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54)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54화(254/374)
255화 동시하초
황제의 죽음은 오래 전부터 준의 관심사에 속했다.
도대체 황제는 어떤 죽음을 맞이했을까?
처음에는 그저 노환에 의한 병으로 사망했다고 알고 있었지만, 그가 직접 황제를 봤을 땐 전혀 아니었다.
‘특히…… 마지막에 봤을 땐, 분명 어떤 기운이 느껴졌었어.’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자신의 기운을 숨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는 존재.
그리고 무엇보다, 오래 전부터 게임 커뮤니티 속 의문이 줄곧 떠오르고 있었다.
천룡 기사단장 벤.
세간에 의하면 9레벨이라 알려진 그자는, 게임의 엔딩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몇 번씩 언급만 될 뿐.
그러자 6서클에 오른 이후 비약적으로 상승한 정신력이 멋대로 머릿속의 정보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수면 깊이 내려 앉은 기억의 조각들이 서서히 위로 떠올랐다.
시작은 한때 바베른의 찬사에 황제의 초대를 받았을 당시였다.
-단장은 없을 걸세. 여러모로 바쁜 친구이니.
-알고 지내는 사이십니까?
-한때는 내가 스승이었고, 이젠 친우가 되었지.
아련한 듯 말하던 전 천룡 기사단장, 검혼 아덴의 말.
-충. 제국의 검을 뵙습니다.
-언제적 이명인가. 난 은퇴했으이. 이젠 벤 그 친구가 제국의 검이지.
익숙하다는 듯, 그 이름을 부르는 아덴의 옆모습.
그러나 공식적으로 천룡 기사단장, 벤의 정체는 언제나 베일에 감싸져 있다.
아덴의 제자였다는 인물의 정보가 게임 내에서도 그토록 찾아보기 힘은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황제의 죽음 이후 그토록 빠르게 제국이 멸망하기 시작했음에도 벤이 등장하지 않은 이유는?
‘천룡 기사단장 벤.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황제다.
준은 그렇게 의심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게임 내에서 황제의 죽음은…… 그가 기사단장 벤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겪게 되는 죽음일 거야.’
그리고 9레벨 유저를 죽일 수 있을 만한 전력을 지닌 것은 오직 딱 한 곳뿐.
창천교다.
‘애초에 황실에서는, 아니. 최소한 황제는 알고 있었어. 창천교의 존재를.’
자신이 이 세계에 떨어지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전부터 황제는 창천교를 제국의 적이라 판단하고 있었다.
그리고 게임 내에서도 똑같이 귀족들 몰래 창천교와의 전쟁을 물밑에서 진행, 그 과정에서 사망했다면?
그리하여 창천교가 제국을 가장 뒤흔들기 알맞은 타이밍일 노릴 수 있었다면?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제국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이유도 이것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패배할 줄도 모르고 전쟁을 준비 중인 황제에게, 최대한 많은 무력을 보태 주는 것.
그렇기에 이번 의뢰는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는 결정인 셈이었다.
* * *
“하하, 그렇구나. 응. 북부에서 그 사달을 겪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젠 동부의 전쟁에 끼어들겠다는 거구나?”
이젠 반쯤 해탈한 듯한 클로이의 태도에 준은 괜히 눈을 피했다.
“그래그래. 이 정도는 되야지. 그래야 준 네가 나한테 찾아오지. 그렇지?”
“그…… 미안하다. 아무 말 없이 받아들여서.”
“하하하. 아니야, 아니야. 뭘 우리 사이에. 언제는 네가 꼬박꼬박 보고했고?”
“…….”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필요한 일.
클로이는 끝내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하아……. 그래. 네가 생각 없이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지. 잘 알아. 거기에 한 발 걸치고 있는 것도 나라는 사람이고.”
과거 창천교에 의해 자기 사람을 잃게 된 클로이 또한, 창천교에 대한 적의가 그득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준의 행보를 힘껏 돕고 있었지만…….
“알지? 여태까지처럼 엄청 위험한 일이라는 거.”
“당연하지.”
“하아……. 일단 이쪽에서 정보는 수집해 볼게. 다행히 동부의 전쟁은 오래 전부터 우리 상회에서도 눈여겨 보던 일이야. 뭐, 어느 정도 힘 있는 집단 치고 그치들한테 관심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
“관련해서 정보는 따로 수집해 둘게. 하지만 허와 실을 구분할 시간은 필요해. 대략 두 달 정도.”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애초에 준은 란델이 어디 있는지도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었고.
다행히 백작에게 연락을 취해 보자, 그쪽에서도 알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쪽 또한 정보를 정리하고 넘겨주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모양이다.
그렇게 갑자기 남게 된 시간.
물론 준은 그 시간을 허투루 날릴 생각 따윈 없었다.
“다시 한번 7계층으로 향할 예정이야.”
“7계층 말입니까…….”
“그래. 일단…… 에이든. 네 무기부터 손 봐야지.”
“이것으로는 안 되는 겁니까?”
허리춤에 달린 은은한 푸른빛의 검을 가리키며 말하는 에이든.
당연한 말이지만, 저 검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잖아? 그 검은 네 마력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해.”
유명한 공방에서 만들어진 무구이나, 그렇다고 그 공방이 황족의 마력까지 감안하고 만든 것은 아니다.
“꽤 긴 여행이 되겠네.”
“맞아. 그리고 나도 이걸 사용할 시간이 필요하고.”
차원 팔찌에서 꺼낸 호리병.
7계층 바위바람 들판의 허리케인과 바람의 정령의 기운을 흡수한 놈이다.
이것을 통해 에이든 안에 깃든 바람의 정령을 깨워야만 한다.
“그래서, 다음 목적지는 어디인데?”
“최종 목적지는 7계층의 ‘와이번 산맥’이야.”
이름에서 알기 쉽게, 와이번들이 서식하는 산맥이다.
7레벨 중에서도 최상위 포식자에서 군림하는 몬스터.
그 강인한 오크들조차 와이번이 한 번 등장했다 하면 부락 전체를 옮길 정도로 포악하기도 하다.
“이번에도 난이도가 상당하네…….”
엘레노어의 저 말이 엄살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와이번은 속성 공격을 할 줄 아는 녀석들이니까.
드래곤도 아닌 주제에 브레스를 내뿜고, 강철도 찌그러뜨리는 날카로운 발톱도 있고, 거기에 물렸으면 생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날카로운 이빨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게 없는 것들뿐이다.
“훈련으로는 제격일 거야. 녀석들은 언제 기습할지 모르는 놈들이니까.”
똑같이 인간이 공격해 온다는 가정 하에, 기감을 늘려 줄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거긴 최종 목적지에 해당되는 곳이야. 가는 길에 들러야 할 곳도 여럿 있고.”
이것도 모두 라네스 마탑의 공중 마차가 있던 덕에 가능한 일정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한 시즌 전부를 투자해야 할 만큼 긴 여정이었을 테니.
‘여러모로 공중 마차를 얻은 게 신의 한수였나.’
다시 한번 라네스에게 감사의 인사를.
아무튼, 그렇게 며칠 더 휴식을 취한 일행들은 금방 7계층으로 향할 여정을 떠났다.
“알다시피, ‘와이번 산맥’은 가는 길이 까다로워.”
곧바로 6계층에 들러 7계층의 와이번 산맥으로 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와이번 산맥의 바로 아래 위치한 6계층은 이미 누군가의 영토로 인정된 공간이다.
어느 귀족파 소속의 모험단이 점거하고 있는데, 현재 흰고래 용병단은 귀족파와 영 사이가 좋지 않은 관계로 가장 짧은 루트는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므로, 우리가 먼저 갈 곳은 6계층, ‘루라맨의 초원’과 이어진 7계층, ‘차가운 숨결 대지’지.”
“그 언데드 가득한 곳?”
“어. 필드 특성상 누구도 영토로 가지지 않은 곳이거든. 그리고 무엇보다 마야, 네가 써야 할 물건이 있어.”
“그게 뭠미까?”
“동시하초(冬屍夏草).”
“뭐야, 그거. 설마 먹는 거야?”
뜻을 알아들은 엘레노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간단히 말하자면, 죽은 시체에 피는 버섯이다.
그 말을 들은 마야가 갑자기 엄격, 근엄,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속사포로 내뱉었다.
“지금 내가 사회와 동떨어진 부족민 출신이라고 무시하는 검까? 막 아무거나 주면 다 먹는 그런 사람처럼 보이는 검까? 리더는 그런 사람이었슴까? 실망임다. 그런 거 먹으면 안 되는 검다. 먹으면 배가 아야 함다. 아니, 죽는 검다.”
“당연하지……. 그냥 먹으면 죽어, 그건…….”
그냥 맹독도 아니고, 시독(屍毒)이다. 그대로 먹으면 저승행 편도 티켓을 끊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냥 먹는 건 아니야. 이런저런 제조 과정을 밟아야지.”
“그래도 결국 시체에 핀 버섯을 먹는 거 아님까……?”
“그건 맞지.”
“아으윽.”
먹성이 좋은 마야지만 아무리 그래도 싫다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지만…….
끝내 받아들였다.
그 거부감을 뛰어넘는 성장의 욕망 때문이었다.
“알겠슴다……. 먹는 검다…….”
“그래, 고맙다…….”
차마 미안하다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엘레노어가 조금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준을 바라봤다.
“그래서, 에이든은 새로운 검이랑 바람의 정령을 깨울 예정이고. 대장은 그 과정에서 바람 속성을 깨우칠 거고. 마야는 영약이네? 그럼 나도 기대해도 되는 부분인가?”
“…….”
“대장?”
“…….”
“왜 말이 없지?”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이!”
어쩌겠는가. 고작 한 번의 여정으로 네 사람 모두한테 유용한 물건을 얻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 * *
어느새 보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며칠 전에 막 루라맨의 초원을 지나 차가운 숨결 대지에 도착한 일행들은, 기존의 계획처럼 동시하초를 구하기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죽어어엇!!”
[디재스터 오브 라이트]신의 분노가 형상화된 황금빛 망치가 대지와 맞닿는 순간, 일대의 지형이 뒤집히며 사방으로 신성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차갑게 죽은 대지 위를 거닐던 사자(死者)들이 제대로 된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소멸되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준은…….
“어우.”
슬며시 눈치를 보며 뒤로 물러섰다.
무언가 억눌린 듯 신성 마법을 펑펑 터뜨리는 엘레노어의 기세가 저렇게 사나울 수가 없다.
“하, 하하……. 엘레노어가 저렇게 강할 줄은 몰랐네요, 선배…….”
“그러게. 전투력 장난 아니네. 진짜 신성력 만만세다.”
7계층에 위치한 언데드의 땅, ‘차가운 숨결 대지’.
죽은 자들이 사는 곳으로, 시체 썩은 냄새와 무더운 날씨가 공존하는 장소다.
“시기가 좋았어. 이 필드는 특이하게 계절의 영향을 받는 곳이거든.”
“계절의 영향이라…… 그래서 동시하초가 피는 겁니까?”
에이든의 말처럼, 동시하초는 추운 겨울에 시체의 몸에 기생하고, 여름이 되어 버섯으로 피는 균체다.
따라서 추운 겨울에 오면 균체를 보기 힘드나, 지금 이 시기는 한참 무더운 여름이니.
지금이면 동시하초가 피기 딱 좋은 시기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녀석도 영약은 영약이라서, 구하기가 보통 쉬운 게 아니야.”
마야는 질색팔색 했지만, 동시하초는 전문으로 채집하는 용병들도 있을 정도로 여러 시약에 사용되는 재료이기도 했다.
“진짜 쓰는 거였냐고, 그거…….”
알아 들을 수 없는 부족어로 마야가 중얼거렸다.
진심으로 먹기 싫은 듯한 모습.
그래도 어찌됐던 동료들이 그녀의 성장을 위해 이곳까지 오지 않았나.
피할 수 없는 미래였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5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