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6)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6화(26/374)
26화 명분
검은 숲 요새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수백 년 동안 밝혀지지 않은 검은 숲 공략전의 히든 스테이지가 발견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황실의 고위 인사들이 파견을 나왔고,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시작됐다.
수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례적으로, 실패한 공략전 안에서 다수의 생존자들이 나온 것이다.
거기에 거짓을 입에 담을 수 없는 사제까지 껴 있던 덕에, 검은 숲 공략전에 숨겨져 있던 여러 비밀들이 속속들이 밝혀졌다.
그리고 특이한 점이 있다면.
대다수의 모험가와 용병, 그리고 몇몇 고위 인사들의 입에서 한 사람의 이름이 계속해서 거론됐다는 점이었다.
“마법사가 이번 사태에서 큰 활약을 했다지?”
“청운이 미처 밝혀내지 못한 비밀을 풀어 냈대.”
“듣기로는 하급 마법사라던데?”
“하급 마법사? 하급 마법사가 공략전에서 살아남은 것도 모자라 지휘까지 했다고?”
“하! 어떤 마탑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하급 마법사를 퇴출시켰다니. 꽤 배가 아프겠어.”
“벌써부터 여러 마탑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풍문이 있어.”
“그래? 그런데 그 마법사는 결국 어디 있는데?”
그리고.
소문의 그 마법사가 눈을 떴을 때는 히든 스테이지의 존재가 세상에 밝혀지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 * *
준이 눈을 뜨자마자 본 것은 황실 소속의 수사관들이었다.
치료사를 통해 준의 신체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들은, 곧바로 이번 공략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물었다.
그 과정에서 제법 강도 높은 수사가 이루어지긴 했으나.
제국법상 준은 범죄자나 용의자가 아닌 선량한 시민이었고, 추가적으로 클로이가 변호인단과 함께 나타나자 수사는 정말이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다.
“내가 얼마나 놀란 줄 알아?”
그리고 현재.
준은 임시로 클로이의 사무실에서 머물고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아직 회복이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네가 놀랐으면 난 얼마나 놀랐을까?”
“그것도 그러네.”
태연하게 반론하는 준의 말에 클로이가 잠시 이마를 부여잡았다.
“하아…… 미안해. 안 그래도 이번 일로 좀 복잡하게 됐거든.”
“무슨 일인데?”
“굳이 따지자면 네 이름이 너무 갑자기 알려지기 시작한 거지.”
“내 이름이?”
클로이의 설명에 의하면, 수백 년 만에 밝혀진 검은 숲 공략전의 히든 스테이지는 엄청난 수준의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한다.
문제는 슬슬 다음 황권을 차지하기 위한 황족들에게 이번 기회가 굉장히 먹음직스럽게 보여졌다는 점이다.
“그뿐이야? 귀족들도 움직이기 시작했어. 황족을 지지하고 있는 귀족도 있고, 자기 권력을 키우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귀족들도 있지.”
그리고 그들 모두가 준을 노리고 있다 했다.
“그럼 나를 찾는 이유는…….”
“명분이 필요해서지.”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네.”
클로이의 말대로라면, 내년 검은 숲 공략전은 공략대 자리를 두고 치열한 싸움이 일어날 것이다.
당연히 각 소속마다 최고의 실력자들을 대동할 텐데, 그렇게 되면 가장 큰 역할은 명분 싸움이 될 것이다.
“그 명분에 내가 가장 적합하다는 건가.”
준을 자신들의 소속으로 끌어들인다면, 훨씬 안전하게 공략전을 진행할 수 있다는 명분.
클로이가 이마를 감싸 쥔 이유였다.
“만약 벤자민 단장이 살아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지만, 결국 죽어 버렸고.”
부단장으로는 모양이 안 사는 데다, 추가적으로 그들 모두 범죄자 신분이었다.
“거기에 어떻게 알았는지, 벌써부터 내가 너를 후원하고 있다는 게 알려졌어.”
“너희 집안 쪽에서는 어떤데?”
“할아버지는 일단 관망하고 계셔.”
“앞으로 네가 어떻게 움직일지 두고 보겠다는 거네.”
“아마 그렇겠지.”
항상 정치적 중립으로 길레느 상회를 이 자리까지 올린 게 바로 클로이의 할아버지, 길레느 제이크였다.
당연히 이번 일에도 중립을 선언할 줄 알았는데.
“넌 지금 상황 자체보다 그 할아버지의 반응이 더 신경 쓰이는 것 같다?”
“당연하지. 다른 집단들이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이람? 그 인간들을 상대하는 나를 할아버지가 어떻게 볼지가 중요한 거지.”
“음…….”
“그래서, 너 생각은 어떤데? 사실 내가 진짜 너 후원자인 건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
세간에 클로이가 준을 후원하고 있다 알려져 있긴 하지만, 실상 둘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사업 파트너다.
따라서, 클로이가 후원자로서 준에게 명령을 내릴 권한은 없었다.
그에 잠깐 생각에 잠겨 있던 준이 입을 열었다.
“뭐, 사실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온다는데 그게 싫진 않아.”
어찌 됐든 준은 용병이다. 타인의 관심이 필요했고, 업계에서 이름을 알리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런 와중에 준의 이름이 여기저기서 거론되고 있으니, 이는 충분히 긍정적인 상황이다.
“그래도 당장 이게 급한 건 아니니까. 어느 쪽에 힘을 실어 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지.”
“……관련된 정보도 좀 구해 줄까?”
“네가? 웬일로 이렇게 적극적이실까?”
마치 무언가 원하는 것이라도 있냐는 준의 표정에 클로이가 상인다운 웃음을 지었다.
“내가? 이거 서운하네. 우리 인연이 고작 이것밖에 안 돼?”
“네가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그 호의를 받아들였겠지.”
“크흠흠…….”
어서 바른 대로 불라는 준의 표정에 클로이도 결국 어깨를 으쓱였다.
“네가 가진 고서. 거기에 대한 문의가 상당하더라고.”
“하긴, 그렇겠지.”
다름도 아니고 수백 년 동안 밝혀지지 않은 공략전의 공략집이지 않은가.
당장 많은 단체들이 원하고 있는 ‘명분’에 있어서도 상당한 역할을 할 터.
‘게임 속에서는 그냥 [거래 불가] 계열의 아이템이라 인벤토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였는데.’
때문에 어디 창고 한구석에 박아 놓고 잊으면 그만이었던 아이템이, 현실에서는 이런 쓰임새가 있었다.
“원하는 건 경매로 돌리는 거야?”
“바로 그거지!”
클로이가 해맑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준은 짓궂은 생각을 떠올렸다.
“본심을 감추려 했던 게 좀 괘씸한데…….”
“가, 감추다니? 그냥 좀 뒤로 미뤄 둔 거지. 너도 원하는 걸 얻고, 나도 원하는 걸 얻는 거잖아?”
“미리 나한테 빚을 쌓아 두고 내 반응을 기다렸던 건 아니고?”
“굳이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는…….”
“처신 잘하라고.”
“……알겠어, 알겠다고. 미안해.”
결국 이번에도 꼬리를 만 쪽은 클로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별일이 없다면 너한테 맡길게.”
“정말이지?!”
기대가 가득한 클로이의 눈빛에 준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고서를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클로이는 다양한 인맥을 형성할 수 있을 테니까.
“그 외에 다른 사항들은 없어?”
“황실에서 공문이 내려왔어. 이번 사태에 관련해서 상벌이 정해질 거라던데.”
“나한테 벌이 오진 않을 거고. 보수로 뭐가 올까?”
무려 수백 년만에 히든 스테이지가 밝혀진 만큼, 황실에서도 꽤 통 큰 보상을 내리지 않을까.
* * *
“선배!”
잠시 감았던 눈을 뜨자, 에이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처럼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나타난 에이든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준을 바라봤다.
“괜찮으십니까?”
“어째 넌 날 볼 때마다 그 말을 하는 것 같다.”
이번에 크게 다쳐서 그런 걸까.
확실히, 이번에는 여러모로 죽을 뻔한 일이 많았다.
3레벨의 쌍둥이 모험가와도 전투를 치르고, 언데드한테 기습도 받고, 페어리 퀸의 시선도 끌고.
“뭐, 보다시피 멀쩡해.”
“휴, 다행입니다.”
“그러는 너는 어때? 일주일 동안 수사관들한테 붙잡혀 있었다며.”
“그…… 별일은 없었습니다.”
“정말?”
“예.”
그리 말하는 에이든은 어딘가 풀이 죽은 모습이었기에, 준은 자세를 바로잡고 다시 한번 물었다.
“진짜로?”
“음…….”
저 푸른 눈동자를 지그시 응시하고 있자니, 에이든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사실, 황실에서 접근이 있었습니다.”
“황실이라…… 뭐라고 하든?”
“더 이상 눈에 띄는 일은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아마 수사하는 과정에서 에이든의 정체가 밝혀졌을 터.
에이든이 황실 밖으로 내쫓겼던 사실을 떠올리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그 말만 하고 끝났어?”
“예. 그렇습니다.”
그리 말하는 에이든의 표정은 더없이 무거웠다.
버려진 황족인 에이든에게 황실이 내린 명령은 무시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을 테니까.
명령은 간단했다.
더 이상 눈에 띄지 말고, 어디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조용히, 죽은 듯 살라는 것.
즉, 이대로 에이든이 모험가로서 활동을 했다간 다양한 압박이 이어질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에이든 성격상…….’
아니나 다를까.
에이든이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쩌면, 저는 더 이상…….”
그러나 그 전에 준이 먼저 그의 입을 막았다.
“잠깐. 잠깐만 기다려 봐. 생각 좀 해 볼 테니까.”
“예……?”
여기서 생각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감히 황실의 뜻을 거스를 방법이 있는 걸까.
에이든이 불안한 눈빛으로 준을 바라보던 것도 잠시.
‘선배라면 다를지도.’
함께 알고 지낸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
혹시 이번에도 어떤 방법을 떠올린 걸지도 모른다.
에이든의 눈빛에 작은 희망이 깃들었다.
하지만 그런 희망을 갖기엔 너무 일렀던 걸까.
이어지는 준의 말에 에이든이 머리를 푹 숙였다.
“이 부분은 내가 쉽게 답해 주기가 힘들어. 나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도 당연히 불가능하고.”
“역시…… 그렇습니까.”
“그래도,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지.”
“예?”
“나도 이대로 너를 포기할 생각은 없거든.”
당연한 말이었다. 준은 이미 에이든에게 너무 많은 것을 투자했으니까.
작게는 에이든이 걸친 장비들부터 시작해서, 그가 공략전 내에서 얻은 스킬까지.
거기에 운광검은 이제 두 번 다시 구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에이든처럼 믿을 수 있는 전위를 구하기란 쉽지 않으니까.
“그리고 나 혼자 힘들다는 거지, 다른 사람의 손을 좀 보태면 어려운 일은 아니야.”
“정확히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음, 이건 내가 직접 말로 표현해 주기가 좀 힘드네. 자세한 설명을 하려면, 아무래도 직접 겪어 봐야 할 텐데…….”
무엇을 말하려고 저렇게 뜸을 들이는 것일까.
에이든이 의아함을 품고 있을 때.
“안 그래도 기회가 왔네.”
그러면서, 준은 에이든에게 한 장의 편지를 건넸다.
고급스러운 재질에, 황금빛 테두리가 그려져 있는 봉투는 누가 보더라도 평범한 물건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황실에서 직접 우리를 불렀어. 이번 공략전과 관련해서.”
그러니 그곳에서 직접 보여 주겠다며, 준이 미소를 지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