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76)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76화(276/374)
277화 메르데인(1)
지상으로 올라오고, 준과 일행들은 평소처럼 길레느 상회로 찾아갔다.
이번에는 휴식이 아닌 전투의 준비 단계를 거치기 위함이었다.
“뭔가 이번 시즌은 조용했네.”
책상 앞에 앉아 서류들을 보고 있던 클로이의 한마디였다.
이야기의 주체는 다름 아닌 창천교의 행보.
확실히 클로이의 말처럼, 이번 시즌에는 유독 창천교의 움직임이 소극적이었다.
비교적 그들이 움직였다고 할 만한 사건은 란델 공작의 사건 정도일까.
물론 란델 공작 사태도 결코 작은 일은 아니다.
그 사태로 인해 결과적으로 동부의 전쟁은 종식됐고,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천룡 기사단장, 벤이 움직였으니.
하지만 그것들 대부분은 창천교가 직접 움직였다기 보단, 그들이 걸어온 행보의 꼬리가 잡힌 일에 가까웠다.
“별로 안심이 되진 않아. 오히려 폭풍전야의 느낌이랄까.”
“귀족들 측에서는 움직임이 따로 없나?”
“의외로 조용한 상황이긴 해. 동부의 전쟁이 막 종식됐을 땐 시끄러웠는데, 이젠 다 증거가 나온 상황이니까.”
동부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부패의 현장들.
황제는 발 빠르게 그 정보들을 세간에 풀었고, 그런 상황에서 동부의 괴멸된 군대에게 안타까움을 갖는 이들은 없었다.
“그런 상황인 만큼, 귀족들도 섣불리 입을 열기가 두려웠겠지.”
한차례 피바람이 불었다.
귀족들 입장에선 벤이 움직였다는 것은 황제가 칼을 뽑았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
의외인 것은 황제도 그런 귀족들을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쪽과 얽힌 녀석들한테 협박이라도 해서 창천교의 전쟁에 한 손 보태도록 만들 줄 알았는데.”
“그런 선택지도 있었겠지만, 자칫 쥐가 고양이를 무는 경우도 생길 테니까.”
평상시라면 쥐가 물면 똑같이 목을 물어뜯어 죽이면 그만이겠으나, 지금은 창천교라는 시한폭탄이 앞에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황제 측에서도 얻은 게 없는 건 아냐. 너도 알다시피…….”
“란델 공작이 복귀했지. 그것도 8레벨이라는 힘을 가지고.”
“맞아.”
“그러고 보니 란델 공작은 어떻게 됐는데?”
당시 란델 공작은 준과 동료들이 몽환의 숲에서 나오는 그 순간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몽환의 숲에서 나왔을 땐 대기하고 있던 모르데나인 백작의 사람들이 데리고 갔었고.
그 이후의 소식은 준도 들은 바가 없었다.
“다행히 지금은 정신을 차린 모양이야.”
“역시 8레벨의 육체인가……. 그만한 고문 속에서도 살아남고.”
“그것도 있고, 아리클로토스 교단에서도 움직였어.”
“교황이 직접?”
“응.”
과연. 그렇다면 치료 쪽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듯싶다.
“그리고 내 쪽으로도 서신이 왔어. 란델 공작이 너를 만나 보고 싶은 모양이야.”
“……나를? 왜?”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뭐, 감사를 표하려는 거 아닐까?”
“그렇다면야 뭐…….”
만나 봐서 나쁠 것은 없었기에, 준은 대강 고개를 끄덕이고는 궁금했던 사항에 대해 물었다.
“메르데인. 그쪽 상황은 어때?”
황태자 덱스터가 직접 의뢰한 임무.
지상에 올라온 만큼, 이제 투입될 준비를 해야 했다.
“이건 태양교단 측에서 보내 온 서신이야.”
“내용은…… 대충 예상하고 있던 거네.”
최근 메르데인의 정화 작업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것과, 정화 작업이 끝난 지역에 다시금 오염이 퍼지고 있다는 것.
따라서 특별한 신성력을 가진 엘레노어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준과 일행들은 그 과정에서 엘레노어와 한참 정화 작업을 진행 중인 태양교단의 성녀를 호위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것만 있진 않겠지?”
“당연하지. 나를 뭘로 보고.”
애초에 이번 의뢰가 들어오기로 했던 것이 아리야 평원으로 향하기 전이었던 만큼, 클로이도 관련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해 둔 상황이었다.
“먼저…… 예상했다시피 창천교에서 수작을 부린 게 맞는 것 같아.”
“정확히 어느 쪽에서?”
“태양교단과 거래하고 있는 상단 측의 인물이 조금 변했어. 주로 구입 물품을 옮기는 쪽이야.”
뿐만 아니라, 해당 상단을 호위하는 용병단도 바뀌었다고.
“더 세부적으로 보면, 일정한 시기에 사람이 바뀌는 경우가 많아. 예를 들면 여기도 그렇지?”
“특정 약초를 채집해서 보내는 업체 측 인물도 바뀌었군……. 원래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업체를, 아들이 물려받았어.”
“그래. 물론 그런 경우가 어디 없겠냐 하겠지만, 아무래도 시기가 공교롭기도 하고…… 애초에 아버지의 나이를 생각하면 벌써 은퇴를 고려할 정도는 아냐.”
“일정한 주기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고…… 정화 작업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 것도 이쯤인가.”
“그렇지.”
확실히 클로이가 가져온 정보의 질은 무척이나 뛰어났다.
한참 서류를 둘러보던 준은 잠시 생각하듯 눈을 감더니 문득 입을 열었다.
“다만 의뢰서에 적힌 내용을 보면, 창천교와 관련된 언급은 없군.”
“황실 측에서 태양교단에게 숨겼을 가능성이 높아.”
“숨겼다면 그 이유도 있겠지?”
“빙고. 이만큼 거래처에 변화가 생기고 있음에도 눈치채지 못한다는 건, 태양교단 내부에 창천교의 세작이 있다고 봐야 해.”
“내부에 적이 있는 상황에서 메르데인으로 향해야 한다라…….”
“그나마 다행이라면, 내부의 적은 그리 많지 않을 거야.”
“그렇겠지. 다른 건 몰라도, 신의 사도라 알려진 성녀가 있으니까.”
게임 내에서도 태양교단의 성녀는 확실히 인류의 편이었다.
다름 아닌 플레이어블 캐릭터였기에 준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태양교단이 아니라 다른 쪽에서 들어온 정보들이야.”
추가로 넘겨지는 서류를 빠르게 읽고 넘겨보자, 대강 그림이 잡히기 시작했다.
“보다시피, 메르데인 내에서 태양교단을 제외한 다른 집단들이 제법 큰 피해를 입었다는 정황이야.”
“이걸 잘도 찾아냈네? 그치들은 어떻게든 숨기고 싶어 했을 텐데.”
“시장 경제라는 게 원래 그래. 전체적인 흐름이 보이고, 그 안에 변화가 생기면 어떤 사건이 터졌다는 거야.”
클로이의 말처럼, 서류에 적혀 있는 내용이 그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갑자기 엄청난 보급품을 한 번에 구매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모든 거래가 싹 끊겨 버리는 경우도 있어.”
“상대도 바보는 아닐 테니 이렇게 급격한 변화를 주진 않겠지. 그럼에도 이 정도의 정보가 풀렸다는 건…….”
“그걸 신경 쓸 겨를조차 없는 상황이라는 거지.”
“음.”
거기까지 클로이에게 정보를 들은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정보는 이 정도가 전부인가?”
“큰 줄기들은 그게 끝. 나머지는 소소한 것들이야.”
태양교단에 필요로 할 만한 물품이 무엇이 있을지, 피해를 입은 다른 집단들과 힙을 합칠 가능성은 있는지 등.
그와 관련된 집단들 사이의 분쟁까지 상세하게 듣고 나서야, 일차적인 회의는 끝을 맺었다.
“후아.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까 꽤 많네. 그래서, 어떻게 생각은 좀 정리했어?”
“어. 놈들이 무슨 목적으로 움직이는지 대충 알 것 같아.”
“……내가 준 정보의 질이 낮은 건 아닌데, 거기까지 유추할 수 있었다고?”
“다른 쪽에서 알고 있던 정보야.”
“그럼, 결과적으로 창천교가 하려는 게 뭔데?”
“일차적인 목표로는 리치의 부활.”
“역시 그쪽인가…….”
“그리고 놈들이 바라는 최종 목표는…….”
죽음의 신.
놈의 강림이었다.
* * *
‘좋아, 한번 생각을 해 볼까…….’
본래라면 메르데인 사태도 여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몇 년 후에나 시작됐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지금에서야 시작된 이유는 분명 있을 터.
‘최소한의 준비가 끝났다는 소리인가? 하지만 죽음의 신이 소환되기 까진 꽤 많은 제물을 필요로 할 텐데.’
머지않아 답이 떠올랐다.
‘북부에서 나온 사상자들의 영혼을 끌어다 썼군.’
절로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본래라면 폼멜이 지상에 올라오는 데 사용됐어야 할 영혼들.
그러나 죽음의 신은 폼멜과의 협상을 깨고, 지상에 강림하길 선택했다.
‘하긴, 애초에 폼멜을 지상에 현현시킬 수준의 영혼조차 모으진 못했겠지.’
즉, 이젠 더 이상 북부에서 일어났던 것처럼 폼멜이 지상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만큼 이쪽이 힘들어졌다는 건데…….”
죽음의 신.
이름 그 자체에 신이 들어간 만큼, 당연히 강력할 수밖에 없다.
게임 내에서는 죽음의 신이 아닌, ‘죽음의 형상’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었다.
“또 옛날 생각나네.”
이정준 시절에도 몇 번이고 토벌했던 경험이 있을 정도다.
물론 그만큼 많은 준비를 필요로 하겠으나.
“클로이, 물자는 충분히 있나?”
“어. 전에 말해 둔 만큼 모아 뒀어. 그런데 진짜 많이 필요하네.”
“포션이랑 성수를 물 쓰듯 써야 하는 곳이라.”
“지출이 장난 아니긴 한데…… 이번 사태로 메르데인이 정리된다면, 투자 가치가 어마어마하다는 말조차 부족할 정도니까. 자, 가서 전해 줘.”
관련된 준비도 이미 끝내 뒀다.
총 네 개의 아공간 배낭.
하나 같이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최상품들뿐이다.
당연히 동료들이 쓸 가방이다.
그리고 저 안에는 무수히 많은 보급품들이 들어 있을 것이다.
“준비는 얼추 끝냈고…… 그럼 슬슬 출발해 볼까.”
“벌써?”
“이미 휴식은 질리도록 했고…… 녀석들도 아마 기다리긴 싫을 거야.”
다 함께 7레벨에 올라섰다.
하루 빨리 그 힘을 써 보고 지금의 위치를 파악하고 싶을 터.
굳이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 * *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흘러 도착한 메르데인.
삼엄한 경계와 함께, 어딘지 모르게 날이 선 듯 보이는 캠프들이 많이도 보였다.
“이야, 다들 경계가 바짝 서 있는데?”
“거기에 캠프의 숫자도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메르데인의 크기를 생각하면 특별할 일도 아니지.”
무역 도시라고 알려져 있긴 하나, 제국의 크기를 생각하면 이곳은 지구에서 국가 단위의 크기를 자랑한다.
그 많은 곳들을 정화해야 하는 만큼, 당연히 모여든 사람들의 숫자도 결코 적지 않았다.
“제법 눈빛들이 따갑습니다.”
“확실히 그렇군! 예전에 내가 이곳에 왔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최근에 내부에서 일어난 상황 때문에 그래.”
클로이가 넘겨둔 서류대로 피해가 제법 있던 모양인지, 낯선 이쪽을 잔득 경계하고 있는 모습이다.
“잠깐…… 저 표식은.”
“흰고래 용병단?”
“블랙아웃 시즌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찾아오는 거지?”
“황실에서도 움직였다는 말인가…….”
이쪽에서 자신들의 먹잇감을 노리는 게 아닌가 노골적으로 의심하고 있는 모습.
그러나 준과 일행들이 향한 방향은 특정한 집단이 아닌, 태양교단이 있는 곳이었다.
“반갑습니다. 흰고래 용병단을 맡고 있는 단장, 준입니다.”
“아, 오셨군요! 정말 빠르게 와 주셨습니다. 먼 길 오시는 데 불편하진 않으셨습니까?”
태양 교단의 캠프를 지키고 있던 성기사가 환한 미소와 함께 일행들을 반겼다.
“이거 죄송합니다. 본래라면 저희가 마중이라도 갔어야 했는데…….”
“성스러운 임무를 수행 중이시지 않습니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괜찮다면 바로 안쪽의 상황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아…… 소문대로시군요.”
일을 불도저처럼 수행한다는 소문이라도 퍼진 걸까.
성기사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바로 움직이시죠. 내부로 들어가며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7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