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26)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26화(226/374)
227화 이문
7레벨의 만인대장.
놈이 등장한 순간부터 사실 준도 후퇴는 힘들 것이라 예상했다.
‘오크 로드급인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오크 로드 수준의 능력.
현재 동료들의 기동력으로는 놈을 못 따돌린다.
아마 놈의 존재 자체가 이번 작전의 함정이었을 터.
일만의 피난민들을 미끼로, 이쪽의 주요 전력을 암살하는 것이 목표였을 것이다.
“어때, 에이든. 해 볼 수 있겠어?”
“7레벨…… 입니까.”
“그래.”
에이든은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놈을 바라봤다.
처음으로 마주 봤던 7레벨은 베른이었다.
당시 적성에서 이지를 상실한 베른을 상대하는 데 에이든과 마야는 목숨을 걸어야만 했다.
심지어 성기사가 신성력도 쓰지 않고 순수 본능에 따른 체술만 사용했음에도 그러했다.
그 다음은 도살승이었다.
전력을 다하는 7레벨의 무인.
처음 놈과 마주 섰을 때, 에이든은 베른의 방패 뒤에서 지켜만 봐야 했다.
그때의 무력감은 지금 떠올려도 사무칠 정도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7레벨 앞에 당당히 설 수 있었다.
아직 놈과 일 대 일로 겨루는 것은 불가능할지라도.
‘동료들이 있다면 가능해.’
홀로 살아가기 위해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동료들과 함께 나아가기 위해 기른 힘이다.
“할 수 있습니다.”
“좋은 기세야.”
뒤이어 준은 엘레노어를 바라봤다.
그녀 또한 전혀 물러섬이 없었다.
“얼마든지 다쳐도 돼. 목숨만 붙여 놔. 반드시 살려 줄 테니까.”
“든든하네.”
마지막으로 마야를 바라봤다.
지금도 가까스로 억누르고 있지만, 채 숨기지 못한 살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오고 있다.
“누군다는 복수가 허망하다고 하더라.”
“누굼미까. 그런 개소리를 하는 건.”
“나도 같은 생각이야. 복수가 허망하다고? 그건 복수에 미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탓에 하는 말이야.”
내 것은 아무것도 내주지 않고 오로지 적만을 쳐죽이는 복수가 어찌 허망할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짜릿하다.
“우리가 도와주마. 그러니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마.”
“…….”
“알겠지?”
“알겠슴다.”
떨리는 가슴을 심호흡으로 달랜다.
심상에서 날뛰고 있는 선조의 영혼들도 짐승 같은 분노를 숨기고 차갑게 가라앉았다.
눈앞에 있는 마법사는 언제나 신기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선 알 수 없는 동질감 혹은 동정의 감정이 느껴졌다.
마치 모든 것을 잃어 본 사람이,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잃어버릴 사람을 보는 듯한 느낌.
처음에는 그저 그를 따라다니면 자신이 바라는 복수를 할 수 있을 거란 감 때문에 따랐다.
그리고 그 감은 틀리지 않았으나, 그때처럼 복수 하나 때문에 용병단에 있는 것이 아니다.
“흐하하하핫!! 좋은 동료애다! 훌륭한 지기로다!”
그리고 뒤에서 호방한 웃음을 터뜨리는 리케다이몬.
녀석이 곰처럼 거대한 두 손을 펼치자, 땅 아래서부터 기운이 치솟아 오르더니 거대한 대검의 형상을 취했다.
어지간한 성인 크기의 대검을 마치 나뭇가지처럼 가볍게 들어 올린 놈이 기운을 터뜨렸다.
가히 사납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의 기세였다.
“오라! 용맹한 적들이여! 전장의 북 대신 심장의 고동을 터뜨려라! 전사의 영광을 두 손에 움켜쥐리니!”
“웅장하기도 하군.”
“이 순간을 위대하신 그분께 바친다!”
선공의 양보 따윈 없었다.
녀석은 신난 아이처럼 대지를 울리며 포탄처럼 이쪽을 향해 쏘아져 도약해 왔다.
하늘 높이 치솟은 묵직한 두 자루의 대검이 준과 동료들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아아아앙――!!!
기세 좋게 내려쳐진 검이 무형의 막에 의해 멈췄다.
어머어마한 충격파가 일대에 휘몰아쳤다.
리케다이몬은 자신의 일격을 막은 것의 정체를 알아보곤 눈썹을 꿈틀거렸다.
“실로 단단한, 무형의 힘이로다.”
[실드]가 놈의 공격을 정면에서 막아섰다.당연하지만 평범한 3서클의 마법이 아니다.
이젠 아예 다른 이름을 붙여야 하지 않을까 싶을 수준의 변형을 거쳤다.
동시에 [실드]에서 터져 나오는 충격파가 리케다이몬의 육신을 저 멀리까지 날려 버렸다.
“으음!”
전신이 쩌릿거리는 감각. 리케다이몬이 씩 웃음을 지었다.
“좋구나. 아주 좋아!!”
쉽지 않을 전투가 생각됐다.
그럼에도 물러설 생각 따윈 없었다. 도리어 기쁘다는 듯 리케다이몬이 재차 움직였다.
“제가 선두에 서겠습니다.”
“그래.”
한 차례의 공방이 오가는 사이.
준과 엘레노어의 마법을 두른 에이든이 섬광처럼 뛰쳐나갔다.
마찬가지로 마야도 어느새 그림자로 숨어들었다.
“그분의 핏줄과 붙는다니, 이보다 영광인 일이 있을까! 지상에 온 것은 내 삶에 두 번째로 잘한 선택이노라!”
“말이 많아!”
쾅!
놈은 자신을 향해 바람처럼 짓쳐 들어오는 에이든의 검을 한 손으로 막아 냈다.
엄청난 반탄력에 에이든이 살짝 뒤로 물러서자, 바람의 힘이 에이든의 몸을 감쌌다.
“음!”
바람의 정령이 에이든에게 힘을 부여한 것이다.
[돌진]태풍과도 같은 기세에 리케다이몬의 표정이 달라졌다.
방금과 달리 검을 들어 태풍과도 같은 에이든의 검을 막아 냈다.
카가가가가가각――!!!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바람의 기운.
만약 평범한 자가 이 검을 받았다면 칼날처럼 날카로운 바람에 의해 전신이 갈가리 찢겨져 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맞닿은 리케다이몬의 기세는 결코 그에 굴하는 법이 없었다.
“훌륭하다! 그러나…….”
투구 너머 붉은 안광에서부터 실망의 기색이 읽혔다.
“그분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하군.”
“읏?!”
그 순간 에이든의 눈빛에 경악이 담겼다.
운광검이 갑자기 무겁다.
이내 그 이유가 놈의 괴력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력도 쓰지 않고, 순수 근력만으로 에이든의 검을 뒤로 밀어 내고 있는 것이다.
“가진 바 능력에 비해 실력은 월등하다. 이곳에서 나를 만난 것이 불운이군.”
“크윽…….”
“한번 날뛰어 보거라. 이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전심전력을 다하는 7레벨과의 격차는 이토록 무거웠다.
하지만 이걸 혼자 짊어질 이유는 없다.
스으…….
어느새 놈의 그림자에서 나온 마야가 배후를 잡고 아칸더스의 송곳니를 휘둘렀다.
“그림자처럼 움직인다 한들 그림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력은 뛰어나나, 네 아비처럼 영혼들의 기세마저 숨기지는 못했군.”
소리 없이 움직이는 마야의 검이 무형의 기운에 의해 막혔다.
“……!!”
[혼령난무]를 발동시키기 위해 반투명해진 검이 막힌 것이다.마야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영혼을 다루는 검술이라 한들 세상에 절대무적이란 없다. 비단 우리의 왕께서도 그럴진대, 한낱 검에게도 상성이랄 게 없을까.”
의기.
순수한 마력으로 이루어진 검기가 아니라, 오로지 의지로 빚어져 마력이 덧씌워진 힘.
그것은 마야의 [혼령난무]가 깃든 검마저 막아 내었다.
“너의 아비는 그러지 않았다. 본인이 거둬들인 영혼의 힘만큼은 철저히 제어가 가능했지.”
마찬가지로 놈의 눈빛에 실망이 어렸다.
콰아아앙―!
순간 놈이 터뜨린 투지가 에이든과 마야를 덮쳤다.
둘 모두 각자의 무기를 들어 방어를 취했지만, 몸이 튕겨져 나오는 것까진 어쩌지 못했다.
온몸이 삐걱거리는 것 같았다.
마력으로 전신을 보호했지만, 그럼에도 내상이 깊게 남은 듯했다.
“조금의 유흥이 될 줄 알았으나, 그조차도 되지 못하는가.”
방금까지 광폭한 웃음을 터뜨리던 녀석이 눈에 띄게 조용해졌다.
하지만 아직 기대를 저버리진 않은 걸까.
녀석의 시선이 준에게 향했다.
“너는 날 실망시키지 말아 다오.”
“글쎄. 너무 자신만만한 것 같은데.”
“왜 그런가?”
“나도 그렇지만…… 저 녀석들도 괴물이거든.”
“하, 괴물이라니.”
눈앞에 있는 영웅들은 가히 리케다이몬의 심금을 울리기 충분했다.
고작 넷이서 일만의 대군을 막는다.
전장을 사랑하는 이로서 어찌 우러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딱 그 정도다.
그들의 재능은 훗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수준이나, 아직은 너무 어렸고, 너무도 이르게 자신을 만나고 말았다.
자신의 손에 죽어 갈 영웅들의 최후를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아니라고 생각하나?”
“내 살아생전에도 그런 이들이 있었지. 가진 바 재능이 대단한 녀석들. 어쩌면 시간이 주어졌을 때, 이 리케다이몬조차 쓰러뜨릴 강자가 될 그릇들. 하나 그들 모두 내 손으로 깨부쉈다. 우리는 그런 것을 지켜봐 주지 않으니. 전장에서의 죽음은 그런 것이다.”
그러면서 리케다이몬이 말했다.
“그러니 이 망자가 기억해 주마. 언젠가 전 대륙을 떠들썩하게 만들 씨앗을 이 손으로 죽였노라고. 여태까지 그래왔듯.”
아직 리케다이몬은 전력을 다하지도 않았다.
그저 힘의 일부를 썼음에도 에이든과 마야가 상대가 되질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일행들의 지난 2년 간의 행적도 그리 쉽게 달려온 길은 아니다.
“후우…… 마야. 몸 상태는?”
“괜찮아.”
“좋아, 그럼 다시 가 보자.”
“응.”
그리고 저 두 사람은, 언제나 준의 앞길을 밝혀 준 이들이기도 했다.
먼저 움직인 이는 마야였다.
[그림자 걸음]마야의 몸이 그림자와 하나가 됐다.
있는 듯 없는 듯.
그 자리에서 일렁이는 그림자가 하늘 위로 무언가를 던졌다. 바늘로 이루어진 수백, 수천의 암기였다.
[그림자 주망]예전처럼 기물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닌, 순수 마야의 힘만으로 펼쳐지는 그림자의 포위망.
리케다이몬이 파동을 터뜨려 쏟아지는 바늘들을 쳐냈으나, 지면 가득 쏟아진 바늘들은 서로의 그림자를 연결하며 순식간에 포위망을 구축했다.
그 순간 리케다이몬은 이 그림자 덫에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없음을 직감했다.
사방에 박힌 바늘들을 완전히 소멸시켜야 가능할 터.
그러나 에이든과 마야는 그럴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리 자신만만하다면 받아 보시오.”
“으음?”
몸을 낮춘 에이든의 검이 아래로 향했다.
정직한 돌진의 자세.
그러나 풍겨 오는 기세는 아까와 달랐다.
태풍과도 같았던 바람이 이제는 광풍처럼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
“음!”
아까처럼 근력만으로 받아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그리 직감한 리케다이몬이 살벌한 웃음을 띄웠다.
팍 식은 흥이 다시금 솟아오르는 듯했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구나. 이걸 기다렸다. 우리의 왕 밑에서 무궁한 영광을 취해 왔으나, 딱 하나 아쉬웠던 것은 바로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의 시선은 에이든을 향해 있으나, 정작 그의 마음은 까마득한 과거로 향해 있었다.
수많은 전장 속에서 사그라들던 영웅들.
제국의 천하통일에 반발하며, 제 나라를 지키겠다고 나선 이들의 모습이다.
제국은 언제나 발빠르게 움직였고, 그 안에서는 가슴 뛰는 신성(新星)의 등장 따윈 없었다.
“오라, 영웅이여.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나 리케다이몬이 직접 판단하겠노라!”
그와 함께 에이든이 질주하고, 바람이 담긴 검을 크게 휘둘렀다.
[풍행폭렬]!광풍에 담긴 파괴적인 힘이 리케다이몬의 대검과 부딪혔다.
그러자 마력까지 끌어 쓴 리케다이몬의 검이 이전처럼 에이든의 검을 밀어내지 못했다.
“으으음!!”
어느새 북부의 차가운 바람이 저 검의 기운에 동조하여 사방에 날카로운 냉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발이 아주 잠깐 묶인 그 순간.
여태까지 그림자에 몸을 숨긴 마야가 그간 참아 왔던 살기를 폭사시키며 나타났다.
그런 마야의 눈동자가 회백색으로 빛났다.
원수를 앞에 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선조의 영혼들이 미친 듯이 날뛰고 있음에, 마야는 처음으로 그들과 제대로 마주 보고 설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는 그 영혼들이 거추장스러웠다.
언제나 귓가에 시끄러운 귀곡성을 터뜨리고, 복수를 울부짖는다.
평범한 사람은 미쳐도 진작에 미쳤어야 할 일.
하나 마야는 이미 복수귀였고, 그 또한 감내하며 바깥 세상으로 나왔다.
‘당신들이 날 인정한 건 이용할 대상이 나밖에 없기 때문임을 알아.’
그렇기에 마야 또한 그들을 이용해 왔다.
서로가 지향하는 목표가 같았기 때문이다.
잠깐씩 그들에게 몸을 내주어 그들이 가진 기술을 흡수하고.
더 나아가 홀로 펼칠 수 있도록 훈련했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그들의 기술을 전수받으며 성장했으나, 최근에는 그조차도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수많은 영혼들이 있었으나, 이런 마야의 의견을 따르는 것은 일부뿐.
그들이 바라는 것은 보다 다른 것이었다.
마치 증명을 하라는 듯.
네가 우리의 업(業)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것마냥 일정 거리를 벌리고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걸 어떻게 증명하면 되는 건데?
항상 궁금했다.
저쪽에서 말을 해 주지 않으니 이쪽은 답답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머리에 쌓이는 마력이 늘어나고, 점차 그들과 대화를 하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말하지 않은 게 아냐. 그저 내가 알아듣지 못했을 뿐.’
산 자와 죽은 자가 어찌 평범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누구 하나 알려 주지 않았기에 눈치채는 게 늦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그녀에겐 스승이 없었으나, 마법사는 있었으니까.
‘증명할게. 당신들이 가진 업을 내가 품을 수 있는지.’
회백색으로 빛나는 마야의 시선은 리케다이몬에게 향해 있었으나, 그 눈은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수백, 수천의 영혼들.
사무치는 복수를 꿈꾸며 영면에 들지 않고 복수귀가 되기로 각오한 영혼들은 일제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문(二門).
일문을 깨달았을 땐 처음으로 선조의 영혼과 대화를 나눴고.
이문에 들어섰을 땐 수백, 수천의 영혼들 앞에 서야만 했다.
그들이 가진 복수의 의지를 마주 보고, 그것을 두 어깨에 짊어질 수 있는지 증명한다.
바로 지금 이 순간.
[혈귀야행(血鬼夜行)]이문의 영역에 서 있는 영혼들이 시험을 시작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2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