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47)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47화(247/374)
248화 바위바람 들판(5)
고블린처럼 기다린 귀를 가진 이족 보행의 거대한 괴물, 버그베어.
그러나 저주의 영향으로 이곳의 여느 몬스터들과 마찬가지로 돌로 변해 버린 놈이 위협적인 소리와 함께 주먹을 휘둘러 왔다.
비스듬히 검을 들어 그 공격을 흘려 내고, 안쪽으로 파고 들어 그대로 어깨를 절반 정도 베어 냈다.
시간이 갈수록 검으로 단단한 무언가를 베는 것에 익숙해졌다.
정신이 그 어느때보다도 날카롭게 벼려진다.
하지만 그럴수록 에이든은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왜, 몸이 이렇게 뜻대로 안 움직이지……?’
방금도 어깨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이유는 금방 깨달았다.
언제든 뒤를 돌아설 수 있도록, 발에 힘이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어깨까지 전달된 것이다.
당장 전투에 필요하지 않은 근육을 상시로 사용하고 있다. 이래서는 육체가 빠르게 지칠 수밖에 없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마치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운 팔과 다리.
시선은 분명 적에게 집중하고 있음에도, 정신은 계속 뒤를 신경 쓰고 있고.
마음은 성급함을 넘어 다급해질 정도로 압박감을 느꼈다.
그리고 에이든은 그 이유를 모르지 않았다.
‘계속, 후방이 신경 쓰여.’
조금이라도 뒤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그쪽으로 정신이 팔린다.
그럴 때마다 위협적인 적의 공격에 노출되었고, 동작이 커졌다.
하루에도 전투 중 그런 상황에 놓인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잘 알아차릴 수 있던 이유는, 바로 마야에게 있었다.
분명 며칠 전만 해도 자신처럼 무겁게 움직이던 마야는, 어느 순간부터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고. 오롯이 눈앞에 있는 적에게만 집중한다.
‘이렇게…… 내 몸에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적이 있었나.’
단 한 번도 이런 경험은 없었다.
한차례 실수를 하더라도 다음에는 반드시 그런 실수가 없도록 움직였고.
저절로 육체가 그런 상황을 기억해 두 번 다시 같은 상황에 빠지는 일이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뇌가 멋대로 육체에게 명령을 내린다.
생각으로는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온 몸이 그것을 거부하고 있다.
살아생전 이런 적이 없었기에 혼란함이 가중되었고, 그럴수록 육체는 살아남기 위해 과도하게 체력을 끌어 썼다.
그야말로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일단…… 휴식 좀 하자.”
결국 보다 못한 준의 발언에 동료들도 발걸음을 멈췄고, 간단한 베이스 캠프가 만들어졌다.
“에이든. 넌 일단…… 잠이라도 좀 자.”
“……알겠습니다.”
마냥 안심하고 쉴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으나, 이대로는 동료들을 더욱 걱정시킬 뿐이다.
그런 짐이 될 수 없었기에, 억지로 감기지 않는 눈을 감고서 잠에 들었다.
* * *
“허억……!”
붉은 안개가 자신을 집어삼키는 악몽 속에서 에이든의 눈이 번쩍 뜨였다.
온 몸에서 기분 나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잠시 꿈과 현실의 경계선에서 혼란을 느끼고 있을 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눈을 뜬 검까.”
불침번을 서고 있는 마야였다.
“왜 갑자기 존댓말을……?”
“지금의 나는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검다.”
“정신을?”
“맞슴다. 감정을 죽이고 있는 검다.”
“…….”
감정을 죽이고 있는 것과 안 하던 존댓말을 하는 게 무슨 상관일까?
제대로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대충 알아들은 척을 한 에이든이 물었다.
“……미안. 요즘 내가 전투에 제대로 집중을 못하고 있지?”
“음. 확실히 요즘 에이든, 너의 움직임은 하나하나가 너무 무겁슴다.”
“…….”
“에이든.”
“어?”
“방금 악몽을 꾼 검까?”
“아, 응. 조금.”
“요즘 많이 힘든 검까?”
“아무래도…… 그렇지.”
“조심하는 검다.”
갑자기 뭘 조심하라는 걸까.
“방금 에이든, 너의 영혼이 아주 잠깐 흐려졌슴다.”
“뭐……?”
“마치 무언가에 뒤집어씌워진 것처럼 느껴졌다는 말임다. 무슨 말인지 알겠슴까?”
“설마…….”
“가끔 위기 상황에서 네가 꺼내 쓰는 그 힘. 그게 스멀스멀 위로 올라오고 있는 검다.”
“어째서……? 내 의지와도 상관없이…….”
덜컥, 두려움이 찾아왔다.
그 힘에 집어삼켜진 스스로가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이전에도 느껴 본 바 있었기 때문이다.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못하고, 주변의 모든 것을 적으로 인식하는 위험한 능력이다.
그게 자신의 제어에서 벗어나다니.
그런데 돌아오는 마야의 질문이 의미심장하다.
“정말 너의 의지가 아닌 검까, 에이든?”
“뭐?”
“최근 전투를 보면 너는 정말 막다른 길까지 내몰린 사람처럼 움직임다. 그 기분을 나도 모르는 건 아님다. 그리고 사람이라면 그런 절박한 상황에선 무엇이든 찾는 법임다. 대답도 없는 신한테 비는 게 인간인데, 가지고 있는 힘을 욕심내지 말라는 법이 있슴까?”
핵심을 관통하는 듯한 그 말에 에이든의 눈이 점차 커졌다.
“무의식중에, 내가 그 힘을 바라고 있는 거라고……?”
“그럴 검다. 전투는 힘들고, 시간은 지체되고 있슴다. 벌써 세 번째 펜릴의 등장 시기가 머지 않았잖슴까.”
그럼에도 아직까지 동료들은 두 번째 저주의 근원도 찾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더 강한 힘을 갈망하게 될 검다. 순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왜 그렇게 잘 알고 있는 거야?”
“지금의 내 상태가 그런 검다.”
“마야, 네가……?”
“그렇슴다. 나도 두려운 검다. 우리 중 누군가가 큰 부상을 입거나 혹은 죽는 상황이. 그리고 노인네들 중 극히 일부는, 이런 내 절박함을 이용하려 듬다.”
“뭐? 그게 무슨…….”
“동료들한테는 말하지 않는 검다. 뭐…… 리더는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슴다만.”
“그런 사실을 왜 숨기고 있던 거야?”
“굳이 말해 봐야 걱정만 살 거고, 애초에 나는 그런 위협에 시달릴 걱정이 없는 검다.”
“지금 그 상태를 말하는 거야?”
물음에 마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의 감정을 죽이고, 생명을 사물로 인식하는 검다. 모든 것을 평등하게 대하는 것. 그게 나만의 방식인 검다. 이렇게 나 스스로만 지키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노인네들도 내 육체를 노리지 못하는 검다.”
“그래서 계속 존댓말을 쓰고 있는 거였어?”
그제야 마야의 상태를 이해한 에이든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건…… 너무 힘들 것 같은데.”
“맞슴다. 힘듬다. 이런 상태도 오래 지속하면…… 너희들과 만나기 전의 나로 돌아가게 될 검다.”
툭하면 살기를 터뜨리고, 복수를 제외한 세상 모든 것에 무관심하던 그 시기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
마야는 그런 자신이 싫었다.
“하지만 세상이란 원래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지 않슴까? 그건 에이든. 네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검다.”
“…….”
에이든은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마야의 말처럼, 황실 안에 갇혀 타인의 의지대로 살아야 하는 삶을 겪어 봤던 에이든이었으니.
황성에 있을 적에는 그 무엇도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이러는 걸까, 나는…….”
“가져 본 적 없어서 그런 검다.”
“뭐?”
“황성에 있던 에이든은 애초에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태어난 검다. 뭘 가져 본 적이 없으니, 자유란 게 무엇인지도 모름다. 그러니 갈망은 있을지언정, 빼앗긴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몰랐던 검다.”
“……!”
“가진 게 많은 사람은 빼앗기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검다. 지금 너는 황실의 너와 달리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슴까?”
그 말에 에이든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동료들에게 향했다.
그녀의 말처럼, 자신이 가장 갈망했던 동료가 지금 눈앞에 있지 않은가.
“두려움을 정면에서 바라봐야 함다. 나도 많이 들은 말임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잘난 듯 말하지만, 나도 그 두려움을 극복한 게 아님다.”
“하지만 전투는 잘하고 있잖아?”
“다름다. 지금의 나는 그 두려움을 외면하고 도망친 상태인 검다. 너도 알지 않슴까? 지금의 나는 주변을 전혀 둘러보며 싸우지 않슴다. 효율적인 척하지만, 전혀 효율적이지 않은 검다.”
확실히, 그 말처럼 이전에는 서로 합을 맞추며 싸우던 것과 달리 지금의 마야는 에이든조차 따라가기 힘든 템포로 전투를 이어 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편법을 쓰고 있는 검다. 하지만 나는 이런 방식에 익숙함다.”
그러나 에이든은 다르다.
그는 고집스러울 정도로 앞만 바라보며 살아왔기에.
“그러니, 너만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검다. 어쩌면 스스로에게서 그 방법을 찾는 게 아니라,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름다.”
“주변을 둘러보라고…….”
지금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말 같았다.
주변을 바라봐도 보이는 것은 동료들뿐이었고, 그들의 안전만이 걱정되었기에.
“뭐, 원래 어릴 때 듣는 어른들의 충고는 마음 깊이 와닿지 않는 거라 했슴다. 너에게도 언젠간 깨닫는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름다. 인지만 해 두고 있는 검다.”
“……고마워, 마야.”
“알겠으면, 이제 다시 자는 검다. 내일 또 싸워야 하지 않슴까.”
“응, 그렇지.”
아직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잠을 청하기 위해 억지로 누웠다.
마야의 말처럼, 내일의 전투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 * *
“조심해!”
준의 목소리에 에이든이 정신을 일깨웠다.
“아……!”
촤악!
순식간에 무언가가 채찍처럼 에이든의 코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꾸르르르!
드라이어드.
나무의 요정으로 알려진 녀석은 땅굴에 튀어나온 뿌리를 마치 채찍처럼 휘둘렀다.
저주의 여파로 뿌리까지 포함해 모두 돌로 변해 버렸음에도 놀라울 정도의 유연함이다.
“큭!”
수십 개의 뿌리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에이든의 주변을 감싸 왔다.
그에 위기감을 느낀 에이든이 뒤로 물러났다.
“괜찮아?!”
황금빛 신성력과 함께 엘레노어가 물어왔고, 에이든이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괜찮습니다!”
아주 잠깐.
극도의 긴장감에 정신을 한순간 놓아 버렸다.
‘안 돼. 정신 차려.’
스스로에게 타이르듯 그리 중얼거리고, 전투에 몰입한다.
수십 개의 뿌리가 마치 생명을 가진 것처럼 자유분방하게 움직인다.
조금이라도 저기에 스쳤다간 그저 다치는 수준으로는 끝나지 않을 터.
‘읽어야 해.’
다행히 아직 체력은 그렇게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
최대한 눈앞의 적에게 집중해야 했다.
“후우…….”
정신을 가다듬는다.
뿌리는 따로따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잘 보면 각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 사이의 간격을 읽고, 가벼운 움직임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자신들의 영역에 침범한 적을 죽이기 위해 수십 줄기의 뿌리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최대한 피할 수 있는 만큼 피해 움직이고, 도저히 피하지 못할 만큼 공간이 좁아지면 [스톤 실드]를 소환한다.
그럼에도 뚫리지 않을 때면.
[아이언 피스트]준의 마법이 빈틈을 만들어 주었다.
다시 한번 그 틈을 노리고 들어간다.
그러나 방금의 마법 때문일까.
에이든에게 에이든을 지나친 뿌리 중 하나가 화살처럼 준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
본능적으로 발걸음이 멈칫거렸다.
물론 에이든이 달려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준은 이미 [실드]를 펼쳐 뿌리의 공격을 막아 냈다.
그러나 이미 한 차례 꼬여 버린 타이밍.
순식간에 에이든의 사방을 포위한 뿌리가 날아들었다.
[워터 커터] [속성 부여:흡명]반면 여전히 에이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준이 고도로 압축된 물의 칼날을 쏘아 내 공간을 만들어 냈다.
“……감사합니다!”
때마침 준이 만들어 준 공간은, 마야가 [혼령난무]로 절반 가량의 뿌리들을 무력화한 방향.
인간의 머리처럼 천장에 툭 튀어나와 있는 놈의 약점으로 곧장 달려들었다.
그렇게 정확히 녀석의 미간을 운광검으로 꿰뚫은 순간.
“어?! 잠까……!”
비명처럼 엘레노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미간이 꿰뚫린 드라이어드의 안쪽에서 광풍이 휘몰아쳤다.
압축된 바람이, 폭탄처럼 드라이어드의 머리를 터뜨리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그 파편 중 일부가 엘레노어의 신성 보호막마저 뚫으며 에이든의 전신을 두들기고, 파고들었다.
그것이, 에이든이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본 광경이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4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