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04)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04화(204/374)
205화 서로의 시간(2)
[미칠 것 같슴다.] [어……?]‘세계수의 정기’를 통해, 오랜만에 마야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그녀의 첫마디를 들은 준은 솔직히 놀랐다.
‘이렇게 어리광이 있는 녀석이 아닌데?’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기에 저러는 걸까.
물어보니 답변도 금방 돌아왔다.
[무슨 유적지에 왔슴다. 그곳에서 고대 영혼들과 대화하라고 함다…….] [응, 그러려고 너 부른 거잖아?] [다름다. 여기 영혼들, 말이 어렵슴다. 못 알아듣는 검다.] [아…….]생각해 보니 마야는 고대어를 할 줄 모르지 않던가.
당연히 고대 영혼들이 뭐라고 하는지 알 턱이 없다.
[거기에 고대 영혼들 의식도 흐릿함다. 그래서 대화하는데 머리가 더 깨질 거 같슴다.] [그런 문제도 있겠네.]그런데 우스운 점은, 그 고생이 마야의 성장을 촉진시키고 있다는 점이었다.
본래부터 영혼 교류 능력을 키워야 했던 게 마야였고, 그 과정에서 머리에 쌓이는 마력량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였는데.
일전에 준은 그 마력량을 늘리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혹독한 방법을 알려 준 적이 있었다.
마력이 고갈될 정도로 사용하고, 또 마력 사용을 생활화하는 것.
준과 함께 있던 시절에는 언제 전투를 펼쳐야 할지 모르니 고갈되는 수준까진 쓰지 못했지만…….
[아주 극진하게 챙겨 줘서, 우는 소리도 못하는 검다…….]알타스 모험단은 유일하게 단서를 챙길 수 있는 마야를 아주 철통처럼 지키고 있는 모양이다.
무려 모험단장이 바로 곁에서 호위하는 중이라니 말 다한 셈이다.
문제는…….
[허허. 그렇구나. 우리 마야. 극진히 대접받으면서 일하고 있구나?]신성력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청결한 몸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며칠째 단식 중인 엘레노어와.
[혹시 밥은 잘 나오니, 마야?]지금도 가시나무 틈 사이에서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느라 이틀에 한 번꼴로 생고기를 먹고 있는 에이든.
[아, 젠장. 몬스터 무리다. 난 잠깐 빠진다.]라네스로부터 한계까지 몰아붙여지고 있는 준까지.
고생이란 고생은 모두가 하고 있는 탓에, 세 사람 중 누구도 마야를 동정해 주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당장 본인들 코가 석 자인데 동정은 개뿔.
그러니 마야도 딱히 거기에 불만을 표하지 못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따금 동료들끼리 이어지는 수다를 듣다 보면…….
“자, 받으렴. 마력 회복에 뛰어난 과일을 갈아서 만든 즙이란다.”
“가, 감사함다…….”
“그리고 오늘 저녁은 블루 허브를 곱게 갈아서 뿌린 스테이크도 있어.”
“오오…….”
도저히 더 이상 불만을 내뱉긴 힘들었다.
마력을 주기적으로 사용하느라 정신적으로는 굉장히 피곤했지만.
몸은 솔직했다.
이곳에 온 이후로 마야의 피부에 윤기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비쩍 말라서 어쩌니.”
“우걱우걱.”
알타스 모험단의 리더이자, 7레벨 유저인 론 카일러. 그녀는 의외로 마야를 친동생처럼 챙겨 주고 있었다.
* * *
한 달하고도 조금 더 시간이 흘렀다.
앞으로 시즌 종료까지 대략 두 달이 남은 어느 날.
“축하한다, 벨레스. 드디어 성공했구나.”
“아아, 아아아!!”
늦은 밤.
벨레스가 드디어 순수한 빙속성으로 마법을 일으켜 레드 라바를 처치해 냈다.
라네스는 기뻐서 환호를 내지르는 벨레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준만큼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나, 벨레스 또한 라네스가 눈여겨보고 있는 인재이지 않던가.
아무튼 벨레스도 뿌듯한 표정으로 녹초가 되어 캠프에 들어갔고.
라네스와 단둘이 남게 됐을 때 그녀가 말했다.
“이제 슬슬 너도 준비가 끝난 것 같구나. 그렇지?”
“예.”
한편 준은 자신의 내면을 관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명력이 충만하게 느껴진다.
지난 시간 동안 오로지 수속성 마력만을 사용한 결과였다.
화속성이 가득한 공간에서, 한 달 내내 수속성 마력만을 사용하다니.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만한 보람은 분명 있었다.
‘중반부터가 특히 더 힘들어졌었지.’
처음으로 순수한 수속성을 다루고, 더 나아가 ‘흡명’이라는 독자적인 속성을 탄생시킨 그날 이후.
라네스는 준에게 추가 숙제를 선사했다.
“이제부턴 부여 마법도 쓰거라.”
오로지 순수한 수속성 마력만을 부여하고 지속하라는 의미였다.
처음에는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마야한테 못할 짓을 했었구나!’
이게 직접 적용해 보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니더랬다.
일단 꾸준히 순수한 수속성만을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는데, 그걸 전투 중에도 발현해야만 했고.
다른 꼼수가 끼어들 틈새가 없었다.
지금은 생존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행위였으니.
정신력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아무리 배움에 즐거움을 갖고 있는 준이라지만, 뇌가 피로를 느끼는 것까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럼에도 특유의 독기로 무장한 채 한 달이라는 시간을 버텼고.
끝내 준의 마력회로에 수속성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바로 시작합니까?”
“그래. 미뤄서 나쁠 것도 없지.”
이미 이 주변의 몬스터는 라네스가 모조리 도륙을 내고 온 참이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고 봐야 했다.
‘내가 생각해봐도 지금이 가장 적절한 기회다.’
이곳의 환경도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레드 드래곤의 마력이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는 이 공간이 시 서펜트의 기운을 억눌러 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위력은 줄어들었지만 반대로 존재감은 늘어났다. 상반되는 기운에 대항하기 위해 몸집을 키운 거야.’
이러면 서클에 심었다 분리시키는 과정이 더욱 쉬울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은 거기까지 계산하고 여기로 날 데리고 온 거고.’
새삼 라네스의 혜안에 감탄했다.
준이었다면 꽤나 시간이 걸렸을 계획을 하루 만에 수립했으니까.
단순히 8서클 마법사라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론적인 마법 지식이 다분히 쌓여 있기에 가능한 일일 터.
“그럼 시작하자꾸나.”
“알겠습니다.”
물론, 지금 하는 작업에서 라네스가 별다른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지켜보는 것뿐.
만약 예상과 달리 시 서펜트의 심장 조각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문제가 생긴다면 그때 나설 예정이었다.
‘후우. 이게 뭐라고 긴장되는지.’
다른 마법사, 그것도 8서클이라는 대마법사 앞에서 지금과 같은 시도를 하는 것은 준에게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비록 한 달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준은 여전히 라네스라는 마법사를 온전히 믿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녀는 아직까지 그의 마음 속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 앞에서 무방비한 상태에 빠진다는 것 자체가 준에게는 공포였고 과거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행위였다.
‘사람을 잘 못 믿는다고 했던가.’
그리고 라네스도 애써 내색하지 않는 준의 태도를 인지하고 있었다.
해서 아예 자리를 비켜 줄까 싶기도 했지만.
6계층에서, 그것도 [체크 포인트]가 아닌 곳에서 무방비로 내버려 두는 것은 그림이 이상했다.
그리고.
‘나도 참 주책이군.’
마법사로서의 호기심이 무엇보다 강했다.
세상에. 서클에 심어진 속성을 분리해 서클 주변으로 회전시킨다니.
라네스도 과거에 비슷한 발상을 떠올렸지만,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
이론도 부실했거니와 안정성이 턱없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앞의 마법사가 그 발칙한 발상을 실행으로 옮겨 성과를 냈으니.
‘내가 좀 더 젊었을 때 만났더라면 내게도 다른 선택지가…… 아니, 그땐 이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지. 후후.’
지금의 만남은 준에게만 기연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었다.
라네스 또한 준과의 만남에서 여러 작은 깨달음 등을 얻고 있었다.
‘비록 나는 쓸 수 없는 방법들이지만.’
8서클에 이를 때까지 쌓아 온 근원을 흔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는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지 않겠나.
그 정도는 가능한 게 바로 라네스였다. 물론 이 부분도 준과 합의를 해 둔 상태였고.
그런 만큼 라네스는 시 서펜트의 심장 조각을 들고 집중을 시작한 준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이윽고.
“…….”
시 서펜트의 기운이 점차 준의 내부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변화는 딱히 드러나지 않았다.
간이 의자 위에서, 준은 여전히 눈만 감고 있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우주……?’
라네스의 시선에서는 달랐다.
8서클에 이르러 마력에 한없이 민감한 그녀는 준에게서 우주를 보았다.
그것은 하나의 창조라고 해야 할 터.
서클이라는 태양을 중심으로 새로운 행성이 탄생하는 과정이었다.
‘아!’
일순 그 아름다운 풍경에 시선이 빼앗겼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처음 황실에서 마법이라는 학문을 접했던 그 순간 느꼈던 간질거리는 그 느낌.
눈앞에서 현실을 비틀어 만드는 이적(異蹟)에 눈물까지 글썽였더랬다.
그리고…….
‘엘라스.’
그때 당시 자신과 함께 밤하늘의 별처럼 눈을 빛냈던 쌍둥이 여동생이 떠올랐다.
이제는 볼 수 없는 그 아이가 만약 이 풍경을 봤다면 어땠을까.
‘나도 참 감성적이게 됐군.’
그만큼 이 떠돌이 마법사가 보여 주는 기적은 아름답다는 표현마저 부족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런 라네스를 보며 뭐 저리 호들갑을 떠냐 하겠지만.
그러한 감정은 라네스가 가장 크게 느끼고 있었다.
만난 지 고작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자신과 비교하면 새파랗게 어린 마법사에게 이토록 순수한 감탄을 터뜨릴지 누가 알았을까.
‘이 세상에 보여 주고 싶구나.’
찬란하게 빛나는 이 보석을 세상 밖에 꺼내 자랑하고 싶었다.
비록 자신의 것은 아니나.
자신이 알아본 보석이라고 온 천하에 떠들고 싶었다.
‘문제는 그럴 수가 없다는 점인가.’
아마, 그 아름다움을 알아본 이들은 두 눈에 탐욕을 물들일 것이다.
실제로 그런 선택을 했던 이들이 둘이나 있지 않았나.
라네스와 동년배 마법사 중에서도 뛰어나기로 정평이 났던 데미안과 세르게이. 그 둘이 주제에 맞지 않는 욕심을 내다 죽음을 맞이했다.
‘과거의 나 또한 그런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지.’
막 여동생을 잃었던, 그래서 마법에 더욱 더 미쳐 있던 그 시절이라면, 욕심을 내지 않았을 거라 단언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그녀가 온갖 생각에 빠져들 무렵.
“…….”
준에게 눈에 띄는 변화가 찾아오고 있었다.
드래곤 하트.
비록 일부에 불과하지만, 그 기운을 모조리 흡수한 준의 신체는 지금 가진 바 모든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언령에 의해 봉인되어 있던 [마신지체]가 혼자 풀려나 드래곤 하트의 기운을 받아들였다.
준의 검은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준은 눈치채지 못했으나, 언령이 50%까지 해제되고 있는 현상이었다.
6서클에 이르러 도달한 50%의 리미트 해제.
그만큼 [마신지체]가 눈앞에 떨어진 드래곤 하트의 기운을 전력으로 흡수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스스스스-
어마어마한 마력의 소용돌이가 준을 중심으로 휘몰아쳤다.
어찌나 강력한지, 한숨 자고 있던 벨레스마저 기겁하고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저, 저게 대체…….”
얼마나 더 놀라야 할까.
벨레스는 마법사로서 가져야 할 침착함마저 잊어버리고, 준의 주변으로 휘몰아치는 마력의 흐름에 집중했다.
그 자체로도 벨레스에게는 기연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변화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0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