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84)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84화(184/374)
185화 기적이 아니다
정권을 막아 낸 롱소드가 쩌르르 울렸다.
‘무겁군…….’
고작 주먹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팔이 저릿하다.
만약 준의 보조 마법이 없었더라면, 손바닥이 찢겨졌을지도 모를 일.
“최소 7레벨에 준하는 강자입니다. 조심하십시오!”
준의 외침에 테어딘이 내심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저건 7레벨이 아니야.’
현재 테어딘도 꽤 오랜 시간 7레벨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상대는 자신의 오러를 아무렇지도 않게 맨손으로 막아 냈다.
만약 준의 보조 마법이 없었더라면, 놈의 팔에 상처를 내지도 못했을 터.
“시주. 꽤나 강하시구려.”
“…….”
“보다 오래 즐기고 싶으나, 지금은 때가 아니로군. 이쪽도 전력을 다하도록 하겠소.”
검붉은 기운이 도살승의 주변으로 휘몰아쳤다.
그리고 방금 그 말처럼, 도살승이 방금까지 전력을 다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빠르……!’
도살승의 신형이 사라지기 무섭게 테어딘의 검이 우측으로 향했다.
하지만, 테어딘은 막아 내길 포기했다.
[실드] [부여계:인챈트 서포터] [부여 마법:강도 결집]차자장―!
준이 소환한 [실드]가 강화되어 아주 잠깐 도살승의 주먹을 막은 것이다.
찰나에 불과해 유리창처럼 깨지고 말았으나, 테어딘에겐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뒤로 후퇴하며 땅에 착지하자마자 재차 돌진.
아직 자세를 채 회복하지 못한 도살승의 옆을 잡았다고 확신하며 검을 휘둘렀다.
터억!
그러나 놀랍게도 도살승은 단 두 손가락으로 테어딘의 검을 막아 냈다.
“무슨!”
“시주의 검은 무겁지만, 내가 품고 있는 원념들만큼은 아닌 것 같구려.”
그 모습에 준도 속으로 경악했다.
‘저 괴물새끼, 도대체 얼마나 죽여 댄 거야!’
굳이 엘레노어나 마야처럼 영혼을 보는 눈이 없어도 알 수 있었다.
도살승은 이전 적성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더 [혈산윤회]를 성장시켜 돌아왔다.
저만한 힘을 품고 있는 것이 결코 쉬울 리 없음에도 그러했다.
타탓!
그러나 테어딘도 마냥 놀라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는 블랙아웃의 흉악범들을 잡아 처형하는 기사.
언제 변수가 튀어 나와도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허리춤에 꽂혀 있는 단도를 뽑아 순식간에 도살승의 두 눈을 향해 던졌다.
“흠.”
그에 도살승이 한 발 물러서고, 아주 짧은 대치 상황이 이어졌으나…….
그리 길게 이어지진 못했다.
“우선 시주를 정리하고, 저 뒤에 있는 마법사 시주에게 저번의 빚을 갚아야겠군.”
아까부터 테어딘을 보조하는 준의 실력이 거슬렸다.
한편, 준도 그런 도살승의 노림수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테어딘 단장을 지켜야 한다!’
테어딘의 실력이 뛰어나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도살승은 진작에 준의 머리를 두 갈래로 쪼개 버렸을지도 몰랐다.
‘테어딘 단장이 생각 이상으로 고전하고 있다. 저 괴물 새끼가 기어코 8레벨에 도달한 건가?’
하지만 아직 완전해 보이지는 않았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정순한 마력을 쌓아 단단한 토대를 앞세워 8레벨이 된 것이 아니었으니까.
[혈산윤회]를 성장시켜 강제로 8레벨의 문턱을 넘은 게 분명하다.‘그렇다면 약점이 없는 것도 아냐.’
그가 가지고 있는 [혈산윤회]는 살인을 저지르지 못하면 못할수록 힘이 급격히 빠져나간다.
거기에 이곳은 적성처럼 사기가 사방에 퍼져 있는 장소도 아니니.
‘시간을 끌까.’
도살승에게 피해를 입힐 수준의 큰 마법은 여러모로 준비가 필요했다.
그러나 테어딘에게 도살승을 상대로 1분 이상 시간을 끌어달라는 것도 불가능한 일일 터.
‘좋아, 버티자.’
황자 쪽에서 지원이 오는 것은 반쯤 포기해야 했다.
거리도 거리지만, 당장 공략전의 끝이 어떻게 맺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쪽 일을 막겠다고 저쪽에서 더 큰 사태가 터지는 것을 막지 못하면 본말전도일 터.
‘엘레노어가 있었더라면 훨씬 더 도움이 됐을 텐데.’
아쉽게도 이 자리에 엘레노어는 없었다.
그러니, 도살승의 힘을 빼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었다.
콰가가가각!
지금 이 순간에도 테어딘과 도살승의 공방이 몇 번이고 이루어졌다.
‘몽환. 부탁한다.’
촤라라라락―!
이제부터 테어딘의 보호는 온전히 ‘몽환’에게 맡긴다.
녀석이 소환한 [실드]로 테어딘이 미처 대응하지 못하는 공격으로부터 시간을 끌고.
준은 다른 마법을 준비했다.
[강화계:메모리 부스트(Memory boost)]사고가속 마법을 본인에게 걸고, 다중 캐스팅을 진행.
타이밍에 맞춰 도살승의 발목을 잡는 데 집중했다.
[디텍팅 타깃] [마력유도] [타깃 고정]원독사처럼 빠른 상대를 추적하기 위해 개조한 마법을 도살승에게 걸고, 그가 절대 피하지 못할 타이밍에 마법을 난사했다.
[라이트닝 윕] [아이스 스피어] [파이어 볼] [어스 버스트] [에어 밤] [그리스]그러나 도살승은 준이 괜히 괴물이라고 표현하는 게 아닌 것처럼, 준의 마법을 모조리 파훼했다.
뇌기에 휩싸인 채찍을 맨손으로 잡아 찢고.
얼음의 창은 송곳처럼 꽂히는 주먹으로 깨부쉈으며.
코앞에서 터진 화염 폭발은 오히려 추진력으로 삼아 테어딘을 몰아붙였다.
그뿐인가?
대지에 마력이 모이기 무섭게 진각을 밟으며 땅 아래로 마력을 터뜨려 마력패턴을 파괴해 버렸고.
허공에 터진 공기의 폭발은 마력이 담긴 권풍으로 상쇄시켰다.
‘저렇게 격렬하게 움직이면서 [그리스]가 통하지 않는다고?’
진정 괴물이다.
준이 이를 갈았지만, 상황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행히 아직까지 테어딘도 지친 기색이 없었고, 어느새 침착함도 되찾은 듯 보였으니.
기존의 계획처럼 도살승을 상대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말이었다.
“역시, 방해되는군. 시간을 끌려는 셈이오, 시주?”
물론 당사자인 도살승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이번에 그가 맡은 임무는 이번 사태를 더욱 크게 키우는 것.
‘검혼. 그를 직접 볼 수 없다는 게 아쉽구나.’
가능하면 그와 직접 마주하고 싶었으나, 검혼은 전방에서 황족들을 지키는 데 바쁠 터.
고작 이 두 명을 상대로 이렇게 시간이 끌려서는 안됐다.
“후우…….”
그에 도살승이 [혈산윤회]를 다시금 운용하기 시작했다.
“아수라 살바르타.”
거대한 두 주먹에 살업(殺業)이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그에 심상치 않음을 느낀 테어딘이 뒤로 훌쩍 도약해 거리를 벌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살승은 자신의 두 주먹에 모이는 기운에 집중했다.
자신을 8레벨로 올려 준 힘인 [혈산윤회]를 활용하여 만든 살업의 능력.
[살지무석(殺之無惜)]한없이 느린 주먹이 뻗어 나온다.
그 순간 테어딘은 눈앞에 죽음이 실체화하여 내려앉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 이건.’
분명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주먹은커녕 화살을 날려야 할 정도로 먼 거리임에도 놈의 주먹이 바로 코앞까지 온 듯한 감각에, 전신이 저릿거렸다.
죽음보다 더한 죄가 담긴 주먹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을 것처럼 강력하다.
상대를 만드시 죽이겠다는 살심이 뭉쳐 오러에 담긴, 그야말로 살인에 도가 틀 정도로 익숙한 도살승이기에 만들 수 있는 능력.
그 앞에 선 테어딘이 피가 나도록 입술을 씹었다.
“받아 주마……!”
피할 수 없다.
마치 천룡 기사단의 부단장, 토비아스의 역발산기개세처럼 전신이 묶인 듯한 감각.
이는 일종의 주술과도 비슷한 원리로 구성된 기술이었고, 테어딘도 마력을 끌어올려 대응에 나섰다.
“피할 수 없는 죽음 따위는 없음을 알려 주마!”
오랜 시간 묶여 있던 7레벨의 벽.
최근에는 토비아스의 전투를 코앞에서 지켜보며 한동안은 무력함을 느꼈더랬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 격차에 무릎을 꿇었더라면, 블랙아웃의 흉악범들을 잡아 죽이는 블랙가드 기사단장은 넘볼 수도 없었으리라.
손에 쥐어진 롱소드에 오러가 담긴다.
그뿐만이 아니라 스스로가 가진 심상마저 검에 담아 넣는다.
본래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7레벨과 8레벨 전사의 차이는 바로 심상발현이라 할 정도였으니.
아직 7레벨에 머물러 있는 테어딘으로서는 언감생심인 일이었다.
하나 지금 이 순간,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8레벨의 벽에 점차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저 찰나의 우연이 만들어 낸 결과물 따위가 아니었다.
오랜 시간 바라 왔던 8레벨의 벽, 그리고 그것을 쳐부수기 위한 노력, 죽은 단원들에 대한 분노.
마지막으로.
‘강철……!!’
둘의 대치를 지켜보고 있던 준의 시선이 테어딘 단장에게 꽂혔다.
이 일대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준에게 선명히 느껴진 것이다.
테어딘의 주변으로 휘몰아치는 금속성의 마력을.
‘심상에 금속성까지 담아 낸다고? 아직 테어딘 단장의 실력으로는 불가능할 텐데!’
아니나 다를까.
주변으로 생겨나는 환영과도 같은 테어딘의 심상이 노이즈처럼 흐릿했다.
‘보조해야 한다!’
저 심상이 무너진다면, 테어딘에게 치명적인 부상이 찾아올지도 몰랐다.
준은 그야말로 있는 힘껏 머리를 굴리며 테어딘 단장을 보조할 방법을 모색했다.
‘천룡 기사단의 부단장 토비아스와는 다른 형태의 강도를 지닌 마력이다……!’
토비아스가 마력을 압축시킨 무게로 상대를 압사시킨다면.
테어딘은 단단한 강철과도 같다.
그 어떤 일이 발생함에도 흔들려선 안 될 그의 자리가 만들어 낸 심상.
그에 맞춰 준은 테어딘에게 심어진 부여계 마법과 강화계 마법을 더욱 강화시켰고, 거기에 더해 일대에 금속성을 퍼뜨리기 위한 마법을 영창했다.
모래 아래서 솟구쳐 나온 강철의 성벽이 사방을 감싸고.
[아이언 피스트] [다중영창]‘몽환’의 힘까지 끌어 와 순식간에 수십 개의 [아이언 피스트]를 만들어 내곤 도살승에게 날렸다.
도살승은 단지 진각을 밟은 충격파로 [아이언 피스트]를 무너뜨렸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치 않았다.
검과 일체가 된 테어딘의 심상과, 준이 소환한 금속성 마력이 물과 물감처럼 섞여 들어갔으니.
[의념화-철의 길]테어딘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단순히 한 발자국에 불과한 과정이었으나, 그 결과는 전혀 달랐다.
도살승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럴 수밖에.
준의 도움에도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테어딘이, [살지무석]의 속박을 이겨 내고 있었으니까.
도살승이 만들어 낸 살육 속에서, 죽음을 거부하는 발걸음은 결코 의미가 작지 않았다.
그리고 두 사람이 동시에 검과 주먹을 휘두른 순간.
마치 원래부터 그랬다는 듯, 두 사람의 신형이 교차되었다.
안구에 마력을 집중하고 있던 준조차 일순간 두 사람의 움직임을 놓칠 정도로 빠른 속도.
이윽고 둘 사이에 승자가 나타났다.
“골렘!!!”
준이 소환한 골렘이 도살승을 향해 달려 나갔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8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