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43)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43화(243/374)
244화 바위바람 들판(1)
공중 마차를 타고 상공 위를 거닐고 있을 때였다.
한참 운광검을 다듬고 있는 에이든에게 준이 말했다.
“바람의 정령을 깨울 방법을 찾은 것 같아.”
“그게 정말입니까?”
“응.”
평소에도 에이든에게 적지 않은 힘이 되어 주는 바람의 정령.
아직 잠에서 깨어난 것이 아님에도 에이든은 몇 번이고 녀석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해.”
“그게 어떤 겁니까?”
“우선 내가 바람 속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장소야.”
“북부에서 선배가 보이셨던 마법처럼 말입니까?”
“비슷해.”
화속성이라고는 일절 찾아볼 수 없는 차가운 북부에서, 준은 스스로 만들어 낸 화속성으로 공간을 가득 채워 정령계의 문을 열었다.
“다만, 그때는 내가 직접 만든 화속성을 통해 정령들의 호기심을 이끌어 강제로 차원의 문을 연 거야. 연료는 이쪽에서 제공하고, 일은 정령들이 한 셈이지.”
하지만 준은 아직 풍속성을 그만큼 다룰 수준이 되질 못 했다.
애초에 바람의 정령과 했던 거래가, 녀석을 깨워 주는 조건으로 준의 서클에서 풍속성을 분리시켜 주겠다는 것이지 않았나.
그런데 정작 바람의 정령을 깨우려면 속성 분리가 먼저 필요한 상황이었다.
여태까지 준은 그 간격을 어떻게 좁힐지, 혹은 임시라도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여러모로 고민했었다.
“평범하게 바람이 많은 장소로 가서는 힘들어. 바람 속성의 특징 때문이지.”
바람은 물이나 화염처럼 한 자리에 있는 법이 없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녀석들과 교감을 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 곳이 딱 한 곳 존재해.”
“거기가 어디입니까?”
“7계층, 바위바람 들판이야.”
“바위바람 들판? 처음 들어 보는데.”
옆에서 함께 듣고 있던 엘레노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 만도 하다.
바위바람 들판은 그리 잘 알려진 필드가 아니었으니까.
“우리가 갈 바위바람 들판은 필드 자체가 하나의 던전이나 마찬가지야.”
“필드 자체가 던전이란 말씀은……?”
“클리어 하기 전까진 탈출할 방법이 없어.”
때문에 바위바람 들판은 많은 이들이 기피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클리어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그대로 죽는다는 의미였으니까.
갇히는 것도 문제였지만, 그렇게 한 번 열린 필드는 클리어가 되면 필드 자체가 초기화되는 만큼 범죄에 노출 되기 쉬운 환경이란 것도 기피의 이유 중 하나다.
“당연히 우리는 배신을 염려할 필요는 없지. 거기에 따로 정보를 수집한 결과, 아직까지 필드 내에 들어간 이들은 없다고 하고. 결과적으로 중요한 건 공략법이야.”
“그…… 대장은 알고 있는 거지?”
“물론.”
다만, 공략법을 안다 해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렇게 쉬웠으면 왜 비인기 필드겠는가.
공략법을 알고 있어도 어렵기 때문이다.
“바위바람 들판은 속도가 중요한 필드야.”
“속도 말입니까?”
“어느 정도 진행 방향성만 알고 있다면 7계층 중에서는 나름 쉽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7계층이야. 조금의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오지.”
이전까지 봐왔던 계층과는 달리, 7계층 이상부터는 그저 개인의 실력만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적당히 긴장을 유지해 두는 게 좋아.”
말로만 듣던 7계층. 준조차 그리 말할 정도였기에, 동료들도 각자의 각오를 다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도착한 7계층, 바위바람 들판은…….
“이야. 아주 어두컴컴하네, 그냥.”
“거기에 바람이 엄청…… 드세네요.”
“저거 멀리 있는 저거, 태풍임까?”
심연처럼 어두운 계층단을 넘어서 도착한 7계층의 첫 풍경은 썩 좋지 않았다.
먹구름에 가려져 어둑한 하늘과.
드넓게 펼쳐진 들판의 풍경은 상당히 우중충한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후우우웅―!!
그리고 눈도 제대로 뜰 수도 없을 정도로 휘몰아치는 이 바람. 저 멀리 보이는 허리케인에서부터 비롯된 듯 보였다.
“엄청나게 큰 검다…….”
“……저, 대장. 대장은 분명 바람 속성이 한 곳에 모인 곳을 찾는다고 했었지?”
“맞아.”
“설마, 그게 저기야?”
“그렇지.”
“와…….”
할 말을 잃어버린 엘레노어의 반응에 준이 큭큭 웃었다.
“물론 지금 바로 가겠다는 건 아냐. 저 주변에 조금만 다가가도 저 태풍에 휩쓸려 죽을걸.”
“그럼?”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일단 이 주변에 있는 다른 던전을 찾아야지. 위치는…….”
주변에 보이는 풍경과 자신의 기억 속 지도를 대조해보며 다음 목적지를 찾는다.
“저기네.”
준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은, 이만한 태풍에도 꼼짝하지 않고 입을 떡 벌린 대형 땅굴이었다.
“당분간 태양은 보기 힘들 거야. 실컷 봐 두라고.”
“구름에 가려져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검다.”
* * *
휘이이이잉…….
땅굴에 들어오기 무섭게 바람의 소리가 입구에서부터 소름 끼치게 들려왔다.
“여기, 땅굴이라기보단 동굴 아님까?”
마야의 말처럼 땅굴 내부는 생각 이상으로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오우거가 날뛰어도 충분할 정도의 통로.
도대체 이 안에는 무엇이 살고 있는 것일까?
“여기 나오는 몬스터 대부분이 대지 속성이라고 했지?”
“맞아. 종류는 엄청 다양한데…….”
때마침 무언가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쿵……. 쿵…….
들려오는 소리만 두고 봤을 땐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준의 [라이트] 마법에 비춰진 상대는…….
“오크? 아니, 돌?”
“스톤 오크야. 정확히 말하면, 이 필드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대부분 저런 형태지.”
피부가 돌로 이루어진 돼지 머리 괴물, 오크가 돌방망이를 든 채 쿵쿵거리며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보다시피…… 외피가 워낙 튼튼한 녀석이고, 대부분의 마법은 튕겨 낼 정도의 내구성도 갖추고 있어.”
실제로 준이 가볍게 소환한 파이어 볼이 녀석에게 조금의 그을린 흔적만을 남긴 채 소멸되었다.
“탐화를 깃들게 한다면 좀 더 대미지를 줄 수 있겠지만…… 별 소용은 없겠지.”
그러면서 준은 [아이언 피스트]를 소환했다.
“이 녀석이라면 이야기는 좀 달라지겠지만.”
투쾅!
준이 마력을 부여함과 동시에 쏘아진 강철의 주먹이 붕붕 몽둥이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스톤 오크의 어깨에 적중했다.
쩌적!
그마저도 고작 금을 가게 하는 정도가 전부. 잠시 자신의 어깨를 바라보던 스톤 오크가 광분하며 달려들었다.
“제가 먼저!”
그에 에이든이 쏘아지듯 앞으로 튀어나갔다.
앞으로 상대해야 할 적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맞붙어 보며 경험을 쌓으려는 생각이었다.
오크.
과거에도 한 번 상대해 본 경험이 있던 만큼, 놈의 움직임은 그리 어렵지 않게 읽혔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항상 준에게 듣던 말처럼, 조심성 있게 접근한 에이든은 방금 준이 맞춘 어깨를 노리며 검을 휘둘렀다.
마법에 대한 내성이 있는 만큼 오러에도 그만한 내성이 있을 테니, 마력으로 신체를 먼저 강화시키고 힘을 담아 일격을 내지른다.
카가강!
주홍빛 불똥이 튀며 에이든의 검이 놈의 어깨에 틀어박혔다.
어떻게든 유의미한 일격을 주는 것은 성공했으나, 놈의 어깨를 끝까지 베는 것에는 실패했다.
“……!”
스킬까지 사용하진 않았다곤 하나, 이미 준에 의해 부상을 입은 부위마저 일격에 베질 못하다니.
그러나 언제까지 놀라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이미 녀석이 반대편 손으로 주먹을 휘둘러 왔으니.
꿈쩍도 하지 않는 검을 망설임 없이 포기하고 물러서자, 공중에서 모습을 드러낸 마야가 내려차기로 녀석의 어깨를 완전히 끊어 냈다. 동시에 에이든에게 검을 던지며 다시금 거리를 벌렸다.
무기를 되찾은 에이든과 마야가 머지 않아 녀석의 목을 베어 내는 데 성공했다.
“후우……. 고마워, 마야.”
“응. 그런데 에이든. 너 검…….”
“하하……. 엄청 튼튼한 녀석이네.”
제법 오래 쓴 무기인 터라 몇 번이고 날을 갈아 내구성이 많이 낮아진 운광검.
그럼에도 여전히 그 튼튼함은 잃고 있지 않았는데, 그런 검에 이가 나가 버렸다.
고작 한 번의 전투로 이런 결과가 돌아온 것이다.
“으음. 역시 대장간에 무구를 맡기고 온 건 올바른 선택지였나?”
사실 준도 운광검의 날이 나갈 줄은 예상치 못했다.
게임 내에서 그가 전사 캐릭터로 이곳에 왔을 땐 지금의 에이든보다 훨씬 좋은 장비로 찾아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싸울 때는 마력으로 검을 보호하고 움직이는 게 좋겠다, 에이든.”
“예…….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군요.”
나름 오랜 시간 정들었던 운광검을 한 차례 쓰다듬던 에이든이 입자화되며 사라지는 스톤 오크를 바라봤다.
떨어진 마석이 상당히 큼직한 게, 낮은 계층에서는 보기 드문 중상급 수준의 마석으로 보였다.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저주의 근원을 찾는 일이야.”
“저주의 근원?”
“그래, 저주의 근원. 방금 봤던 오크의 피부가 돌처럼 딱딱한 이유가 바로 저주 때문이거든.”
자세한 내용은 준도 잘 모르나, 이곳 바위바람 들판에는 거대한 저주가 내렸다는 설정이 있다.
지금부터 준과 동료들이 할 일은 필드 곳곳에 뿌려져 있는 저주의 근원을 찾아 소멸시키는 것이고, 그 모든 것을 끝내면 땅굴 위에서 봤던 허리케인의 중심부로 들어갈 길이 생긴다.
“음…… 들어만 봤을 때는 크게 어려운 건 없는데?”
“오면서 말했잖아. 이곳은…… 클리어 속도가 관건이라고.”
“음……?”
“가다 보면 알게 될 거야. 녀석이 등장하면 말해 줄게. 지금은 이동부터 하자고. 시간이 없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렇게 시간이 없다고 하는 것일까.
일행들은 알 수 없었지만, 언제는 준의 말이 틀렸던 적이 있던가?
그들은 잠자코 준의 뒤를 따랐다.
“이번엔 두 놈인가…….”
아까처럼 스톤 오크 한 마리와 거대한 스톤 보어가 짝을 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부여계:엘리멘탈 아머리] [부여 속성:금] [강화계:엘리멘탈 바디] [부여 속성:풍] [강화계:스트렝스 바디] [힘널 오브 라이트] [라이프 실드 오브 라이트] [포인트 인 오브 라이트]이번에는 보다 본격적으로 전투를 준비했다.
준과 엘레노어의 보조 마법이 두 사람을 감쌌고, 이내 동시에 각자 정한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마야가 신속한 움직임으로 스톤 오크의 그림자 밑에서 나타나 놈의 몸을 쾌속으로 난도질했다.
놈이 어찌 하기도 전에 등을 다섯 번 이상 베인 녀석이 몽둥이를 뒤로 휘둘렀으나, 이미 마야는 뒤로 빠져나가 손가락을 튕겼다.
[혼령난무]대상의 방어력과 상관없이 영혼 그 자체에 날린 참격이 마야의 마력에 반응해 터져 나왔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지는 스톤 오크.
이내 등이 검게 물든 녀석이 입자화되며 사라졌고, 그 사이 에이든 또한 [풍행폭렬]로 정면에서 스톤 보어의 머리를 쪼개 버렸다.
“음. 확실히 풀 컨디션으로는 상대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네.”
“그, 이런 말이 건방져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7레벨 치고는 몬스터들의 수준이 낮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준도 에이든의 말을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수준이 낮은 게 맞아. 물론 그만큼 외부의 요소가 너무 강력해서 문제지만.”
준과 동료들의 경우에는 준이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 덕분에 그리 어렵지 않게 땅굴을 찾아 움직일 수 있었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바깥의 태풍 속에서 힘겹게 움직이며 단서를 찾는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시간이 지나면 바깥의 허리케인도 범위가 점차 늘어나거든.”
“아…… 그래서 시간이 없다고 했던 거야?”
엘레노어가 물어왔지만, 안타깝게도 틀렸다.
“아니. 허리케인은 실상 땅굴 밑에만 있으면 크게 지장은 없어. 문제는…….”
휘이잉…….
저 멀리서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입구가 아닌, 보다 땅굴 안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저놈이지.”
땅굴 안에서 빛나는 회색빛의 안광.
준의 [라이트]에 비춰진 상대가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4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