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60)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60화(260/374)
261화 창천교의 지부
5계층, 메들린의 성채.
보다 상위 계층을 노리기 위해 찾아오는 모험가 혹은 용병들이 어렵지 않게 보였고, 때로는 윗계층에서 재정비를 위해 찾아온 고레벨의 유저들도 어렵지 않게 보였다.
흰고래 용병단도 이젠 제법 이름을 날리고 있는 터라, 이곳저곳에서 시선이 모여들었다.
개중 몇몇은 그들에게 말을 걸어 보려 했으나, 가볍게 무시하고 성체 반대편의 외곽으로 향했다.
그리하여 도착한 곳은 다른 곳들에 비해 유독 그림자가 진 듯한 뒷골목.
그 안에서 걸어 나오는 인물들도 썩 멀쩡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나같이 눈빛이 흐리거나, 혹은 머플러나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다.
“지상의 블랙마켓처럼, 블랙아웃에 존재하는 블랙마켓이지.”
“이런 곳에 동부의 맹주나 됐던 사람의 자식들이 남긴 유품이 있다고……?”
물론 벌써부터 갈 생각은 없었다.
지금은 단지 지나가는 척 보러 온 것일 뿐.
볼일을 보기 위해서는 준 혼자 따로 움직일 예정이었다.
“지금 상태로는 너무 눈에 띌 테니까, 숙소부터 정하자고.”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에도 에이든, 넌 무기가 될 만한 걸 찾아봐. 혹시 모르니까.”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아쉽게도 준이 목표로 했던 에이든의 무기는 와이번 산맥에서 찾을 수 없었다.
우두머리 와이번이 둥지를 틀었던 곳에서 일정 확률로 등장하는 검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이번 시즌에는 등장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여전히 에이든의 허리춤에는 유명 공방의 검만 한 자루 걸려 있을 뿐.
‘여기서도 쉽게 찾기는 힘들겠지만.’
워낙 위치가 좋은 탓에 활발하게 거래가 진행되는 곳이지만, 에이든이 쓸 정도의 명검은 찾기 힘들었다.
그래도 간혹 보물인 줄 모르고 나오는 물건들도 있으니, 운이 좋다면 구해 볼 수도 있을 터.
‘물론 그럴 확률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게임 내에서도 그냥 복권처럼 긁어 보는 수준에 불과했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도시 전설처럼 내려오는 소문이거나 혹은 낚시용 뻘글에 쓰이는 수준?
그렇게 준과 동료들이 적당한 숙소를 잡고 있을 쯤이었다.
숙소의 직원이 준의 방문을 두드렸다.
“무슨 일입니까?”
“아, 손님 앞으로 찾아오신 분들이 계십니다.”
나름 최고급 여관을 골라 왔음에도 이렇게 직원이 직접 찾아올 정도의 사람이라.
도대체 누구일까? 준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내려가 보도록 하죠.”
“예. 감사합니다.”
밑으로 내려가자 따로 마련된 별실로 안내하는 직원. 어딘지 조금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위험한 일과 관련된 게 아니라 그저 높은 사람을 맞이하는 긴장감으로 보였다.
그렇게 안쪽으로 들어가자.
“이거, 위명 높은 흰고래 용병단장이 들어오셨군.”
“반갑소. 준 마법사.”
들어오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서는 두 사람.
양측 모두 어딘지 모르게 날카로운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그럼 저는 이만.”
직원은 그런 두 사람을 마주하는 것이 어려웠는지, 곧바로 모습을 감췄다.
그렇게 세 사람만 남게 된 별실.
준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6계층의 지배자가 두 분이나 계시다니요. 이거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동부의 전쟁을 블랙아웃까지 끌고 와, 전쟁 자금을 벌고 있는 두 조직.
검은 달 용병단의 단장, 다크라스와 태양지기 모험단장, 벨고르.
평생 서로의 얼굴을 볼 일이 없어야 할 두 사람이, 동시에 준을 찾아왔다.
* * *
“단도진입적으로 말하겠네. 지금 자네가 받은 의뢰에서 손을 떼게나.”
호전적인 인상의 검은 달 용병단의 단장, 다크라스.
유명한 7레벨의 유저로, 검과 방패를 사용하는 근접형 타입의 전사.
그의 협박성 제안에 준은 그저 빙그레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 말씀을 전하기 위해 두 분이서 직접 행차하신 겁니까?”
“그렇지. 솔직히 나도 놀랐다네. 이자의 얼굴을 이렇게 쉽게 보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으니까.”
“오히려 이쪽이 할 말이지. 아무튼, 그래서 대답은 어떠한가?”
다크라스와 벨고르. 두 사람의 집중된 시선에 준은 담담히 입을 열었다.
“의뢰라 하면, 무슨 말씀이신지.”
“흐음……. 모르는 척을 하겠다는 건가? 나는 밀고 당기는 일은 영 질색인데. 그런 건 여기 앞에 있는 놈과 질리게 했단 말이지.”
“아니면 우리의 제안을 거절하겠다고 이해하면 되겠나?”
서로 전쟁을 하고 있는 사이이면서, 준을 압박하는 과정에서는 또 놀랍도록 협력적이다.
하기사, 이들에게 전쟁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닐 터.
실상 저들이 전선에서 벗어난 지는 한참 오래 전의 일.
지금은 그저 블랙아웃에서 스스로의 안위를 챙기고 싶을 뿐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흰고래 용병단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협하는 존재로밖에 보이지 않을 터.
참으로 가당치도 않다.
하지만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최대한 시간을 끌 수 있으면 끄는 게 맞다고 판단했으니까.
그리고…….
‘모르데나인 백작도 이 두 사람이 내게 접근했다는 정보쯤이야, 입수했겠지.’
아예 대놓고 저들이 이쪽을 알아차렸다.
어쩌면 백작이 정보를 더 풀어, 아예 이쪽으로 시선이 확 쏠리도록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아니면 일부러 정보가 새도록 방치했다거나.’
그 과정에서 첩자를 잡아내고, 반대로 적의 머리를 치려는 속셈일 수도 있었다.
‘진짜, 비즈니스 파트너 하나 제대로 뒀네.’
저쪽이 이쪽을 이용해 먹으려 한다면, 이쪽도 못해 줄 건 없었다.
그걸 위해서 얼굴에 철판, 아니. 아다만티움판이라도 깔 생각이 있다는 말이다.
“이거, 어떻게 말씀드려야 두 분이 믿으실지 모르겠군요. 제게 이 정도로 관심이 깊으시다면 알고 계시겠지만, 우리가 여기 찾아온 것은 그저 7계층의 모험에서 얻은 전리품을 판매할 목적뿐입니다.”
그러면서 준은 자연스럽게 차원 팔찌에서 우두머리 와이번의 마석을 꺼내들었다.
샛노란 스파크를 터뜨리는 어린아이 머리 크기만 한 마석.
부르는 게 값인, 그런 물건이다.
앞의 두 사람 또한 눈빛에 아주 짧은 탐욕이 느껴졌다.
돈이 전부라는 세상이지만, 때로는 물건이 없어 못 구하는 것도 있기 마련이었으니.
준이 들고 있는 마석은 마법사들과 연줄을 만들기 딱 좋은 물건이었다.
“크흠…….”
“그런 걸…….”
“아무튼, 저는 앞으로 이틀 동안 이걸 판매자에게 맡기고 떠날 생각입니다. 사실 작년의 문제도 여러모로 많아서, 올해는 의뢰를 거의 받지 않고 있기도 하고요.”
진정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그리 말하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멍청해서 속아 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이쪽의 움직임을 두고 보자는 심산일 터.
어쩌겠는가.
준이 끝까지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빌고 있는데.
결국 두 사람은 불편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고, 준은 그런 두 사람의 등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
앞서 준은 두 사람에게 이틀 뒤, 물건을 판매자에게 맡기고 떠날 예정이라 했다.
물론 준은 이걸 팔 생각이 없었다. 이건 샤일록에게 갈 예정이었으니.
이만한 물건이 시장에 나가지 않는다면, 당연히 그 두 사람도 준의 거짓말을 알아차릴 것이고, 곧바로 준과 일행들을 뒤쫓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비즈니스 파트너께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계시겠지.”
그런데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아직 이쪽은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했는데, 위험 수당 하나 제대로 쥐어 주지 않다니.
“적어도 이쪽에서 받을 게 있어야겠지. 뭐가 좋을까…….”
때마침,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던 에이든과 마야, 그리고 엘레노어가 보였다.
그리고, 준의 시선이 에이든에 허리춤에 닿았다.
“야, 에이든.”
“예?”
“검, 사지 말고 있어 봐.”
“……?”
저 녀석의 새로운 검은, 훌륭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구해 줄 것이다.
* * *
“이런……. 이것 참.”
이틀 뒤.
이른 아침, 침대에서 일어난 모르데나인 백작은, 손수 홍차를 타며 잠을 몰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눈앞에 놓여진 편지는, 그런 그의 잠을 일찍이 몰아내기에 충분했다.
“허헛…….”
편지지에는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저 고래가 바다 위로 솟구치는 문양 하나와.
-황천검.
저 한 단어만 달랑 적혀 있을 뿐.
누가 보냈는지, 어떤 이유로 보냈는지는 불 보듯 뻔했다.
“먼저 보여준 보상으로는 부족하다 이것이로군.”
앞서 준에게 말해 둔 보상은 간단했다. 이번 사태가 마무리 되는 즉시, 원하는 계층의 영토권을 주겠다는 것.
물론 자신의 재량으로 줄 수 있는 곳이었고, 이는 임무가 정상적으로 끝났을 때, 동부의 두 세력이 지니고 있는 필드를 의미했다.
그런데 그조차도 부족하단다.
“황천검이라. 이쪽 돌아가는 일을 아주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군…….”
애초에 자신이 몇 가지 힌트를 남기기도 했다. 사실 이건 백작의 오랜 습관과도 같은 일이었다.
일단 어려운 의뢰에 필요한 정보는 충분히 남긴다.
그러나 모든 정보를 함께 주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불편하게 생각할 만한 요소는 적당히 빼내고, 만약 상대가 그것을 알아차리면 보상을 보다 높여서 제시하는 것.
그리고 이번 거래 대상은 백작이 알려 주지 않은 정보까지 모두 입수한 모양이다.
무려 황천검을 요구하는 것을 보면.
황천검.
오래 전. 역대 황제 중 한 명이 썼던 검으로, 그가 직접 철족의 족장에게 찾아가 만든 명검 중의 명검.
그 어떤 검보다 황족의 마력을 잘 받아들이지만, 사용자의 정신력을 지속적으로 잡아먹는 저주도 함께 붙어 있는 탓에, 어지간한 황족이 아니라면 쓸 수 없는 검으로도 유명하다.
따라서 지금까지도 황성의 보고에 잠들어 있는 전설의 무구이기도 하고.
그리고 용병단장은 그것을 요구해 왔다.
당연히 마법사인 단장이 쓰진 않을 것이고, 그와 함께 다니는 황족의 피를 이은 자.
에이든이란 청년이 사용하게 될 터.
“즉, 나보고 직접 가지고 오라는 말이로군.”
아마 용병은 이번에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상을 빠르게 주는 것이, 그들에게도 도움이 될 터.
“황성의 보고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이런 식으로 소모하게 될 줄은 몰랐군.”
남들은 그저 상상 속에서나 들어가 볼 수 있는 공간이지만, 백작쯤 되는 인물에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물론 그는 당장 블랙아웃에 있는 만큼 대리인을 써야 할 터.
모든 이들에게 출입 자체가 영광인 그곳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대리인을 써야 하다니.
그러나 백작의 입장에선 별로 아쉬울 게 없었다.
그는 모든 것을 자신의 왕, 황제에게 바쳤음으로.
황제의 뜻이 곧 그의 뜻이며, 그에 대한 대가를 내놓으라면 선뜻 내놓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 * *
늦은 밤.
오랜만에 [모실라스의 거울]을 사용하여 거리 밖으로 나온 준은 곧바로 전에 봐 뒀던 성채의 외곽, 뒷골목으로 향했다.
이곳저곳에 보이는 불법의 향연을 지나쳐, 더 깊숙이 들어간다.
이제는 사람도 잘 다니지 않는 으슥한 골목.
그 안에서 준은 찾아다니던 가게를 발견했다.
영업이 끝난 듯 불빛 하나 비춰지지 않는 공간.
준은 마력을 집중해 [탐색] 마법을 펼치고, 내부를 쭉 둘러보았다.
‘딱히 걸리는 건 없나.’
낡은 골동품점.
마법이 걸린 보안을 강제로 뚫고 내부로 들어가자, 오랜 시간 정리하지 않은 듯 먼지가 가득한 가게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뭐, 애당초 열려 있는 시간보다 닫혀 있는 시간이 많은 가게이니.’
준이 굳이 이렇게 늦은 시간, 몰래 가게 안으로 들어온 데는 이유가 있었다.
‘다행히 잘 있군…….’
벽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황금빛 해골.
게임 내에서 봤던 장면과 정확히 일치했다.
‘정확히 찾아왔어, 창천교의 지부.’
이제부터 이곳에서 란델 공작의 자식들이 남긴 유품을 챙겨야 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6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