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97)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97화(197/374)
198화 각자의 시간(2)
딱히 갑작스럽다, 라고 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에이든은 검혼과 함께 슬레이어 해안섬 밖으로 떠났다.
한 사람의 자리가 빈 것뿐임에도 괜히 준은 옆자리가 공허하게 느껴졌다.
물론 준과 동료들도 곧 슬레이어 해안섬을 떠나야만 했다.
며칠째 이어지는 폭우로 인해 [체크 포인트] 바로 앞까지 바닷물이 밀려왔으니까.
그렇게 나갈 준비를 위해 짐을 싸고 있을 때였다.
“아, 대장.”
“엘레노어?”
검은 붕대로 눈을 가린 사제가 방에 찾아왔다.
뭐랄까. 그녀는 평소의 활기찬 표정이 아닌 무거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그…… 얼마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건데.”
“응.”
“교단에 한번 가 볼까 생각 중이라서. 허락도 맡을 겸 찾아왔어.”
“교단?”
“응. 좀 갑작스럽지?”
최근 엘레노어는 마법 쪽을 공부하던 중 다른 신성 마법들에 적용해 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보인 적이 있었다.
당연히 준은 긍정적으로 대답했고, 그때마다 엘레노어가 교단에 편지를 보낸 듯했는데…….
“아, 그 영감님이 참. 상급 신성 마법은 교단에 직접 찾아와서 배우라지 뭐야.”
“흐음. 사실 당연한 일이긴 하지.”
마법사들의 마법서도 신줏단지 모시듯 조심스럽게 보관하는 마당에, 교단의 상급 신성 마법서라고 다를 게 있을까.
당연히 보안상 택배처럼 가볍게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에이든 녀석도 잠깐 나간 김에, 나도 좀 다녀올까 싶어서.”
“음. 그거 말하려고 그렇게 무게를 잡았던 거야?”
“아…… 응. 뭐, 내가 없어도 될까 싶어서.”
“그런 문제라면야. 괜찮으니까 다녀와.”
뭐가 됐든 파티에 있는 유일한 힐러이지 않은가.
돈 한 푼 안 들이고 스스로 성장하겠다는데, 준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애초에 에이든도 없어진 마당에 상위 계층을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반대로 준도 일정을 잡기 애매했던 참이지 않나.
“오…… 역시 쿨하네. 좋았어. 그럼 교단 쪽에도 연락 보낼게.”
“그렇게 해. 그래도 혼자 다니진 말고. 클로이 쪽에 연락해서 이동 수단 마련하라고 할게.”
“센스쟁이라니까.”
또다시 갑작스러운 파티원의 이탈.
이제 준은 홀로 남게 된 마야가 걱정이었다.
‘이 녀석도 뒤처지긴 싫을 텐데.’
그나마 요즘은 많이 유해진 마야였지만.
첫 만남 당시 마야는 아닌 것처럼 보여도 굉장히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멸망한 부족의 복수에 집착해 살기조차 제대로 컨트롤이 되지 않았더랬다.
그런 마당에 에이든과 엘레노어가 성장을 위해 떠난 지금, 모르긴 몰라도 마음이 급할 것 같았다.
그런데.
“얼레.”
슬레이어 해안섬의 [체크 포인트]를 나서고 마차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찰스?”
“예, 접니다.”
“오, 여긴 무슨 일이야?”
“예? 저는 계속 주변에 있었습니다만.”
“뭐?”
찰스…… 아니, 차일스는 준의 반응에 굉장히 상처받았다는 듯 그를 노려봤다.
이번 사태에서 차일스도 온갖 개고생을 했었으니까.
“무슨 말씀입니까. 저도 사태가 터졌을 때 현장에 있었습니다…….”
“어어? 너, 내려간 거 아니었어?”
“그때 저보고 흔적 남기지 말고 가라 하시지 않았습니까?”
“어…….”
그랬나?
아니, 그랬다. [뛰어난 기억력]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으니까.
다만 사태가 너무 연속적으로 터지다 보니, 차일스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 어. 미안. 솔직히 완벽하게 까먹고 있었어. 뒷정리가 그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네.”
그래도 솔직히 준도 할 말은 있었다.
“근데 왜 여태 모습을 안 보였어?”
“천룡 기사단이 바로 옆에서 지키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찾아가겠습니까.”
“아, 그랬구나.”
큼큼.
이쯤 되니 괜히 미안해져서, 준도 슬그머니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하십니다…… [체크 포인트]로 향하는 몬스터들 처리한다고 제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괜히 꼬리라도 잡힐까 수하들도 모조리 떼어 놓고 올라왔던 터라, 차일스는 사태가 터졌을 때 뭍으로 올라온 몬스터를 많이도 썰어 재꼈다.
그와중에 천룡 기사단과 얽히고 싶지 않아서 얼마나 조심스럽게 움직였는지.
아무리 이제 실력 좋은 차일스라도 4계층에서 암살자가 혼자 다수의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무튼 미안하게 됐어. 그래서, 무슨 일로 온 건데?”
“후우…… 편지가 도착해서 왔습니다. 못 들으셨습니까?”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준이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끼어든 사람은 다름 아닌 마야였다.
“내 검미다. 리더.”
“엉? 네가?”
“그렇슴다. 제가 찰스의 대장인 검다.”
“아. 그랬지.”
물론 어디까지나 명목상에 불과했다.
완전히 외부인인 마야가 차일스에게 바사이의 비전을 전수해 주는 것도 모양이 이상하지 않던가.
그래서 마야에게 명목상 정보조직장이란 명함을 달아 줬었다.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준이나 클로이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네가 무슨 일로?”
“알아보고 싶은 게 있었슴다.”
“흠.”
준은 왜 자신에게 알리지 않았냐는 말 따윈 하지 않았다.
그는 딱히 동료들을 통제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얼마든지 해도 좋았고, 애초에 숨기고 싶었다면 차일스가 이렇게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알타스 모험단에 관해섬다.”
“잉.”
알타스 모험단.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 바베른의 찬사 연회 당시, 황제가 직접 초대장을 보냈던 모험단이지 않던가.
당시 마야는 알타스 모험단장인 론 카일러에게 부족의 복수와 관련된 단서를 찾았었다.
‘찾았다기보단 선조의 영혼들이 낌새를 느낀 것에 더 가깝지만…….’
아무튼, 마야는 그때를 잊지 않고 알타스 모험단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한 모양이다.
“주는 검다.”
“아, 예.”
차일스가 넘긴 편지를 읽던 마야는 어느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준을 바라봤다.
“리더.”
“응?”
“저도 따로 움직일 수 있는 검까?”
“네가 원한다면야. 안 될 것도 없지. 그래도 어디로 가는지 정도는 말해 줘.”
알타스 모험단은 단장부터 7레벨 유저다. 단원들도 6계층이나 7계층에서 활약하는 이들이기도 했고.
최근에는 데이다스의 대신전에서 죽음의 신과 관련된 무언가를 찾아 6계층으로 향했다던가.
“그쪽 리더한테 물어봤슴다. 제가 거기서 일할 수 있냐고.”
“엥.”
이건 또 뜬금 없는 소리지 않은가.
그래도 일단 들어보기로 하고 입을 다물었는데.
“그랬더니 오라고 했슴다.”
“……???”
아니, 죽음의 신과 관련된 일은 알타스 모험단에서도 꽤나 오랫동안 공들이고 있는 작업일 텐데.
그런 상황에서 마야가 합류하는 걸 흔쾌히 허락했다고?
“어, 그래도 되는 거야?”
“저쪽에서 허락은 받았슴다.”
“음…….”
그거야 다행이긴 한데, 이상한 일이었다.
보통 이런 일이 있으면 저쪽에서도 준에게 따로 연락을 줬을 텐데.
‘단원 관리 똑바로 하라거나, 아니면 무슨 일로 얘가 이러냐는 둥 물어는 봤을 거 같은데.’
그렇게 한참 의아해하고 있을 때, 대충 분위기를 눈치 챈 차일스가 입을 열었다.
“저쪽에서도 최근 진행이 막힌 모양입니다. 관련해서 마야 님의 능력에 도움을 받고 싶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아.”
짧은 설명이 있고서야 준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야가 영혼을 볼 줄 안다는 걸 눈치 챈 건가.’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모래바람 언덕에서 마주쳤던 멘트러스 모험대가 알타스 모험단 산하의 조직이었으니까.
당시 마야와 엘레노어가 몇 번씩 사막 악령의 존재를 예견했던 과정에서 멘트러스가 관련된 질문을 한 적도 있었고.
‘내쪽에 연락이 안 온 건 그냥 마야가 알아서 말했겠거니 생각한 모양이지.’
보통의 모험단장이라면 여기서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러나 준은 마야의 성격을 모르지도 않았고, 딱히 그렇게 본인의 권위를 챙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 뭐. 그럼 어디로 가는 건데?”
“관련 정보가 있는 던전이 있다고 함다. 4계층임다.”
“음. 그렇게 멀지도 않네. 좋아. 그럼 다음 목적지에 그쪽으로 이동하도록 해. 이동편은 내가 알아봐 줄게.”
“감사함다.”
어쩌다 보니 에이든도, 엘레노어도, 마야도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그렇게 일행은 중간 경유지인 3계층의 ‘볼레스카’에 도착했다.
과거 준과 동료들이 4계층으로 향하기 전에 한 번 들렸던 대형 [체크 포인트]였다.
“그럼, 대장. 다음에는 지상에서 보자고. 편지 자주 하고.”
윙크라도 하는 모양인지 얼굴을 까딱였지만 눈을 가린 붕대 때문에 뭘 하는 건지 모르겠을 엘레노어와.
“저 없다고 울면 안되는 검다. 알겠슴까?”
이상한 헛소리를 하며 마차를 타고 떠난 마야.
그렇게 남은 두 사람마저 사라졌을 때.
“어휴~.”
괜히 혼자가 됐다는 생각에 준은 우는소리를 한 번 내곤 피식 웃었다.
“나도 참. 저것들한테 정이 쌓이긴 쌓인 모양이구나.”
옛날에는 편하면서도 당연했던 혼자만의 시간.
그러나 이제와서 동료들이 뿔뿔이 흩어지니, 괜히 허한 기분이 들었다.
“어디 보자. 그럼 나도 길레느 상회에 좀 들러 볼까.”
가뜩이나 클로이의 반응이 뜨겁다 못해 광적이다 싶을 정도이지 않던가.
처음에는 황실의 임무를 받는 것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나, 준이 생각 이상의 공적을 쌓자 클로이의 반응도 대단했다.
“직접 3계층까지 올라오겠다니, 말 다한 셈이지.”
다만, 준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날 사람이 있었다.
다름 아닌, 덱스터와 하비에르였다.
용병단장씩이나 되어서, 다른 동료들처럼 훌러덩 떠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하비에르와 함께 있던 덱스터는 준의 방문을 크게 반겼다.
“어서 오게나, 준!”
“어서오시오.”
두 사람 모두 기분이 썩 좋은 모양이다.
우선 덱스터야 이번 순회를 통해 얻은 게 한둘이 아니었고.
하비에르도 최근 가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어느 정도 내려놓지 않았던가.
“두 분 모두 환대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하핫!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고는. 우리 사이에 그럴 필요는 없네.”
황자로서의 삶이 쉬운 것은 아니라지만.
이번 순회처럼 어디서도 못해 볼 경험을 함께하지 않았던가.
애초에 덱스터는 1황자라는 자리가 무색하게 털털한 성격을 지녔고, 하비에르도 자기 사람을 끔찍이도 아끼는 성격이니만큼, 둘 모두 준을 크게 반가워했다.
“그래, 이제 슬슬 우리가 헤어질 시간이 왔군그래.”
“참으로 아쉬울 따름입니다.”
“하핫. 자네는 영 빈말을 하는 재주가 없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괜히 사람 서운하게 그러지 말게. 자네가 황실 정치와 거리를 두려 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으니.”
“크흠…….”
그런 것치곤 이미 얽혀도 너무 얽혀 버린 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준은 여전히 황실 정치에 크게 개입할 마음은 없었다.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 자네 덕분에 다신 없을 경험을 하고도, 이렇게 살아서 돌아왔으니 말이야.”
“그러셨다니 다행입니다.”
“뭐, 내가 그토록 고대하던 세이렌은 내 상상과 달라 썩 아쉬웠지만 말이지. 하하핫!”
한참 해안섬에서 문제가 터졌을 때, 뭍으로 올라온 몬스터 중에선 세이렌도 있었다.
안 그래도 예술적 영감(?)을 위해 세이렌의 미모를 잔뜩 기대했던 덱스터로선 꽤나 충격적이었나 보다.
“아무튼…… 그대가 이번에 해 준 일은 결코 적지 않아. 내 이 이름, 에이드리안 폰 다니엘 덱스터의 명예를 걸고 말하겠네. 자네가 제국을 위해 살아가는 한, 나는 자네의 가장 든든한 우군이 되어 줄 걸세.”
그렇게 말하는 덱스터의 눈빛에서는 한 치의 거짓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19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