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13)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13화(213/374)
214화 시즌 종료
다만, 엔도가 등장했다고 해서 딱히 대응하는 일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쪽에서 준과 그 일행들을 철저한 무시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악령구까지 흡수한 놈이라면 나를 몰라볼 리가 없을 텐데.’
한 번쯤은 이쪽에 시선을 보내지 않을까, 준이 노골적으로 지켜봤음에도 그러했다.
마치 이쪽을 아예 없는 사람처럼 취급하고 있는 모습이다.
‘날 경계하고 있는 건가?’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황실과 연줄이 깊은 인물이고, 더 나아가 준에 의해 교인들이 한두 명 죽은 게 아니었으니까.
특히 황족 암살 사건이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인해 크게 위축되어 있을 게 뻔했다.
‘아무렴 어때. 이쪽은 증거를 잡았는데.’
물론 그런다고 준의 눈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이미 몽환으로부터 놈에게 타락한 정령이 심어져 있다는 신호를 받은 상황.
놈의 발악은 타조가 흙구멍에 머리를 파묻은 꼴에 불과했다.
“……그래서 쭉 지켜만 보고 왔다는 것이로구나.”
“그렇습니다.”
그렇게 연회가 끝나고 나서 준은 이와 관련해 라네스에게도 정보를 전달했다.
“그 자리에서 특별한 제스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섣불리 움직였다가 그쪽이 먼저 꼬리를 말아 버리면 골치 아파질 것 같아 그랬습니다.”
“나도 동의한단다.”
그렇다고 라네스가 엔도를 처리할 수도 없었다.
엔도의 위치가 위치이기도 했거니와, 애초에 그게 가능하더라도 그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으니.
‘이번 기회에 엔도를 주축으로 정보를 얻어 나가는 게 차라리 나은 선택지다.’
무려 7서클 대마법사의 변절.
당연히 황실에서도 눈여겨 볼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고, 라네스 또한 녀석을 견제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존재였다.
그뿐인가?
‘악령구를 섭취한 자를 생포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몰라.’
악령구가 굉장히 위험한 물건이란 사실은 이미 황족들이 겪어서 알고 있지 않은가.
거기에 대한 대처를 하려면, 악령구의 숙주를 생포해 연구하는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준과 라네스. 두 사람 모두 지금은 엔도를 그냥 지켜보기로 판단했다.
그렇게 일차적인 회의가 끝나고, 라네스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학회가 끝나 하나둘씩 협곡을 떠나는 마법사들이 보였다.
앞으로 시즌 종료까지 대략 보름이 남은 상황이니, 꽤 늦은 귀환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평년과 다를 바 없던 이번 시즌에 이 정도로 큰 사건과 얽히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구나.”
“그…… 죄송합니다.”
“후후, 네가 사과할 일은 아니란다. 결과적으로 언젠가 터졌을 일이지. 차라리 미리 알게 된 게 다행이라 생각되는구나.”
그러면서 라네스는 잠시 과거를 떠올리듯 시선을 마차 밖으로 돌렸다.
“시간은 유수와 같이 흘러간단다. 정말 어려울 것 같은 일도,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언젠가 끝이 나지.”
“…….”
“하지만 가장 고통스러울 땐 그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란다. 여태까지 나는 점점 하락세를 보여 가는 마법사 사회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가졌단다. 아, 여기는 내가 뭘 해도 바뀌지 않을 곳인가. 그런 의문이 들었지.”
노골적인 무시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포기하지 않았지만, 제아무리 8서클 대마법사라 한들 인간들의 편견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하렴.”
“왜 8서클이란 사실을 숨기고 계신 겁니까?”
“그건…….”
그에 벨레스까지 시선을 라네스에게 옮겼다.
그 또한 라네스가 어째서 8서클에 다다른 것을 숨기는 것인지 알지 못했으니까.
아마 마탑 내에서도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해 주도록 하마. 지금은 너무 이른 이야기란다.”
“음…….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녀의 과거와 연관이 있는 것인지, 라네스는 말을 아꼈고.
준도 굳이 그런 라네스에게 캐묻지 않았다.
본인이 때가 되면 말해 주겠다는데 어쩌겠나.
“아무튼, 이번 학회에서 얻은 게 적지 않단다.”
노골적인 말돌리기였지만, 준과 벨레스 모두 거기에 토를 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고집불통이던 헤게르를 설득하고, 더 나아가 여러 젊은 마법사들의 관심을 끌었단다. 그뿐만이 아니라, 엔도가 변절자라는 증거까지 찾아냈지.”
무려 컨벤셔널 소속의 장로가 황족들을 암살하려 들었던 사이비 종교의 교도라니.
이는 결코 한 사람만 죽여서 끝날 일이 아니었다.
만약 이번 사태를 라네스가 주도적으로 끌고 가 해결할 수 있다면, 마법사 사회에서 그녀가 낼 수 있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터.
당연히 그만큼 향후 벌어질 전쟁에 있어서 크나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니 나도 오히려 미래가 기대되기 시작했단다.”
단순히 앞으로 격변을 겪게 될 마법사 사회뿐만이 아니다.
준이라는 저 어린 마법사가, 과연 얼마나 이 세상을 바꿀 것인가.
적어도 라네스는 그게 그리 길지 않은 시일 안에 찾아오리라 예상했다.
“이번 시즌도 고생이 많았단다. 훗날, 또 보게 될 날을 기대하마.”
“저도 이번 시즌 라네스 님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 * *
“어마어마한 인파로구만.”
며칠 후.
저번 시즌과 달리 널널하게 밖으로 나왔기 때문일까, 제국의 수도, 엠페러쉴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준과 마찬가지로 이제 막 심연의 문 밖으로 나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디서는 감격스러운 가족의 상봉이 이뤄지고 있었고.
다른 누군가는 잔뜩 들고 나온 전리품을 두고 상인들과 날이 섞인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지난 시즌에서는 볼 수 없었으나, 이게 평소 심연의 문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리라.
그리고 머지 않아, 반가운 사람들의 얼굴도 보였다.
“선배!”
금발벽안의 전사, 에이든.
“왔슴까.”
소리 없는 발걸음의 마야.
“이야. 우리 대장님. 못 본 사이에 변한 게 하나도 없으시네?”
검은 안대로 두 눈을 가린 사제, 엘레노어까지.
세 사람 모두 준보다 일찍 심연의 문을 넘어 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준이 조금 늦게 나온 것일 뿐.
“다들 반갑다.”
하지만 뭐가 됐든, 동료들과의 재회는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을 들게 만들었다.
* * *
두 번째 시즌 종료.
그리고 이어지는 바베른의 찬사.
온 도시가 축제 분위기로 뜨거웠으나, 준과 그의 동료들은 도시 외곽의 제법 큰 숙소에서 조용히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올해는 황제의 초대가 오지 않을 거야.”
셋 모두 그 사실에 아쉬움을 느끼진 않았다.
본래부터 바베른의 찬사는 두 번 연속으로 초대장이 오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 번 황제의 초대장을 받으면 최소한 3년 간은 초대장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뭐, 오히려 잘 된 일이네. 황실과 너무 자주 얽혀도 좋을 게 없으니까. 그런데 황실의 보고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건은 어떻게 된 거야?”
빈틈없는 엘레노어의 질문에 준은 말 없이 품에서 꺼낸 편지를 동료들 앞에 펼쳤다.
앞서 먼저 지상으로 복귀한 덱스터로부터 온 편지였다.
“아하……. 현재 황실 쪽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서, 당장의 초대는 힘들 것 같다는 건가?”
“맞아. 적혀 있는 것처럼, 황제의 허락까진 받았지만 바로 사용은 힘들 것 같다고 해. 아무래도 보고에 들어가는 건 여러모로 눈에 띄는 일이니까.”
“음. 이건 좀 아쉽네.”
“어쩔 수 없지. 하여튼, 이제부터 좀 진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방금 말한 황실과도 연관이 있어.”
그 말에 세 사람의 시선이 준에게 집중됐다.
“앞으로 황실의 움직임과, 그에 따른 우리의 대응과 관련된 일이야.”
* * *
그곳은 죽은 숲이었다.
말 그대로 숲이 모두 죽어서, 벌레 한 마리도 바닥을 기어다니지 않는 곳.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죽은 숲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특이한 점은 그 강이 검게 물들었다는 것이다.
“음.”
그리고 그 앞에, 한 사내가 날카로운 안광을 터뜨리며 안개로 가려진 강줄기를 노려봤다.
“아직인가.”
사내는 온몸을 검붉은 제복으로 가려, 보이는 것이라곤 붉은 안광이 유일했다.
그가 옆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누더기 같은 거적때기만 걸친 거구의 사내가 무릎을 꿇은 채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분명 봉인은 제대로 발동되고 있는데.”
거대한 쇠사슬이 그런 거구의 사내를 포박하고, 사내의 배에는 반투명한 검이 틀어박혀 있었다.
“어째서 힘이 빠지고 있는 거지?”
검붉은 제복의 사내가 이곳에 찾아온 이유는, 이 거구의 사내가 품고 있는 영혼의 힘이 최근 급격히 약해지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본래라면 존재 그 자체로 완벽해야 할 제물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철컹……. 철컹…….
그때였다.
방금까지 제복의 사내가 바라보고 있던 방향에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다 낡아빠진 배를 탄 사공이었다.
철컹거리는 소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그만큼 배를 비추고 있는 조명등의 흔들림도 자세히 보였다.
“이제야 왔군.”
제복의 사내의 말에 배를 타고 온 사공이 노질을 멈추고 말없이 사내를 바라봤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는 터라 그 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제물을 바치러 왔다.”
[제물……. 이전보다…… 더…… 나약해졌군…….]“그래서 이것도 함께 가지고 왔지.”
제복의 사내가 한 손에 쥐고 있던 포대를 던졌다.
사공이 팔을 휘젓자, 바람이 불며 포대 자루를 벗겨 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일만의 사념을 품은 채 죽은 놈의 시체다.”
어찌된 일인지.
본래라면 가루로 화해 사라져 버렸어야 할 도살승이, 거대한 쇠사슬과 반투명한 검에 꿰뚫린 채 뒹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일만의 사념……. 느껴지는군…….]“이럼에도 재료가 부족한가?”
[일부……. 부족하다…….]“욕심도 많군.”
[두 영혼을 한 번에 제물로 바치는 것……. 불균형…….]“어쩔 수 없군. 이것까지 가져가라.”
이번에도 제복의 사내가 포대 자루를 던졌다.
아까처럼 그 안에서 나온 것은, 뱀의 머리를 가진 기흉노파였다.
준의 [플레어]에 의해 전신이 녹아내려 사라졌어야 할 기흉노파가 왜 저 포대에서 나오는 것일까?
[충분…… 하군…….]“그럼 이제 지상으로 현현이 가능한 건가?”
[그렇다……. 단.]사공은 거구의 사내를 뼈 밖에 남지 않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살아 있는 자……. 그로 인한 부작용도 있을 터…….]“그 정도는 각오해야겠지. 애초에 저자가 아니고서야 지상의 현현은 불가능한 일이니.”
[그럼…… 알겠다……. 배에 싣도록…….]이내 낡은 배에 두 구의 사체와 거구의 사내가 올려진 후에야 사공은 다시금 노를 저어 안개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음.”
그렇게 사공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제복의 사내는 옆머리를 긁쩍였다.
“계획대로 잘되긴 했다만. 역시 준비를 더 했어야 했나? 아니…… 그래도 불가능했을 테지. 저 제물의 힘이 급격히 약해지고 있었으니까.”
그는 마지막에 배에 실려 사라진 거구의 사내를 떠올렸다.
오래전부터 기다려 왔던 제물이지 않나.
그만큼 생포하는 데 온갖 고생을 해야만 했지만…….
“조경족. 녀석들만큼 지독한 사념이 쌓인 제물도 찾기 힘든 법이지.”
어째서인지 최근 제물의 힘이 너무 약해져 있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이유를 찾아다녔지만, 결국 허사로 돌아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정작 조경족에 대해 알 만한 존재는 모두 자신의 손에 죽어 버렸으니.
‘아니, 하나는 놓쳤나.’
어린 소녀 하나가 있었다.
조경족은 아니었고, 그저 숲에 버려진 아이를 부족장이 주워 키웠을 뿐인 평범한 인간.
한참 그가 부족장을 생포하고 있을 틈을 타 도주해 놓쳤지만, 별로 신경을 쓰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어린 아이는 조경족이 아니었으니까.
“아무튼…… 계획을 앞당겨야겠군.”
하여튼 더 이상 시간을 끌어 봐야 좋을 게 없었다.
애써 아쉬움을 털어내며, 검붉은 제복의 사내는 사공이 그랬던 것처럼 죽은 숲속 안개로 사라졌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1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