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15)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15화(215/374)
216화 스툰헤임(1)
제국의 북부에 위치한 스툰헤임은 공중 마차로도 열흘가량 걸릴 정도로 먼 거리에 있었다.
때문에 몇 번씩 마차에서 내려 야영을 할 필요가 있었고, 지금도 준은 멍하니 불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별다른 건 아니었다.
그저 평소처럼 자신의 마법을 되돌아보거나 향후 용병단이 걸어야 할 행보 등을 떠올리고 있었을 뿐.
그러던 중, 이변이 찾아왔다.
“흐윽…….”
한쪽에서 평소처럼 잠을 청하고 있던 마야가 작게 신음을 흘렸다.
그저 잠꼬대라고 하기엔 심상치 않아 그쪽을 바라보니, 이상할 정도로 땀을 흘리고 있는 게 아닌가.
‘왜 이러지?’
순간 엘레노어를 깨워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대답은 의외의 곳에서 들려왔다.
-주인…….
‘몽환?’
평소 먼저 입을 여는 법이 없는 몽환이 준에게 말을 걸어왔다.
‘무슨 일이야?’
-주인 친구……. 아파…….
‘아프다고?’
이제 무슨 일인가.
큰 전투가 있던 것도 아니고, 당장 저녁까지만 해도 평소처럼 엄청난 식사량을 자랑하던 마야가 아니던가.
준이 떠올려 봐도 무언가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게 있었다면 엘레노어가 먼저 눈치를 챘을 텐데?’
해서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을 쯤, 몽환이 다시금 말을 걸어왔다.
-달라……. 연결된 영혼이……. 고통스러워해…….
‘연결된 영혼?’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아무튼, 영혼 관련 문제라면 아무래도 엘레노어가…….
-주인 친구하고……. 연결된……. 영혼……. 그쪽이……. 위험…….
‘……!’
그제야 준은 마야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게임 내 마야라는 등장인물의 스토리였다.
‘그 이벤트가 지금 터진다고?’
확실히, 게임 내에서도 마야는 지금과 비슷한 현상을 겪을 때가 있었다.
‘설마 이것도 나로 인해 생긴 변화인가?’
속으로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마야의 저런 상태는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었으니까.
‘당장 무슨 문제가 터지는 건 아니야. 하지만…….’
현재 마야가 겪고 있는 상황은 어떤 사태가 터지기 전에 벌어지는 일종의 ‘전조 현상’이라고 봐야 했다.
문제는 그 전조 현상을 알아도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조경족과 관련된 사태면 창천교에 그 제복충 새끼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지금 그놈을 찾아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검붉은 제복의 사내를 떠올리던 준은 혀를 찼다.
놈은 최소한 준과 동료들이 8레벨에 다다라야 상대할 수 있을 만큼 굉장히 강력한 상대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야.’
이제 겨우 6레벨에 도달했는데 8레벨? 적어도 지금 논할 상황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지금으로선 막을 방도가 없어. 그렇다면 고통이라도 줄여 주고 싶은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고 있던 그때, 또다시 몽환이 말을 걸어왔다.
-고통은…… 줄여 줄 수 있어…….
‘방법이 있다고?’
-응……. 잠재우면 돼…….
이미 자고 있는데? 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꿈의 정령이 말하는 건 다른 의미일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준이 몽환을 착용한 손으로 마야의 이마에 손을 올리자, 이내 몽환이 힘을 쓰는 게 느껴졌다.
곧이어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던 마야의 표정도 돌아왔고, 그제야 준도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 봐야 언 발에 오줌 누는 대처긴 하지만…….’
어쨌든 마야의 고통은 줄여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전조 현상’에 불과했으니.
진짜 문제는 다른 규모의 사건이다.
대재앙.
마야라는 캐릭터가 게임 내에서 비중이 클 수밖에 없던 이유이자, 앞으로 시작될 대참사.
플레이어가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스토리의 분기점이 크게 달라지면서도, 동시에 창천교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게임 내에서도 재앙이 터지는 시간과 장소는 매번 달랐어.’
따라서 수많은 인명 피해가 터질 것이다. 그러나 막을 수 없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이거 참 기분이 엿 같네.’
벌써부터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비명과, 그런 이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 아비규환의 현장이.
‘평화로운 때는 다 지나갔다 이거냐.’
준의 표정이 일그러져 갔다.
* * *
북부의 도시, 스툰헤임.
사시사철 차가운 칼바람이 부는 그곳은 제국의 다섯 대혈관 중 하나라는 말처럼 정말 많은 인구수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과거 멸망한 메르데인만큼은 아니나, 바다 너머 거대한 북부 대륙과 연결되어 있는 도시인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어디…… 오, 그렇지. 저기 있네.”
그리고 준과 동료들은 머지 않아 알타스 모험단이 머물고 있는 건물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꽤 호화로운 건물인걸.”
휘파람을 불며 눈앞의 건물을 바라보는 엘레노어.
그런 엘레노어의 말에 옆에 있던 준이 답했다.
“알타스 모험단의 후원자가 론 가문의 가주잖아. 이곳 북부의 맹주인 만큼 대접받겠지.”
“좋아, 그럼 이제 의뢰주님을 보러 가 보자고.”
“꽤 의욕적인데?”
“당연하지. 죽음의 신과 연관이 있는 의뢰라면서?”
아무래도 입장상 잊혀진 신과 관련된 것이라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던 모양이다.
“하하……. 저도 흥미롭습니다. 세상에, 알타스 모험단이라니…….”
예전부터 모험단에 관심이 많았던 에이든도 눈을 반짝이고 있던 그때, 건물 안에서 누군가가 문을 열고 나왔다.
“오랜만이에요, 준. 작년 이맘 쯤에 봤었죠?”
론 카일러.
알타스 모험단의 단장이 미소로 그들을 반겨 왔다.
* * *
“우선, 자세한 내용을 말해 주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의뢰에 응해 준 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건물 3층에 위치한 카일러의 집무실.
준은 그곳에서 그녀와 단둘이 회의를 시작했다.
“괜찮습니다. 업계에서 알타스 모험단이 얼마나 이번 임무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지는 다 아는 이야기 아닙니까.”
다름도 아니고 북부의 맹주라 불리는 론 가문의 의뢰를 몇 년이나 붙들고 있지 않던가.
그런만큼 보안에 신경 쓸 수밖에 없었을 테지.
“그렇게 말씀해 주니 고맙네요. 아무튼 의뢰의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아시겠지만, 죽음의 신. 우린 그 신의 성물을 찾고 있어요.”
“성물이라.”
“일전에 마야에게 부탁했던 것도, 그 신의 신전에 남겨진 고대 영혼들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죠.”
듣자하니 어떻게든 마야로부터 정보를 획득하고 그것을 고대어로 번역해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결과, 원하던 만큼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게, 그 과정에서 얻어 낸 지도랍니다.”
“흐음…….”
그녀가 보여 준 것은 낡은 양피지였다.
당장이라도 찢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펼쳐진 양피지 위로, 그림자처럼 흐릿한 무언가가 흐물거리며 주변의 지형을 보여 주고 있었다.
“현재 위치를 가르쳐 주는 겁니까?”
“아뇨, 성물이 위치한 곳을 알려 주고 있는 겁니다.”
“예? 하지만 이곳은…….”
무수히 많은 산맥과, 그런 산맥 사이에 마치 혈관처럼 이어져 있는 길들은 준에게도 어느 정도 익숙한 지형이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이곳. 스툰헤임의 지도였기 때문이다.
“위치는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산의 동굴을 가리키고 있죠.”
“……이상한 일이네요. 분명 죽음의 신과 관련된 정보는 블랙아웃에서 얻은 거 아닙니까? 그런데 그게 왜 뜬금없이 지상에……?”
“글쎄요. 거기까진 저도 알 방도가 없네요. 문제는, 성물이 위치한 동굴에서 이런 석판을 발견했다는 겁니다.”
‘이런 우연이 있다고……?’
카일러는 별달리 의심하지 않았으나, 여태까지 수많은 사태와 얽혔던 준은 이게 과연 단순한 우연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준의 속내를 알 리 없던 카일러는 자연스럽게 말을 한 사진을 건넸다.
“그리고 이건 우리 모험단이 찾아가 찍은 사진입니다. 성물은 이 안에 있을 것이라 추정 중이죠.”
“비석……?”
사진을 받은 준은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비석에 적인 글을 알아보시겠나요?”
“으음. 고대어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또 드문드문 보이는 것도 있군요.”
“소문대로 고대어를 할 줄 아시는군요?”
“예. 뭐. 그런데 이게 무슨 문제입니까?”
“저희 모험단 측에서 알아본 바에 의하면 석판에는 어떤 영혼의 기운이 있는데, 이 경우엔 고대어와 해당 신을 섬겼던 부족의 언어가 혼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더군요.”
그제야 준은 카일러가 마야만 부른 게 아니라 용병단을 통째로 부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결국, 직접 이곳까지 찾아가 마야와 함께 비석에 적힌 언어를 번역해 달라는 것이 이번 의뢰의 핵심이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런 식의 번역 작업은 번역된 언어를 입에 담는 것조차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먼저 종이에 적어 주시는 방향으로 하셔도 된답니다. 개중에는 언령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인지하겠습니다. 그럼, 비용은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
“번역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릴 테고, 그 긴 시간 동안 마야를 붙잡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어쩌면 시즌이 이후까지 걸릴 수 있는 작업이니만큼, 비용은 이쪽에서 충분히 마련하도록 하겠어요.”
“흐음…….”
이제와서 딱히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저걸 해석할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거니와…….
‘뭐가 됐든 마야는 이전부터 알타스 모험단에게서 조경족과 연결된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어.’
최근 마야의 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이는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었다.
“그런 거라면. 예,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시원스러워서 좋네요. 자세한 일정은 이쪽에서 정리되는 대로 보내 드릴게요. 참. 지금 머물고 있는 방 그대로 머무셔도 무관합니다.”
“배려 감사합니다.”
어차피 스툰헤임의 지리는 준도 아는 게 거의 없는 만큼, 따로 돌아다닐 계획은 없었다.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차에, 카일러가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며칠 내에 손님들이 찾아올 예정인데, 그날 연회를 열 생각이에요. 준 단장도 시간이 된다면 자리를 빛내 주시는 건 어떠신가요?”
“연회라……. 알겠습니다.”
* * *
준과 회의를 마친 카일러가 서류를 챙겨 움직인 곳은 다름 아닌 자신의 오라버니가 머물고 있는 론 가문의 대저택이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사용인들의 인사를 받으며 집무실로 향하자, 그곳에는 비교적 30대의 젊은 나이로 백작의 자리에 앉은 론 카밀로가 그녀를 반겨 주었다.
“왔구나. 안 그래도 소식은 들었다. 흰고래 용병단이 찾아왔다고?”
“맞아. 예정보다 빨리 찾아왔어.”
“잘된 일이지. 우리도 슬슬 하고 있는 일을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느냐.”
“꽤 오래 걸렸지만 이제 단서는 다 모았어.”
“그래……. 꽤 오래 걸렸지. 우리 모험단이 5년이나 걸려서 찾아낸 일이야.”
론 가문.
북부의 맹주라 불리는 그들이지만, 실상 그 명성은 이제 와서 서서히 잊혀지고 있었다.
이유는 다름 아닌 가주의 인장 때문이었다.
선대 맹주가 외부에서 사망하면서 함께 사라져 버린 가주의 인장.
문제는 그 인장이 바로 북부의 맹주라는 상징적인 물건이었고.
그 인장이 사라지면서 론 가문은 북부의 다른 영주들에게 발언권이 상당 부분 떨어진 상태였다.
‘누군가는 고작 인장 하나 사라진 것 때문에 그러냐고 하겠지만…….’
카밀로는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문의 인장이라는 것은 본래 해당 가문이 건재하다는 것을 알리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고.
특히나 과거 여러 혈맹들과 동맹을 맹세했던 당시에도 사용하던 인장이라는 점이 중요했다.
때문에 그게 사라진 것은 가문의 이미지적인 측면에서 굉장한 타격이었다.
‘그걸 알아차려서인지, 최근 여기저기서 불손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특히 한참 전쟁으로 인해 망가진 동부 쪽은 연락을 거의 끊고 살다시피 했고, 그나마 이곳에 찾아온다는 서부의 알카르타 또한 영 오가는 이야기에 진전이 없지 않은가.
그로 인해 북부의 여러 집단에서 불만 어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와중이다.
‘그걸 메꾸기 위해서도 인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기에 죽음의 신이 남긴 성물이 필요했다.
그들이 찾은 고대 문헌에 의하면 그 성물은 죽은 자의 영혼을 잠시나마 이승으로 이끌어 준다고 했으니까.
‘잠드신 아버지를 깨워 인장의 행방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 뒤에 있는 행방까지.’
석연찮은 아버지의 죽음.
이러한 사연들 때문에 여태까지 론 가문은 오로지 가문의 모험단인 알타스 모험단만을 활용해 죽음의 신이 남긴 성물을 찾아다녔는데, 최근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그나저나 흰고래 용병단. 그들에 대한 신뢰는 어떤 것 같니.”
카밀로의 물음에 카일러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도 알고 있겠지만, 최근 흰고래 용병단은 황실과도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 나가고 있어.”
“그렇지.”
“그런데 내 개인적인 정보망에 의하면, 황실에선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야.”
“전쟁……? 이제 와서?”
“응. 단순한 전쟁이 아닌가 봐.”
자연스럽게 카밀로의 상체가 앞으로 향했다.
생각 이상으로 큰 사안이 나오지 않았는가.
보다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1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