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07)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07화(207/374)
208화 학회(3)
“제가 준비한 발표는 여기까지입니다. 그, 혹시 질문이 있으신 분 계십니까?”
잔뜩 긴장한 모습의 발표자가 물어보자, 좌석에 앉아 있던 몇몇 마법사들이 손을 들었다.
“질문이 있네.”
“아, 예. 말씀하십시오.”
“컨벤셔널 소속 헤게르라고 하네. 일단 그럭저럭 흥미로운 주제더군. 하지만 이론상 의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서 말이지.”
중년 마법사의 질문에 발표자가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
“예, 어떤 부분이 그러셨을지요.”
“화속성을 이용해 화재 진압을 하겠다는 발상. 그 자체는 썩 괜찮았다네. 마탑에서도 실험을 하다 보면 간간히 폭발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니까 말이지.”
“가,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론에 허점이 가득해 보이더군. 예를 들면, 속성 제어력으로 화속성을 붙잡고 풍속성을 회전시켜 화재로 일어난 불길을 흡수한다, 라는 이론이었지?”
“그렇습니다…….”
“말해 놓고 허점이 느껴지지 않나?”
“…….”
“왜 말이 없는지 모르겠군.”
중년의 마법사는 시간이 간다는 듯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고, 발표자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필사적으로 생각해 냈다.
‘뭐 때문에 저러는 거지? 설마 그것 때문인가?’
아주 기초적인 질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발표자가 서둘러 대답했다.
“그…… 혹, 마법으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할 때, 속성 마력에 불안정성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그렇다네. 보통 마법을 실패할 때, 주변의 마력에 담긴 속성은 매우 불안정해지지.”
하지만 정작 발표자의 마법에는 그 부분을 해결할 방안이 빠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자네는 발표 중에 이런 말을 했었지. 해당 마법을 보완해 간다면, 전장에서도 화속성 공격에 대한 방어가 보다 견고해질 것이라고.”
“예……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예시에 불과한.”
“쓰읍. 젊은 친구가 왜 그렇게 생각이 짧나? 마법 실패로 일어난 속성의 불균형조차 잡을 수 있을지 못할지 확실치 않은 마법으로 그런 미래를 꿈꾼다고?”
그야말로 점잖은 말로 조목조목 따져 가며 상대의 기를 죽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물론 준에게도 발표자 논리에 부족함이 보였다.
‘하지만 논리가 부족하다기보단 애초에 소개를 잘못했어.’
타인의 마법 혹은 화속성 공격에 대한 진압을 초점에 두지 말고, 단순 화재 진압에만 초점을 뒀다면 달랐을지도 몰랐다.
스스로의 마법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많았던 걸까. 아니면 그저 화재 진압용 마법으로 남는 게 싫다는 욕망 때문이었을까.
‘차라리 애초부터 화재 진압용이라고 했더라면…… 상업적인 부분에서도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했을 텐데.’
가령, 인챈트 스크롤에 부여 마법을 걸어 만들고 시중에 판매한다면 어땠을까.
보다 안정적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만큼, 여러 상단에서 관심을 보였을 가능성이 있었다.
일단 화재라는 게 빨리 진압하면 진압할수록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것이지 않나.
민간인들 사이에서도 제법 인기가 있을 법한 물건일 것이고, 더 나아가 여러 영주들에게 판매해도 괜찮을 물건이 됐을 것이다.
“허, 참. 저런 마법으로 발표를 하러 왔단 말인가?”
“참으로 어이가 없군.”
“저런 걸 상용화하겠다니……. 머리에 그저 돈만 든 천박한 생각뿐이야.”
하지만 냉정한 시선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단지 허점을 발견한 것으로 그치지 않고, 해당 마법을 개발한 발표자마저 낮춰 말하고 있었으니.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기 무섭게 잔뜩 기가 죽은 발표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퇴장했다.
그리고 몇 번이고 그런 발표가 이어졌다.
준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저것도 마법사라고 부른 건가?”
“소속 마탑이 어디야?”
“쯧쯧…… 켄벤셔널 바깥의 소속이 그럼 그렇지 뭐.”
“마탑이라고 다 똑같은 마탑이 아니다, 이 말이야.”
저런 소리가 툭하면 들려왔는데, 옆에 있던 라네스가 입술을 달싹거렸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지. 내가 보기엔 컨벤셔널 소속이든, 소속 외 마법사든 실력 차이는 크게 없는데 말이야.]머릿속으로 울리는 그 목소리에 준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진짜 제대로 된 마법은 이런 자리에 잘 올라오지 않는다.
어느 누가 마탑의 비전 마법 같은 걸 이런 자리에서 발표할까.
대부분의 마법은 그저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준과 라네스, 그리고 벨레스가 역겨움을 느끼는 것은 그런 점이 아니다.
[아주 노골적이지 않니? 컨벤셔널 소속이 아닌 마법사들에겐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고, 반대로 같은 소속의 마법사가 하는 발표는 얌전히 듣고 있는 꼬락서니를 좀 보렴.]라네스의 말처럼 아주 노골적이기 짝이 없는 행위였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저런 태도를 그저 지켜만 보는 겁니까?]그 질문에 라네스가 조금은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찌 됐든 저 어리석은 것들은 마법사들의 이권을 보호하는 이들이란다. 명목상이지만, 실제로 과거에는 그렇게 활동했던 적이 여럿 있지.]과거에는 마법사들이 사기를 당하는 경우나, 혹은 억울한 일로 겁박받는 일이 많았다.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힘을 다루는 만큼, 준이 지구에서 봤던 마녀 사냥과 비슷한 일이 여럿 발생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저지하고자 만들어진 것이 바로 컨벤셔널 소서러.
그런 그들의 노력이 있던 덕분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마법사들을 건드는 이들도 줄어들었고, 그들의 권위는 더없이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물도 고이면 썩는 법.
지금에 이르러 그들의 본래 목적은 완전히 변질되어, 컨벤셔널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마법사들은 모두 이단처럼 취급을 받았다.
[그럼 지금 하고 있는 짓은 일종의 시위라는 말씀이시군요.] [바로 맞췄단다. 우리가 이렇게 협동력이 좋으니, 섣불리 덤비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이기도 하지.]만약 거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어제 우리가 겪었던 연회처럼 철저히 무시를 당하거나, 아니면 지금처럼 발표 당일에 후려친다는 건가?’
말하자면 고립을 시키겠다는 의미였는데.
그제야 준은 왜 저들이 저토록 자신을 두고 벼르는지 알 것 같았다.
‘다른 마탑들은 저렇게 발표할 때 후려칠 수 있겠지만, 라네스 마탑은 그게 안 됐겠지.’
아무렴. 라네스는 대외적으로 7서클이라 알려진 대마법사이지 않나.
컨벤셔널 소속이 아님에도 완벽에 가까운 마법사에게 꼬투리를 잡기도 힘들었겠지. 더구나 라네스의 출신이 출신인 만큼 더욱 그랬을 것이고.
‘내 존재가 그런 그녀의 약점이라고 생각한 건가.’
그렇다면 라네스는 왜 이런 조직을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일까?
본인이 8서클의 강자임을 세상에 공표한다면, 감히 저런 시도 따위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을 터인데.
‘필요악. 그렇게 판단한 것일 수도 있겠군.’
어쨌거나 외부에서 공격이 들어오면 그들은 마법사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정말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심지어 소속 외의 마법사들이 당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정말 싫은 티를 팍팍 내고, 관련해서 따낸 이권 대부분을 자신들이 꿀꺽한다는 양아치 짓은 서슴지 않긴 하지만.
어찌됐든 소속 외 마법사들에게도 도움 아닌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는 말이다.
이건 오히려 없는 게 좋지 않을까 싶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적어도 현재는 마법사들이 목숨에 위협을 느끼진 않고 있으니. 그 공은 대부분 컨벤셔널 소서러의 존재가 있던 덕분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학회에서 발표되는 마법 아이디어를 그대로 도용하는 경우도 적잖이 있단다.]근데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
[그걸 가만히 지켜봅니까?] [그래.]준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 행동이었다.
마법사의 이권을 지켜준다는 놈들이 왜 다른 마법사의 이권은 빼앗아 간단 말인가?
[무지해서 비롯된 일이란다.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사업 감각이 없는 것에 비해, 컨벤셔널 소속에는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이들도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그런 식으로 도용한 아이디어로 번 돈의 극히 일부를 발표자에게 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주기도 하지.] [그야말로 병 주고 약 주는 격이로군요.] [그렇단다.]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학회에서 발표되는 마법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 아예 학회에 나오지 않으면 그만 아니냐 하겠지만…….
‘그럼 진짜로 배척받겠지.’
듣기로는 아예 모든 연락을 끊어 버리고 말려 죽인다고 했던가?
물론 그런 일이 흔히 일어나는 것은 아니나, 아예 없던 것도 아니었다.
‘라네스 님이 이곳에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테고.’
준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는 라네스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야. 저런 태도가 자신들의 권리라고 굳건히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러니 미래에서도 그런 사태가 터졌던 것이겠지.’
게임 속에서 한참 창천교에 의해 제국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던 상황에서도 마법사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제국에 일어난 전쟁은 마법사 사회에 큰 변화를 일으켰고, 그들이 권리라 생각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빼앗길 위기였으니까.
그렇기에 더욱 더 몸을 사리게 되고, 후방에서 포션이나 만들어 비싼 값에 팔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그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한계까지 내몰리고 나서야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전쟁에 나서는데.
‘그걸 가능하게 만든 사람이 다름 아닌 라네스 님이었지.’
최후의 최후까지 마법사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최전방을 뛰어다닌 8서클의 마법사.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가장 위대한 마법사로 남아 있으며…….
그런 대마법사의 죽음이 있고서야, 게임 속 마법사 협회는 개심하여 전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 미래 따윈 만들고 싶지 않은데.’
8서클의 대마법사.
그런 그녀의 죽음은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전장의 상황을 최악으로 치닫게 만들었고.
그런 미래가 아니더라도, 준은 이제 라네스라는 사람을 그렇게 함부로 잃고 싶지 않았다.
‘즉, 나한테 명분도 있다 이 말인가.’
그러니 그런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이 썩어 빠진 마법사 놈들의 근본을 뜯어고쳐야만 했다.
‘쉬운 일이 아니긴 할 텐데,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처음 라네스를 만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렇게 나설 생각 따윈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원래부터 준은 마법사들을 반쯤 포기하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라네스에게 먼저 접근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거니와, 라네스에게 이토록 신임을 받을 줄도 몰랐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판이 깔렸는데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여태까지의 삶이 그래 왔다.
언제나 정해 둔 선을 넘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매번, 선은 스스로 멀어져 갔다. 그만큼 움직이라는 신호였고, 준은 그에 따라 움직여 왔다.
‘그러니 여기서 제대로 박살을 내 줘야겠군.’
아예 반목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압도적인 실력으로.
너희들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이론으로 찍어 누를 뿐.
그러니 준은 자신의 발표 차례가 왔을 때, 공격적인 질문이 오더라도 당당히 대답할 수 있었다.
* * *
“다음 발표자는…… 라네스 마탑 임시 소속이자, 흰고래 용병단의 단장. 준 마법사님의 발표가 있겠습니다.”
진행자의 발표에 순식간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소문의 그 마법사라고?”
“어제 그냥 얼굴만 비춘 게 아니었어?”
“발표한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군.”
“허, 참나. 말세로군 말세야. 탑외 출신에 용병 마법사라니?”
“도대체 라네스 님은 저런 사내를 왜 받아들인 거지?”
“글쎄……. 혹시 모르지. 남자가 젊지 않나.”
온갖 시기와 무시가 뒤섞인 시선이 날카롭게 꽂혀 왔다. 뿐만 아니라 라네스의 명성마저 의심하는 이들까지 생길 수준이었으니.
누구나 그런 시선이 집중되면 떨릴 만도 하건만, 준은 아무렇지 않게 단상 위로 올라섰다.
‘네놈들의 시선은 스킬의 힘이 없더라도 무시할 수 있다.’
이 학회장에 찾아온 마법사들 중 6서클의 마법사는 얼마나 있을 것이고.
또 자신보다 경험 많은 마법사는 얼마나 있을 것인가.
준은 오히려 당당한 표정으로 학회에 모여 있는 마법사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먼저, 제 논문의 제목부터 밝히고 시작하겠습니다. 제목은 다름 아닌.”
<왜 현대 마법은 이토록 불안정 한가.>
그야말로 화재의 현장에 기름을 끼얹는 제목이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0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