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02)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02화(202/374)
203화 수련(2)
화속성으로 가득한 이 환경에서 오로지 수속성만을 활용해 적을 타격한다?
이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으나, 사실 준에겐 그리 어려운 주문이 아니었다.
데르만과의 전투에서도 준은 수속성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화속성을 마음껏 활용하지 않았던가.
물론 준의 서클 주위를 회전하고 있는 화속성과 ‘탐화’라는 독자적인 속성이 존재했다지만.
반대의 상황이라고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먼저 일대 마력의 주도권을 가져오고.’
그것에 강제로 수속성을 입히는 것.
데르만과의 전투에서 그랬던 것과 달리 시간이 다소 필요한 일이고, 마력도 훨씬 더 많이 소모되었지만.
준에겐 [마신지체]가 존재했다.
마력에게 이미 품고 있는 속성을 버리라 명령하는 것과, 그 명령을 따른 마력에게 새로운 속성을 부여하는 것.
마력의 주인이라 불리는 [마신지체]에게 이것은 무척 단순한 반복 작업에 불과했다.
그뿐만인가?
지금도 준의 서클 주변을 회전하고 있는 화속성의 오브는 그런 화속성의 제어권을 더욱 강화시켜 주고 있었다.
파아앙―!
그렇게 만들어진 [워터 밤]을 터뜨려 레드 라바를 처치했다.
원체 화속성 몬스터의 카운터가 수속성이기도 했고, 준도 6서클에 오른 만큼 4서클 마법인 [워터 밤]으로도 일격에 레드 라바를 죽일 수 있었지만.
“탈락이다.”
들려오는 라네스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였다.
준은 무덤덤하게 라네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왜냐고 따지는 게 아니라, 그 이유가 궁금했던 것이다.
“실패한 겁니까?”
“그래. 방금 그 방법은…… 창의적이라고 해야 할까. 지독히도 독보적인 방법이었지. 다른 마법사들은 감히 엄두도 못 낼 정도로. 하지만 네가 이뤄야 할 목표는 그게 아니지 않느냐.”
“음…….”
준은 라네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곤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방금 내가 한 건 일반적인 마법사로선 불가능한 일이지.’
워낙 이런 상황에서 억지로 마법을 펼치는 데 도가 텄던 준이지 않나.
지금까진 그래도 딱히 상관이 없었다.
마법에 필요한 마력이야 딱히 부족함을 느낀 적도 없었고.
시전까지 걸리는 시간은 동료들이 해결해 줬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느냐 하면…… 역시 아니겠지.’
잘못된 식습관이 당장은 불편하지 않을 지라도, 나중에는 신체 이상으로 발전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여태까지 준은 자신에게 편한 방식으로만 편식을 해 왔었다.
다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에겐 그것을 지적해 줄 스승도 없었고, 살아오는 데 큰 문제를 느꼈던 것도 아니었으니.
도리어 그런 편식이 지금까지 준을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들어 준 일등 공신이라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와서 그걸 뜯어고쳐야 한다는 건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 않은가.
하지만 도전하지 않고선 성장도 없다.
“한번 방법을 강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자세다.”
그렇게 준은 생각에 잠겼고, 라네스는 묵묵히 어린 두 마법사를 바라봤다.
* * *
시즌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얼추 네 달. 그리고 마법 학회까진 두 달이 남았다.
그리고 어린 두 마법사의 고심은 하루 이틀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준은 첫날의 실패 이후 꾸준히 새로운 이론과 스스로가 갖게 된 깨달음을 녹여 내기 바빴고.
벨레스는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을 활용해 어떻게든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라네스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뿐, 아직까지 아무런 조언도 하지 않았다.
물론 귀찮거나 한 것은 아니었고.
‘마법사란 직접 현상을 마주하고 생각할 줄 알아야 하는 존재다.’
이런 지론 때문이었다.
거기에 이미 두 사람은 어느 정도 마법적 지식이 쌓여있는 만큼, 그녀가 내건 조건을 충분히 해결할 터.
지금은 아직까지 그 과정에 불과했기에 그녀는 좀 더 두고 볼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기대에 걸맞게, 준의 눈빛이 바뀐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날은 평소처럼 벨레스가 자신의 마법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이런. 역시 안 되는군.”
방금 막 발현되려다 사라진 마법에 한숨을 내쉬는 벨레스.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던 준은 순간 머리가 띵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둔기로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
그야말로 아뿔싸, 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는 상황이었다.
‘[마신지체]에 내가 너무 매몰되어 있었구나!’
언제였을까.
에이든이 막 [돌진] 스킬을 배우고 바위에 부딪히고 있던 시절.
준은 에이든에게 스킬의 숙련도에 대한 중요성을 설명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준에게도 해당되는 일이었다.
언젠가 준도 자신이 [마신지체]에 너무 소홀했다는 후회와 함께 그 뒤부터는 [마신지체]를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해서 알아본 [마신지체]의 특성은 다름 아닌 강제성이었지.’
그리고 그 강제성은 지금도 준이 잘 써먹고 있는 고대 마법과도 여러모로 잘 통하는 면이 있었다.
해서, 마력을 강제로 부리는 것이 당연하다고만 여겨 왔었는데.
‘여태까지 내가 착각했다.’
내가 마력의 주인이니, 마력을 멋대로 다뤄도 된다는 착각.
이는 마치 독재자가 할 법한 생각이지 않나.
여태까지 준이 그 생각을 눈치채지 못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으니까.’
마력이 너무도 준을 잘 따라 주었기에 그랬다.
거기에 언령을 해제하고, [마신지체]를 최대한 발휘할 때마다 찾아오는 뇌리를 타고 올라오는 전능감.
그것은 준이 가진 자의식마저 날려 버릴 정도로 위험한 것이었고.
그 안에서 자신의 의식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이 강압적으로 마력을 다뤄야만 했다.
-너희의 주인은 나다.
-너희는 나를 해할 수 없고.
-너희가 해야 할 일을 해라.
그것이 일종의 습관처럼 남아 있어, 굳이 언령을 풀지 않고 있을 때도 준은 마력을 다룰 때 엄하게 다뤘다.
사실 이도 웃긴 일이다.
마력은 마력일 뿐.
녀석들은 감정을 지닌 생명체가 아니지 않나.
그저 사용처에 알맞게 써먹었을 뿐이다.
그러나 8서클의 대마법사가 보는 시점에선 어떨까.
마력이라는 것 자체가 그저 사물로만 보일까?
‘아니, 아니야……. [마신지체]를 가지고 있는 나도 알고 있잖아. 마력은 살아 있는 생명체는 아닐지라도, ‘의지’는 지니고 있어.’
명확하고 확실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아니나, 마력은 자신을 다스리는 존재의 뜻에 따라 움직이기도 하고 거부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벨레스가 하는 것도 그것에 일종이야.’
아마 벨레스 스스로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겠지만.
현재 벨레스가 하고 있는 행위는 일종의 ‘어르고 달래는’ 모습과 무척 흡사했다.
비굴하다고 표현하면 그에게 너무 실례되는 말일까?
하지만 그렇게 보일 정도로, 벨레스는 화속성 사이에서 빙속성을 일으키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었다.
준처럼 강제로 마력에게 화속성을 버리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천천히 자신의 마력을 일으키고, 일부를 빙속성으로 치환, 이쪽으로 와 보면 어떻겠냐며 ‘제의’하고 있는 것이다.
‘저게 틀린 방법은 아니야. 아니, 어쩌면 오히려 나보다 저게 더 정답에 가까울 지도 모르지.’
그래서 라네스가 벨레스에게 아무런 조언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벨레스는 여태까지 마법을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간단해. 마력에게 어필하고 있는 부분이 너무 약해서 그런 거야.’
가령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집의 주민에게, 지금 살고 있는 헌 건물을 대신해 더 좋은 건물을 지어 줄 테니 헌 건물을 내려놓지 않겠냐고 제안하는 것이다.
그런데 집주인이 보기에 새롭게 지어질 건물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계약서를 쓸까?
마력도 마찬가지였다.
‘화속성을 버리고 빙속성으로 옮겨 오라고 어르며 달래고 있지만, 그럴 만한 메리트가 없어.’
중요한 것은 녀석들이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것.
그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치밀하게 짜인 마법 패턴, 혹은 정순한 마력의 이끌림. 그것도 아니라면…….’
정교하고 섬세하며, 또 확실한 심상이 있을 터.
준의 선택은 심상이었다.
‘나한텐 마력을 어르고 달래는 건 어울리지 않아.’
그보다는 강한 리더십으로 마력이 알아서 이쪽을 따라올 수 있게 만드는 것.
그저 강압적으로 시키는 게 아닌, 나를 따라오면 훨씬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란 확신을 심어 주는 것이다.
“아…….”
그리고 그려 낸다. 그가 봤던 바다의 가장 공포스러운 부분을.
어둡고 외로운 바다.
저 깊이 내려앉은, 무겁고도 두려운 침묵.
빛마저도 집어삼키는 공간.
즉. 심연이다.
[워터 밤] [속성 부여:흡명(吸溟)]레드 라바 앞에서 터진 묵색의 물 구슬이 순식간에 녀석을 집어삼켰다.
그 심상치 않은 힘 앞에서 레드 라바가 용암을 내뿜으며 어떻게든 대항하고자 발악했으나.
놀랍게도 놈이 뱉은 용암은 묵색의 물방울과 닿는 순간 흡수되어 사라졌다.
수속성이 화속성을 집어삼켰다.
물이 불을 진화시켰다는 개념 따위가 아니다.
말 그대로 집어삼키고 흡수한 것이다.
그에 따라 물방울이 분열하며 점차 그 숫자가 늘어났다.
부르르르르르!!
그에 화들짝 놀란 레드 라바가 더욱 더 용암을 뿜어냈지만, 결과는 이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본 벨레스는 할 말을 잃고 그저 지켜만 보았다.
그것은…… 뭐라고 해야 할까.
‘끔찍하다.’
경외?
그런 게 아니다.
마치 있어서는 안될 현상을 목도한 것처럼, 인간이 미지의 것을 보고 두려워하는 것처럼.
벨레스는 지금의 현상이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아 두려움에 떨었다.
툭.
그리고 그런 벨레스의 어깨 위로 누군가의 손이 올라왔다.
라네스였다.
화들짝 놀라 제 스승을 바라본 벨레스는 다시 한번 스승의 눈빛을 보고 놀라고 말았다.
반짝인다.
마치 별처럼 눈빛이 반짝거렸다.
마법사의 감정은 언제나 호수처럼 고요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스승의 눈빛이.
호수가 별을 품은 것처럼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아…….”
그제야 벨레스는 무언가 깨달음을 느꼈다.
마법적 깨달음은 아니다.
처음 자신의 스승이 저 마법사와 마주했던 날.
당연하다는 듯 제자인 자신을 밖에 두고 준과 대화를 나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스승님께선, 준의 저런 재능을 알아보신 것이로구나.’
깨달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늦든 빠르든, 하늘은 공평하게 기회를 나눠 준다.
그러나 그것을 잡을 수 있느냐, 없는냐는 오로지 그 사람의 평소 행실에 달려 있었다.
딱 봐도 알 수 있었다.
소환한 물방울에게서 한 치도 눈을 떼지 않고 있는 준은, 그저 한순간의 깨달음만으로 저 마법을 발현한 게 아니었다.
평소에도 항상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지식을 쓸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바로 꺼내 쓸 수 있도록.
그러자 평소 준의 행동거지가 떠올랐다.
준은 항상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용병단을 이끄는 단장으로서 해야 할 게 많은 건 당연한 일이니까.
하나 그것은 틀린 생각이었다.
그는 한 시도 쉬지 않고 자신의 마법을 고민했고, 더 성장할 구석이 없는지 골몰해 왔던 것이다.
‘이 정도면 질투조차 나지 않는구나.’
노력하는 천재?
아니.
저 사람은 그런 말로 취급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독종.
그야말로 독종이라고 표현해야 할 터.
‘한때는 네가 부러웠다.’
가진 바 재능이, 스승님조차 반해 버린 저 재능이 부러웠다.
하지만 이젠 반대로 두려웠다.
무엇이 있기에 저자를 저렇게까지 몰아붙일까.
어떤 삶을 살아와야만 저런 독기를 품고 하루하루를 살아갈까.
‘두렵구나.’
적어도 벨레스는 저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저런 삶을 살았다간, 도저히 마법이라는 학문을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았으므로.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0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