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1)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1화(21/374)
21화 구출 작전
긴급 회의가 이어졌다.
부단장은 공격대가 전투를 펼쳤던 지형의 특성에 대해 말했고, 준도 자신이 알고 있던 정보를 아낌 없이 풀어냈다.
공략전이 처음 시작됐을 당시, 줄곧 입을 다물고 있던 것과 다르게 준은 이제 본격적으로 회의의 중심에서 서슴없이 발언했다.
“3팀이 없다고? 젠장. 실패한 모양이네. 다른 팀들은 공략한 던전한 던전 이름 좀 알려줘.”
처음 준을 얕잡아 보던 시선은 이제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용병들은 침착함을 되찾고 준의 설명에 집중했다.
“지금부터 우린 페어리 퀸이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 공격대를 구출하고, 포레스트 가디언을 토벌해야 해. 그러니까, 시간이 얼마 없단 말이지.”
만약 페어리 퀸이 부상을 완전히 회복하고 포레스트 가디언과 합류하게 된다면, 전원이 3레벨 유저로 이루어진 공략대도 성공을 점칠 수 없게 된다.
당연히 공격대를 제외하면 2레벨 유저에 불과한 이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제로.
때문에 준도 에이든의 귀환을 기다리지 못한 채 움직여야만 했다.
그렇게 속전속결로 진행된 회의가 끝나고, 짧은 휴식을 마친 이들은 곧바로 구출 작전을 실행했다.
“부단장님. 앞에서 몬스터 무리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수의 페어리들도.”
앞서 준에게 한 차례 제압당했던 모험가, 루시가 보고를 끝내자 부단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다른 팀 내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모험가들도 청운의 소속임을 숨기지 않고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용병들이 또 폭발할 뻔했지만…….’
다행히 살아남아야 한다는 목표 앞에서 용병들이 한 발 물러섰고, 덕분에 준은 모험가들의 지휘권까지 얻을 수 있었다.
“숫자는?”
“몬스터는 못해도 수백 마리에 가깝고, 페어리들의 숫자도 서른이 넘어간다고 합니다.”
“……내가 봤던 그 무리가 확실하군.”
그러면서 부단장은 자신의 곁에 있는 하급 마법사, 준에게 물었다.
“작전을 실행할 것이오?”
“그래.”
“……무운을 빌겠소.”
“당신이나 맡은 일 잘하라고. 혹시라도 당신네 단장이 허튼 짓 못하게 잘 감시하고.”
“그렇게까지 우둔한 자는 아니오.”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와?”
“…….”
할 말을 잃은 부단장을 뒤로하고, 준은 빠르게 움직일 채비를 하고 있는 모험가들을 바라봤다.
던전 공략에 실패한 3팀을 제외하고, 남은 네 팀에 소속되어 있던 모험가들이었다.
“지도는 잘 숙지했지?”
“……네.”
그중에는 루시와 루크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가 얼마나 어그로를 잘 끄냐에 따라 당신네 단장하고 동료들을 살릴 수 있는지 판가름 돼. 괜히 허튼짓 하지 말라고.”
“알겠어!”
“…….”
“……크흠!”
활기차게 대답했던 루크가 준의 시선을 받고 헛기침을 뱉었다.
준에게 먼저 검을 뽑았던 기억이 떠오른 탓이었다.
“좋아, 그럼 가자고.”
* * *
구출 작전의 핵심은, 뭉쳐 있는 몬스터의 시선을 끄는 것이다.
수백에 다다르는 몬스터를 고작 수십에 불과한 2레벨 유저들끼리 처리할 수는 없는 노릇.
3레벨의 모험가들까지 나선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앞으로 포레스트 가디언과의 전투를 준비해야 하는만큼, 벌써부터 힘을 빼게 만들 수는 없어.’
때문에 준은 발 빠른 모험가들을 데리고 직접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끌기로 했다.
“그런데 몬스터들은 페어리의 명령을 듣고 있지 않소?”
회의를 했던 당시, 준의 설명을 들은 용병 중 한 명이 했던 질문이었다.
공략전의 몬스터 대부분이 페어리들의 명령을 받는다.
당연히 어그로를 끌고 싶어도, 놈들은 일정 범위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 할 터.
그리고 그건 준도 이미 알고 있던 사항이었다.
“물론 그렇지. 하지만 페어리들의 명령이 반드시 먹히는 건 아냐.”
이 숲에는 몬스터들의 이성을 잃게 만드는 존재가 있었으니까.
끼에에에에에에에엑——!!
뺨을 한 대 얻어맞은 플랜트 언데드가 숲이 떠나가라 울어 댔다.
준의 작전대로, 용병 중 한 명이 수급해 온 녀석이었다.
“뛰어!”
준의 외침에 모험가들도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목적은 이 몬스터들이 페어리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거리까지 달리는 것.
이곳에 모인 모험가들도 장비는 2레벨의 것이었지만, 실력마저 2레벨인 것은 아니다.
모두 3레벨의 실력자들.
거기에 준의 마법이 더해졌다.
[부여계:엘리멘탈 아머리] [부여 속성:바람]인첸트 마법이 발휘되자, 모험가들은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나무 사이를 뛰어다녔다.
이어서 준도 그런 그들의 뒤를 뒤쫓아 달렸지만.
‘젠장!’
마법사로서의 육체가 발목을 잡았다.
민첩성이라고는 한 점도 찾아보기 힘든 게 바로 마법사였으니.
그나마 마법으로 이동속도를 높였지만, 달려오는 몬스터들의 수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마법사님! 잠깐 실례할게!”
그런 준에게 달려온 것은 루크였다.
그는 단숨에 준의 허리를 감싸고,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힘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힘차게 튀어 나갔다.
‘모양새가 좀 그렇긴 한데, 이럴 땐 또 든든하군!’
아까까지만 해도 적이었던 자가, 이제는 동지가 됐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었지만,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그 정도는 이해하고 살아가야만 했다.
그게, 지난 1년 동안 준이 배운 생존법이었으니까.
* * *
꽉 막혀 있던 던전과 달리, 사방이 탁 트여 있는 필드에서 모험가들은 과연 엄청난 속도로 숲을 돌파해 나갔다.
심지어 루크는 그 작은 체구로 한 사람을 들고 뛰고 있음에도 확연히 몬스터들보다 속도가 빨랐다.
‘몬스터들도 광란 상태에 빠져 있긴 하지만…… 그래도 대단하긴 대단하군.’
3레벨 유저의 신체 능력을 새삼 느끼며, 준이 외쳤다.
“너무 빨라!”
매달려 있는 탓에 길게 말하진 못했으나, 모험가들은 준의 말을 알아들었다.
이들의 목적은 몬스터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지, 완전히 도주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거기에 마력도 아껴야 하는 만큼 체력 안배를 도모하며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길 얼마.
그들은 본래 생각하던 목적지에 도착했다.
“후열은?”
“바로 뒤따라오고 있어!”
수백 마리의 몬스터들이 살기를 뿜으며 달려오는 광경은 그야말로 오금을 떨리게 만들 정도였으나.
이내 그들은 도착한 공간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3팀이 토벌에 실패한 던전 내부로.
* * *
앞서 준과 에이든이 찾아갔던 4팀의 ‘썩은 나무뿌리’ 던전과 비슷한 테마의 던전.
그러나 이제는 검은 숲에 어느 정도 적응한 이들조차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악취가 코를 찌르고 들어왔다.
“‘시체꽃 지하’가 원래 이 정도였나?”
“그럴 리가. 아마 페어리 퀸이 깨어난 것과 관련이 있겠지.”
두 모험가의 잡담처럼, 이 던전의 이름은 ‘시체꽃 지하’.
플랜트 언데드가 서식하는 지하던전이다.
외부에 있는 몬스터가 던전 내부로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을 활용한 도주로였다.
이대로 던전을 빠르게 주파하고, 보스 룸에서 보스를 처치. 워프 게이트를 통해 구출팀과 합류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대로 달려갈 건가?”
“그래야지.”
“젠장. 많이도 뛰겠군.”
그나마 다행이라면, 던전의 이름과 다르게 ‘시체꽃 지하’는 필드형 던전이라는 점이었다.
어두컴컴한 지하를 밝히는 거대한 꽃이 저 멀리서 보이자, 준이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보스 룸까지는 갔던 모양이네.”
시체꽃 지하의 보스 몬스터는 플랜트 언데드에게 잠식 당한 짐승형 타입의 몬스터, ‘플랜트 와르그’다.
놈이 깨어났을 때 비로소 중앙에 있는 거대한 꽃이 개화하니, 앞서 3팀이 보스 룸까지 도달했다는 것은 분명했다.
“바로 일직선으로 가면 얼마나 걸리지?”
“반나절 정도 될 것 같습니다.”
한 모험가가 [순례자의 여명]을 쓰며 대답했다.
확실히 이럴 때 모험가가 쓰는 권능의 힘은 유용했다.
“좋아, 그럼 조금만 휴식을 취하고 바로 움직이자고.”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지만, 준은 더 멀리 보기 위해 잠깐의 휴식을 명령했다.
현재 이곳에 모인 이들은 각자의 던전을 클리어 하고 나온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고, 방금도 마력을 써 가며 숲을 달리지 않았던가.
지은 죄가 있기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었지만, 여기 모인 모험가들의 피로는 상상 이상이었다.
‘거기에 와르그를 처리하고 밖으로 나가면 곧바로 포레스트 가디언과 싸워야 하지.’
때문에 준은 어쩔 수 없이 잠깐의 휴식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포레스트 가디언과의 전투에서 주축을 이뤄 줄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준의 명령에 따라 모험가들도 짧게나마 잠을 자기 위해 자리에 누웠다.
그나마 이 주변은 앞서 3팀이 토벌한 지역이었기에 따로 불침번도 필요 없는 상황.
그렇게 준도 자리에 앉아서 피로를 달래고 있을 무렵.
루크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준이 툭 물었다.
“안 쉬나?”
“흠흠!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체력에는 자신이 있거든.”
확실히 루크의 체력은 상당한 편이었고, 오러를 다룰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전사이기도 했다.
‘하긴, 오러만 깨우치면 마력 회복 속도도 상당히 빨라지니까.’
어떤 면에서는 마법사보다 마력 회복력이 좋은 게 바로 전사였다.
명상을 해야 하는 마법사와 다르게 전사는 단순히 호흡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 마력이 회복 됐으니.
“그래서, 무슨 일로 왔지?”
“그……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참 염치없다는 건 알지만, 사과를 하고 싶어서 왔어.”
“…….”
“그런 눈으로 봐도 어쩔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어. 우리가 한 짓이 용서받기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런데?”
“으으……. 그냥, 내 이기심? 맞아, 이기심 때문이야. 이렇게라도 말을 해야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너무 솔직한 거 아니냐.’
저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딱히 용서할 생각은 없었지만, 저렇게라도 해서 컨디션이 좋아진다면 못 들어 줄 것도 없었다.
준에게 중요한 건 그의 사과가 아니라 목숨이었으니까.
“미안해. 어째 마법사님을 이용한 것 같네.”
그렇게 루크가 말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자, 때마침 그 근처에 있던 루시도 준과 눈을 마주치고는 화들짝 놀라 시선을 돌렸다.
원거리 포지션인 만큼 귀가 밝아서인지, 방금의 대화를 들은 모양이다.
그녀 또한 준이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
‘이런 짓을 벌였으면 차라리 성공이라도 하던가.’
아무튼 그렇게 불편한 침묵 속에서 짧은 휴식은 빠르게 흘러갔고, 정해진 시간이 되자 이들은 다시금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저쪽에 플랜트 언데드의 사체가 있어요.”
“처음 발견했던 거랑 비교하면 죽은 시간은?”
“흔적으로 봤을 때 대략 하루 정도의 차이가 있어요.”
“공략법대로 처리하면서 나아간 건 확실하네.”
준과 에이든을 위시한 4팀이 갔던 미로형 던전과 다르게, 필드형 던전은 공략법이 조금 다르다.
미로형 던전은 몬스터를 피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단점이 있는 대신, 난입 이벤트의 등장 빈도나 난입하는 몬스터의 수도 비교적 적은 편이다.
그러나 필드형 던전은 길을 잃을 일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한 번에 수십 마리가 난입하는 이벤트도 발생할 수 있었다.
때문에 외곽부터 빙빙 돌아 토벌해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3팀도 공략대로 실행했을 테니까, 여기까지는 정석대로 진행됐다는 의미야.’
그 뒤로도 준은 모험가들에게 중간중간 죽어 있는 몬스터들의 사체를 확인하며 정보를 얻었다.
처음부터 공략하는 던전이 아닌 만큼 이런 정보들은 굉장히 중요했다.
‘예상대로…… 반나절이면 도착하겠어.’
던전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 만큼, 모험가들이 전력으로 달리다 보니 어느새 보스 룸이 위치한 던전의 중심부에 도착했다.
“냄새가 더 심해졌군.”
“전투에 방해될 정도야.”
“후우.”
피로가 극에 달한 만큼, 던전에 전체적으로 퍼져 있는 악취는 고통스럽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였지만.
이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모험가들은 저 멀리서도 보이던 대형 꽃 아래에서 이쪽을 향해 으르렁거리고 있는 한 마리의 늑대를 발견했다.
단지 그 늑대는 일반적인 아우터 울프가 아닌, 이족 보행의 거대한 늑대라는 점이 틀렸을 뿐.
‘예상대로 눈이 검붉어.’
새삼 확인할 것도 없이, 페어리 퀸에 의해 강화된 상태였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목 뒤에 달린 꽃을 휘날리며 먼저 다가왔다.
조금씩 눈치를 보며 달려드는 짐승과 다르게, 이성은 없고 오로지 광기만이 가득 찬 녀석다운 행동이었다.
크르르르——!!
거대한 덩치에 맞지 않게, 땅을 박차고 달려드는 녀석의 움직임은 마치 광폭한 바람과도 같았다.
그에 맞춰 준에게 버프를 받은 모험가들이 일제히 갈라졌다.
준 또한 루크의 도움을 받아 녀석의 공격 범위 내에서 벗어났다.
‘젠장. 어서 체력을 늘리든지 기동 마법을 배우든지 해야지 원.’
자신보다 작은 이의 옆구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은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다.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는 더더욱.
하지만 준의 이런 고생과는 다르게, 전투 자체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페어리 퀸에 의해 강화가 되긴 했다지만, 패턴 자체는 크게 달라진 게 없었고, 이곳에 모인 모험가들은 모두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몇 달 동안 훈련을 해 왔던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마법 준비 시간까지는 얼마나 걸릴 것 같아?”
루크의 물음에 준이 외쳤다.
“3분!”
이미 진작부터 마법을 준비하고 있긴 했지만, 루크의 옆구리에 매달려 이동하고 있던 탓에 평소보다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굳건한 의지]와 [흔들리지 않는 심장] 스킬 덕분에 이 정도였지, 다른 마법사들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기예였다.
“다들 들었지?! 3분! 그때까지만 버텨!!”
이곳에 있는 무력이면 플랜트 와르그를 토벌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모험가들은 이미 많이 지친 상태였고, 후에 있을 포레스트 가디언과의 전투를 위해 어느 정도 체력의 안배를 해 놔야 하는 상황.
때문에 준은 앞서 그랬던 것처럼 큰 마법을 활용해 놈을 일격에 죽일 심산이었다.
“이제 내려 줘!”
“알겠어!”
적당히 플랜트 와르그와의 거리를 벌린 후, 땅에 내린 준은 곧바로 모아둔 마력으로 패턴을 짜기 시작했다.
그러나 변수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벌어진다.
캬르아아아아아아——!!
“어?”
“어, 언데드다!”
“젠장, 왜 벌써?!”
땅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하는 수십에 다다르는 언데드들.
본래는 없던 플랜트 와르그의 패턴으로, 오직 페어리 퀸의 영향을 받아 강화되었을 때만 추가되는 패턴이었다.
다만 이 소환 패턴이 되려면 플랜트 언데드에게 대미지를 어느 정도 쌓아 놔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했는데…….
‘젠장, 깜빡 잊고 있었다!’
이 플랜트 와르그는 준과 모험가들만을 상대했던 것이 아니었다.
앞서 3팀과의 전투도 치른 상황이었고, 그동안 모험가들이 쌓아 둔 대미지가 소환 패턴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었다.
하필이면 부상의 정도를 구분하기 힘든 언데드였던 탓에 놓친 디테일이었다.
“조심해!”
바로 곁에서 루크가 땅을 뚫고 기어 나오는 언데드의 목을 쳐 냈지만, 하필 둘이 있던 땅에서 가장 많은 언데드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준은 머지않아 그 이유를 깨달았다.
‘저 복장은……!’
일반적인 짐승형 언데드와 다르게, 확연히 차이나는 외형. 거기에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그 모습은…….
앞서 토벌에 실패한 3팀의 시체였다.
“으윽! 마법사님! 뒤에!”
앞에서 준을 노리는 언데드는 루크가 막아 내고 있었지만, 어느새 뒤에서도 언데드들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
준은 [밝은 눈]을 통해 빠르게 전장의 상황을 훑었다.
‘이미 진형은 무너졌어.’
예상치 못한 복병에 모험가들의 진형도 빠르게 붕괴되기 시작했고, 플랜트 와르그는 무리에서 떨어진 모험가, 루시에게 달려가고 있는 상황.
바로 뒤에서는 피에 절여진 검을 든 모험가의 시체가 준의 등을 노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냉철하게 현 상황과 이후의 교전까지 예측한 준이 결단을 내렸다.
[언령 해석 중…….] [해석 완료.] [언령, ‘게으른 순례자의 오디세이’의 영향력을 10퍼센트 하향합니다.]그려 내는 심상은 불꽃.
용광로 안에서 활활 타오르며 강철마저 녹이는 초고열의 화염이 들어오는 모든 것을 집어 삼키며 녹여 버린다.
[틴더(Tinder)]고작 1서클에 불과한 마법이지만, 한 번 허공에 점화된 불꽃은 광활한 마력의 파도에 휩쓸려 단번에 그 덩치를 키웠다.
키아아아아아아——!!
모험가를 노리고 있던 틈을 타 불식간에 소환된 마법이 플랜트 와르그의 몸에 휘감기고.
[이중영창] [윈드]그런 불꽃의 중심에 자그마한 바람의 공이 생성됐다.
“크으……!!”
그러나 만들어진 바람은 평범한 바람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준의 마력을 듬뿍 받아먹고, 한계까지 압축된 바람이었다.
한계치까지 타오른 화염 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바람은 화염의 크기를 배로 키우며, 그 위력을 극대화시켰다.
마치 산불이 번지듯 플랜트 와르그의 몸을 집어삼키는 것도 모자라 허공 위로 치솟아 오르는 화염의 기둥.
“저게 무슨 마법이지……?”
“세상에…….”
설마하니 이게 1서클 마법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결과라고는 상상조차 못한 모험가들은 상황의 급박함마저 잊고 불의 기둥을 바라봤으나.
“마법사님!!”
“커흑!”
치명적인 일격을 선사한 것은 준뿐만은 아니었다.
플랜트 와르그에 의해 깨어난 언데드의 검이 준의 가슴을 꿰뚫은 것이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