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63)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63화(263/374)
264화 만리협곡 추격전(2)
스스로의 내면에 집중한다.
그러자 마치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태양계 행성들처럼 서클 주위로 빙빙 돌고 있는 속성들이 느껴졌다.
그중 새롭게 추가된 바람 속성, 청풍(淸風).
한없이 맑은 바람의 속성이다. 어디에도 존재하고, 어디와도 섞이는 게 가능한 바람이 준의 마력을 타고 바깥으로 향했다.
자유롭게 일대에 퍼져 나가는 청풍 속성은, 이내 공기 중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마력의 흐름을 인지했다.
마치 원래부터 그랬다는 것처럼, 마력과 뒤섞이고 그 안에 담긴 정보를 한 줄기 바람에 실어 준의 귓가에 속삭였다.
[현재 암탉 요람 위치 확인 바람.] [13중대 7소대 인근에서 요람 위치 확인 완료.] [현재 시각 03시 49분. 외부와 조우. 전투 시작.] [해당 위치 확인. 지원 가겠음.]오랜 시간 전쟁을 겪은 이들답게, 통신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하나같이 암어가 뒤섞인 간결한 내용들만이 오갔다.
‘이런 정보들은 쓸모 없어.’
보다 중요한 것은 수뇌부들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 내용이다.
현재 준이 잡고 있는 마력들은 모두 보급형 수신 아티팩트일 터.
보다 상급 수신 아티팩트라면 보안도 출중할 테니 이런 암어 따윈 쓰지 않고 대화를 나눌 가능성이 높았다.
보다 집중한다.
일대에 마력을 퍼뜨리고, [흡명]의 기운까지 [청풍]에 심어 넓게 확장시켰다.
퍼져 나간 [청풍] 속 [흡명]이 일대의 마력을 일부를 빨아들이며, 해당 마력에 담긴 정보들을 보다 세밀하게 감지했다.
마치 해일처럼 몰려오는 정보들.
6서클의 끝자락에 다다른 준의 정신은 간신히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쓸모없는 것들을 배제했다.
점점 더 들려오는 소리들이 줄어들고, 이내 몇몇 인간들의 목소리만이 [청풍]에 의해 실려 들어왔다.
[검은 달. 적의 포위까지 얼마나 걸리지?] [적어도 오늘 동이 트기 전까진 끝날 것 같군. 너희는?] [우리도 마찬가지다.]찾았다.
적의 수뇌부들 사이에서 오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둠 속에서 준의 은백색 눈동자가 보석처럼 빛났다.
‘생각대로 동부의 두 진영이 힘을 합쳤어. 이럴 땐 말도 안 되게 협동력이 좋은 놈들이군.’
하지만 그렇다 한들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쟁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들의 목숨도 바치는 미친놈들이지만, 그 외에는 목숨을 아끼는 녀석들이었으니.
‘포위망 중 가장 약한 지점은 각 진영이 맞붙어 있는 공간.’
모든 병력이 두 세력으로 뒤섞여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랬다간 언제 폭탄처럼 불화가 터져 나올지 모를 일이니.
따라서 서로가 동쪽과 서쪽을 담당할 것이고, 교집합점은 그들이 맞붙어 있는 북쪽과 남쪽이다.
필시 그곳은 서로 다른 두 세력이 물과 기름처럼 나뉘어져 있을 터.
‘하지만 전쟁이 미친놈들이 과연 그런 당연한 사실도 모르고 있을까?’
[상대 마법사는 이전부터 전략을 잘 구상하는 놈으로도 유명하다. 높은 확률로 북쪽을 통해 포위망을 뚫고 움직일 거야.] [괜히 서로 목숨 아끼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은 만들지 말자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군.]아니나 다를까, 그쪽에서도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는 모양이다.
‘과연……. 이러면 어디를 뚫고 가는 게 가장 좋을까.’
방금의 대화를 듣고도 북쪽으로 가야 할까? 아니면 보다 촘촘한 동쪽과 남쪽,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나?
결과적으로 그들이 온 남쪽 방향을 제외하면, 셋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
준은 조용히 어둠 속에서 눈을 감았다.
‘전쟁에 미친놈들이라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덤비겠지만.’
정말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걸까? 단순히, 전쟁 영웅이 되고 싶다는 만용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어디 한번 실험해 보자고. 네놈들의 광기가 이길지, 내 생존욕이 이길지.’
청풍에 쉬감긴 마력이 일대로 모여든다.
동시에 준이 차원 팔찌에서 두 개의 물건을 꺼내들었다.
하나 같이 게임 내에서는 구경도 하기 힘든 두 물건을 바라보며 준이 울상을 지었다.
“진짜 쓰기 아까운 것들인데. 다시 구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도 없는 것들인데…….”
하지만 이번 사태를 가장 쉽게, 그리고 안전하게 타파할 방법이라곤 이것밖에 없었다.
“다들, 이쪽으로 모여 줄래? 계획이 있어.”
* * *
만리협곡의 날씨가 다시 한번 그 변덕스러움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더니, 오늘은 희뿌연 구름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기온이 순식간에 영하로 떨어지고, 하늘에서는 조금씩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아주 지랄이네.”
막사 밖으로 나온 한 용병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나마 5레벨 정도 되는 초인이기에 이렇게 버티는 것이지, 아니었다면 이 변덕스러운 날씨에 몸이 적응하질 못 했을 것이다.
“젠장. 땅이 어는 건 아니겠지?”
“가뜩이나 지형이 썩 좋지도 않은데 말이야.”
서서히 잠에서 깨어난 그의 동료들이 하나둘 나오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나저나 목표물은 어디쯤 있데?”
“몰라. 우리랑 거리가 꽤 멀다던데. 남쪽으로 좀 더 내려가야 있다고 했어.”
“흐, 이쪽하고 마주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네.”
“그러게 말이야. 벌써 몇 소대가 전멸했다고 했지?”
“몰라. 다섯 번 이상 세다가 까먹었어.”
“기왕이면 그 속 시커먼 새끼들이었으면 좋겠다.”
“아서라. 병사 목숨 파리 목숨이던 게 어디 하루이틀인가.”
그렇게 느긋하게 아침을 만들기 위해 불을 피우려 할 때였다.
“염병하게 춥네.”
“그러게. 으으으……. 원래 이렇게 춥다고 했던가?”
“모르겠다…… 워낙 날씨가 지랄 맞은 곳이잖아.”
불을 피우고, 바로 그 앞에 옹기종기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위는 가시지 않았다.
“머머, 머, 뭔가 좀 이상한 것 같, 지 않아……?”
“추, 추워……!”
날씨가 추운 것이야 이해할 수 있다. 원체 날씨를 예상할 수 없는 필드였으니.
하지만 그들은 못해도 4레벨 끝자락.
대부분이 5레벨 유저인 것을 감안하면, 추위는 그저 거슬릴 뿐 이 정도로 떨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애초에 이 정도 추위였다면 상부에서도 따로 지령을 내려 줬을 터.
하지만 관련된 정보는 전혀 없었다.
“제, 젠장……! 부, 불! 불 좀 더 피워 봐!”
“아까부터 하고 이, 있다고!”
“으으으……!”
뼛속까지 시린, 아니…… 그 이상으로 신체 내부부터 추위가 사라지질 않았다.
무언가 이상하다.
이건 그저 변덕스러운 날씨 탓이라곤 할 수 없을 정도다.
그제야 주변을 경계하며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든 이들이 주위를 둘러볼 때.
“저, 저게 뭐야…….”
그들이 있는 협곡 너머.
이른 새벽 안개가 만든 뿌연 시야 속에서 인영이 아른거린다.
그걸 본 병사들은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부디 꿈이길 바랐다.
안개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존재는, 그 크기가 가히 산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거대했기에.
“괴, 괴물…….”
* * *
때는 한참 라네스 마탑의 비행선에 탑승해 있던 당시로 돌아간다.
“내 정령 마법의 기원은 내 동생이 정령계로 떠난 날이란다.”
약 보름 동안 라네스에게 가르침을 받는 시간. 준은 그녀의 이어지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당시의 나는 한참 공간 마법에 대한 이론을 세우고 있던 중이었지. 이유는 단순했단다.”
여동생의 영혼이 정령계로 넘어간다면, 그 타이밍을 노려 해당 좌표를 기록할 심산이었기 때문이다.
좌표만 알 수 있다면 자신 또한 그곳으로 넘어가, 육신을 떠난 여동생의 영혼을 다시 데리고 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결과만 말하자면, 성공했지. 나는 당시 정령계의 좌표를 끝내 수집했단다.”
하지만 완벽한 성공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그녀의 여동생 또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을 테니.
“하나, 여동생의 영혼은 정령계에 도착하자마자 여러 갈래로 나뉘어졌고, 그 순간 모든 것을 놓치고 말았단다.”
“…….”
그 덕분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잔인한 말일까.
당시 라네스는 여동생의 영혼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지면서 정령계 전역으로 뻗어 나가는 것을 느꼈고, 그 과정의 모든 좌표들을 옮겨 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내 마법은, 그런 공간 마법과 정령 마법이 혼합된 결과물이란다. 이렇듯 말이지.”
그녀의 마력이 움직이는가 싶더니, 테이블 위로 아주 자그마한 세계가 탄생했다.
불이 춤을 추는가 하면 물이 강을 만들어 내고, 그 옆에서는 대지가 부드럽게 테이블 위를 감쌌다.
작은 생태계가 순식간에 조성되었고, 준은 그게 단순히 마법으로 만들어 낸 현상이 아님을 깨우쳤다.
“정령계를…….”
“맞단다. 이곳으로 직접 옮겨 온 것이지. 그 기운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세상에…….”
일단 그 자체로도 어렵다는 공간 마법과 더불어 정령 마법을 혼합하여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천재성을 지녔는지 알 것 같았다.
“물론, 내 마법은 완벽에 해당되지 않아. 그 이유는, 내가 알고 있는 정령계의 좌표를 세상에 알릴 방법이 없기 때문이지.”
그저 숫자로 말해 준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애초에 서로가 단절된 차원. 그것은 이 세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그녀가 그것을 알 수 있던 이유는 같은 혈육인 여동생의 영혼과 아주 잠깐 동화되었기에 가능했던 일.
따라서 정령계의 좌표는 그녀의 영혼에 새겨져 있는 것으므로 이것을 타인에게 가르쳐 줄 방법 따윈 없었다.
“언젠간 네가 도달해야 할 영역이란다. 물론 너만의 방법으로 말이지.”
“…….”
“어려운 길이 될 거란 사실은 나도 잘 안단다.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일일 테지. 그러니 선물 하나를 주도록 하마.”
“선물 말입니까? 거절하진 않겠습니다.”
“후후. 받으렴.”
라네스가 건네준 것은 자그마한 돌멩이었다.
선물이라기엔 평범한 물건이 아닌가 싶지만.
“……이거, 설마.”
“정령석이란다. 직접 정령계 차원에서 가져와, 이 세계로 좌료를 지정해 둔 것이지.”
“이것만 있다면, 저번처럼 마력 부족으로 허덕이는 상황은 없겠군요.”
“그래. 만약 위급한 상황이 온다면 써도 좋고, 독자적으로 연구에 써도 좋단다.”
“……긴히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려무나.”
* * *
“크으윽…….”
마법을 완성시킨 준이 무릎을 꿇었다.
라네스에게 건네받은 정령석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신의 마력 회로가 붉게 달아올랐다.
[정령 마법] [영구동토]빙속성 마법을 쓸때마다 사용했던 심상. 그것을 정령계에 빗대어 이곳에 소환해 냈다.
파라라라라라락-!!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인챈트북의 페이지.
이만한 대규모 마법을 홀로 펼치는 것은, 본래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수식과 심상, 그리고 마법 패턴의 조화를 계산하려면 북부에서처럼 여러 마법사들의 힘이 필요했으니.
하지만 라네스가 넘겨준 정령석 덕분에 대부분의 과정을 넘길 수 있었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 주었다.
“하아아…….”
이윽고 완성된 만년빙하의 대지.
하늘에서 내려야 할 눈이 땅에서 몽실몽실 피어오르며, 하늘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런 눈송이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며, 여인의 형체를 갖춰 나갔다.
-그대로군. 이프리트를 이 세계에 잠깐이나마 소환했던 인간이.
두 번째로 마주하는 상위 정령.
얼음 조각상으로 변한 빙결의 정령이 보석처럼 영롱한 눈동자로 준을 내려다보았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6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