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05)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05화(205/374)
206화 학회(1)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전장의 북처럼 울려 퍼지는 심장의 소리.
무아지경에 빠져 있는 준마저 알아차릴 정도로 격렬했지만, 그게 준을 방해하진 않았다.
도리어 태아가 어머니의 심장 고동을 듣고 안정감을 얻는 것처럼 편안하기 그지없었다.
‘느껴진다.’
심장에 심어진 서클 내부로 전신에 퍼진 수속성이 모여든다.
뿐만 아니라 흡수했던 시 서펜트의 기운까지 깃들어 거대한 해일을 만들어낸다.
거친 바다에 서클이 표류하는 듯했다.
수속성이라 하면 보통 안정성을 떠올리겠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의 수준에 한해서일 뿐.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자연재해 중 하나가 수해(水害)이지 않던가.
그만큼 한 번에 휘몰아치는 수속성은 무거우며 동시에 파괴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의 서클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 시간 동안 줄곧 수속성에 익숙해진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준의 서클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후우웅――
거대한 해일 앞에서 서클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준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거 지금…….’
뮤턴트화.
드래곤의 심장처럼 준의 심장이 경화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딱딱해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마력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그것을 탄력 있게 흡수하고 있다는 의미다.
두근! 두근! 두근!
아까보다 더욱 거세게 펌프질을 하는 심장.
준의 내면은 그토록 급격히 바뀌고 있었다.
* * *
내면만큼이나 외부에서도 급격한 변화가 찾아오고 있었다.
“저게…… 네가 말했던 그 변이 상태라는 것이구나.”
“……조금, 다릅니다. 제가 봤을 땐…….”
어느새 허공으로 떠오른 준의 육체.
새하얗게 변한 머리카락과.
주변으로 떠오르는 묵색의 물방울.
그리고 피부 밖으로 돋아나오는 비늘까지.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한 것이지?’
라네스는 펼쳐진 광경에 눈빛이 흔들렸다.
적지 않은 삶을 살아왔고.
또 대부분의 삶을 이곳 블랙아웃에서 보내 왔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이변’이란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금, 그녀는 자신보다 절반도 못 살아 본 저 어린 마법사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타고난 마력 운용력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란 것쯤은 알고 있었다.’
저 마력의 양은 보통의 인간이라면 순식간에 집어삼켜져 죽음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그러나 눈앞의 마법사는 달랐다.
방법?
그야 있었다.
준의 스승이자, 그의 심장을 노렸던 데미안의 언령.
그게 준의 심장에 한계 이상의 마력이 모이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적어도 절반 정도 언령이 해제되고 있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준의 마력이 이곳에 모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버티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저 어린 마법사는 고작해야 6서클.
8서클에 이른 자신과 비교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거늘.
자신에 비견될 정도의 마력을 여유롭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런 변이…… 본 적이 있다. 고대 연금술사들의 능력이었지.’
급격한 신체의 변화.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마력을 잘 받아들이는 신체.
물론 그만큼 마력이 담긴 외부의 공격마저 흡수해 의외로 쉽게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는, 이상한 녀석들.
그런 괴물들의 힘이 준에게서 느껴졌다.
‘정보에 의하면 저 아이가 블랙아웃에 내려온 것은 작년이라고 했지.’
말인즉슨, 고작 1년 만에 그들과 마주했고, 더 나아가 그들의 기술을 전수받을 기회를 얻었다는 것인데.
‘가능한 건가?’
아무리 블랙아웃에 숨겨진 고대의 기술들이 많다지만.
그 대부분이 지금의 인류에게 이롭냐고 하면 그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위험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어째서 그럴까?
고대의 존재들은 모두 어떤 이유에서든 멸망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마당에, 저 마법사는 고작 1년이라는 사이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성장을 이뤄 냈다.
‘운이라고 봐야 하나?’
아니, 아니다.
물론 운도 어느 정도 따라 줬겠지만.
‘저 정도의 안정성이 오로지 고대 연금술사들의 능력일 리가 없다. 무언가, 무언가가 더 있어.’
보다 자세히 바라봤다.
그러자 여태까지 눈치채지 못한 다른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정교하고, 또 대단한 안정성을 지녔다. 어떻게 저 정도 수준의 안정성을…… 아. 마력량 때문인가? 그럼…….’
고대 마법.
그제야 숨겨진 비밀이 풀렸다.
‘운도 따라 주면서 실력까지 갖춘 것이었구나.’
정확히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볼 수 있는 눈.
그리고 그것을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실행력까지.
세상에 이런 존재가 또 있을까?
‘적어도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국 내에서 저런 존재는 없었다.’
불가사의.
처음에는 그저 빛나는 보석인 줄만 알았는데, 아주 오만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죽어 버린 두 명의 마탑주들이 떠올랐다.
‘병신 같은 것들.’
저런 존재를 보고 제 욕심이나 채우려 하다니.
그리고 그 생각은 조금 전까지의 자기 자신에게도 옮겨 갔다.
‘고작 자랑이나 하려고 했다니.’
저 마법사는 자신이 키워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제자로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저 존재는 다른 이들이 어찌할 종류의 것이 아니다.
그저 가끔씩 양분이 될 물만 뿌려 주면.
‘나무가 아닌 숲을 이뤄 낼 존재로구나. 아니, 어쩌면 숲이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를…….’
고작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을 보고 이런 평가는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8서클에 다다른 라네스는 도리어 기대됐다.
저 존재가 온전히 만개하여 자신만의 세상을 이룬다면.
인류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볼까.
그 풍경이 그저 기대 될 따름이었다.
* * *
수 시간 후.
처음 보았던 엄청난 변화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붕 떠올랐던 준의 몸도 뜨거운 지면에 내려온 지 오래다.
그러다 준이 눈을 떴을 때.
마치 숙면을 취하고 눈을 떴을 때처럼 개운함을 느꼈다.
“아.”
“드디어 눈을 떴구나.”
“혹시 잘못된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그럴 리가 없지 않으냐.”
“제 과한 걱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두 사람 모두 지켜봐 주신 겁니까?”
“그랬단다.”
“음음.”
“자리를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솔직히……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는데.”
준이 느낀 체감상 시간은 고작 몇 시간 안 되는 것 같았지만.
실상은 하루가 꼬박 지나가지 않았나.
“일단 축하해 줘야겠구나. 큰 성과를 이뤄 냈어.”
단순히 서클이 성장하는 것만이 마법사의 전부는 아니다.
거기에 준은 여태까지 그 어떤 마법사도 걷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 중이지 않나.
“다른 문제는 없는지 궁금하구나. 예를 들면…… 기존 화속성과의 궁합이라거나.”
“아, 예. 안 그래도 그 부분을 신경 써서 봤습니다만, 별 문제는 없습니다.”
본래라면 한 몸에 상반되는 두 속성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질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한 집에 따로 둬야 할 둘을 함께 넣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은 두 속성 모두 서클이라는 집에서 떼어 내 출가를 보냈다.
따라서 둘은 서로의 존재는 인지하고 있으나, 한 영역을 두고 싸울 필요가 없음을 이해하고 잠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과연……. 분리를 시킨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는구나.”
“그렇습니다.”
그러자 곁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벨레스가 물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어. 보통 심장에는 서클 외에 다른 기운은 넣지 못하는 것이 기본일 텐데. 너는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지?”
“그야, 그건 마법사들이 만든 잘못된 인식 때문이지.”
여기서는 좀 더 현대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애초에 서클은 물리적인 개념이 아니다.
당연한 말이다.
연약하기 짝이 없는 심장에 쇠고리를 넣어 돌린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서클은 마력이 뭉쳐 만들어진 기운의 일종이었고.
그것은 하나의 작디작은 심상이자 우주였다.
끝없이 펼쳐지는 우주처럼, 그 안에서는 얼마든지 새로운 기운을 집어넣는 게 가능하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아니, 아니지. 네가 내 눈앞에 있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닐 텐데…… 왜 역대 마법사들은 그런 시도를 하지 않은 거지?”
“마법이라는 학문 자체가 이미 기틀이 마련되어 있었으니까. 안정적인 서클이란 개념이 있는데, 그걸 마다하고 굳이 다른 길을 갈 필요는 없잖아.”
“아.”
“하지만 인간이 전부 똑같이 태어나진 않아. 누군가는 기존에 만들어진 길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있기 마련이지.”
옆에 있던 라네스도 고개를 끄덕이며 의견을 덧붙였다.
“준이 저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타고난 마력 적응력도 있지만…… 다루는 마력 자체가 굉장히 안정적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외에도 여러 이유들이 있고.”
여러 이유들 중 하나가 바로 뮤턴트화였다.
준 또한 뮤턴트화라는 기연이 없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터.
“남들은 따라하기도 힘든 일이지만…… 이론을 갈고닦는다면 다른 사람도 엇비슷하게 따라하는 게 불가능하진 않겠구나.”
“저도, 저도 가능한 겁니까?”
어느새 벨레스의 표정에서는 열의가 가득해졌다.
빙속성에 모든 것을 바치고 있는 벨레스였지만.
모든 상황에서 빙속성이 만능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다루지 못하는 마법이 많아 곤란했던 적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아예 불가능하진 않단다. 하지만…… 준의 방법으로는 불가능하지. 훨씬 더 많은 이론이 필요할 거란다.”
“아…….”
당연히 그 시간은 무척이나 길 것이고. 벨레스가 그것을 배우려면, 지금 이 수준에서 훨씬 오래 정체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기도 했다.
벨레스가 아쉬움에 탄식을 내뱉었다.
“하지만 잊지 말거라. 마법사의 지식은 자기 자신만이 강해지기 위함이 아니란 것을. 우리의 지식은 보다 후대에 남겨야 할 보물이기도 하단다.”
보수적이기 짝이 없는 마법사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이상했지만.
그래도 라네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실제로 수많은 마법사들이 지식을 배우고, 개량해 왔으니까.
“아무튼…… 이제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겠구나.”
“그렇습니다.”
“타이밍이 좋구나. 이제 슬슬 학회가 열릴 시간이 가까워졌으니.”
“시간상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되겠습니까?”
“대략 보름 정도 남았단다.”
“음.”
사실 준은 마법 학회라고 해서 뭐 별게 있나 싶긴 했다.
아마 라네스가 발표하는 자리 옆에 앉아 보조하는 형태로 끝날 것이고, 그러는 김에 준의 성장 속도를 자랑하는 자리가 될 터.
이번에 라네스에게 받은 도움도 제법 되었고, 가서 그녀를 빛내 주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그래도 너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구나.”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 정도 되는 마법사가 학회에 가서 발표 하나 정도는 해야지 않겠니. 제대로 된 논문 하나 만들어 보자꾸나.”
“……?”
“아주 학회가 뒤집어엎어질 꼴을 보니 벌써부터 즐거워지려는구나. 하하하.”
논문이라는 게…… 보름 좀 끄적인다고 툭툭 튀어나오는 거였나?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0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