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10)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10화(210/374)
211화 학회(6)
위화감을 느낀 헤게르와 달리, 준은 여유롭게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조금 천천히 해 볼까.’
솔직히 지금도 많이 봐주면서 하고 있었다.
만약 이게 대련이 아니라 실전이었다면. 헤게르는 지금쯤 개구리처럼 바닥에 쓰러졌을 것이다.
‘솔직히 구미가 당기는데.’
물론 그래서는 안 된다.
준이 노리는 것은 이곳의 수많은 마법사들 앞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선보이는 것.
그렇다면 순식간에 상대를 쓰러뜨리면 되는 일 아니냐 하겠지만.
‘상대는 우물 안 개구리야. 자기들 상식선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나면 일단 부정부터 하기 마련이지.’
이는 준이 바라는 게 아니다.
‘오히려 논리적으로, 아주 잘근잘근, 왜 패배했는지 처음부터 곱씹게 만들어서 이해를 시켜야 해.’
다행히 몇몇 젊은 마법사들 중에서 준의 마법을 어느 정도 알아차린 이들이 보였다.
‘너희들이 비교하기 쉽게 똑같은 뇌속성 마법을 보여 줄까.’
그러니 이 정도 자비는 허락해도 될 터.
[라이트닝 윕]치지직 소리를 터뜨리며 번개의 채찍이 소환되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라이트닝 윕]과는 달리, 그 색이 훨씬 진하고 두꺼웠다.
“읍!”
남들은 모르는 준의 배려 덕분일까, 헤게르도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어스 월]헤게르 또한 준의 장기가 뇌속성임은 알고 있었다.
그에 대비해 서둘러 뇌속성 마법의 카운터인 지속성 마법으로 대응했다.
헤게르의 손짓에 따라 대지가 치솟아 올라 강렬한 번개의 채찍을 막아섰다.
콰르르!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허물어지는 대지의 벽.
본인의 주속성이 아닌 다른 속성의 마법은 이토록 허무하게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재차 휘둘러진 번개의 채찍은 헤게르의 코앞에서 멈췄다.
“1점.”
굳이 타격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 그러면서도 일격에 이번 대련을 끝낼 생각이 없다는 표명이기도 했다.
“그그극……!”
그것을 못 알아먹을 헤게르가 아니었기에, 그는 이를 갈며 곧바로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하지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자신 있는 마법을 준비해봐도 준의 [실드]는 깨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당연하게도, 헤게르의 전의가 나락으로 처박히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다…….
“그래, 그랬어! 네놈! 고대 마법을 쓰고 있구나!”
공방이 열댓번이 이어졌을 때, 비소로 그는 준의 마법의 일부를 파악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점수는 이미 15:0이라는 압도적인 결과마저 나왔으니.
이로써 준이 원하던 결과가 나왔다.
“고, 고대 마법?”
“그게 뭔데?”
“아…… 들어 본 적 있어. 엄청 옛날에 한 번, 학회에서 논문으로 발표됐던 적이 있었지.”
“아아아. 기억난다. 이름이 뭐였더라. 지금은 없어진 마탑 출신의 마법사가 했던 발표 아니었나?”
“그런 게 있었습니까?”
“어어. 그때도 헤게르 마법사님이 집중적으로 공격하셨지. 실용성이 전혀 없는 엉터리 논문이라고…….”
헤게르의 고전 속에서 무겁게 가라앉았던 침묵이 다시금 젊은 마법사들을 주축으로 번져 가고 있었다.
“그런데, 고대 마법이 뭐길래 저런 결과가 나오는 거냐?”
“말도 마시오. 보통 마력을 잡아먹는 놈이 아니니까…….”
“헛. 그 마법에 대해 아시는 게 있습니까?”
“여기서 설명하긴 복잡한데…… 하여간 헤게르 님의 마법이 어째서 저토록 쉽게 파훼됐는지는 알 것 같군.”
“하기야. 고대 마법은 다른 건 몰라도 안정성 하나만큼은 발군 아니오?”
“그거야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저 정도의 성능을 자랑하다니? 듣도 보도 못했는데.”
“그야 저게 전부는 아니겠지. 모르긴 몰라도 다른 게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처음 준에게 향했던 시선은 오로지 반감과 분노 등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조금 양상이 달라져 있었다.
물론 반감과 불편함, 적의 따위는 여전했지만.
최소한 그 아래에 ‘호기심’이라는 발판이 생긴 것이다.
이조차도 몇몇 젊은 마법사들 사이에서 일어난 작은 변화였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굉장히 큰 차이였다.
마법사는 일단 한 번 호기심이 발동되면 어지간한 이유가 아니고서야 계속 물고 늘어지는 족속이었으니까.
동시에 헤게르가 가장 경계하던 태도이기도 했고.
그리고 준은 그런 낭패한 구석이 가득한 헤게르의 모습을 뒤로하고, 대련장으로 나온 사람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게 제가 말씀드린 현대 마법의 약점입니다. 그야말로 장인의 손길을 탄 듯한 정교한 마법 패턴. 물론 좋습니다. 하지만 그 정교함 아래 숨어 있는 치명적인 약점을 우리는 염두에 둬야 할 것입니다.”
“하, 한 가지 질문이 있소! 그렇다면 지금 그대가 보인 것은 고대 마법만을 사용하여 만들어진 결과인 거요?”
한 젊은 마법사가 용기를 내서 물었다.
그는 아까 헤게르에게 화재 진압용 마법을 발표했다가 영혼까지 털린 사람이었다.
“그건 아닙니다. 제 경우에는 여러 기연들이 얽혀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그렇다면 결국 일반화시킬 수 없는, 그야말로 특이 케이스로만 사용될 뿐이지 않소!”
“그렇지! 저 말이 맞지!”
“우리가 배울 수 없다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응?”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몇몇은 이 분위기에 편승하고 그저 준을 깎아내리기 위해 외칠 뿐이었지만.
그 외에 젊은 마법사들에게선 약간의 절망이 느껴졌다.
다시 한번 분위기가 뜨거워지려던 그때, 라네스가 또다시 나섰다.
“일단 마저 듣도록 하지.”
“끄으응……!”
이렇게 된 이상 라네스의 의견까지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마법사들은 재차 준의 발표를 기다렸다.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지우지 않은 준은 보다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여러분들은 여기서 한 가지 착각을 하고 계십니다. 제 논문의 제목이 무엇이었습니까?”
“어…….”
<왜 현대 마법은 이토록 불안정한가.>
“예. 그런 제목이었습니다. 그리고 저 제목을 쓴 이유는, 여러분들께 한 가지 예시를 보여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모두가 저와 같은 길을 걸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다른 누군가가 걷는 길을 걷지 못하죠.”
“하지만 여러분. 이걸 명심해 주십시오. 우리는 학자입니다. 동시에 마법사입니다. 모든 현상을 관찰하고, 의심하고,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이들입니다.”
“지금은 그저 잘 닦인 도로를 아무런 의심 없이 앞으로 달릴 뿐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 밖은 보다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준이 한 번 심호흡하고 재차 입을 열었다.
“스스로의 한계를 마음대로 정하고, 갇힌 세상에 사는 것. 물론 안정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만큼의 변화도 줄어듭니다. 아까 제가 보여 드렸던 그래프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그럼, 우리 또한 그대와 같은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것이오?”
또 다른 마법사의 질문이었고. 그 마법사는 다름 아닌 벨레스였다.
방금의 질문은 딱히 준과 서로 상의를 해서 한 질문은 아니었다.
다만, 다른 젊은 마법사들처럼 눈빛에서 열의가 느껴지고 있었다.
“예.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미지를 걷는 자. 마법사 아니겠습니까?”
그것을 마지막으로 준은 또다시 좌중을 쭉 살펴보았다.
변화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젊은 마법사들뿐만이 아니라, 몇몇 중년의 마법사들도 조금씩 표정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 또한 아주 작은 숫자에 불과했지만.
‘저런 게 중요한 거지.’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아주 잠깐 타오르는 불씨일지도 모른다.
성냥처럼 언제 금방 꺼질지 모를 그런 자그마한 변화.
하지만 준이 바란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나머지는, 이 변화를 손꼽아 기다리던 어느 한 8서클의 마법사가 키워 줄 것이다.
“지금까지 흰고래 용병단 소속의 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
늦은 밤.
무사히 논문 발표를 끝낸 것을 기념 삼아 준과 라네스, 그리고 벨레스는 준의 방에 모여서 와인으로 가볍게 목을 축이고 있었다.
“그런데, 준. 그래도 이번 발표…… 아무래도 너무 공격적이었던 건 아니었을까?”
언제나 라네스 마탑 소속이라며 여러모로 눈치를 봐야만 했던 벨레스의 걱정스러운 의견에, 준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그가 입을 열려던 찰나.
“저번에 말했던 황실과 관련된 이야기겠구나. 그렇지?”
라네스가 먼저 선수를 쳐서 물었고, 준은 그런 라네스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반응에 벨레스도 화들짝 놀라 준을 바라봤다.
아무리 라네스 마탑이 황실과 거리를 둔다지만.
어쨌거나 황실에 무언가 변고가 생겼다면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높은 확률로 전쟁이 일어날 겁니다.”
“……!!”
그리고 어짐없이 그런 벨레스의 예상이 들어맞았다.
“넌 그 전쟁이 쉽지 않으리라 보고 있구나.”
“예.”
“아아, 아니. 그게 무슨…….”
우스운 일이다. 다름도 아니고 전 인류를 통합시킨 제국이지 않은가.
그런 제국이 주도하는 전쟁이, 쉽지 않을 거라고?
‘인해전술. 그리고 압도적인 기술력. 그 두 개가 있다고 해서 모든 전쟁이 승리로 돌아가는 건 아니야.’
그리고 창천교처럼 블랙아웃에 수백 년 간 자리 잡은 놈들을 뿌리째 뽑아 버리는 것이 어디 쉽겠는가.
그렇게 쉬웠으면 게임 속 스토리도 그렇게 진행되진 않았을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도 되겠니?”
“라네스 님께서 마법사 협회를 보고 느끼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하하……. 그렇구나. 반박하기가 힘들어.”
둘의 대화를 쫓아가지 못한 벨레스가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스승님?”
“나는 지금 마법사 협회가 이대로 태도를 고수할 경우, 마법이라는 학문이 쇠퇴할 것을 걱정하고 있단다. 그건 알고 있지?”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정작 마법사 협회의 녀석들은 그 사실을 모르지. 아니, 알고는 있지만 별 문제가 아닐 거라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단다.”
“아…… 그럼.”
“그래. 제국도 마찬가지지. 아무리 황실이 전쟁이란 단어에 집중하고 있다 하더라도, 제국 전체가 전쟁이란 단어에 심각성을 느끼긴 어렵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민간인들이야, 수백 년만에 일어나는 제국의 전쟁에 떠들썩하겠지만.
그것도 가 봐야 얼마나 가겠나.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서 그들의 생활에 큰 변화가 찾아갈 것도 아니고, 더 나아가 자신들의 일상에 충실해야 할 이들이 거기까지 신경을 쓸 수 있을까?
그것은 너무 과한 기대였다.
그러기엔 제국이란 땅은 넓어도 너무 넓었으니까.
문제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민간인들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많은 귀족들. 혹은 지상에 수많은 강자들 또한, 자신과는 연관이 없는 일이라 여기겠지.”
강제로 그들을 불러들여야 할까?
아쉽게도 제국에게 그런 강제성 따위는 없었다.
만약 그런 게 있었다면 반란이 일어나도 골백번은 일어났을 터.
“그럴, 그럴 수가…….”
벨레스가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라네스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준을 바라봤다.
“전쟁이 일어날 장소는 이곳 블랙아웃이겠구나.”
“예.”
“그래서 너는 마법사들의 변화를 꾀하겠다는 내 계획을 적극적으로 도와준 것일 테고.”
“그렇습니다. 혹시 기분이 상하셨습니까?”
“하하……. 그럴 리가 있겠니. 나는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은 아니란다.”
역시 신기한 사람이다.
초월의 단계로 취급받는 8서클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지나칠 정도로 인간적인 여인.
그리고, 그 때문에 죽게 될 사람.
“오히려 그 변화에 편승해야겠다. 훌륭한 마법사란 무릇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니.”
그 누구보다 마법사들을 사랑하는 여인의 말에 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1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