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37)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37화(237/374)
238화 가족
준 또한 잘 알고 있다.
라네스는 다른 마법사들처럼 자신의 심장을 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와의 만남은 시간이 너무도 흐른 뒤였다.
‘만약 내가 눈을 뜬 게 이 몸이 아니라, 라네스 마탑 소속의 제자였다면 달라졌을까.’
의미 없는 생각이었다.
딱히 그런 삶을 바라지도 않았다.
그랬다면 지금의 동료들을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
“시간이 부족합니다.”
“시간이라…….”
“창천교가 보다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시점이지 않습니까.”
당장 북부에서 일어난 재앙만 하더라도 그렇다.
놈들의 작전은 매번 실패하고 있었지만, 그럴수록 녀석들은 더욱 과격하게 되돌아온다.
그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보다 빠른 성장을 이뤄 내야 했다.
한가하게 마탑의 밑에서부터 마법을 배울 시간은 없으리라.
“급하구나. 하지만 너 정도 되는 마법사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리 행동하지는 않을 터.”
창천교.
그녀 또한 놈들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인지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대로 준을 놓치기엔 너무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본래 세상의 이치란 게 그렇다.
아쉬운 사람이 양보를 해야 하지 않겠나.
8서클에 이르렀음에도 세상의 이치는 이토록 단순했다.
“그럼, 앞으로 남은 보름. 내게 가르침을 받지 않겠니.”
“보름이라면…….”
“황성에 도착할 때까지지.”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준 또한 그녀의 마법을 느긋하게 배워 보고 싶었다.
하나 지금은 아니다.
현재로선 그저 주어진 보름의 시간에 만족해야 했다.
두 마법사가 그리 느꼈다.
* * *
“진짜 질리지도 않나 봐, 우리 단장은.”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부상을 입고 보름 만에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이, 고작 하루 만에 마법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8서클 마법사와 함께하는데, 이따금 비행선에서는 모두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마력의 파동이 퍼져 나가곤 했다.
그때마다 비행선을 조종하는 조타수가 비명을 내질렀지만, 두 마법사는 일분일초가 아깝다는 듯 방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또 얼마나 강해지려는 건지…….”
“그게 선배가 여태까지 살아남은 이유죠.”
언제나 다음을 생각하고, 현재 일어날 수 있는 최악과 미래에 일어날 최악에 대비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얼마나 심력 소모가 클지는 이 자리의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었다.
그 사실이 떠오르자 왠지 모르게 몸이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
그 낌새를 가장 먼저 느낀 엘레노어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휴. 단장이 저러는데 우린 도대체 어떻게 쉬냐.”
“하하…… 그렇죠.”
“가서 몸이나 풀어야겠슴다.”
“같이 가자, 마야.”
에이든과 마야가 비행선의 갑판 위로 향했고, 홀로 남은 엘레노어도 스스로의 신성 마법을 돌이켜 보기 시작했다.
큰 전투를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모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 누구보다 미래를 대비하는 그들의 단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 *
보름이란 시간은 길면서도 짧았다.
적어도 준이 느낀 시간은 그러했다.
“도착했군.”
저 멀리서 보이는 황성.
머지않아 황성 인근의 넓은 공터에 비행선이 착륙하자, 미리 와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인지, 천룡 기사단의 마크를 단 이들이 일행들을 반겼다.
“어서 오십시오.”
절도 있게 일행들을 맞이하는 천룡 기사단.
그중 부단장과 그의 옆에 서 있는 인물은…….
“다들 오랜만이오.”
3황자, 하비에르였다.
정갈한 황족의 예복을 입은 그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일행들을 맞이했다.
이전처럼 표정 어딘가에 그늘이 있거나, 가면처럼 느껴지지는 않는, 진짜 미소였다.
“반가워요.”
그리고 그런 하비에르의 옆에, 1황녀 나탈리가 졸린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렇게 환대해 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북부를 지켜 준 영웅들의 행차지 않소. 당연한 일이오.”
“졸리니까 어서…… 움직이죠…….”
“누이…….”
“그럼 잠시 뒤쪽에 인사를 하고 와도 괜찮겠습니까?”
“아, 물론이오.”
공식적으로 황족의 이름을 버린 자는 황성에 입장할 수 없다.
따라서 라네스와는 이대로 떠나야만 했다. 먼 길을 옮겨 둔 것으로도 모자라 여러 가르침을 주지 않았던가. 인사 정도는 남겨야 했다.
“라네스 님.”
“음, 준. 잘 다녀오렴. 훗날 또 시간이 되면 보도록 하자꾸나.”
“여러모로 감사했습니다.”
“아니란다. 나 또한 너에게 받은 도움이 많아. 최근 내가 준비 중인 마법에 많은 영향을 받았단다. 언젠가…… 저 아이에게 가르침을 줄 수도 있겠어.”
라네스의 시선이 뒤쪽에 있는 하비에르에게 향했다.
하비에르 또한 그 시선을 눈치챘는지,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
“예. 다음에 뵙겠습니다.”
라네스와 그녀의 동료들이 비행선을 타고 떠났다.
잠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준과 일행들은 이내 두 황족과 천룡 기사단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머지않아 보이기 시작한 황성.
평소처럼 위엄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그간 격조했습니다.”
“하하,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그대의 그런 말투는 어색하게 느껴지는군.”
“이상한 일이군요. 제가 항상 높은 사람들에게 예의를 지킬 때면, 돌아오는 반응이 대부분 하비에르 님과 비슷합니다.”
“아마 그대가 본격적으로 입을 열 때와는 인상이 너무 대조되어 그런 것이겠지.”
그 말에 준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하긴, 이쪽에서 볼 일이 있으면 거릴 거 없이 다가가곤 했었지.’
상대측에도 딱히 손해가 될 일들이 아니기에 그런 적도 있었고, 대부분 시간이 급해 위아래 따질 게 없는 상황이기도 해서 그랬다.
“아무튼 준, 그대의 말처럼 잘 지내고 있었소. 내 삶에 이토록 자유로웠는지 되돌아보게 될 정도로.”
“……그렇습니까?”
“꽤 많은 일들이 있었지. 이 몸의 어머니께서…… 드디어 청을 들어주셨어.”
“……베네스 님께서 말입니까?”
“그렇지.”
솔직히 말해 놀라운 소식이었다.
게임 내에서 베네스의 행보를 잘 알고 있던 준이지 않던가.
독하다는 말조차 부족할 정도로, 황제의 자리에 광적인 집착을 보였던 여인이었다.
그런 여인이, 하비에르의 말을 듣게 되다니.
‘내 존재로 인해 베네스가 예정보다 빠르게 창천교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어쩌면 그 영향일지도 모르겠어.’
게임 속에서도 베네스는 창천교의 수작질을 눈치챈다.
그러나 그 시기가 너무 늦어 버렸고, 그녀는 창천교가 만들어 둔 늪에 너무 깊이 빠져 버렸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한 그녀는 결국 모든 죄를 스스로 짊어지는 선택을 하게 되고, 하비에르의 타락에 결정타를 남기게 된다.
‘그때 그 선택이 이런 결과로 돌아오게 될 줄이야……. 아니, 솔직히 말하면 기대는 했어. 그런데 이토록 순조롭게 진행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1년차 블랙아웃에서의 공으로 황제의 초대장을 받고.
그 초대장을 받아 연회가 열리는 곳으로 가던 중 절벽으로 추락한 하비에르를 발견했었다.
그의 추락 사고에서 석연찮음을 느꼈던 것이 이런 결과로 돌아왔다는 것이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예전부터 어렴풋이 그려 왔던 그림이 실제로 눈앞에 완성되어 나타난 듯한 느낌이다.
‘창천교가 아주 이를 갈고 있겠어.’
이로서 하비에르가 타락할 미래는 거의 없어졌다고 봐야 할 터.
마음이 한층 가벼워졌다.
“하여, 큰형님께서 공식적으로 황태자의 자리에 오르셨소. 그에 따라 본인 또한 곧 황성을 떠나게 되겠지. 아마 나를 이곳에서 보게 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오.”
“정말 큰 결단을 내리셨군요.”
“하하…… 여러모로 어려운 일이었지.”
하비에르가 베네스를 설득한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여태까지 1황자 덱스터와 비등하게나마 정치력을 구사할 수 있던 이유는 하비에르를 믿고 후원해 오던 여러 귀족파들의 도움 덕분이지 않았나.
하비에르는 그들 모두를 배신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그로 인해 황실의 분위기가 얼마나 격변했을지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아까부터 뒤통수가 따갑던 이유가 있었군.’
황성에 입장하기 무섭게 날아 꽂혀 오는 수많은 시선들.
그사이에서는 적의나 살의도 적지 않게 감지되었다.
“선배…….”
“뭐, 황실 정치에 관여한 순간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어.”
그러나 여전히 준은 떳떳하게 자신이 중립에 있다고 여겼다.
모르데나인 백작의 제안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내가 황실의 편을 든다기보단…… 몰려오는 폭풍에 대비하는 것에 불과하니까.’
안타깝게도 귀족파는 준이 걷는 길과 정반대편에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귀족들이 제국의 멸망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만…….’
그들이 바라는 결과대로 가다간 제국의 멸망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튼, 그렇게 여러 시선들이 집중되는 와중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당분간 황성에 머물 동안 쓸 방이었다.
“이 층에는 특별한 출입증이 없고서야 들어올 수 없소. 그러니 오랜 여독을 풀도록 하시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별거 아니오. 그럼 나는 이만.”
그렇게 하비에르가 떠나려던 찰나였다.
평소 성격대로라면 곧장 방으로 향했어야 할 나탈리가 지그시 에이든을 바라봤다.
“누이?”
하비에르의 부름에도 가만히 서 있던 나탈리가 천천히 에이든에게 향했다.
“그림은?”
“예?”
“그림.”
과거 그녀가 준을 통해서 에이든에게 넘겼던 한 장의 그림.
처음 그 그림을 받은 에이든은 한동안 복잡한 표정을 지었었다.
해당 그림 속에선, 푸른 들판 위로 에이든 그 자신과 하비에르, 덱스터와 나탈리가 함께 있는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리라 여겼던 미래였다.
하지만 그게 계속 불가능한 꿈일까.
어쩌면 이젠 아닐 수도 있었다.
이 모든 게 준과의 만남 이후 생긴 변화였다.
평생을 떠돌이라 생각하며 살아갈 줄 알았던 자신에게, 처음으로 동료가 되어 준 사람이었으니.
“아……. 그,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말씀을 전하는 게 늦었군요. 그림은…… 감사했습니다.”
“……그래. 표정이 좋아 보여. 다행이야.”
“…….”
그 말을 마지막으로 볼일을 다 봤다는 듯, 그녀는 하비에르를 지나쳐 밖으로 나갔다.
“허 참.”
그리고 그런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던 하비에르가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더니 마찬가지로 나탈리의 뒤를 따라갔다.
“저는 여전히 가족이라는 단어가 낯섭니다, 선배.”
“나도 마찬가진데.”
“그건 저도 그렇슴다.”
“어째 여기 있는 인간들 중에 부모 있는 사람 하나 없냐…….”
어쩌다 보니 외로운 사람들끼리 모이게 됐다. 모두가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됐고! 그럼 이제 우리 뭐 하면 되는 거야, 대장?”
엘레노어의 물음에 준은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가장 먼저 황제를 보고, 그 다음으로…….”
마야의 엘레노어의 눈이 반짝였다.
기다리고 있던 순간이 찾아 온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황성의 보고에 들어갈 차례지.”
“으햐-!”
“가서 뭐든 골라도 되는 검까?”
소문으로만 들었던 황성의 보고.
과연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두 사람은 벌써부터 두근거리는 듯 보였다.
“뭐든 골라도 되는데, 골라야 할 건 내가 정해 줄 거야.”
“……?”
“성지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임까?”
“응. 두 사람에게 필요한 게 딱 정해져 있거든.”
게임 내에서 황성의 보고는 거의 반파된 상태였고, 털릴 대로 털린 이후였지만.
그럼에도 준은 그곳의 물건을 얼추 알고 있었다.
그중에서 필요한 것들을 구하면 되리라.
‘에이든에게도 슬슬 새로운 검을 마련해 줘야 하는데.’
이제 곧 7계층으로 향할 차례가 되지 않았던가.
슬슬 동료들의 장비를 업그레이드해야 할 시간이 찾아왔다.
‘황성에는 그 검이 있으니까 그걸 에이든한테 쥐어 주면 될 것 같고. 마야랑 엘레노어한테도 각각 정해진 것들을 주면 되겠지.’
그렇게 계획을 짜고 있을 때였다.
에이든이 한쪽 손을 들며 물어왔다.
“저, 선배.”
“응?”
“혹 괜찮다면, 저는 보고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3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