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55)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55화(255/374)
256화 마셔라
차가운 숨결 대지에 주로 등장하는 몬스터는 언데드지만, 아래 계층에서 봤던 녀석들과 달리 하나 같이 수준인 높은 괴물들뿐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강화된,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민첩해진 좀비 버서커.
그런 좀비의 진화 단계인 워커 구울과 밴시의 상위 계체, 벤시데까지.
일반적인 물리력으로는 제대로 죽지도 않고, 오러로 베어도 신체 일부가 계속해서 움직이는 끔찍한 놈들이지만.
콰아아아앙-!!
황금빛 신성력을 오러마냥 내뿜는 엘레노어의 앞에서는 모두 부질없는 짓이었다.
“치, 7계층이 이렇게 쉬울 줄은 몰랐습니다…….”
“뭐…… 보다시피 내가 이곳 대신 바위바람 들판을 고른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어.”
신성력은 언데드에 한해서는 그야말로 극상성의 기운.
아무리 7계층이라 하더라도, 상급 사제 한 명만 있으면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내려가기 마련이다.
물론 에이든과 마야도 나름대로의 활약을 하긴 했다.
언데드가 가득한 공간이지만, 개중에는 비언데드에 속하는 몬스터도 분명 존재하긴 했으니까.
하지만 앞서 들렸던 바위바람 들판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도 우리가 가는 곳은 쉽지 않으니까, 나름 긴장은 하고 있어.”
“옛슴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엘레노어의 활약을 지켜보며 걸어가길 한참.
어느 교단의 건물이었던 걸까, 교회 건물과 비슷한 양식을 보이는 그곳에 도착하자, 거대한 관이 떡하니 중앙에 놓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이쪽을 알아차리기라도 했다는 듯, 관의 뚜껑이 멋대로 열리면서 불길한 검은 안개를 내뿜었다.
이윽고 그 안개 너머로 붉은 안광을 터뜨리며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데스 나이트. 죽음의 기사다.”
녹슬고 이곳저곳 구멍이 뚫려 있는 풀 플레이트 갑옷의 기사.
녀석이 내뿜는 사기가 순식간에 공간을 가득 매꿨다.
“엄청난 사기로군요…….”
“어지간한 정신력이 아니고서야 버티지도 못할 수준이지.”
죽음에서 되돌아온 저놈은 단신으로 오우거와 맞붙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괴물 중 괴물.
하지만 정말 오우거와 비교해서 손색이 없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어마무시한 신체능력으로 상성이랄 게 없는 오우거와 달리, 데스 나이트에게는 확실한 상성이 존재했으니까.
말해 뭐 하겠는가. 당연히 신성력이다.
[디재스터 오브 라이트]묻고 따질 것도 없이 엘레노어의 신성 마법이 발동 되며, 황금빛 망치가 소환되어 이제 막 관에서 나와 자세를 잡고 있던 데스 나이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야말로 찰나 지간에 일어난 일.
재차 교회 건물이 뒤흔들릴 정도의 진동이 울려 퍼지고, 먼지구름이 사라질 무렵.
“쯧. 그래도 보스는 보스다 이거네.”
안개 너머에서 여전히 형형한 빛을 내뿜고 있는 놈의 안광이 보였다.
녀석이 천천히 먼지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이전보다 조금 더 금이 간 것처럼 보이는 갑주.
딱 봐도 큰 타격은 주진 못한 듯 보였다.
제아무리 신성력에 불리하다곤 하나, 썩어도 준치. 데스 나이트라는 위명에 걸맞게, 검은 오러를 뿜어내며 신성력을 베어 낸 것이다.
“엘레노어. 이젠 보조 위주로. 마무리는 에이든과 마야한테 맡기고.”
“알겠어.”
신성 마법의 특성상 케스팅에 제법 시간이 걸리고, 상대에게도 큰 타격이 없다면 차라리 물러서는 게 맞다.
그 대신, 그녀는 본래 하던 것처럼 에이든과 마야에게 보조 마법을 펼쳤다.
그건 준도 마찬가지였고, 이번에는 두 사람의 무구에 화속성 마법을 인챈트시켰다.
언데드의 또 다른 약점, 화속성이다.
“조심해. 공격 하나하나도 묵직하지만, 교묘하게 움직이면서 말려들게 할 거야. 너무 자주 검을 맞대는 것도 좋지 않아. 사기가 몸에 파고드니까.”
“주의하겠습니다.”
“이하동문임다.”
이곳에 오기 전에 몇 번이고 들었던 설명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전 바위바람 들판처럼 후방을 신경쓰느라 전투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이곳까지 오면서 봤던 엘레노어의 활약 덕분이었다.
어느새 시작된 대치. 그러나 앞서 신성력에 노출된 탓일까, 먼저 달려든 것은 데스 나이트였다.
가장 거슬리는 사제를 해치우기 위해 엘레노어에게 향하던 녀석이지만, 그 길목을 막아선 에이든에 의해 발걸음을 멈췄다.
그와 함께 사각에서 마야의 비수가 날아든다.
정확히 갑주의 관절 사이를 노리고 들어오는 비수를 인식한 놈이 사기를 터뜨려 만든 충격파로 비수를 흘리고, 그대로 에이든에게 도약했다.
[풍행폭렬]바람을 머금은 에이든의 절기(絕技)에 녀석 또한 사기로 이루어진 오러의 검으로 응수했다.
콰가가가각-!
이전보다 훨씬 더 붉어진 에이든의 오러와, 사기로 이루어진 데스 나이트의 오러.
밀린 것은 데스 나이트 쪽이었다.
순전히 근력으로 밀어붙였던 오우거와는 달리, 마력과 마력의 싸움이라면 에이든도 밀리지 않았으니.
하지만 데스 나이트는 노련하게 그 차이를 깨달았고, 조금씩 밀려나는 과중에도 빈틈이 생길 때마다 오러를 아낌없이 뿜어내며 에이든의 압박에서 벗어났다.
“……죽은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네요.”
마력량의 차이를 깨달은 것일까.
필드 전체에 넘쳐나는 사기로 기운을 흡수하는 녀석과 달리, 에이든에게는 그런 게 없다.
오히려 필드 효과로 인해 사기가 가득한 이곳에서는 정순한 마력을 쌓기 어려운 탓에, 장기전은 오히려 불리하다.
‘이쪽에서 조금만 힘을 빼도 밀릴 수준이야. 역시 쉽지 않구나.’
하지만 에이든은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림자 주망] [그림자 주망:폭]아까 데스 나이트가 튕겨 낸 마야의 비수에서 검은 실이 일렁이더니, 순식간에 데스 나이트를 옭아맸다.
그와 동시에 우레 같은 폭음을 터뜨리며 폭발, 놈의 전신을 뒤흔들었다.
고오오오오-!
죽은 자의 영혼으로 이루어진 녀석에게 음차원의 마력이 치명적이었던 건지, 고통스럽게 신음을 흘린다.
그리고 그런 녀석의 앞으로, 피처럼 붉은 화염구가 쏘아졌다.
준의 손끝에서 터져나온 [볼카닉 버스터]였다.
바로 앞에서 성대한 폭발을 일으킨 화염구.
연이어 터지는 폭발에 결국 녀석이 버티지 못하고 뒤로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그런 놈의 머리 위로, 어느새 [돌진]을 사용해 바로 앞까지 도착한 에이든이 있었다.
[파산검(破山劍)]묵직한 기세로 떨어져 내리는 일검.
앞서 보인 적 없는 이 기술은, 최근 에이든이 직접 창안한 검술이었다.
본인의 말에 의하면 톨탄과의 결전 중 보였던 환상 속 인물의 이미지를 참고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쐐애애액!
그사이 자세를 잡아 막아 내는 데스 나이트.
그러나 연이어 터지는 공격들에 하나하나 오러로 방어하다보니 그 위력이 이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에 반해 에이든의 기세는 이보다 더할 수 있을까 싶을 수준으로 강인하다.
이윽고 두 검이 맞부딪힌 순간, 마치 태산이 깎여 나가듯 데스 나이트의 자세가 무너져 내린다.
그대로 먼지 구름을 만들어내며 땅에 처박힌 데스 나이트.
이윽고 구덩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상반신의 절반이 날아간 상태였다.
“그래도 언데드라고 살아남았네.”
놈의 모습을 본 준의 한마디였지만, 결국 부질없는 짓이다.
한 차례 놈의 기세가 꺾였고, 이어지는 전투 끝에 녀석은 거대한 마석만 남긴 채 입자화 되어 소멸했다.
“후우…… 상성의 차이가 있어도, 쉽지 않았군요.”
에이든이 뱉은 말이었지만, 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데스 나이트는 이렇게 쉽게 무력화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사제가 없는 상황이었다면, 녀석은 주변의 사기를 적들에게 중독시키고, [라이프 드레인]이라는 기술로 끊임없이 체력을 흡수해 말 그대로 좀비 같은 생존력을 보여 주는 놈이었으니.
하지만 그럼에도 일행들의 표정은 밝았다.
톨탄과의 전투를 떠올려 보면 그야말로 가시적인 성과이지 않은가.
물론 상성 차이가 가장 큰 역할을 했지만, 한 번 자력으로 7계층을 클리어하며 자신감이 붙은 것도 한몫하고 있었다.
“이제 이걸 열어 보면…… 아, 여기 있네.”
“으, 진짜 시체에 피어 있네.”
데스 나이트가 들어 있던 관 바로 옆. 또 다른 관을 열자, 그 안에는 다 삭은 순백의 드래스를 입은 시체가 들어 있었다.
그런 시체의 해골 위로 피어난 새하얀 버섯.
마치 손가락이 엉킨 것만 같은 형태에 마야가 인상을 대번에 찌푸렸다.
“진짜 먹을 수 있는 검까?”
“그렇다니까. 아까 너도 봤잖아. 도중에 다른 용병들 있던 거. 걔들도 이거 찾으러 왔던 거라니까.”
실제로 준의 말처럼 동시하초를 찾으려는 것인지, 필드 초입을 배회하는 용병들도 있었다.
“으…….”
“걱정 마. 첫 생김새는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만들어 줄 테니까.”
“언제 할 검까?”
“지금 바로 하는 게 좋겠지.”
어차피 데스 나이트의 사기로 인해 이 근방에는 언데드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았고, 사람만 조심한다면 특별한 위협도 없는 곳이다.
준은 곧 마법으로 주변을 정리해 포션 제조의 준비에 들어갔다.
“문제는 제조법이 꽤 어렵단 말이지…….”
무심코 내뱉은 혼잣말에 마야의 고개가 홱! 돌아가 준에게 향했다.
“그, 그래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왔지. 큼큼.”
거짓말은 아니었다.
동시하초는 구하기 어렵거니와, 특히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녀석은 최상급이라 할 만한 물건.
비록 준에게 [포션 제조] 스킬이 있다지만, 이거 하나 있다고 만병통치약이라도 만들겠나?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당연히 제작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포션 제조]의 숙련도도 올려야만 한다.
‘근데 난 거기까지 이 스킬을 올리지 않았단 말이지.’
애초에 게임 초반부, 부족한 자금을 대체할 수단으로 골랐던 녀석이지, 지금에 와서까지 쓸 생각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차원 팔찌를 열어 갖가지 재료들을 꺼냈다.
“이건……?”
“모두 손질된 재료들이야. 솔직히 이것들까지 내 수준으로는 한참 걸릴 것들이거든.”
그러니 부족한 실력은 이미 달인들의 손을 거친 재료 키트들로 해결했다.
그렇게 솥에 들어가고, 시약병에 들어가 한참 굴려지고 굴려지던 동시하초.
끝내 기운이란 기운은 모조리 뽑아내고 응축시켜 포션병에 조심히 옮겨 담았다.
“자, 마셔라. 마야.”
“…….”
뽀글뽀글 올라오는 기포. 거기에 불길하게 보랏빛을 띠는 내용물에 마야가 한참을 우물거리다, 이내 쭉 들이켜 마셨다.
“으게엑…….”
맛은 그야말로 더럽게 없었다.
* * *
“어때, 느낌이 좀 와?”
“저는 모르겠고, 노인네들이 좋아하는 검다.”
“음. 확실히 성능 좋네.”
마야와 잘 맞는 음차원의 마력.
본래 머리에 마력을 쌓는 마야의 특성상, 대부분의 영약은 위험하게 작용하지만…… 음차원의 마력은 다르다.
음차원의 마력을 주로 쓰는 바사이의 비전으로 인해, 마야의 체질은 음차원의 마력을 사용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었다.
그렇게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하고 다음 일정을 위해 움직이기 전.
“어……?”
바로 아까까지 그렇게 맛없는 걸 먹였다고 성화를 부리길래 오랜만에 직접 요리라도 해 줄까 싶어 준이 팔을 걷어붙일 때였다.
“왜 그래?”
“이, 이거 뭠미까?”
난데없이 마야가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보더니, 놀란 눈으로 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 이제 제대로 효과를 보는 거냐?”
“바, 반이나 늘어난 검다. 마력량이!”
“그렇다니까. 그거 효과 좋아.”
물론 딱 한 번밖에 쓸 수 없고, 그마저도 하등급으로 사용하면 효과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물건이다.
그렇기에 데스 나이트까지 잡아 가면서 최상급 재료를 준비한 게 아닌가.
솔직히 이 물건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었다면, 준을 평생의 은인으로 삼았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와…….”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는지, 마야가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지금이라면 스톤 오우거, 톨탄이라도 [혼령난무]로 죽일 수 있지 않을까?
“방금 먹은 건 필드가 초기화되도 못 얻는 거야. 한 번 따면 끝이거든. 진짜 귀한 거다, 이 말씀이야.”
“진짜…… 고맙슴다. 리더.”
당장이라도 와서 포옹이라도 해 줄 기세였기에, 준이 은근슬쩍 입을 열었다.
“그럼 요리 안 해 줘도 돼?”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하는 거 아님까?”
안타깝게도 거래는 실패했다.
* * *
마차를 타고 있을 무렵이었다.
“대장.”
“리더.”
갑자기 마야와 엘레노어가 낮은 목소리로 준을 불렀다.
그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에, 준은 태연한 척 마차를 타며 물었다.
“무슨 일이지?”
“감시가 붙은 검다.”
“벌써 몇 시간째 우릴 따라다니고 있어.”
“……내 탐색 마법에 걸리지 않은 걸 보면, 꽤 높은 등급의 은신 기술인가 본데.”
그런 녀석들이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건, 분명 좋은 의도는 아닐 터였다.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고?”
“없었음다. 변태처럼 지켜만 보는 검다.”
“처음에는 그냥 기분 팃인가 했는데, 마야 말처럼 교회에서부터 우리를 따라왔어.”
“흐음.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건가?”
동부의 전쟁광들.
녀석들이 준과 동료들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5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