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59)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59화(259/374)
260화 미래?인
[크아앙!]거대한 사자의 포효…… 는 아니고.
아기 고양이 정도로 작은 바람의 정령이 에이든의 바로 옆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 우리가 봤던 애랑은 다르게 좀, 아담하네?”
바로 얼마 전에 봤던 펜릴과 비교하는 듯한 엘레노어의 말에 바람의 정령이 발끈했다.
[인간! 그 말은 틀렸다! 내가 놈보다 강하다!]“더 크면?”
[그렇다!]결과적으로 아직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저 말은 틀리지 않았다.
에이든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잠에서 깨는 과정 중에 선배께 자신의 마력을 대거 양도한 것 때문으로 보여요.”
“아하. 그래서 우리 대장이 저러고 있는 건가?”
아까부터 가부좌 자세로 앉아 눈까지 감고 있는 준.
3번째 고유 속성을 깨우는 과정 중이었다.
“확실히, 뭔가 엄청 광활한 기운이 느껴지긴 하네. 대장의 주변에서.”
필드의 절반 가량을 채울 정도의 초거대 허리케인과, 그런 허리케인을 만들어 낸 바람의 정령 펜릴.
그 두 기운을 흡수하여 에이든의 바람의 정령을 깨우고, 그 기운 중 일부를 마력화시켜 준의 심장에 새기는 과정이다.
당연히 어마어마한 속성력이 담겨 있을 터.
‘그런데 원래 속성이라는 게 저렇게 빨리 흡수되는 거였나?’
일반적으로 전사들이 먹는다는 영약들조차, 순수한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흡수하는 데 상당한 고생을 해야만 했다.
보통은 반나절, 영약의 종류와 복용자의 재능에 따라서는 수 개월이 걸릴 때도 있었다.
그런데 속성까지 들어가 있는 마력을 저토록 빠르게 흡수하다니, 그게 가능한 일인가?
“하긴, 대장은 옛날부터 비상식적인 일을 많이도 알았지.”
그와의 첫 만남이 떠오른다.
처음에는 옷도 거의 넝마나 다름없이 입고 있었고, 곁에 있던 에이든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사람이 대뜸, 페어리 퀸의 각성을 깨닫고 사람들을 모으는가 싶더니 위기의 상황에서 자신의 지팡이에 대한 비밀까지 파헤쳤다.
“도대체 이 지팡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과거에도 몇 번이나 물어볼까 싶었지만, 이따금 그들의 단장은 남들이 모르는 것을 말할 때 영혼이 흔들리곤 했다.
섣불리 관련해서 물을 수도 없었다. 억지로 들으려 하다간, 그가 멀리 떠나 버릴 것만 같았기에.
“리더는 미래인인 거 아님까?”
그래서 마야의 저 뜬금없는 말이 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니, 마야야…….”
소설을 좋아하는 에이든마저 당혹스럽게 만드는 마야의 한마디.
엘레노어도 다를 바 없었다.
“대장이 미래인이면 나는 신이게?”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엘레노어…….”
신을 모시는 사제가 신을 사칭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에이든은 우주가 보일락 말락 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천벌이라고 번개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서.
“아니, 들어 보는 검다. 대장은 간혹 남들이 모르는 지식도 엄청 많이 알고 있는 검다. 엘레노어도 방금 그 지팡이 보면서 생각한 거 아님까?”
“맞긴 한데.”
“어쩌면 리더는 미래에서 온 사람일지도 모름다. 생각해 보는 검다.”
검은 숲에서 페어리 퀸이 각성할 때도.
남들은 모르는 히든 던전을 찾아냈을 때도.
적성에서 엘레노어를 구해 냈을 때도.
“대장은 다 뭔가 알고 있다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슴까.”
“아씨, 왜 개소리인데 그럴듯하게 들리냐고.”
“아무리 그래도 미래인은 좀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러나 마야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어서 말했다.
“이 망할 세상에 말이 안 되는 건 없는 검다. 신도 있고, 몬스터도 있고, 죽은 사람도 움직이는 게 이 세상 아님까? 미래인이 있어도 이상할 건 없슴다.”
“으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생각하는 에이든이었지만, 마야의 설득력 있는(?) 근거에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확실히 이따금 그들의 단장을 보면, 때론 아는 게 이상한 지식을 끌어오는 경우도 많았으니까.
과거에는 마법사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으나, 경험이 제법 늘어난 지금은 알았다.
마법사들은 그저 ‘마법’을 잘 아는 사람들이지, 말도 안되는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잘 생각해 보는 검다. 오르…… 무슨 머시기 전쟁 들판이라는 곳에서 오크 로드가 깨어났을 때 어땠슴까?”
“어…….”
오크 로드 하르곤.
놈이 부활했을 때, 준은 녀석이 어떻게 움직일지 다 아는 것마냥 행동하곤 했었다.
뿐만이 아니다.
이상할 정도로 창천교에 적대적인 태도.
물론 창천교가 해 왔던 짓을 알고 있다면 누군들 그들을 좋아할까 싶지만.
준은 이상할 정도로 창천교의 꼬리를 잘 찾아다니지 않았던가.
“어쩌면 미래에서 창천교에게 당한 게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름다.”
물론…… 남은 두 사람은 마야의 말에 제대로 된 반박은 하지 못했으나, 믿진 않았다.
그런 기색을 읽은 것인지, 마야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나중에 다들 내 말이 맞으면 그때 두고 보는 검다. 내가 맞는지 틀릴지는 결과가 알려 줄 검다.”
* * *
성공적으로 고유 풍속성을 서클과 분리시킨 준.
조금의 휴식을 취하고, 그는 일행들은 곧바로 공중 마차를 타고 와이번 산맥에서 벗어났다.
본래라면 와이번들의 습격 때문에 마차는 탈 수 없었으나, 현재는 우두머리 와이번의 마석 덕분에 이 주변으로는 와이번들이 얼씬도 하지 않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모르데나인 백작의 의뢰를 수행할 예정이야.”
“30년 전에 실종된 사람을 찾는 의뢰 말이지?”
“맞아. 그런데 사실 난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어.”
“역시 미래인…….”
“……?”
들릴락 말락 자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마야.
그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한 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바라보며, 에이든이 어색한 웃음으로 질문해 왔다.
“하하…… 선배. 그럼 란델 공작님을 바로 찾으러 가실 생각이십니까?”
“아니, 그래도 당장은 힘들어. 앞서 준비할 것들이 있거든.”
“그게 무엇입니까?”
“란델 공작의 세 자식. 그들의 유품을 찾으러 움직여야 해.”
“유품……?”
“꽤 유명한 이야기지. 란델 공작, 그가 동부의 맹주라는 자리조차 내팽개치고 블랙아웃으로 찾아온 이유. 바로 자식들의 의문의 죽음 때문이지.”
그런데 그게 왜 란델 공작을 찾으러 가는데 필요한 준비물이란 걸까?
일행들의 의문에 준이 금방 답했다.
“본론부터 말하자면, 란델 공작의 실종은 창천교에 의한 거거든.”
“아……?”
“30년 전에 일어난 일인데, 창천교 때문이라고?”
“그래. 그놈들은 그때부터 줄곧 준비해 왔어.”
제국에 일어날 혼란을.
단적으로 말하자면, 동부의 전쟁 또한 모두 창천교의 수작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등을 떠밀고, 이제는 도저히 풀어낼 수조차 없을 만큼 원한을 쌓게 하여.
지금 이때까지 전쟁을 이어 가도록 만든 것이다.
“왜, 왜 그런 참혹한 짓을……?”
동부의 전쟁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에이든이 핼쑥해진 표정으로 물었다.
“기본적으로 제국에 혼란이 찾아왔을 때, 단합하기 힘들게 만들기 위함이지. 그리고, 죽은 인간들의 영혼은 그치들한테 여러모로 쓰임새가 있거든.”
적성에서 봤던 기흉노파나 도살승이 그랬던 것처럼.
“그런 식으로 죽은 인간들의 영혼으로 외계의 존재들과 계약하는 거야. 가장 쉽고,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니까.”
“그런…….”
새삼 일행들은 어째서 준이라는 사람이 그토록 창천교에 대한 적의가 그득한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란델 공작을 살려 둔 것도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거네? 대장이 필요하다고 한 세 자식들의 유품도 그거랑 관련이 있는 거고.”
눈치 빠른 엘레노어가 마침 이야기를 잘 정리해 주었다.
“맞아. 란델 공작이 실종되기 전, 그의 수준은 막 8레벨에 도달한 상태였지.”
그리고 창천교의 입장에서, 8레벨 유저의 육체는 그야말로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일 터.
“가장 단적으로 예를 들 수 있는 게 악령구지.”
인간의 몸에 타락한 정령을 심는 악령구.
이미 일행들은 타락한 정령을 받아들인 인간이 어떻게 변하는지 본 적이 있었다.
“그, 슬레이어 해안섬에서 봤던 데르만이었지? 괴물로 변했다고 했던 게. 볼레틱 자작의 이부형제라고 했던가?”
당장 데르만조차 그만한 괴물로 만든 게 악령구다.
만약 8레벨의 란델 공작에게 악령구를 심으면 어떻게 될까?
‘뒤지게 세지지…….’
8레벨 유저를 풀로 대동하고 가도 이길 수 있을까 말까 싶은 재앙이 되어 돌아온다.
다행히 게임 내에서는 스토리상 그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고.
준은 그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가려는 곳은 어디인데?”
“먼저 들를 곳은 5계층. 메들린의 성채야.”
“어, 거기는…….”
“유명한 곳이지.”
이름 그대로 성채로 이루어진 필드이며, 그리 대단한 몬스터가 나오는 곳은 아니다.
그렇다고 마력석 광산이 있는 곳도 아니고.
하지만 메들린의 성채는 지리적으로 대부분의 6계층과 아주 가깝게 연결된 장소다.
비조의 도시가 ‘시작의 계층’이라면.
메들린의 성채는 ‘중간의 계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길레느 상회도 최근 그곳에 입점했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인구 유동성을 자랑하는 곳이야.”
“거기서 뭘 구하려는 건데?”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란델 공작의 세 자식이 남긴 유품들이지.”
어쩌면 이번 임무는 의외로 굉장히 ‘날먹’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준은 그 말을 섣불리 내뱉지는 않았다.
마야와 엘레노어가 가장 경계하는 게, 준의 ‘이번 일은 쉽겠어’라는 말이었으니.
* * *
“폼멜은 얼간이라네~.”
수정으로 가득한 공간.
광대 같은 말투의 사내가 가면을 벗고는 힙 플라스크를 입에 물었다.
“병신 같은 폼멜~.”
음과 박자가 하나도 맞지 않았지만, 사내는 흥이 찬 듯 연신 중얼거렸다.
“하아…….”
그러다 뚝, 분위기가 수직 하락한다.
“진짜 뭐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네요.”
그러면서 사내의 눈이 반짝인다.
아직 몸이 완전히 낫지 않았다.
검혼, 아덴과의 전투 중 넘어 버린 선으로 인한 부작용이 여전히 몸에 남았다.
‘마음 같아서는 이 상태라도 움직이고 싶지만…….’
규칙을 어긴 대가가 아직 몸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다시 한번 규칙을 어기게 된다면 그땐 돌이킬 수 없다.
영구히 이 세계에서 추방당하게 될 터.
하지만 자신과 더불어 폼멜의 실패가 너무도 뼈아팠다.
다른 건 몰라도 폼멜의 경우에는 지상의 제국을 크게 뒤흔들어 줄 인물이었건만.
“복잡하군요…….”
그렇다면 폼멜이 반드시 성공해야 했을까?
아니다.
폼멜은 분명 자신이 노리던 ‘그릇’을 죽이려 했다.
그 멍청한 죽음의 신의 우발적인 행동처럼 위장했지만, 폼멜의 의도도 선명히 느껴졌다.
그 그릇은 그렇게 허무하게 잃어서는 안 됐다.
“일이 이렇게 엉켜 버렸군요.”
벌써부터 폼멜과의 대립이 시작되었다. 물론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는 했다.
애초에 폼멜과 자신이 바라는 이상향은 서로 달랐으니.
“그래도…… 그릇은 일단 회수해야겠네요. 기회가 오면 바로.”
아직은 자신이 직접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명령은 얼마든지 내릴 수 있으니.
지그시 눈을 감고서, 술병을 입에 가져간다.
머지 않아 찾아 오게 될 순간을 기대하며.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6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