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7)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7화(27/374)
27화 보상
비조(鼻祖)의 도시.
검은 숲 요새와 마찬가지로 ‘초기화’가 진행되지 않는 1계층의 [체크 포인트] 중 한 곳.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제국에서 블랙아웃을 발견하고 가장 처음 발전을 시작한 도시였다.
때문에 블랙아웃 내의 그 어떤 도시보다도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 줬다.
“후우…… 죽을 뻔했다, 진짜.”
검은 숲에서부터 이틀에 걸쳐 도착한 비조의 도시.
그곳에 드높이 올려진 비조성 내부.
화려하려고 만든 건지 사람의 기를 죽이려고 만든 건지 헷갈리는 성의 내부에서, 준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일의 발단은 이곳까지 준을 안내한 고용인의 제안에서부터였다.
“향후 개최될 연회를 위해 저희 쪽에서 준비를 도와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자리에 걸맞은 치장을 해 주겠다는 말에, 준은 호기심을 안고 고개를 끄덕였다.
“목욕부터 옷 입는 것까지 하나하나 옆에서 훈수질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네.”
무려 세 시간 동안 시달린 결과물을 보기 위해 준이 거울 앞에 섰다.
“……그래도 나쁘진 않으니까 참는다.”
만약 거울을 보고 만족하지 않았다면, 준은 고용인들에게 용병의 몰상식함을 단단히 보여 줄 생각이었다.
“하하…… 그래도 선배,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그러냐? 고맙다. 그런데 너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 막 엄청 기쁘진 않네.”
준과 마찬가지로 고용인들의 도움을 받고 나온 에이든은 누가 봐도 귀공자처럼 보였다.
소매 끝 부분에 자그마한 프릴이 달린 새하얀 와이셔츠. 그 위로 밝은 갈색의 짧은 조끼를 입었고, 비슷하지만 조금 더 진한 톤의 바지를 깔끔하게 차려입었다.
거기에 자리가 자리이다 보니 황족으로서의 자세가 벌써부터 티가 나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누구를 붙잡고 물어봐도 고귀한 혈통을 타고 났음을 의심하지 않을 정도의 비주얼.
그 때문인지, 몇몇 고용인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게 흔들리는 것까지 보게 된 준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평소에 괜히 꼬질꼬질하게 다니던 이유가 있었구나.”
“아하하…….”
벌써 몇 번 시달린 경험이 있던 것인지, 에이든이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선배의 정장도 굉장히 잘 어울리십니다. 특히 한쪽 어깨에만 걸치신 망토가…….”
“마법사답게 지적인 느낌이 필요하다나 뭐라나. 그러면서 입혀 주던데.”
옷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불편한 감은 있었지만, 에이든의 말처럼 준도 자신의 차림에는 불만이 없었다.
그렇게 연회장에 도착해 에이든과의 수다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반가운 얼굴들이 도착했다.
“여, 마법사 양반!”
마찬가지로 황실의 부름을 받고 온 콜튼이었다.
거칠게 자란 수염도 정리하고, 머리까지 다듬은 콜튼의 인상은 이전과 비교해 훨씬 정겹게 느껴졌다.
‘우리랑 다르게 고용인들에게 시달리진 않은 모양이군.’
그 외에 다른 용병들도 마찬가지로 적당히 깔끔한 옷을 알아서 챙겨 입었다.
“어이쿠. 옆에 있는 미남은 누구신가?”
“에이든입니다, 콜튼 대장님.”
“하하! 다들 멋들어지게 꾸미고 오셨구만. 나 참. 살면서 이런 곳에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말이야. 안 그런가, 다들?”
그것을 시작으로 연회장에 용병들의 큰 목소리가 떠들썩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단 하루라도 입을 다물고 사는 법이 없는 그들은 그간 있던 일들에 대해 떠들어 댔다.
주된 내용은 이번 공략전 사태를 주도했던 청운과 관련된 이야기들이었다.
“단원들은 5년형이라고 했지?”
“소문에 의하면 부단장은 7년형이라고 하더라.”
“쯧, 좋은 꼴은 못 보겠어.”
“그래도 누가 알아? 미개척 개발단에서 나름 활약하고 금방 나올지.”
“하! 그럴 리가. 거기 들어간 녀석들은 십중팔구 병신이 되거나 죽어서 나오는데.”
그들의 수다 소리에 준은 해맑은 웃음이 인상적이었던 루크를 떠올렸다.
‘미개척 개발단이라…….’
미개척 개발단은 블랙아웃 내에서 죄를 지은 죄수들을 계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집단이다.
용병들의 말마따나 위험천만한 일들이 많지만, 괜찮은 실적만 쌓으면 금방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상념에 빠지려는 찰나.
“모르데나인 백작께서 드십니다.”
연회용 마도구에서 고용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동시에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던 이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단 한 사람. 에이든을 제외하고.
“다들 연회를 잘 즐기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로군.”
모르데나인 백작.
황실의 이름을 어깨에 짊어지고 블랙아웃 내에서 일어나는 대소사를 결정하는 인물.
즉, 황제를 대신해 블랙아웃을 통치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계단에서 내려오며 에이든을 발견했다.
버려지긴 했으나, 에이든은 황족이다.
홀로 짧게 허리를 숙이는 것으로 대신하는 에이든을 바라보며 백작이 눈을 빛냈다.
물론 그것은 아주 짧은 순간에 불과했다.
“다들 일어서시게. 제국의 이름을 높인 그대들이 무릎을 꿇을 이유는 없지.”
그 말이 끝나자 용병들이 일어서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앞서 고용인들에게 주입당한 예의의 결과였다.
“그래, 이렇게 용사들의 얼굴을 보아하니 제국의 미래가 참으로 밝다는 게 느껴지는군.”
위엄이 가득한 목소리.
하지만.
“그러나 내가 여기 있다면 그대들도 편히 쉬지 못하겠지? 내가 그 정도 눈치는 있는 귀족일세. 하하하.”
지극히 권위적이던 그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일변했다.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환기시킨 그가 이어서 말했다.
“그대들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네. 나 같은 이들을 보는 것 보다야, 눈앞에 있는 황금이 중요한 법 아니겠나?”
지극히 공감한다는 듯 용병들이 몸을 떨었다.
벌써부터 저 백작이 무엇을 준비했는지 당장이라도 확인하고 싶은 듯했다.
“걱정 말게. 비록 이곳이 술과 황금으로 가득한 지상은 아니겠으나, 블랙아웃 또한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 이곳 비조의 도시에 용사들을 위한 선물은 얼마든지 준비되어 있다네.”
그러면서 단상 위에 놓여 있던 자그마한 들어 흔들자, 여러 고용인들이 계단에서 내려왔다.
“자, 그대들을 이곳까지 안내한 고용인들을 따라가게. 그럼 자네들의 업적에 합당한 보상이 쥐어질 걸세. 단, 이 모든 것은 황제께서 내려 주신 은덕임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일세.”
“지엄하신 황제 폐하의 은덕에 감사,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국에 영광이 있기를!”
이어서 용병들이 약속된 만세 삼창을 하고, 모르데나인 백작이 자리를 떠났다.
그제야 고용인들이 용병들을 데리고 2층으로 안내했다.
각 방마다 배정된 위치로 향했으나.
“……?”
준을 안내하던 고용인만이 그를 3층으로 안내했다.
그렇게 3층에 도착한 준은 반사적으로 표정을 굳혔다.
무언가 다르다.
딱히 무언가 위협을 느낀 것은 아니었으나, 그저 고급스럽기만 하던 1층과 2층하고는 달리, 3층에서는…….
‘권위가 느껴지는군.’
심지어 앞에서 걷고 있는 고용인의 발걸음도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적어도 전문적인 무술을 배운 자의 걸음걸이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쯤, 그는 3층의 복도 끝에 도착해 있었다.
“들어가십시오.”
고용인의 안내에 따라 준이 내부로 들어서자.
“반갑네, 마법사여.”
모르데나인 백작이 소파에 앉아 준을 맞이했다.
* * *
“제법 놀란 모양이군.”
“……왜 아니겠습니까?”
갑작스러운 백작의 등장.
준이 침착하게 대답하자, 백작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놀라게 한 것은 미안하네. 하지만 이해해 주게. 그래도 자네는 이번 공략전에서 가장 크게 활약한 용사이지 않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하핫. 겸손하군. 그래, 아까도 말했다시피 나는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네. 용병인 자네에겐 나와의 만남보다, 아무래도 보상이 중요하지 않겠나?”
그러자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고용인이 고풍스러운 상자를 백작에게 건네고는 바깥으로 나갔다.
이어서 백작이 천천히 상자의 뚜껑을 열자.
“……?!”
그 안에서 하나의 환(丸)이 오색찬란한 빛을 발하며 스스로의 존재감을 뿜어냈다.
“하하핫. 아까보다 더 놀란 모양이군.”
백작의 말처럼, 준은 백작을 두 눈으로 봤을 때보다 놀랐다.
눈앞에 있는 물건은 적어도 몇 년 뒤에나 볼 거라 생각했던 아이템이었으니까.
“[성장환]일세.”
일명 [스킬 성장권]이라고 불리던 물건.
일반적으로 스킬의 등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 주는 물건이었다.
‘인게임 경매장에서도 아주 간혹 가다 발견되던 건데, 이게 왜 여기서……?’
최소 3계층 이상에서, 그것도 아주 운이 좋아야 구할 수 있는 물건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당연한 말이지만, 이 세계에서도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인 물건이다.
“이런 걸 제가 받아도 되는 겁니까?”
“물론일세. 자네도 알지 않나. 나는 허언을 할 수 없네. 내가 앉은 자리란 그런 자리니까.”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을.”
“아닐세. 그 정도로 놀랐다는 의미일 테니. 나도 만족스럽군.”
그러면서 모르데나인 백작은 환이 담긴 함을 이쪽으로 천천히 밀었다.
그에 준도 손을 가져다 대려던 그때.
“……?”
아직 백작의 손이 함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에 고개를 들어 백작을 바라보자.
방금까지 허허로움을 연출하던 백작이 눈빛 속에서 날카로움을 드러냈다.
“마법사인 자네라면 알겠지만.”
“…….”
“세상에는 등가교환이라는 게 존재한다네. 그래서 묻겠네만, 이 물건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가?”
“적어도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물건임은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물론 나는 자네의 업적을 인정하네. 무려 수백 년만에 등장한 히든 스테이지에서 큰 활약을 하지 않았나?”
“…….”
“하지만, 그 모든 일을 자네 홀로 해냈다고 할 수는 없네. 다양한 인과관계가 성립된 덕분이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백작의 말처럼.
이번 히든 스테이지는 여러 사건들이 겹쳐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목숨을 잃은 벤자민과 아리클로토스 교단의 사제, 엘레노어, 그리고 아래층에서 보상을 받고 있을 용병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활약을 했고, 준은 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였을 뿐이다.
즉.
눈앞에 있는 이 [성장환]은 분명 분에 넘치는 보상이었다.
“하니, 내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네.”
“말씀하시지요.”
“하하, 무게는 잡았지만, 그리 무거운 질문은 아닐세.”
과연 아닐까?
물론, 그가 할 질문은 가벼울 수도 있고, 무거울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에게 준의 목숨은 너무도 가벼운 것이고.
“버려진 황족에게 접근한 이유가 무엇인가?”
준에게는 자신의 목숨이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생사의 갈림길에서.
“버려졌다고 하는 것치곤, 꽤 관심을 쏟으시는군요.”
준이 입을 열었다.
* * *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해결됐어.”
“……예?!”
한밤의 테라스.
용병들조차 술기운에 자취를 감추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을 무렵.
백작과의 만남을 마치고 연회장으로 돌아온 준은 달빛이 잘 받는 테라스로 에이든을 데리고 와서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만 에이든은 한 번에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뭐, 최대한 간단하게 말하자면, 애초에 네가 이 블랙아웃에 있는 것부터가 황제의 허락이 있던 덕분이야.”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말 그대로의 의미야. 만약 네가 이곳에 있는 걸 황제가 허락하지 않았으면, 넌 애초에 블랙아웃에 오지도 못했어.”
허락이 없었다면 유배지 바깥으로 나간 순간, 에이든은 추살되었든 강제로 유배지로 끌려갔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넌 이곳 블랙아웃에 무사히 도착했고, 몇 달이나 머무는 동안 아무런 간섭도 없었지.”
“그럼 저한테 접근한 사람들은…….”
“황제의 뜻이 황실의 뜻이지만, 황실의 뜻이 황제의 뜻을 대변하는 건 아니지.”
말하자면, 황제와는 관련이 없는 제3세력이 멋대로 한 행동이라는 말이었다.
“도대체 누가…….”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그게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지만 에이든은 준의 말을 기다렸다.
“그야, 황제가 널 내버려 두기로 결정했으니까.”
그럼 거기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에이든에게 접근한 세력이라는 게 승계 경쟁을 이어 가고 있는 황족 중 한 명인지.
아니면 황제의 권력을 조금이라도 빼앗아 오려는 귀족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저 황실이라는 이름값에 괜히 한 번 관심을 가져 보고 싶은 인물의 독단인지.
그따위 것들은 하등 쓸모가 없어진다.
왜?
황제가 그렇게 결정했으니까.
그럼 어느 누구도 에이든의 행보에 관여할 수 없다. 그럴 자격도 없고.
황제의 권력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 그럼 제가 했던 걱정들은……?”
“결국 모두 쓸모 없는 것들이었지.”
그 말에 에이든이 허탈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백작이 선배는 왜 부른 겁니까?”
에이든의 물음에 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황제의 뜻이 그렇다고 해서 밑에 있는 신하들까지 알겠습니다~ 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백작의 목적은 간단했다.
먼저 준이 누구인지, 왜 에이든의 곁에 있는지, 그리고 준이라는 존재가 에이든을 뒤흔들 수 있는지 등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 관계가 그렇게 엄청난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니잖아? 그저 블랙아웃에 온 사람답게, 계층을 올라가려는 것뿐이지.”
“예…… 맞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어. 별생각 없다고.”
“그걸, 그 사람이 믿었습니까?”
“그럴 리가. 대신, 행동으로 보여 주겠다고 했지.”
그 행동이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물론 이것도 단순히 말로만 해결될 일은 아니야. 그래서 팔았어.”
“예? 팔다뇨?”
“공략전에서 우리가 구했던 고서 있잖아. ‘타락한 숲 원정 일지’. 그걸 백작한테 팔았어.”
오매불망 경매만을 기다리던 클로이가 입에 거품 물 소리를, 준은 태연하게 내뱉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