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286)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286화(286/374)
287화 합류(2)
“흠. 성녀는 알아서 문제를 깨달았나.”
봉화의 연기가 줄기줄기 올라오고 있는 메르데인의 하늘.
그곳에 또 다른 태양이 떠올랐다.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거대한 태양.
그 태양은 약 10분 정도 떠 있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북쪽…….”
현재 준이 있는 곳은, 메르데인의 가장 안쪽이자, 남해안이 펼쳐진 도시다.
그리고 우연일지, 아니면 리치를 죽여서 그런 것인지.
게임 속 스토리처럼, 성녀는 리치를 죽였던 멜렌 성에서 방금 신호를 터뜨렸다.
필시 그쪽을 향해 모여 달라는 성녀의 신호일 터.
“그럼 지시에 따라야지.”
오랜만에 능동적인 의뢰주를 만난 만큼, 준도 이번에는 스스로 움직이기보단 성녀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다들 모여 봐라.”
“무슨 일이오? 아까 그 태양은 뭐고.”
“뭐겠어. 성녀가 우릴 부른 거다.”
“아아. 그럼 곧바로 이동하면 되는 건가?”
“그래. 굳이 시간 끌 필요 없겠지.”
당장은 움직이기 어려움이 없다.
주민들도 모두 준비를 마친 상황.
수십 명의 용병과 모험가들을 이끌고, 준은 광장에 서서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이전부터 궁금했던 게 있는데.”
“뭐지?”
“저 유령들이 유독 말을 잘 따르는 것 같아서 말이야. 사람이라는 게 저렇게 일치단결해서 움직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
프레그의 말처럼, 도시의 주민들은 준이 내리는 명령에 군말 없이 잘 따라오고 있었다.
신기한 일이다.
디멘션 리버스가 시작되기 일보직전인데, 각자 도망치지 않고 모두가 한데 모여 준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저들은 이미 한 번 죽었잖아. 영혼인 상태에서도 알고 있는 거야. 지금이 아니면, 자유를 되찾지 못한다는 걸.”
“끄응. 그거 참 찝찝하군.”
저렇게 간절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프레그는 잠시 그런 주민들을 둘러보곤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 한번 살려 봐야지.”
“생각보다 의욕적인데.”
“나도 사람이오. 사리사욕 때문에 메르데인의 정화에 매달려 있었다지만, 그 폐허에서 수십 년을 썩다 보면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 있단 말이지.”
“…….”
준의 시선을 느낀 프레그가 겸연쩍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의외였다.
준이 프레그에게 느꼈던 인상은 다소 욕심이 많고, 또 그만큼 겁도 많아 신중하디신중한 성격이었으니.
그러나 그와의 만남 이후, 다른 소속의 인물들로부터 시비가 걸려오는 일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이번에도 손수 나서서 다른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지 않았던가.
‘이토록 사람이 복잡하다.’
처음 이 세상에 떨어졌을 땐 볼 수 없던 것들이다.
그렇기에 주변을 신경 쓸 수 없었고, 오롯이 생존에만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고블린 토벌 작전에서 그의 손에 죽은 포프킨처럼.
생존을 가로막는 이들은 하나 같이 어떤 수를 써서라도 치워 버렸다.
이제 와서 그때의 선택이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그때 가치관 그대로 계속 이어졌다면, 과연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을까.’
아니.
지금도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며, 다른 누군가를 의심하고, 세상 모든 것을 증오하며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그때와 많은 것이 달라졌다.
생존을 위한 단호함은 여전했지만, 자신의 울타리 안에 동료들이 들어오고.
이제는 보다 시야가 넓어져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이들까지 눈에 들어왔다.
예전이었다면 뒤지지 못해 안달 난 호구라며 스스로를 비웃었을 테지.
가진 게 없기에 스스로 우뚝 설 수 있는 것이라며 병신 같은 생각은 집어치우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가진 게 없는 자는 잃을 게 없으니 집착이 없다.
집착이 없으면 성장 또한 없다.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과거의 준이 그랬다.
앞으로 나아가기 두려워, 혼자가 편하다는 변명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다.
반면 지금의 준은 가진 게 많아졌다.
처음에는 에이든이었고. 그 다음은 마야였으며, 엘레노어와 베른도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들을 지켜야 했기에 강해져야만 했고, 그 자리에 머물기보단 앞으로 나아가길 선택한 것이다.
“…….”
준의 명령을 철석같이 따르지만, 불안을 지우지 못한 희생자들의 면면이 보인다.
아직 소식을 듣지 못한 희생자들을 불러모으고,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탈출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곧이어 수만 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모였다.
개중에는 도시를 지키는 병사들도 각자의 무기를 든 채 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멜렌 성으로 전원 출발한다. 단 한 사람도 뒤처지지 않게 주의하도록.]그 말과 함께, 하늘의 균열이 깨지며 거대한 구멍이 생성됐다.
검은 안개가 내려온다.
진득한 사기로 가득한 안개가.
“가자.”
준은 생존자들에게 말했다.
“목표는 전원 생존이다.”
* * *
도시 밖으로 나오기 무섭게 검은 안개가 그들의 앞길을 막아선다.
그곳에서 등장한 것은 물을 것도 없다.
언데드.
죽어서도 물귀신처럼 동류를 찾아 나서는 괴물들.
그 숫자만 무려 수천이다.
뿐만 아니라…….
“뭐, 뭐야. 저것들 왜 저렇게 기운이…….”
“언데드가 맞긴 한 거야?”
기묘할 정도로 사악한 기운이 언데들에게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그저 보는 것뿐임에도 기운이 쭉쭉 빨려 나가는 것만 같다.
“앞서 말한 죽음의 형상의 기운을 품고 있는 놈들이다. 이전처럼 만만히 봐선 안 될 거야.”
“염병…….”
프레그가 성가시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장 자신의 용병단 전원이 와도 저 언데드 무리를 모두 처리할 순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준을 믿어야 하나?
아니, 힘들 것이다.
그야 한 번쯤은 저런 괴물들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겠지만, 프레그는 분명 기억하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마법을 펑펑 쏘아 대던 그조차, 수없이 쏟아지는 언데드들 앞에서 오버 히트를 겪었던 것을.
이런 전투를 몇 번만 겪더라도 마법사 또한 한계를 맞이할 것이 분명하다.
“준. 무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도와줘라. 나머진 우리가 어찌어찌 해 보도록 하지.”
그렇기에 어떻게든 마법사의 힘을 아끼고 싶어 그런 제안을 했으나, 정작 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것을 거부했다.
“아니, 이번에는 내가 먼저 움직이지.”
“감당되겠어?”
“따로 생각해 둔 게 있다.”
잠시 차원 팔찌를 쳐다보던 준은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 봤다.
여기서 멜렌 성까지 가는 동안 이런 전투가 족히 수십 번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처럼 비교적 여유가 있을 때 시뮬레이션을 돌려 봐야 한다.
과연 자신이 메르데인에 오기 전부터 짜 둔 계획이, 잘 먹힐 것인지.
이를 위해 마력을 끌어올렸다.
“시체들을 상대하는 데 가장 어울리는 게 하나 있지.”
손가락을 튕기자, 숨 쉬듯 자연스럽게 [화령]이 소환됐다.
동시에 인챈트북 하나를 꺼내 들어, 그곳에 마력을 부여하니 또 다른 [화령]이 소환되었다.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또 한 번 인챈트북을 꺼내 들어 [화령]을 소환.
총 9개의 구체가 유유히 허공을 부유했다.
그걸 본 프레그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저 별거 아닌 것 같이 보이는 구체 하나하나가, 수준급 마법사의 역할을 해낸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가라.”
준의 명령에 따라 8개의 구체가 날았다.
그렇다면 남은 하나의 구체는 어디로 갔을까.
소환.
우우우웅-!
오랜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골렘이 준의 마력을 빨아들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녀석은 곧바로 하나 남은 화염구를 자신의 코어에 담아 내더니, 불꽃을 내뿜기 시작했다.
“가서 날뛰어봐. 너도 양학이란 걸 느껴 봐야지.”
우웅-!!
그간 강자들 앞에서 잠시 버티는 게 전부였던 골렘.
하지만 이제 준이 7레벨에 이르고, 그간 계속해서 그 기운을 빨아들여 왔던 테이야의 눈물이 골렘에게 마력을 부여했다.
마치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화염을 사방에 내뿜으며 포탄마냥 앞으로 튀어나간 골렘.
녀석과 마주한 시체 거인이 그에 맞서 주먹을 휘둘렀으나.
치이이이이익-!!
살벌한 고기 익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주먹이 마치 망치에 처맞은 고깃조각처럼 형편없이 찌그러졌다.
죽음의 신이 가진 기운은 분명 강력하나, 상대가 좋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준의 서클을 맴돌며 맹렬히 빛을 뿜어내고 있는 속성, [탐화]는 무언가를 먹어 치우기 가장 안성맞춤인 능력이었으니.
남은 8개의 화염구가 불꽃을 내뿜고, 준이 가진 화속성 마법을 모방하며 전장을 불의 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수천이라는 숫자의 언데드가 소멸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30분에 불과했다.
“다시 봐도 어마어마…… 아오, 깜짝이야.”
그 광경에 프레그가 질렸다는 듯 중얼거리려던 찰나, 뒤에서부터 대단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무려 수만에 이르는 영혼들이 승리의 함성을 내지르고 있는 것이다.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해 놓고, 좋아하긴 뒤지게 좋아하네…….”
그리 말했지만, 프레그의 표정은 썩 나쁘지 않았다.
저들에게 있어 언데드란, 항거할 수 없는 괴물 그 자체였을 터.
그런 놈이 준이라는 마법사에 의해 전멸했으니, 그 기분이 어떻겠는가.
영혼의 뿌리 깊은 원한이 조금은 해소되었을 것이다.
“역시 생각처럼 만만하진 않네.”
하지만 정작 그 광경을 만들어 낸 마법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죽음의 신이 넘긴 기운이 생각 이상으로 강해.’
원래 같았다면 닿는 즉시 피부가 녹아내렸어야 할 녀석들이, 제법 버티고 있다.
거기에 가진 바 재생력도 대단해, 어지간한 실력이 아니고서야 놈들을 단박에 죽이긴 힘들 터.
“프레그. 생존자들 좀 모아 와 봐.”
“무슨 일이오?”
“정비를 좀 하고 가야겠다.”
* * *
에이든이 눈을 뜬 곳은 제법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물론 메르데인의 규모가 규모인 만큼, 5천 명이라는 영혼들이 살아가던 곳이었다.
“후우……. 고맙소, 에이든. 그대 덕분에 어찌어찌 이번 전투도 넘겼군.”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그런 작은 마을이었기 때문일까, 현실의 생존자도 끽 해야 에이든을 포함해 8명이 전부.
그중 한 명이 에이든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선한 역할’을 맡았던 인물, 페르몬드였다.
향원 용병단을 이끌고 있는 인물로서, 이 자리에서 에이든을 제외하면 유일한 7레벨 유저였다.
그리고 그들은 마을 주민들을 이끌고 멜렌 성으로 향하기 위해 출발했다.
준이 그랬듯 마을 주민들은 어렵지 않게 에이든의 의견에 따라 주었고, 7명의 생존자들도 결과적으로 성녀와 합류하기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방금 막, 그들은 수백이란 언데드를 상대로 1시간에 가까운 전투 끝에 승리할 수 있었다.
무려 단 한 명의 부상자도 없이.
어떻게 그런 게 가능했던 걸까?
에이든과 페르몬드를 제외하면 6레벨과 5레벨에 불과한 그들일진대.
“이렇게 인사를 받는 것도 미안할 지경이오.”
“아닐 말일까. 이렇게 대단한 신성력이 있는데.”
“살면서 이런 신성력은 느껴 본 적이 없는데…… 아무리 언데드라 해도, 놈들의 기세를 생각하면 이렇게 쉽게 될 일인가?”
전투가 기대 이상으로 손쉽게 끝난 이유.
그것은 다름 아닌, 에이든의 아공간 가방에서 나온 보급품 덕분이었다.
메르데인에 찾아오기 전, 준과 클로이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긁어 모든 성수와 포션, 그리고 인챈트 스크롤까지.
거기에 며칠 동안 밤낮을 새가며, 엘레노어가 비탄의 종말까지 활용하고 곁에서 준의 마력마저 변환해 만들어 낸 물건들.
엘레노어가 가진 독특한 신성력 앞에선, 죽음의 신이 가진 기운도 눈 녹듯 녹아내렸던 것이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28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