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305)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305화(305/374)
306화 위대한 혈족
우르르릉-!!!
하늘이 노하여 소리치고, 그 분노가 물리적 형상을 취해 낙뢰의 형태를 그린다.
이윽고 번개가 떨어지자, 세상은 잠시나마 순백의 색으로 물들었다.
……!!
분노의 대상이 된 거신병이 즉시 마력핵의 출력을 높여 머리 위로 보호막을 펼쳤으나.
[고유 속성] [회강(懷㓻)]준의 고유 속성 중 하나인 대지 속성, 회강.
만물을 포용하는 대지 속성이 [낙천뢰]에 깃들었다.
꿰뚫는 데 더없이 강력한 [극점]에 둘러진 [회강] 속성.
마치 번개로 만들어진 송곳이 내려치는 것과 같았으니, 거신병의 보호막은 찰나도 버티지 못하고 터져 나갔다.
직후 거신병의 머리에 내려 꽂히는 낙뢰.
검에 일도양단된 것처럼 거대한 거신병의 육체가 두 갈래로 나뉘어졌다.
‘효과는 확실하네.’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뇌속성은 그 자체로 무시무시한 능력이지만, 반대로 그 힘을 일점에 집중시키면 저런 것도 가능하다.
한 곳에 파워를 집중시키겠다는 발상이 잘 들어맞은 것이다.
“미친…….”
그리고 그 광경을 본 몇몇 용병들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중엔 앞서 준에게 ‘말라깽이’라며 비웃다가 에이든에게 패배했던 용병도 포함되어 있었다.
단 한 번의 마법으로 수십 명이 달라붙어야 하는 거신병이 쓰러졌다.
이로써 진영에 침입한 거신병 다섯 중 하나가 쓰러진 상황.
머지 않아 남은 거신병들도 쓰러지고, 일행들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제법 재미있는 방법을 쓰더구나.”
“보셨습니까?”
“물론이란다.”
8서클에 이른 대마법사답게, 라네스는 금방 준의 마법을 알아봤다.
“샤일록의 부여 마법이 느껴지는데, 또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아……. 앞서 내게 보내 줬던 것보다 더 개량됐구나.”
“인챈트 북에 과거 보여 드렸던 마력 유동체를 사용했습니다.”
일반적인 잉크 대신 마력 유동체를 섞은 잉크를 사용해 인챈트 북에 마법을 부여하니, 이전보다 마법 패턴을 짜는데 용이해졌다.
“확실히,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마법이다. 대단해.”
“우연찮게 발견한 덕분입니다.”
샤일록이란 아티팩트의 대가를 만나고.
우연찮게 떨어진 연금술사의 도시에서 마력 유동체를 발견하고.
그런 다양한 우연들이 겹쳐져 만들어진 마법.
준은 어디까지나 그런 것들을 활용해 자신의 입맛대로 바꾼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라네스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연한 현상이 누군가에겐 특별하게 보일 수도 있는 법이란다. 마법사는 일상에서 그 특별함을 찾아야 하는 사람들이고.”
“얼굴에 금칠을 해 주십니다.”
“왜 아닐까. 나는 지금 이 순간, 역사에 남을 시대에 살아가고 있음에 자부심을 느낀단다.”
그러면서 우측에 편성된 이들을 바라본다.
방금 준의 마법 때문일까, 이쪽을 의식하는 마법사들이 라네스의 시선을 눈치채고 애써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나 또한, 역사에 내 이름을 담고 싶구나.”
“반드시 그렇게 하실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임무에서 살아남아야 하리라.
저 멀리 보이는 체크 포인트를 향해 마법사들과 용병들은 발걸음을 서둘렀다.
* * *
오늘도 평범한 하루였다.
성급한 귀족들을 적당히 달래고, 향후 계획을 재점검하고, 정원을 다듬고.
그러나 오웬 후작의 평범한 하루는, 정원에 소리 없이 떨어져 있는 한 장의 편지로 인해 틀어지고 말았다.
달빛이 하늘을 가득 채울 시간.
편지가 달빛을 흡수하며 흐릿한 인영을 만들어 냈다.
[오웬 후작.]“이거…… 귀하신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그대의 얼굴 한 번 보기 힘들어 이렇게 찾아왔소.]“이 늙은이를 찾으셨다면, 기별을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보낸다 한들 그대가 보겠나? 몸도 편찮을 텐데.]평소 저택 밖으로 잘 나가지 않고, 대부분의 업무를 자택에서 보내는 오웬 후작.
여러 귀족들의 연회에 초대를 받더라도 오웬 후작은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나가지 않았다.
덱스터는 그것을 찝어 말했으니, 오웬 후작은 그저 너털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허허……. 나이가 나이이지 않습니까.”
[그런 것치고는 꽤나 정정한 것 같던데. 안 그런가?]“무슨 말씀이신지, 이 노구는 이해를 하지 못하겠군요.”
[굳이 내 입으로 말해 뭐하겠나. 그대도 알고 나도 아는 일인 것을. 최근 귀족들을 달래느라 무척 바쁜 것 같더군?]“항상 화가 많은 불쌍한 것들입니다. 무지몽매하여 제국의 앞날이 걱정되는군요.”
[제국의 앞날이라…….]우습다는 듯 중얼거리는 덱스터의 목소리에도 오웬 후작은 표정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의 모습이 상대에게 보이지 않음에도 정갈한 자세를 취하며 대화를 이어 갔다.
“하면, 이 노구를 찾아 주신 이유가 무엇일런지요.”
[무얼. 어려서부터 그대와 제대로 대화 한 번 해 본 적이 없어 찾아왔을 뿐일세. 그대도 알지 않은가.]“아아……. 그렇지요. 참으로 황망할 뿐이옵니다. 긴 제국의 역사에 다시 한번 이름을 올리셨더군요.”
1황자에서 황태자가 된 덱스터.
오웬 후작은 덱스터가 안타까웠다.
하필 이 시대에 태어나서.
하필 자신의 시대에 태어나서.
앞으로 그가 겪게 될 길은 가시밭길이 되어야 할 터.
오웬 후작은 귀족파였지만, 그럼에도 그 누구보다 황제와 그 핏줄을 존경하고 존중했다.
그 마음을 알고 있는 것일까, 흐릿한 덱스터의 마력 홀로그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아니겠는가.
인류는 황제에 의해 깨어날 수 있었다.
사분오열되어 피로 점철되어 왔던 역사를 단번에 종식시킨 것이 바로 현 제국이었으니.
오웬 후작은 그 누구보다 제국을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이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웬 후작은 제국이 무너지길 바랐다.
초대 황제의 그늘 속에서 인류는 더 이상 진화라는 선택지를 고를 수 없게 되어 버렸으니까.
그들은 영원히 한 명의 지도자에 의지해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근 100년에 이르는 삶을 살아 온 오웬 후작이기에 그는 알 수 있었다.
제국은, 아니…… 인류는 멈췄다.
초대 황제에 이어 그 위대한 존재의 피를 이어받은 황제들에 의해.
역사에 의하면 과거에도 왕은 존재했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현명하진 못했고, 어질지 못한 통치에 의해 수많은 왕국이 하룻밤 사이 멸망하고, 하룻밤 사이에 왕국이 탄생했다.
반면 제국은 어떠한가?
그저 황제를 찬양하기 바쁘고, 그 어떤 국민도 깨어 있지 않다.
오웬 후작은 그런 역사를 깨부수고 싶었다.
보다 인류가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길 바랐다.
“이 늙은이는 그저 제국을 위할 뿐입니다.”
[제국이라…… 이상하게 내 귀에는 제국을 위함이 아닌, 인류를 위해서라고 들리는군.]“…….”
이 순간, 후작은 솔직하게 황태자에게 감탄했다.
보라, 완벽하게 자신의 생각을 읽고 있지 않은가.
세월의 무상함인가? 이 늙은 몸뚱이가 과거와는 달리 목소리에 떨림을 주체하지 못한 것인가?
아니다. 평생 가면을 쓰고 살아왔다. 젊은 청춘의 풍운을 감추고, 냉혈한 혈족으로서, 귀족의 걸맞는 가면을 써 왔다.
이제 와서 눈앞의 황태자에게 자신의 기만이 들통났을 리는 없을 터.
그저 자신의 움직임을, 더 나아가 창천교와 얽힌 이 순간, 자신의 생각을 간파당했을 뿐이다.
‘벌써 이렇게 자라셨습니까.’
그저 어릴 뿐이라 느꼈던 1황자는 어느새 황제의 재목이 되었다.
과연 고귀한 혈통. 고귀한 역사 그 자체이리라.
“참으로 즐겁습니다, 전하.”
[그러한가?]“예. 그리고 이 노신의 생각이 틀림이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황제여. 그리고 그 위대한 혈족이여.
그대들은 완벽하다.
그렇기에 그 완벽함이, 인류의 진화를 막아선다.
신의 품처럼 따뜻한 그대들의 치세가 인류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그리하니 이 배은망덕한 늙은이는 젊은 시절의 풍운을 품에 안고 감히 말하리니.
완벽한 그대들이여. 부디 인류를 위해 사라져 주시오.
* * *
체크 포인트에 도착했다.
8계층 입구에서부터 보였던 어느 거대한 존재의 사체.
그리고 체크 포인트는 그런 사체의 두개골에 의해 보호 받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확실히 다른 체크 포인트들과는 다르네요.”
하다못해 자그마한 마을이라도 있던 이전까지의 체크 포인트들과 다르게, 지극히 황량할 뿐인 엔드 필드의 체크 포인트.
위험천만한 땅인 만큼 어지간한 실력자들이 아니고서야 이곳에서 사냥을 할 리는 만무하고, 그렇다고 지속적으로 나오는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베른. 사람들과 함께 베이스 캠프를 부탁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저는 마탑의 회의에 참석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이다! 맡겨만 다오.”
“감사합니다.”
준은 그길로 마탑의 중진들이 모여있는 천막으로 향했다.
아직 모든 중진들이 모이진 않았는지, 빈자리가 드문드문 보이는 가운데 라네스가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곧이어 준이 그런 라네스의 뒤로 자리하고, 머지않아 하나둘씩 마탑주들이 모여들었다.
‘기운이 대단들 하시군.’
7서클 강자들의 기운이 천막 내부를 가득 채웠다.
과거였다면 그 기운에 억눌려 고개도 들기 힘들었겠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어떨까.
‘뭐 볼 게 있다고 이쪽 눈치를 그리도 보시나.’
몇몇 마탑주들이 준에게 힐끔 시선을 보내다가 떼기를 반복한다.
그들 대부분은 컨벤셔널 소서러 소속이 아닌 마탑주들이다.
아마 이곳에 오면서까지 준이 써 왔던 마법들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모양.
하지만 주류인 컨벤셔널 소서러 소속의 마법사들 눈치가 보여 섣불리 말을 걸지 못하는 모양새다.
‘궁금하기도 하겠지. 너희들은 제자를 동원해 펼쳐야 할 규모의 마법이었으니까.’
체크 포인트에 오기 전, 최대한 눈에 띄어야 한다는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한 상황이다.
마탑주까진 아니겠지만, 컨벤셔널 소서러 소속의 마법사들도 저들과 비슷한 시선을 보내 왔으니까.
그 외에도 여러 용병들의 관심도 한몸에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여기까지가 준이 할 수 있는 한계선이다.
이제부턴 라네스가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할 터.
황제의 칙서에는 오직 엔드 필드의 체크 포인트를 사수하라는 말만 남겼지, 무엇이 이들을 위협할지는 전혀 남기지 않았다.
따라서 현시점, 마법사들이 그 의문을 해소해야 할 터.
달리 말하자면 회의의 주도권을 지닌 이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예정이었고, 오웬 후작의 아들이자 컨벤셔널 소서러의 고위 장로인 엔도가 그중 한 명이었다.
이제부터 라네스는 그런 컨벤셔널 소서러 측의 마법사들과 대립해야 했으니.
오직 라네스만이 컨벤셔널 소서러에 대항할 유일한 버팀목이 된 상황이었다.
* * *
한쪽에선 한참 마법사들의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
“저기…….”
한참 베른과 베이스 캠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던 에이든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어째서 8계층에 있을까 싶은 어린아이들이었다.
그중 대장으로 보이는 아이가 대표로 나와 에이든에게 말을 건 것이다.
“무슨 일이니?”
아이를 다루는 데 익숙하지 못한 에이든이 애써 웃으며 물어보자, 아이는 다소 안심한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기, 혹시…… 요, 용병단장님. 계신가요?”
아무래도 준을 찾으러 온 모양이다.
에이든은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한쪽의 임시 천막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서 기다려 볼래? 선…… 아니, 우리 단장님께선 지금 회의 중이시거든.”
“아…….”
그러자 리더 아이의 뒤에서 다른 아이들의 수다 소리가 들려왔다.
“어쩌지?”
“스승님이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기다리는 건 괜찮지 않을까?”
“그, 그래도…….”
“혼나면 어쩌지?”
“하지만 궁금한데…….”
“스승님은 마법사가 의문을 해소하는 사람이라고 하셨어.”
무엇이 그리도 겁이 나는 걸까.
에이든은 혹시 자신의 태도가 잘못됐나 생각해 보다, 이내 이 생각 자체가 어처구니없음을 깨달았다.
‘고아원…… 아이들이라고 했지.’
절대 버려져선 안 되어야 할 존재에게 버려진 아이들.
에이든은 누구보다 그 절망감을 잘 알고 이해할 수 있었다.
아직 뭐가 좋고 나쁜지 분간이 힘든 저 아이들에게, 스승의 충고와 조언이 서로 상충하는 상황이 당혹스러운 것일 터.
이전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워진 미소로 아이들을 바라 본 에이든이 말했다.
“안에…… 과자 있는데. 먹으면서 기다릴래?”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30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