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20)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20화(220/374)
221화 북부의 재앙(1)
도시로 돌아온 다음 날.
이른 새벽부터 영주성에 도착한 카일러는 가주의 집무실 앞에서 무거운 한숨을 토해 냈다.
‘이걸…… 어떻게 전해야 하지.’
이제부터 자신의 가족에게 전해야 할 이 무거운 진실이 전신을 무겁게 짓누르는 듯했다.
가뜩이나 대영주로서의 책임감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오빠이지 않은가.
그런 사람에게 당장 재앙이 찾아올 것이라고, 어떻게 말을 한단 말인가.
“젠장.”
하지만, 결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무거운 팔을 들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평소처럼 이른 시간부터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그녀의 혈육이 보였다.
“카일러. 무슨 생각이 그리 많길래 문앞에서 그렇게까지 서성이고 있던 거냐.”
“…….”
“흐음. 표정이 무겁구나. 가서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은 거냐?”
“그건…… 아냐.”
“그럼?”
“…….”
뭐라 서두를 떼어야 할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렇게 잠깐 가만히 있으려니, 카밀로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하. 그런 너 모습도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구나. 가주직을 포기하고 모험가가 되겠다고 했던 때처럼.”
“……뭐? 갑자기 그 이야기가 왜 나와.”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후계자 자리를 둔 상황에서 수많은 가신들이 하이에나처럼 우리의 자리를 넘봤었지. 기억하느냐?”
“……응.”
“너는 그런 이들의 속셈을 알아보고 먼저 가주직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고작 검 한 자루 들고 블랙아웃으로 떠나 버렸지. 그때 내 마음을 넌 상상도 못할 거다.”
“하하……. 그래. 그랬던 적도 있었지.”
정말 눈앞이 캄캄하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어쩌면 도망을 친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모험가로서 성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너도, 나도 서로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왔다.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던 거야.”
“……그랬지.”
“그러니 솔직히 말해 봐라. 가서 무엇을 봤길래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들었을 때처럼 겁에 질려 있는 것이냐.”
“……진지한 이야기야.”
“그렇겠지.”
그러면서 카일러는 자신이 알게 된 진실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재앙이 찾아온다라……. 디멘션 리버스와 비슷한 거냐?”
“그건…… 직접 봐야겠지.”
“직접?”
카밀로의 의문에 카일러는 준에게 받아 온 보랏빛 구체를 책상 위에 올렸다.
“이건……?”
“흰고래 용병단장이 비석 속 고대 영혼과 대화를 나누던 중 봤던 환상이래. 그 기억의 일부를 여기 담았다고 하더라고.”
“그런 마법이 있었나……?”
“글쎄. 거기까진 모르겠는데. 적어도 난 들어 본 적 없어.”
“흐음. 과연, 신기한 마법사로구나.”
사용법은 간단했다.
구체에 손을 올리고, 마력을 부여하는 것.
“카일러. 너도 함께 보자꾸나.”
“나도?”
“그래.”
“……알겠어.”
두 사람의 손이 보랏빛 구체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카밀로가 내부에 마력을 부여하자, 이내 두 사람의 시야 위로 어떤 풍경이 투영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세상 어딘가에 있었을 수인족들이 겪었던 대재앙의 한 장면이었다.
* * *
“지금쯤이면 보고 있으려나?”
눈가를 주무르던 준이 그리 혼잣말을 내뱉었다.
“부디 카밀로 백작이 진지하게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는데.”
떠나는 순간까지 표정이 좋지 못했던 카일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도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모두 다 해 줬어.’
특별히 몽환의 힘까지 빌려 가며 마야의 꿈속에서 봤던 장면을 영상 기록구에 투영해 주지 않았던가.
워낙 게으른 녀석인 터라 어르고 달래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그 광경을 보고 가만히 있지는 못하겠지. 아예 나를 사기꾼으로 본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리고 만약 백작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게 돼.’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였을까.
준은 그날 저녁 카밀로 백작의 부름을 받을 수 있었다.
“어서 오게. 자네가 바로 소문의 용병단장이로군.”
다행히 백작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백작위에 앉고, 북부의 맹주로서 군림하고 있는 남자.
그는 정중히 준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렇게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 없네. 현재 우리의 상황이 그런 걸 필요로 하진 않고 있으니.”
곧바로 본론에 들어가자는 소리였다.
그러면서 카밀로 백작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보랏빛의 영상 기록구를 가리켰다.
“이게 만약 진실이라면…… 결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
“그렇습니다. 어마어마한 피해가 일어날 겁니다.”
“하지만 나조차 이것을 보고 믿기가 힘들었다네. 다른 북부의 영주들은 고분고분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
“아무리 우리 가문이 북부의 맹주라 불리고 있다지만, 이것이 현실이지. 매년 있는 몬스터 웨이브를 막는 것조차 비협조적인 가신들이 많아.”
어쩌다 이렇게까지 영락하고 만 것일까.
이 모든 게 인장이 없어져서 생긴 일이라고 하긴 힘들 것이다.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흐음. 우리 가문의 개인적인 일도 있지만, 그보다 큰 문제는 동부일세.”
“동부라 하시면…….”
“동부의 요완. 그곳에서 시작된 영지 전쟁은 끝을 보이긴커녕 시간이 갈수록 전쟁이 심화되고 있지.”
“문제는 그 사태가 북부의 여러 영주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에요.”
카일러의 보충 설명에 준은 대충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북부의 다른 영주들이 헛된 꿈을 꾸고 있다는 말입니까?”
“바로 그걸세. 최근 제국의 정세가 여러모로 변하고 있지 않나.”
시작은 약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부의 심장이었던 메르데인의 멸망.
그로 인해 전 세계가 경제적인 타격을 봐야만 했다.
동부에서 일어난 영지 전쟁은 바로 거기서부터 비롯된 것이고.
북부의 여러 영주들 또한 그 사태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보를 전달하지 않으면 후에 문제가 더욱 커질 겁니다.”
“알고 있네. 그래서 내게 필요한 것은, 확신일세. 이 재앙이 일어날 것이란 확신.”
“…….”
“제대로 된 증거도 없이 움직이기엔 내 자리라는 게 그리 가볍지 않네. 그러니 자네가 증명해 보이겠나?”
“저 또한 무언가를 걸기 바라시는군요.”
“그렇지.”
고작 한 명의 마법사가 하는 말만 믿고 진행하기엔 부담이 커도 너무 크지 않은가.
“알겠습니다. 길레느 상회의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겠습니다.”
길레느.
이젠 블랙아웃에서도 끗발을 날리는 이름이지만, 지상에서는 그보다 더한 위치에 있지 않은가.
“황금손 길레느 제이크. 그자가 직접 움직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테지.”
“그가 움직일지는 모릅니다. 대신, 손녀인 클로이가 움직일 겁니다.”
“그녀 또한 최근 업계에서 이름이 자자하더군. 명실상부 후계자의 자리에 가장 가깝다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그 정도면 되겠군.”
그 정도 이름값이라면 충분하다.
그러니 이제 남은 것은 결과로 가지고 와라.
이런 의미였다.
‘아직 우리의 이름값이 그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지.’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업계에서야 최근 흰고래 용병단의 이름값이 무시 못할 정도로 올라갔다지만, 그게 북부를 책임지는 맹주 정도는 아닐 테니까.
“소식을 기대하지.”
그 말을 끝으로 준은 영주의 집무실 밖으로 나왔다.
“미안해요. 최대한 설득해 보려 했지만, 저게 최선이었어요.”
그런 준을 따라 나온 카일러의 말이었다.
하지만 준은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아뇨, 지금으로서는 저렇게 받아 주신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백작님은 재앙이 도래할 것이라 믿고 있지 않습니까?”
“네, 그렇죠. 그런 걸 봐 버렸으니…….”
준이 넘긴 영상 기록구를 떠올린 것인지, 카일러가 얼굴을 찌푸렸다.
“다만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셨을 겁니다.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어쩌실 생각인가요?”
“말씀드린 것처럼 다른 사람의 이름도 판돈에 올려야겠죠.”
당장 떠오르는 사람은 백작에게 말했던 것처럼 클로이였다.
당연히 클로이에겐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겠지만.
[뭐? 뭐라고? 재앙? 재아아앙?]‘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는 건가…….’
머리가 아파 오려 했다.
* * *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클로이는 준과 알고 지낸 뒤로 지금처럼 놀란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소식으로 준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는 그녀이지 않은가.
거기에…… 클로이와의 대화에서는 론 가문의 사람들에게 하지 못했던 말도 추가적으로 해야만 했다.
[그러니까…… 이것도 창천교의 소행이라고?]“맞아.”
통신구에서부터 들려오는 클로이의 반응은 그야말로 황당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였지만.
준은 담담하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설명했다.
[설명하자면…… 창천교에서 죽음의 신을 활용해 지상에 무언가 영향을 끼치려는 거고, 그게 하필 북부라는 말이지?]“그렇지.”
[하아. 그리고 그 북부에서 재앙이 일어날 거고…… 그곳의 영주가 우리의 이름을 원하고 있다는 거네.]“단순히 내 이름값만으로는 쉽게 움직이기 힘들다고 하더군.”
“어떻게 하려고?”
[사실 우리 상회의 이름이 뭐가 중요하겠어. 우린 말 그대로 상회잖아.]“음.”
[그쪽이 바라는 건 우리의 이름으로 움직일 수 있는 존재겠지.]“가령 황실 같은?”
황실에서 지원이 들어온다라.
그거라면 정말 안심이 되겠지만, 아쉽게도 클로이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황실에서도 섣불리 움직이긴 힘들 거야. 특히 영지에서 일어나는 일은 더더욱. 알잖아, 최근 동부의 상황.]“음, 그렇긴 하지.”
[이쪽에 관해서는 내가 알아서 해결해 볼게. 일단 너도 그쪽 상황을 계속 예의 주시하고 있어 줘.]그리고 이번에도 클로이는 준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다음 날이 되었을 때, 그녀는 아주 든든한 우군을 데리고 등장했다.
[라네스 마탑주가 움직인데.]“뭐?”
[아, 정정할게. 라네스 마탑이 움직인다네.]***
“라네스 마탑이……?”
준과 라네스 마탑의 관계를 전혀 모르고 있던 백작은 뜬금없는 그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라네스 마탑주께서 직접 움직이신다고 합니다.”
“허어……. 그분이라면…….”
라네스.
북부의 맹주라 불리는 카밀로조차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사람이지 않던가.
평소 블랙아웃에만 처박혀 있지만, 이따금 지상에서도 요청만 있다면 언제든지 전장에 나서는 이들이었다.
“정말 그들이 움직여 준다는 건가?”
“예.”
“기간은 얼마나 걸릴 예정이지?”
“지금으로부터 보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합니다.”
“보름이라…….”
앞으로 재앙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뭐가 됐든 지원군은 환영해야 마땅할 일이다.
“그럼…… 이제 내가 답할 차례로군. 오늘 바로 가신들에게 서신을 보낼 예정일세.”
“최대한 많은 이들이 왔으면 좋겠군요.”
“나도 그렇게 바라고 있지. 하지만…….”
백작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그의 서신에 답할 가신들이 얼마나 있을까.
백작은 절반이 채 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겠지. 고생했네. 그리고…… 카일러에게 듣기를, 현재 문제의 그 재앙이란 것이 찾아오기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하고 있다던데?”
“그렇습니다.”
“진행은 얼마나 됐나?”
“오늘 밤 안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건…… 희소식이로군.”
“알아내는 즉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알겠네.”
그렇게 준이 영주성을 떠나고, 늦은 밤이 되었다.
카밀로는 가신들에게 보낼 서신들을 모두 마무리 짓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다행이라면 아직 서부의 사람들이 오기까진 시간이 남았다는 점인가.’
현재 배를 타고 오고 있던 그들은 기상의 악화로 인해 기존보다 도착 시간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만약 그들이 이곳에 와 있는 상황에서 재앙이 도래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난처한 일이었으니.
그렇게 하루 사이 쌓인 피곤을 해소하고자 테라스 밖으로 나갔다.
북부의 차가운 공기가 매섭게 휘몰아쳤지만, 그에겐 이조차 익숙했다.
“…….”
그리고 자연스럽게 문제의 비석이 있다는 방향으로 고개가 돌아간 직후.
카밀로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째서일까.
하늘에 미세한 금이 간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눈을 비벼 봐도 사라지지 않는 하늘의 상처에, 그는 다시금 현실을 깨달았다.
이곳 북부에, 재앙이 찾아오고 있다.
그것도 머지않은 시일에.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2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