랄 수밖에 없나.’
너무 낙관적인 생각이 아니냐 하겠지만, 실상 준도 당장 할 수 있는 준비는 모두 끝마친 상황이다.
“이번에도 잘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군. 보고에 따르면 이맘때쯤 저렇게 시 서펜트가 소환됐던 모양인데.”
한참 상념에 빠져 있던 준은 테어딘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자료에 의하면 순조롭게 마무리될 경우 소용돌이가 원상태로 돌아가고, 반대의 경우…… 푸른 빛이 폭사되어 나온다고 합니다.”
“음. 떠올리니 퍽 아름다울 것 같지만, 굳이 보고 싶진 않군.”
“동감입니다.”
“하하핫.”
그렇게 두 사람이 모래사장을 거닐었다.
“아직까지 거동 수상자는 없는 것 같군.”
“사실 반대편에서 오려면 배가 따로 준비되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일반적으로 슬레이어 해안섬으로 향하는 계층단은 2개다.
하나는 섬 내부에 있었고.
다른 하나는 섬과 약간 거리가 떨어져 있는 ‘외톨이 바위’라는 작은 바위섬에 위치했다.
때문에 그쪽으로 들어오려면 당연히 배가 있어야 했는데…….
아직까지 발견된 배는 딱히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놓치는 부분이 있을까 싶어 탐지 마법을 쫙 깔아 두긴 했는데.’
본래는 원독사를 잡기 위해 만든 마법이었다.
다만 완성도 하기 전에 원독사가 죽음을 맞이했기에 이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보면 볼수록 신기하군. 이거, 잘만 사용하면 귀족들에게 꽤나 사랑받겠어.”
준의 마법에는 테어딘도 관심을 보였다.
그저 앉아만 있어도 침입자를 확인할 수 있는 마법이라니, 어찌 편리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하…… 가성비가 그렇게 좋은 녀석은 아닙니다.”
다만 준의 마법이 대개 그렇듯, 정교하면서도 무식하게 양으로 때려 박은 것인지라 지속성과 효율 모두 떨어지는 편이었다.
‘마력 유동체가 없었으면 꿈도 못 꿨을 마법이지.’
아무튼.
이 정도라면 침입자가 발생해도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어, 이보게.”
“예?”
“이거…… 침입자 아닌가?”
“……!”
바로, 지금처럼.
* * *
슬레이어 해안섬이 아무리 휴양지라곤 해도 몬스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휴양을 위해 찾아 온 이들은 휴양지로써 쓰이는 공간만 사용했고, [체크 포인트] 밖으로 나가는 경우는 잘 없었다.
그뿐인가?
지금은 1년에 단 한 번뿐인 공략전의 성공이 코 앞에 있었다.
밖으로 나올 사람이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었다.
“도시 정반대편에서 들어온 건가.”
“예. 침입자라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해당 위치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 두 사람.
준과 테어딘은 먼저 소통 장치를 통해 다른 기사단원들을 급파했다.
그러나 준과 테어딘, 두 사람 모두 표정이 좋지 못 했다.
“지금쯤이면…… 도착했을 터인데.”
“예. 거리상 도착한 지 1분 이상 지났을 겁니다.”
“그런데, 왜 연락이 없지?”
아까부터 침묵하고 있는 통신 아티팩트를 바라보며 하는 테어딘의 말에, 준도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기사들이 멍청이도 아니고, 거동 수상자가 보인다고 곧바로 전투에 들어가진 않았을 터.
일단 도착하면 도착했다고 연락을 했을 것이고, 실제로 침입자를 발견했다면 보고부터 했을 텐데…….
“설마 당한 건가.”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순간 테어딘은 부디 자신의 단원들이 멍청했길 바랐다.
차라리 멍청해서, 아직 이쪽에 보고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중에 뼈가 빠지게 굴리며 혼쭐을 내줄 테지만, 그래도 어찌됐든 살아는 있을 것 아닌가.
‘만약 최악의 상황이라면…….’
반드시 복수하리라.
그리 다짐하며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콰아아아앙――!!
두 사람의 바람은 최악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 *
[침입자 발생!]귀가 아닌 머리에 울려 퍼지는 소리.
“……!”
에이든과 그의 동료들은 이 현상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세계수의 정기를 통해 저 멀리 떨어진 준으로부터 온 연락이었다.
“덱스터 님.”
“음? 무슨 일인가?”
덱스터의 곁에 있던 에이든이 상황을 설명하자, 덱스터의 얼굴이 굳어졌다.
“하필 지금 이 순간에 침입자라고?”
“그렇습니다.”
“더 자세한 연락은 없었나?”
“예. 아직 조우하진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 직후, 다시금 들려오는 준의 목소리에 에이든의 두 눈이 큼지막하게 떠졌다.
[블랙가드 기사단 사망자 다수 발생! 이런 씨발, 땡중이다!]“……!!”
땡중이라니?
그 순간 머릿속에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그저 무력하게만 바라봐야 했던 그놈이었다.
“에이든?”
“……창천교의 개입이 확실합니다. 그것도 상당한 강자로 보입니다.”
“테어딘 단장의 레벨이 7레벨임에도 불구하고 강자라니…….”
덱스터가 곧바로 천룡 기사단을 바라봤으나, 당장 거리가 거리인 만큼 그쪽으로 지원을 보내기엔 역부족.
더구나 이쪽도 바다 속 소용돌이에 변화가 찾아온 시점이다.
“괜찮다면, 제가 직접 움직여도 괜찮겠습니까?”
“자네가?”
“미력하게나마, 그쪽에 힘이 되고 싶습니다.”
“알겠네. 그렇다면 자네들 측의 상급 사제도 합류하라고 하게.”
“……아니오. 저 홀로 가겠습니다.”
엘레노어가 최근 마법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지만, 기동력은 에이든에게 비해 한참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쪽은 우리가 맡을게.”
그리고 그것은 엘레노어도 잘 알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도 함께 당장 달려가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는 현실에 그녀의 얼굴도 사정없이 구겨졌다.
“그러니까…… 너도 가서 죽지 마라. 알지? 그 힘, 섣불리 쓰면 안된다는 거.”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엘레노어.”
그렇게 에이든이 달리기 시작하고, 그의 모습이 사라졌을 때. 덱스터가 엘레노어에게 물었다.
“그런데, 너무 늦지 않겠나? 위치가 도시의 반대편이라고 들었는데.”
“아! 그건 괜찮을 거예요.”
5계층 필드, 모래바람 언덕에서 에이든의 몸에 깃든 바람의 정령.
최근 에이든은 그 바람의 정령과의 소통에 성공했다.
아주 일시적이고 짧은 순간에 불과했지만, 그로 인해 얻은 성취는 적지 않았다.
“누군 정령 없어서 살겠슴까.”
어딘가 꿍해 보이는 마야의 한마디에 엘레노어가 위로하듯 어깨를 토닥였다.
“우리라고 편하진 않을 거다.”
“그건…… 그렇슴다.”
여태까지 준과 함께하면서 터진 사건들이 언제 조용히 끝난 적이 있던가.
두 사람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축제 분위기인 도시의 풍경을 바라봤다.
타닷!
한편, 울창한 숲을 달리기 시작한 에이든은 자신의 내면에 깊게 잠든 바람의 정령을 깨웠다.
‘도와줘.’
[주인! 무슨 일이냐!]‘네 힘이 필요해.’
[이동에 필요한 건가?]‘맞아.’
[알겠다! 모아 둔 힘을 쓰겠다!]평소에는 깊게 잠들어 있지만, 지금처럼 에이든의 부름을 들으면 반응하는 바람의 정령.
녀석은 그간 모아 둔 힘을 아낌없이 풀어내며 바람의 기운을 이끌었다.
[주인의 주인! 죽으면 안 된다!]에이든은 곧 자신에게 깃드는 바람의 기운에 온전히 몸을 맡겼다.
한 줄기 바람이 숲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 * *
땡중.
그러니까, 적성에서 한 차례 조우한 적 있었던 도살승은 염주를 꽉 움켜쥐었다.
“아수라 살바르타.”
바닥에 쓰러진 기사가 거친 호흡을 내뱉다, 이내 조용히 숨을 거뒀다.
자신이 섬에 도착하자마자 찾아온 세 명의 기사 중 마지막 한 명이었다.
“편히 잠드시게, 시주.”
두 눈 부릅뜬 채 죽음을 맞이한 기사의 눈을 감겨 주는 그 모습은 모르고 본다면 정말 타인의 죽음에 깊이 슬퍼하는 승려처럼 보였으나.
이곳에서 세 명의 기사들에게 죽음을 선사한 것은 다름 아닌 그였다.
“한데, 이상하구려. 분명 섬에 도착하기도 전에 찾아왔는데. 이 어찌된 일인가.”
그에 이상함을 느낀 도살승이 눈을 감고 주변으로 기감을 퍼뜨리자.
“그대였소?”
“……그래, 나다 이 땡중 새끼야.”
묶어올린 검은 머리카락에, 실버 블루 톤의 눈동자.
그리고 마치 자연재해를 옮겨 놓은 듯한 마력을 품은 자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오랜만이오, 시주. 결국 이렇게 또 보게 되었구려.”
“난 안 반갑다, 씹새야.”
“이들과 알고 지냈던 모양이군.”
“난 아니지만…….”
마법사의 시선이 옆으로 갔다.
그곳에는, 쓰러진 세 명의 기사들을 구슬픈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한 명의 기사가 있었다.
“네놈이냐. 내 가족들을 죽인 게.”
“그들은 용맹하였소. 처음부터 실력 차이를 알았음에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지.”
“그랬나.”
뿌득, 입이 갈렸다.
평소 부하들에게 결코 적 앞에서 두고 도망치지 말라 가르쳤던 자신이었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때의 자신이 원망스러워졌다.
차라리 도망을 칠 것이지.
바닥을 기더라도, 진흙탕에 빠지더라도 도망칠 것이지.
“피차 서로의 소개는 필요 없을 터. 하나 그대의 이름은 알아야겠소, 시주. 시주의 이름은 무엇이오?”
“테어딘. 블랙가드 기사단장 테어딘이다.”
“내 그대의 이름을――”
“그리고 저 셋의 이름은 레오, 올리버, 테오도어다. 잘 기억해라.”
“…….”
“저승에 가서, 나 테어딘이 네놈을 그곳으로 보냈다고, 반드시 녀석들에게 전해라.”
블랙가드 기사단장, 테어딘이 검을 뽑음과 동시에,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흐음!”
도살승이 양팔을 들어 앞을 막은 것은 직후의 일이었다.
콰아아앙!
검과 맨살이 닿았다곤 믿기지 않을 굉음이 울려퍼지고, 모래사장의 모래가 사납게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싸움이 시작되자마자 준도 곧바로 마법을 펼쳤다.
[부여계:엘리멘탈 아머리] [부여 속성:화]신성력 다음으로 파마의 능력을 발휘하는 화속성이 테어딘의 검에 깃들었다.
그러나 준의 마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강화계:엘리멘탈 바디] [부여 속성:금]도살승의 공격에 대비해 전신의 방어력을 높이고, 그 위에 한 가지 마법을 더했다.
[강화계:스트렝스 바디]같은 속성의 중첩, 그리고 테어딘의 검에 깃든 오러가 그 기운을 흡수했다.
“……!”
강철처럼 튼튼했던 도살승의 팔에 균열이 생겨난다.
그 즉시 도살승이 뒤로 물러서며 정권을 내질렀다.
퍼어어엉!
모래바람이 몰아치며 주변을 휩쓸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8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