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30)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30화(30/374)
30화 새로운 동료?
준은 에이든을 데리고 용병 길드로 향했다.
앞서 클로이가 의뢰한 포션 제조법과 관련된 의뢰가 있는지 찾아보기 위함이었다.
“용병 길드라…… 정말 오랜만에 오는 것 같습니다.”
준과 에이든이 용병 길드에 들른 것은 두 달 전쯤에 흰고래 용병대를 준이 흡수할 때가 마지막이었다.
‘올해 블랙아웃에서의 활동 기간도 9개월 정도 남았나.’
“그런데 길레느 상회에게 의뢰를 받지 않았습니까? 용병 길드에서 의뢰를 받을 이유가 있는 겁니까?”
“명성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니까.”
“으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용병패도 갱신해야 하잖아.”
“아, 맞습니다!”
고블린 로드 토벌전과 공략전 히든 스테이지에서의 활약 덕분일까.
용병 길드에서 준과 에이든에게 편지를 보내 왔다.
내용인즉슨 흰고래 용병대가 실버 등급에 올라갔으니 용병패를 갱신하란 것이었다.
“어디 보자…….”
그러면서 준은 의뢰 게시판을 둘러봤다.
의뢰는 검은 숲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았다.
“메마른 바위 지대. 여기 있네.”
“메마른 바위 지대면…….”
“광산으로 유명한 곳이지. 황실의 이름으로 관리되고 있기도 하고. 우리 같은 사람들한텐 딱히 인기 있는 곳은 아니지만.”
준의 말대로, 다른 게시판들과 다르게 메마른 바위 지대 게시판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굳이 이곳을 고른 이유는…… 아! 혹시 2계층 때문입니까?”
“맞아. 2계층으로 향하는 계층단(階層段)이 있는 곳이거든.”
검은 숲에도 2계층으로 향하는 계층단이 존재하지만, 그곳은 준이 목표하는 2계층의 어느 지역과 거리가 멀어진다.
그렇게 의뢰 게시판에서 몇몇 수집 의뢰를 고른 준은 의뢰지를 챙겨 카운터로 향했다.
“의뢰 수주요?”
“그래. 그리고 용병패 갱신도.”
의뢰지와 용병패를 함께 건네자, 직원이 잠시 살펴 보고는 두 눈을 휘둥그래 떴다.
“희, 흰고래 용병대?”
“맞다만.”
“잠깐!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슈!”
“……?”
직원이 호들갑을 떨며 카운터 안쪽의 방으로 향하자, 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 우리가 생각보다 유명해진 것 같습니다, 선배.”
“그런가……?”
물론 준도 공략전에서의 활약은 제법 잘 헤쳐 나갔다 자부했다.
덕분에 명성도 꽤 올랐겠지만…… 카운터 직원이 저 정도로 호들갑을 떨 정도인가?
게임 내에서는 명성치가 높다고 해서 큰 변화는 없었기에, 준은 저런 직원의 호들갑이 얼떨떨할 따름이었다.
그러는 사이, 방 안으로 들어갔던 카운터 직원이 튀어나왔다.
“안으로 들어오쇼! 지부장이 할 말이 있다는 것 같으니까.”
* * *
검은 숲 용병 길드 지부장, 브래던은 굳은살이 박힌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자신이 은퇴한 지도 어느덧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이란 유수와 같이 흘러갔다.
‘어느새 업계에서는 내 이름도 다 사라졌군.’
그리고 용병업계엔 새로운 인재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그 사실이 못내 씁쓸하면서도, 새롭게 등장하는 인재들을 지켜보는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눈앞에는, 최근 용병업계를 가장 시끄럽게 만든 장본인들이 있었다.
“자네들이 흰고래 용병대인가?”
“맞습니다.”
“크크크. 얼마나 대단한 작자들인가 했더니, 정말 애송이들이군!”
시비를 거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그저 거친 용병의 어법이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이만한 업적을 세우다니. 이 맛에 내가 이 의자에 앉아 있는 거지. 인사가 늦었군. 검은 숲 지부를 책임지고 있는 브래던이다.”
“흰고래 용병대를 이끌고 있는 준입니다.”
“용병대원 에이든입니다.”
“음! 다시 한번 환영하겠네. 이거 유명인들을 직접 두 눈으로 보니 신기한 기분이로군.”
꽤 호의적인 브래던의 반응에 에이든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듣자 하니 업계의 대선배이지 않은가.
“그, 저희가 그렇게 유명한 겁니까?”
“으잉?”
그리고 그런 에이든의 질문에 브래던은 신기한 생물을 다 본다는 듯 에이든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이 곧 준에게 향했고.
준도 어깨를 으쓱이자, 브래던은 책상을 내려치며 폭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핫!! 이런 머저리 같은 것들이 있나! 당연하지! 두 말하면 입 아픈 거 아니겠나!”
브래던은 이 업계에 오랫동안 지내 오면서, 자신이 이룬 업적을 저 정도로 모르는 멍청이들은 처음 봤다.
마치 귀족가의 자제처럼 보이는 에이든은 둘째 치고, 한 명은 마법사이지 않은가?
마법사만큼 자기애가 강한 이들이 없는데, 저런 반응이라니.
그의 입장에는 참기 힘들 정도로 웃겼다.
“아니,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군! 뭐, 업계 선배로서 안 알려줄 것도 없지.”
고블린 로드의 이레귤러나 공략전의 히든 스테이지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브래던이 두 사람의 업적 중 가장 대단하다 생각한 건 따로 있었다.
“자네들이 용병패를 가져다주지 않았나!”
고블린 로드 토벌전이 시작되기 전.
준과 에이든은 지노반 지휘관의 오점을 지워 주기 위해 고블린 부락에서 수십 개의 용병패를 털어 왔다.
그러나 이어지는 준의 질문에 브래던이 두 눈을 휘둥그래 떴다.
“……그걸 어떻게 알고 있습니까?”
“잉? 자네들, 모르고 있었나? 아, 잠깐. 그래…… 그랬군. 그렇게 흘러간 거였어.”
그제야 브래던은 이 두 사람이 왜 저런 반응을 보였는지 깨달았다.
“원래 그 공은 지노반 지휘관에게 전부 넘길 생각이었군?”
당연했다.
당시에 준은 용병들의 관심보다는 지노반의 관심이 더 필요했으니까.
자신들의 명성보다는 지노반의 명성이 더 중요했기에, 모든 공은 지노반에게 돌렸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그저 지노반이 자신의 병력을 활용했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지노반 지휘관이 그 사실을 알렸군요.”
“맞네. 얼마 전에 찾아와 자네들의 이름을 알리더군.”
“아…… 그래서.”
준도 이제야 브래던의 호의적인 반응을 이해했다.
그럴 수밖에.
타인의 용병패를 길드에 돌려주는 것은 용병들에게 큰 귀감이 되는 일이다.
그것도 수십 개의 용병패를 모두 돌려주었으니, 저런 반응도 이상한 건 아니다.
“크크, 재미있군. 비록 몰락했지만 귀족이, 그것도 요새의 지휘관이 자네들의 명성을 챙기려 하다니.”
“음.”
그 부분은 준도 예상치 못했다.
‘나중에 따로 지노반 경에게 편지라도 보내야겠군.’
아마 이런 식으로 인맥을 유지하는 것이겠지.
“아무튼, 내 자네들을 직접 보고 싶은 이유는 그것 때문이었네. 뭐, 그 외에도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말이야.”
“용병패 갱신이군요.”
“그래. 축하하네. 자네들은 이제 베테랑 용병대라고 봐야겠군.”
고작 2달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만에 베테랑 용병대가 됐다.
브론즈급 용병대가 한 시즌을 모두 의뢰 수주에 투자해야만 얻을 수 있는 위치에 오른 것이다.
“감사합니다.”
“생각 외로 담담한데? 다른 녀석들은 실버 등급이 되면 아주 세상이 자기 것이라도 된 것처럼 구는데 말이야.”
“이제부터 시작이니까요. 그럼, 할 얘기는 그게 끝입니까?”
“크크…… 아까도 말했지만, 할 얘기가 제법 있지.”
이번에는 준이 먼저 선수를 쳤다.
“아무래도, 고서 얘기겠군요.”
“크흠! 알고 있었나?”
“이렇게 환대를 해 주는 게 고맙긴 하지만, 지부장님이 직접 나설 일은 아니잖습니까.”
“마법사답지 않게 눈치가 빠른 친구로군. 맞네. 최근 고서의 행방에 관심을 가진 양반들이 제법 많아서 말이지.”
“미안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해 줄 말이 없습니다. 이쪽도 사정이 있어서.”
아마 브래던 또한 어느 정치 세력과 연관이 있기에 저런 질문을 하는 것이리라.
하나 준은 비조의 도시에서 모르데나인 백작에게 정치적 중립 선언을 했다.
때문에 이 자리에서 브래던이 무슨 말을 하든, 준은 고서에 관한 정보를 넘길 생각이 없었다.
“그런가. 그건 좀 아쉽군!”
하지만 브래던은 생각보다 쉽게 포기했다.
아니, 그런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네.”
“말씀하십시오.”
“슬슬 자네들도 용병대의 규모를 키워야 하지 않겠나?”
“…….”
준은 브래던의 말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저 말을 꺼낸 저의가 무엇인지 가려 내기 위함이었다.
‘아하. 유령 대원을 꼬집어 말하는 건가?’
보통 용병대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최소 3명 이상의 인원이 필요하다.
준은 그중 한 명을 철수…… 아니, 찰스라는 유령 대원으로 채워 넣었다.
만약 브래던이 그 부분을 콕 찝어 헤집으면, 기껏 실버 등급까지 올린 용병대가 산산히 해체되는 수가 있었다.
준의 고민이 잠시 깊어지려 할 때, 브래던이 입을 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네만, 자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무거운 주제는 아닐세. 단지, 용병대의 규모를 키울 거라면 내가 인재 한 명을 추천해 주고 싶어서 그렇지.”
“……지부장께서?”
그걸 왜 네가 해 주냐는 듯 준이 바라보자, 브래던의 눈빛에 아주 잠깐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잠시 맡게 된 녀석이 있어서 말이야. 그런데 언제까지고 내 밑에 둘 수는 없는 노릇이지.”
“왜 하필 우리입니까?”
“보아하니 자네는 인재에 대한 욕심이 꽤 대단한 것 같아서.”
정답이었다.
일반적으로 브론즈 등급의 용병대는 대원들의 질보다는 양을 중시한다.
브론즈 등급에서 질이라고 해 봐야 거기서 거기고, 기껏 제대로 된 인재를 찾아 봐야 금방 다른 용병대로 이직해 버리니까.
그러니 비슷한 수준의 재능을 가진 이들끼리 뭉쳐, 숫자빨로 의뢰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준은 여태까지 다른 대원들을 모집하지 않았다.
‘명성도 없고 규모도 없는 용병대는 반란이 일어나기 딱 좋으니까.’
그런 사례들이 제법 있었고,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불신이 깔려 있는 준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미 점찍은 녀석이 있는데.’
지금쯤이면 메마른 바위지대를 전전하고 있을 어느 한 사람. 물론 이것도 정확한 정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준이 대화를 이어 갔다.
“근데 우리의 뭘 보고 맡기시려는 겁니까?”
“이거 참. 의심도 많군. 뭐, 자네 입장에서는 신중한 게 맞겠지만.”
그러면서 브래던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물론 자네들이 로드 토벌전이나 공략전에서 보여 줬던 활약도 눈에 들어왔지. 하지만 난 무엇보다 자네의 침착함이 마음에 들었네. 콜튼, 그 까칠한 녀석한테 좀 들은 게 있거든.”
“……콜튼?”
공략전 당시 준과 함께 팀을 이뤘던 용병대장이었다.
“그 애송이 녀석이 자네 칭찬을 그렇게 하지 뭔가.”
“음.”
새삼 눈앞에서 저런 말을 들으니 낯이 뜨거워지려 했지만, 준은 브래던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언제 마지막으로 실패했는지 기억도 안나는 공략전에서 일어난 이변. 모두가 공포와 분노에 전염되었을 때, 오직 자네들만이 이성적이었지.”
브래던이 용병업계에서 살아온 지도 어느덧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그는 수많은 인재들이 활약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훗날 이름을 알리며 명성을 떨치는 이들은 재능 있는 자들이 아닌 밑바닥부터 전전하며 올라온 녀석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녀석들은 하나같이 이성적으로 상황을 지켜볼 줄 알았다.
그런 만큼, 준은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다.
준은 헛웃음을 삼켰다.
“이거 낯 뜨거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군요.”
“흐흐, 겸손하군. 아무튼, 그래서 어떻게 할 텐가?”
그에 준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이미 답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얼굴도 안 보고 선택하라니. 너무하십니다.”
“응? 아, 그렇군! 으하하하핫! 내가 너무 내 이야기만 했어.”
다시 한번 책상을 내려치며 그가 웃다가, 이내 소리쳤다.
“마야! 들어와라!”
“……?!”
들려오는 이름에 준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여기서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이름이었기에.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3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