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198)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198화(198/374)
199화 각자의 시간(3)
물론, 덱스터는 말로만 치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자, 받게나. 나와 하비에르가 준비한 선물일세.”
“이건…….”
덱스터가 방 한 켠에 마련된 자리를 가리키자, 정교한 마법으로 처리된 상자가 보였다.
성인 남성도 몸을 꾸역꾸역 구기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상자였는데, 그것을 본 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법 금고 아닙니까?”
“그렇다네. 안에 있는 내용물의 기운마저 감춰 주는 물건이지.”
“한데, 저 안에 무엇이 들어있길래 마력 유동체까지 사용하신 겁니까?”
“오, 자네도 알아보는군. 하비에르가 직접 봉인한 물건일세. 하비에르, 열어 주겠나?”
“알겠소, 큰형님. 바로 열도록 하지.”
그에 하비에르가 상자를 향해 다가갔고, 준은 그런 하비에르의 뒤를 따라갔다.
“자, 보게나.”
그리고 상자를 열어 준 하비에르의 표정엔 상당한 열기가 깃들어 있었다.
도대체 안에 무엇이 들어 있길래 이러는 걸까.
곧이어 상자 내부를 본 준의 눈이 큼지막하게 뜨였다.
“이, 이건……?”
“구하느라 애 좀 썼다네. 아니, 사실 내가 한 건 아니지. 아덴 님께서 바다를 돌아다닌 끝내 찾은 물건이니.”
“그대의 여정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군.”
상자 안의 내용물은, 과연.
무려 황족이나 되는 두 사람이 호들갑을 떨 만큼 대단한 물건이었다.
“드래곤 하트 아닙니까!”
어마어마한 수속성의 마력이 느껴지는 분명 시 서펜트가 품었을 드래곤 하트가 분명했다.
“하하, 그렇게 말하니 좀 민망하군. 드래곤 하트라고 할 것까진 아닐세. 그만한 물건을 이 상자가 숨겨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덱스터의 말처럼 그것은 드래곤 하트라고 하기엔 상당히 작은 크기였다.
크기만 해도 어지간한 빌딩조차 비교가 안 될 덩치인 시 서펜트의 심장이, 고작 주먹만 한 수준일 리 없었다.
“드래곤 하트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자네에겐 가치가 적지 않겠지.”
아니다. 그럼에도 이 물건은 저 정도 말로 표현될 물건은 아니었다.
드래곤 하트가 마지막으로 세상 밖에 나온 것이 수십년도 더 됐다는 것을 감안해 보면, 이것만으로도 준에겐 큰 횡재였다.
“물론 그게 끝은 아닐세. 훗날 자네들이 지상에 올라오면 황실의 초대가 갈 텐데, 그때가 본 게임이지. 지금은 그저 에피타이저 정도라고 생각해 주게나.”
“하지만…… 이걸 제가 받아도 되겠습니까?”
어쨌거나 준은 예의를 아는 한국인이었고, 예의상 한 번 물어본 것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상당 부분은 진심이었다.
멀쩡한 드래곤 하트는 황실에서도 몇 개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게 정설이었으니까.
드래곤 하트의 조각만 하더라도 시장에 나왔다간 한바탕 피바람이 불지도 몰랐다.
“아닐세. 그간 자네들이 해 준 일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덱스터는 흐뭇하다는 듯 웃고 있는 하비에르를 바라봤다.
아무리 배 다른 동생이라 하지만, 20여 년간 지켜봐 왔던 동생이다.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베네스의 엄격한 교육 아래서 미소를 짓는 법이 없는 아이였거늘.
최근 그가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필시 준과 에이든으로부터 무언가 깨달음을 얻었을 터.
어찌보면 경쟁자에 불과한 하비에르의 행복이 덱스터에겐 불행이 아니냐 하겠지만.
덱스터는 하비에르의 생각을 어느 정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라네스 님께 편지를 보냈다고 했지.’
라네스.
덱스터 또한 잘 알고 있는 이였다.
황족의 이름을 버리고, 블랙아웃으로 내려와 스스로 마탑을 세운 여인.
하비에르가 그런 그녀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 우연은 아닐 터.
‘드디어 베네스 님을 정면으로 마주 보려 하는구나.’
쓸데없이 동생과 황좌의 자리를 두고 싸워 봐야 뭣하겠는가.
덱스터로서는 당연히 환영해야 할 일이었고.
그는 하비에르의 이런 변화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어찌 보면 황실에 불 수도 있었던 피바람을 막아 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어느 누가 믿겠는가.
작년만 해도 아무런 지지 기반도 없었던 하급 마법사가, 고작 2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만에 제국의 미래를 보전해 줬다는 것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자로서, 그리고 하비에르의 형으로서 그에게 해야만 하는 질문이 있었다.
어느새 덱스터는 진중해진 표정으로 준을 바라봤다.
“이제 상을 주었으니 벌도 있어야겠지.”
그러자 준도 올 게 왔나 싶어 덱스터와 눈을 마주했다.
“데르만을 죽일 당시, 자네가 하비에르의 마력을 사용했다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상황이 상황이었던 만큼 황족의 마력을 섣불리 요구했다는 점. 그 부분은 하비에르가 처벌을 원치 않으니 넘어가겠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하비에르의 마력에 그런 특별한 힘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있었나?”
이건 꽤나 중요한 사항이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하비에르도 흠칫 몸을 떨었다.
그것은 하비에르도 궁금했던 사항이다.
어떻게 저 마법사가 자신조차 모르던 마력의 비밀을 알고 있는 걸까?
‘자, 어떻게 할까.’
저번에 한 차례 덱스터의 시험을 잘 넘어간 적이 있었다.
대대로 황실에 내려오는 거짓 탐지 능력.
어쩌면 덱스터는 지금도 그 힘을 사용하고 있을지 몰랐다.
‘여기서 거짓말을 쳤다가 들통난다면.’
여태까지 쌓아 왔던 신뢰를 모조리 잃어버리는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진실을 말할까?
자신은 다른 세계에서 온 인간이고,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알고 있다고?
‘그건 그것대로 문제로군.’
그걸 저 두 사람이 믿을 지는 둘째치고.
무엇보다 진실을 알 게 될 덱스터가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다.
당장의 덱스터는 사람 좋고 성격 좋은 1황자이지만.
‘게임 내에서도 그랬던 건 아니니까.’
자신이 사랑하던 제국이 무너져 내린 이후, 덱스터는 복수의 화신이 되어 오로지 창천교의 멸망만을 바란다.
하나 남은 자신의 쌍둥이 여동생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복수의 수단으로 활용했을 정도였으니.
‘하비에르나 이 양반이나 위험 요소인 건 똑같아.’
양자택일.
어떤 선택을 할지 결정한 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과거 어떤 기록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기록이라?”
“예. 해당 기록에서는 베네스 님의 선조가 정령의 피를 타고났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자넨 그 사실을 언제 알게 됐었나?”
“두 분을 만나기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왜 알고 있었지?”
“무언가 목적이 있어서 알게 된 것은 아닙니다. 그날도 마법과 관련된 힘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고, 어쩌다 보니 정령에까지 닿게 된 것입니다.”
이는 진실이었다.
당시 마법과 관련된 단어를 커뮤니티에 검색했었고, 그 중 좋아요를 많이 받은 베스트 게시판을 위주로 확인 중 얻어 걸린 정보였으니까.
“흐음…… 하지만 내 알아보니 해당 부족이 가진 정령의 피는 상당히 옅어졌다고 하더군. 그런데 하비에르는 달랐어. 아주 진하게 태어난 것 같던데. 자넨 그조차도 알고 있지 않았나?”
그럼에도 여전히 끊어지지 않는 덱스터의 의심 속에서, 준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추론하자면 어렵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미 두 분을 만나기 전부터 악령구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그 이후 창천교가 하비에르를 노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렇습니다.”
비단 하비에르와 황실의 관계를 악화시켜 제국을 분열시키겠다는 목표 외에도, 창천교에게 또 다른 목표가 있었더라면?
“저는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제 반지 속에 봉인되어 있는 몽환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리고 확인 결과 정령의 피를 타고났다는 것이 밝혀진 건가.”
준이 침묵으로 긍정하자, 덱스터는 잠시 눈을 감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내 질문에 답해 주어 고맙네, 준.”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본래라면 황족의 뒤를 캐려 했다는 것만으로도 죄가 될 수 있겠지만…….”
그쯤 되니 덱스터도 짓궂은 표정으로 웃었다.
“판단은 하비에르. 네가 해야겠구나.”
“고작 그런 것으로 그에게 벌을 내리고 싶진 않소, 큰 형님.”
“그래. 당사자의 입장이 이러하니 내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겠지. 좋아! 그럼 이제 진지한 이야기는 끝났다네. 본론으로 돌아가지.”
“두 분의 배려에 감흡할 따름입니다.”
“자네가 그런 말을 하니 기분이 싱숭생숭하군. 아무튼 남은 건 하비에르. 네가 말하는 게 좋겠다.”
“알겠소, 형님.”
“무슨 말씀입니까?”
그렇게 심문과 비슷한 시간이 끝나고 준이 고개를 들자, 비로소 하비에르가 밝아진 표정으로 말했다.
“그대를 보고자 하는 사람이 있소. 곧 이곳으로 도착할 예정인데, 그때까지만 머무를 수 있겠소?”
“어려울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하, 다행이오.”
그리 말하는 하비에르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고…….
며칠 지나지 않아 준은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 * *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볼레스카에 반가운 얼굴을 한 누군가가 찾아왔는데.
하비에르가 말한 사람은 아니었고, 다름 아닌 클로이였다.
“야, 너는 도대체가…….”
“살아서 보니까 반갑지?”
“어후. 저걸 말이라고.”
한참 바쁠 그녀가 이곳까지 찾아 온 이유가 무엇일까.
말할 필요도 없이, 이번 여정 동안 다루지 못했던 사항들을 다루기 위함이었다.
“진짜…… 이렇게 잘 끝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나도 마찬가지야. 대충 순회나 돌다 끝날 줄 알았지.”
준의 너스래에도 클로이는 어쩐 일인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
여태까지 준이 위험한 곳에 간 게 어디 하루 이틀이겠냐만.
이번 건 정말 위험이 사방에 도사리고 있지 않았던가.
단순히 마법 실력 하나만 믿고 까불 자리가 도저히 아니었다.
그럼에도 준은 그 자리에서 최상의 결과를 가지고 왔으니. 클로이로선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우주의 기운을 끌어모으나?’
준이 들었다면 대경실색할 상상이었다.
그라고 딱히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자주 노출되고 싶은 건 아니었으니까.
“그나저나 시간이 좀 남았나 봐? 여기까지 직접 행차하시고.”
“죽을래? 내가 얼마나 바쁜…… 에휴. 너 앞이라서 내가 참는다.”
당연히 클로이도 그간 굉장히 바쁜 시간을 보내 왔지만, 차마 준에게 핀잔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최근에 그나마 어느 정도 정리되고 있었기에 이렇게 위로 올라올 시간이 난 것이다.
“하여튼, 보고서는 잘 받았어. 또 창천교랑 연관이 있었다고 했지?”
“어.”
“안 그래도 그 녀석들과 관련된 정보는 나도 쭉 모으고 있었어. 나도 갚아 줄 게 있으니까.”
오랜만에 준과 만나 표정이 밝았던 클로이의 표정이 어느새 서늘하게 변했다.
그녀 또한 창천교로 인해 자신의 사람들을 잃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녀석들, 꽤나 교묘하게 인간들 사이에 숨어 있더라고.”
“제대로 된 꼬리는 잡은 거야?”
“아직 확실하진 않아. 그래서 직접 여기까지 온 거야.”
이제 클로이가 가진 블랙아웃의 정보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고작 1년이나 될까 싶은 시간 동안 세력을 어마어마하게 키웠으니까.
뿐만 아니라 차일스가 이끌던 레퀴엠을 흡수하면서, 그들이 가진 여러 노하우들을 습득, 더 나아가 자본력으로 하위 계층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계는 존재했다.
“지상이라면 모를까, 여기서는 역시 한계가 있어. 무엇보다 역시 나 혼자 움직이기엔 놈들의 덩치가 너무 커.”
“그렇지. 무려 황실까지 손을 뻗는 놈들이니까.”
아무리 작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세력을 키웠다지만, 그보다 훨씬 오랜 세월 블랙아웃에 뿌리를 내린 창천교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녀는 분하다는 듯 입술을 씹으며, 도시 내 거대한 성에 고개를 돌렸다.
두 황자가 머물고 있는 곳이다.
“황실과 협력이 있어야만 해. 다만, 그것도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지. 상대도 그만큼 꼬리 자르기를 주저하는 놈들이 아니니까.”
그리 말하는 클로이의 눈빛에선 아쉬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여기까지 온 것은 정말 준을 보기 위함이었지, 두 황자를 보기 위함이 아닌 듯했다.
“나도 나름 방비는 해 두고 있어. 할아버지한테 따로 요청하기도 했고.”
“그 아티팩트를 말하는 거야?”
“응.”
별다른 문양도 없는, 밋밋할 뿐인 쇠반지.
그러나 준의 눈에는 다분한 호기심이 깃들었다.
“일반적인 마력이 아닌데. 엄청난…… 기술력이 들어가 있어.”
“역시 알아보네.”
“예전에 할아버지가 황실에서 받은 물건이야.”
“설마……?”
“공간이동 아티팩트. 단 일회성이지만, 성능은 믿을 수 있어.”
“미친.”
저건 황족조차 쉽게 구하기가 힘든 물건이다.
단순히 돈이 있다고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니까.
다름도 아니고 샤일록조차 공간이동 아티팩트는 구하기 어려워했는데.
저걸 어떻게 일개 상인이 가질 수 있던 걸까?
‘아니, 한낱 상인이라고 하기엔 천하의 황금손이 우스운 건 아니지.’
아무튼.
“그거까지 넘겨준 걸 보면…… 확정된 모양이네. 차기 회주로.”
“흥, 당연하지. 위에서 하라는대로 시키는 것만 하는 머저리들이랑 내가 비교되겠어?”
비록 준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클로이지만, 그런 준을 알아보고 동맹을 맺은 것도 클로이의 선택이었고.
큰 재난을 겪고도 준과의 연을 이어 간 것도 그녀의 선택이었다.
그뿐일까.
준 혼자서는 어쩌지 못할 정보들을 긁어모아 영역을 넓힌 것은 오로지 클로이의 몫이었으니.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잡을 줄 아는 것도 능력이지 않은가.
그녀는 이제 당당한 차기 회주로서 대우받고 있었다.
“아무튼 그러면 너희 할아버지까지 창천교를 적대하기 시작했다는 건가.”
“응. 할아버지도 지상 쪽 루트를 통해서 정보를 모은 모양이야.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썩어 있다는 것도 발견했고.”
이걸 참.
좋아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애매했다.
황실에 더해 지상에서 돈을 갈퀴로 모으고 있는 황금손의 지지까지 얻은 것은 긍정적이다 못해 환호해야 할 일이었지만.
‘창천교와 대적하기 시작한 이상, 그것만으로도 마냥 안심할 순 없단 말이지.’
황실이 빠르게 대응하기 시작했으니 게임에서 봤던 것처럼 무력하게 당하진 않겠지만.
‘그 혼돈 속에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지키는 건 다른 이야기지.’
어느새 준은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걱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게 자신 없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진짜 바쁘게 움직여야겠군.’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번 여정 동안 창천교의 콧대를 팔꿈치로 찍어 누른 격이니만큼, 녀석들도 섣불리 대응하긴 힘들 거라 판단이 됐다.
그렇게 그날 하루 동안 준과 클로이는 늦은 밤이 되도록 회의를 이어 갔다.
하비에르가 말했던 사람이 온 것은 바로 다음 날 새벽. 클로이가 다시금 검은 숲 요새로 떠난 직후였다.
“네가 그 소문의 마법사로구나.”
세간에는 7서클로 알려진 라네스 마탑의 마탑주. 라네스.
하지만, 직접 그녀를 본 준은 그녀가 7서클이 아님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8서클…… 그것도 엄청 안정적이다.’
* * *
그곳은 셀 수도 없이 많은 수정으로 이루어진 공간이었다.
하나하나가 무언가 특별한 힘을 품고 있는 걸까.
기묘한 빛을 흩뿌리는 보석들이 서로의 빛을 사방으로 반사시키고 있는 어지러운 공간.
가면을 쓴 누군가가 앓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누워있었다.
“아아……. 결국 어떤 목적도 이루지 못했나요…….”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원독사의 스승이자, 슬레이어 해안섬의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었다.
평소처럼 목소리에 고저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그였지만, 지금은 더욱 기운이 없어 보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당장도 그의 몸에서는 간혈적으로 스파크가 일어나 그의 몸을 붕괴시키고 있었으니까.
물론 붕괴하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회복이 되어 가고 있긴 했지만, 회복에 집중하고 있는 탓에 당분간 움직이기엔 글렀다고 봐야 했다.
그런 와중에 외부인이 들어와 목소리를 낸 것은 직후의 일이었다.
“우리에게 아무런 말도 없더니. 결국 그런 꼴인가?”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0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