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66)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66화(266/374)
267화 란델 공작(1)
계층단을 넘어 도착한 몽환의 숲.
들어오자마자 그들을 반겨 준 것은 그야말로 ‘몽환적인’ 냄새였다.
“염병.”
곧바로 인상을 찌푸리며 욕지기를 내뱉은 엘레노어가 신성 마법을 펼쳐 일대에 정화 영역을 펼쳤다.
“으……. 정신이 어지럽습니다.”
“고작 잠깐 맡은 것뿐인데…….”
에이든과 마야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아주 잠깐 몸과 정신이 따로 노는 감각에 순간적으로 위협을 느낀 것이다.
“하하핫. 자네들에겐 좀 힘들겠군.”
다들 정신력이 뛰어나긴 했지만, 그들조차 잠깐을 버티기 힘들 수준으로 이곳 몽환의 숲은 강력한 마약의 기운이 퍼져 있는 공간이다.
“여긴 특별해. 몬스터가 없는 대신, 지금처럼 특수한 필드 효과가 전역에 펼쳐져 있거든.”
몬스터는 단 한 마리도 없는 대신, 자생하는 모든 식물이 마약 성분을 지녔다.
제대로 된 방비가 없는 상태라면, 마약에 절여진 채 쓰러져 이곳 식물들의 양분이 되어 버릴 터.
그리고 이런 곳에, 란델 공작이 사로잡혀 있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대장이 말했던 동부의 단장들은 어디로 갔고?”
“글쎄…….”
준의 예상대로라면 검은 달 용병단장과 태양지기 모험단장이 흰고래 용병단을 막을 최후의 보루였을 터.
그러나 문득 안 좋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 새끼들이 만약 눈치챘으면 어쩌지?’
만약 이곳에 란델 공작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다.
비록 동부의 전쟁에 창천교가 배후로 있다지만, 창천교는 자신들의 존재를 치밀하게 숨겨 왔다.
이곳까지 동부의 병력이 찾아온 것 또한, 준과 동료들에게 란델 공작의 정보가 있다는 사실을 은밀히 흘렸기 때문이다. 이곳에 란델 공작이 있다는 사실까진 뿌리지 않았을 터.
하나, 검은 달 용병단장과 태양지기 모험단장이 과연 그것도 모른 채 이용만 당했을까.
‘어쩌면 이곳에 란델 공작이 있을 거라 짐작하고 움직였을 가능성도…….’
별로 좋지 않다.
지금의 란델 공작은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나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는 듯, 저 멀리 언덕 너머에서 폭음이 터져나왔다.
“뭐, 뭐야!”
어마어마한 마력의 파장.
엘레노어가 긴장하며 보다 영역을 강력히 전개한 순간.
폭발이 일어난 곳에서부터 무언가가 데구르르 굴러왔다.
“하, 미친놈들이 진짜.”
굴러온 것은 다름 아닌 검은 달 용병단장, 다크라스와 태양지기 모험단장, 벨고르의 머리다.
무언가에 의해 생명력을 빨린 듯, 미라처럼 변했지만 얼굴의 형태는 분명 그들이 맞았다.
“결국 건드렸냐…….”
준의 탄식과 동시에 폭발에 의해 피어난 마약 식물들의 꽃가루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저, 저 사람이…….”
“란델 공작이다.”
타락한 정령에게 삼켜진 터라 제정신은 아니었지만.
보랏빛 마력광이 마치 채찍처럼 번들거리며 그의 주변으로 휘둘려진다.
닿지도 않았는데 주변의 다른 식물들이 시들거리며 죽어 가고, 그가 걷는 길을 따라 모든 것이 죽음에 물들었다.
“다들 내 뒤로 물러서라!”
심상치 않은 란델 공작의 기세에 베른이 앞서 나와 방패를 들었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모습에 준이 식은땀을 흘리며 혀를 찼다.
‘이대로 후퇴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7레벨도 아닌 8레벨을 상대하는 건 미친 짓이나 다름이 없다.
아직 일행들도 6레벨에 불과하고, 유일하게 베른만이 7레벨 성기사.
당장 같은 7레벨인 다크라스와 벨고르가 허무하게 목이 날아가지 않았던가.
물론 란델 공작의 능력상 신성력과는 상극의 힘을 가진만큼 베른이 저 두 사람처럼 속수무책으로 밀리진 않겠으나…….
‘가장 큰 문제는 나다.’
현시점, 이번 전투에서 가장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은 준이었다.
여전히 그의 마력 회로는 푸른빛을 머금은 상태였으니까.
이마저도 신성력과 포션의 힘을 빌려 겨우 진정시킨 것이지, 조금만 마력을 끌어다 쓰면 이전보다 반동이 심하게 돌아올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8레벨 유저에게 유효타가 될 마법을 펼치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
‘에이든과 마야가 버티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아무리 준과 엘레노어의 보조 마법으로 단기간 7레벨을 상대할 수준까지 신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8레벨을 상대로는 조금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준의 망설임을 느낀 것인지, 엘레노어가 물어왔다.
“대장. 저거 상대할 수 있어?”
“힘들겠지.”
“저 영감탱이…… 힘을 좀 약화시키는 건?”
“신성력으로?”
“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란델 공작의 오러에 담긴 기운의 이름은 ‘공허’.
자식을 잃은 그의 공허한 심상을 그대로 옮긴 능력.
반대로 신성력은 공허한 세상에 내리는 한 줄기 빛과 같으니.
가히 상성이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았다.
다만…….
‘가능할까?’
본래 게임 내에서 란델 공작의 공격을 막아 내는 것은 신성력이 가장 효과적이긴 했으나, 란델 공작에게 직접 디버프를 걸듯 신성력을 쏟아부어도 별다른 효과는 볼 수 없었다.
똑같은 8레벨 플레이어블 캐릭터, 태양 교단의 ‘성녀’쯤 되는 인물이 아니라면, 란델 공작의 공허를 약화시킬 수는 없을 터.
하지만…….
‘엘레노어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그녀 스스로가 가진 그릇 자체가 신조차 담을 수 있을 정도로 넓지 않던가.
준의 마력처럼, 엘레노어의 신성력은 드넓은 바다와도 같다.
그뿐만이 아니다.
엘레노어는 아리클로토스의 진정한 신성력을 깨우쳤으니.
‘효과가 있을지도.’
한번 시도해 봄 직하다.
다만, 아직 란델 공작이 이쪽을 적으로 확신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안전하게 도주할 수 있다는 기회를 희생해야만 하는 시도다.
“후우……. 일단, 시도해 볼 만은 해. 하지만 아직은 너무 일러.”
깊게 숨을 한 번 몰아쉬고, 또 다른 변수는 없는지 확인한다.
다름도 아니고 창천교가 먼저 수작을 버려 둔 공간이다.
또 다른 변수가 없으리라 확신할 순 없을 터.
‘다른 예비 병력은 없을 거다. 란델 공작의 폭주 때문에 도우려 해도 도울 수가 없을 테니.’
그렇다면 뭐가 있을까.
다른 함정은 있지 않을까?
돌 다리도 두들기고 걷는 준의 성격상, 언제 무너질지도 모를 흔들 다리를 확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일대에 마력을 흩뿌리고, 수상한 점이 없는지 찾아본다.
그러던 중.
‘이 깜찍한 새끼들.’
마력이 느껴지는 지점이 보였다.
그것도 아주 은밀하다.
보통의 마법사가 설치한 게 아니란 것이 느껴졌다.
최소한 7레벨 쯤되는 고위 마법사의 마법진.
대부분이 속박과 포박, 정신 결박 등의 계열이 느껴진다. 그것도 수십 번이나 중첩시켜 만든, 대규모 마법진.
‘마법사 협회. 이 새끼들 여기까지 찾아왔던 모양이네.’
이쯤되니 준은 자신이 착각했음을 깨달았다.
검은 달 용병단장과 태양지기 모험단장은 단지 자신들의 감만으로 란델 공작을 찾아낸 게 아니었다.
창천교가 명백히 고의적으로 정보를 뿌렸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란델 공작을 제압할 준비를 저만큼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분명 란델 공작이 폭주하리란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기에 저런 조치를 취해 둔 것이다.
‘음흉하다, 음흉해…….’
누가 이런 수작을 부렸을지 벌써부터 예상이 갔다.
필시 골동품점에서 말을 걸어왔던 ‘그놈’일 터.
아직 자신의 격이 놈의 진명을 부를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기에, 알고도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그놈의 수작질이 분명하다.
‘폼멜, 그 자식이 나보고 그릇이라고 했지. 그리고 그놈은 폼멜의 계획을 무산시킨 걸 고맙다고 했고.’
이쯤되니 준도 알 수 있었다.
그놈은 엘레노어라는 그릇 대신, 자신을 그릇으로 쓰리란 것을.
그리고 지금, 란델 공작을 활용해 자신을 확보할 생각으로 그득할 터.
저 마법진은 자신이 란델 공작의 손에 의해 죽기 직전에, 그를 멈추게 만들 수단으로 보였다.
그러자 오히려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수단이 보이기 시작했다.
“좋아…… 일단 계획이 있긴 해.”
“오, 좋아. 대장. 뭔데?”
“시간 끌기. 마법사 협회가 여기에도 수작질을 부려 놨어. 그걸 역으로 활용해서 공작을 무력화시킬 거야.”
“음. 다들 들었지? 시간만 끌면 돼.”
남은 셋이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평소처럼 에이든과 마야, 그리고 새로 들어온 베른에게 보조 마법을 펼쳤다.
“허어…….”
이번에 처음으로 보조 마법을 경험한 베른이 놀란 눈으로 엘레노어와 준을 바라봤다.
숱한 경험이 많은 그조차도, 이만큼의 버프는 처음이었으니.
엘레노어의 신성 마법 또한 전대 교황에게도 쉽게 밀리지 않을 정도였고, 준의 마법은 그에게 부족한 부분을 확실하게 챙겨 주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저 란델 공작을 상대로 충분히 밀리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에이든, 네 역할은 알고 있지?”
“예. 틈을 주지 않고, 베른 님을 보조하는 것입니다.”
맞다. 에이든이 가진 일격필살은, 란델 공작을 죽일 수는 없겠으나 충분한 대미지를 남길 수는 있었으니.
그리고 이어서 마야에게 시선을 옮겼다.
“마야. 사실 여기서 네 역할이 가장 중요해.”
“……?”
“베른과 에이든이 버텨 주고 있는 사이, 넌 어떻게든 [혼령난무]를 준비해.”
“저 괴물을 상대로 유효타를 먹이라는 검까?”
“맞아.”
“거 무리한 요구지만 노력해 보겠슴다.”
“그래, 믿는다.”
이제 준이 할 일은 간단하다.
동료들이 시간을 끌어 주는 사이, 이 일대에 펼쳐져 있는 마법사 협회의 마법진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방금 보조 마법을 펼치느라 다시금 보랏빛으로 물든 마력 회로를 안정시키는 작업이 필요했다.
‘죽겠네, 진짜…….’
이번 임무가 끝나면 당분간은 정양을 하며 보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준이 정신을 집중하는 사이, 동료들의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이쪽의 기세를 읽은 것일까, 방금까지 공허한 눈빛으로 허공만을 바라보고 있던 란델 공작의 시선이 일행들에게 돌아갔다.
명백히 이쪽의 적의를 읽은 듯, 보랏빛 오러를 폭사하며 튕기듯 쏘아져 달려온다.
콰아아아앙-!!
잔영만 남긴 채 사라졌던 란델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것은 베른의 방패 앞이었다.
휘둘려진 낡은 거검이 불똥을 터뜨리며 베른의 방패를 밀어낸다.
“흐으음!”
아까의 다짐이 무색하게, 그의 다리가 긴 흔적을 남기며 뒤로 밀려났다.
처음부터 상상 이상의 강력한 공격이 들어왔다.
양팔의 근육이 터질 듯 부풀고, 공허의 힘에 맞서 신성력이 뿜어져 나왔다.
“빨라……!”
뒤늦게 엘레노어의 신성 마법이 발동됐으나, 란델에게 적중되기도 전에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어딜!”
신성력을 다리에 집중시킨 베른이 도약하고, 엘레노어의 바로 앞까지 도달한 란델의 검을 다시 한번 막아 냈다.
뒤로 밀리는 베른에게 방해되지 않기 위해 엘레노어가 황금빛 날개를 펼치고 [활공]을 통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망할……!”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펼쳐 둔 정화 영역 밖으로 나오자 곧바로 마력의 기운이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려 했다.
곧바로 품에서 준이 넘긴 포션으로 정신을 가까스로 차렸다.
가장 위협적이라 여긴 엘레노어가 사라지자, 짐승 같은 란델의 시선이 이번엔 준에게로 향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약한 적을 파악하고 처리하려는 것이다.
그 시선을 느낀 베른이 보다 빠르게 움직였고, 다시 한번 검과 방패가 맞붙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란델 공작이 뒤로 물러섰다.
그조차 무시할 수 없는 강맹한 기운이 바로 뒤에서 느껴진 것이다.
[파산검]!초대 황제의 패도적인 마력이 휘감긴 검은, 공허에 잠긴 란델의 오러마저 찢어발길 힘을 지녔다.
그에 그가 뒤로 물러서고, 허공에 아주 잠시 도약한 순간, 공중에서 발현된 엘레노어의 신성력이 정확히 란델에게 적중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6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