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32)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32화(32/374)
32화 스킬
“이놈의 두통은 여전히 사라질 생각을 안 하네…….”
아니면 흔들거리는 마차 안이라서 그럴까.
“끄응…….”
준은 마차의 커튼을 걷어 바깥을 바라봤다.
검은 숲과 달리, 풀 한 포기 찾아보기 힘든 황량한 대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탁 트여서 보는 맛은 있네.”
저 멀리 보이는 바위산과 끝을 모르고 펴져 있는 하늘의 풍경이 자원의 위대함을 알려 주는 듯했다.
메마른 바위 지대.
앞으로 한 달간, 준과 에이든이 머물 필드였다.
* * *
준은 바짝 마른 입 안을 물로 적시고는 입을 열었다.
“블랙아웃에서 강해지는 방법은 총 세 가지야.”
에이든은 그 말에 귀를 기울였다.
“첫 번째는 경험이지.”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은 너무 흔하지만, 그만큼 진리가 담겨져 있는 말이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네가 얼마 전에 만났던 마야가 그런 케이스야.”
지금쯤 브래던의 손에 의해 열심히 말을 배우고 있을 마야.
그녀는 갓난아기 시절부터 아우터 부족의 손에서 길러졌다.
그들은 블랙아웃이 시즌을 마치고 초기화가 진행될 때도 [체크 포인트]에 머물며 블랙아웃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 외부에서의 지원도 받지 않고, 오로지 자급자족으로 살아간다.
그런 곳에서, 마야는 평생을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
“당연히 황실에서 검 한번 쥐어 보지 못했던 너랑 비교할 경험이 아니지.”
물론 준은 마야의 수준이 얼마나 대단한 경지에 이르렀는지 명확히 알지 못했다.
어쨌거나 그는 마법사고, 전사가 아니었으니까.
그 대신 브래던에게 들은 말이 있었다.
“브래던은 마야의 움직임을 ‘자연과의 동화’라고 말했지. 그만큼 그 여자의 움직임은 주변 환경에 녹아들어 있는 거야. 생존을 위한 경험이 만들어 낸 결과지.”
에이든이 마야의 움직임을 읽고도 그것을 공격이라고 인지하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자연스러움.
마야의 모든 움직임은 주변 사물에 녹아들어, 그것을 공격이라고 규정하지 못하게 한다.
“두 번째는 재능이야. 이건 대표적으로 네 경우고.”
마야에게 패배하고 기가 죽은 에이든이었지만, 마야와 달리 에이든이 검을 잡은 것은 채 3년이 되지 않았다.
“넌 고작 3년만에 마력을 다루고, 지금의 수준이 됐어. 순수하게 실력만 보자면, 너는 3레벨에서도 통할 수준이지.”
그 말에 에이든은 자신이 오만했음을 인정했다.
고작 3년.
평생을 블랙아웃에서 살기 위해 검을 휘둘렀던 마야와 달리, 에이든은 고작 3년만에 지금의 위치에 이르렀다.
그러니 마야에게 밀리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스킬이야.”
스킬.
나중에 알아차린 것이지만, 에이든은 끝내 마야에게 한 방 먹였었다.
제대로 된 공격은 아니었지만, 마지막에 펼쳤던 [돌진] 중 휘두른 검이 마야의 검에 금을 낸 것이다.
만약 에이든이 벽에 부딪치지 않았다면, 그대로 검을 부러뜨렸을 것이다.
“스킬 말입니까.”
그에 순간 에이든의 표정이 굳었다.
벽에 부딪혔던 치욕스러운 감정도 감정이었지만, 처음 사용해 본 액티브 스킬은 생각만큼 에이든을 기쁘게 만들어 주지 않았다.
“표정 보니까 무슨 생각인지 알겠네. 네가 한 방 먹인 게 아니라, 스킬 덕분인 것 같지?”
“……예.”
[돌진]을 사용하겠다고 생각한 직후, 에이든은 스스로의 통제력을 잃었다.그야말로 누군가가 실로 연결해 멋대로 조종해서 승부를 치른 것 같았다.
그러니 에이든은 [돌진]이 만들어 낸 결과를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 생각지 못하는 것이다.
“근데, 맞아. 스킬 덕분인 건.”
“…….”
“그런데, 그게 잘못된 건가?”
“예?”
“과정에 매몰되면 그 어떤 결과도 만족스러울 수 없어.”
“매몰…….”
“예를 들어 볼까? 마야가 그 실력을 가질 수 있던 결과는, 아우터 부족에게 주워진 과정이 있어서지.”
“…….”
“네가 남들보다 훨씬 성장이 빠른 이유는, 황실의 피를 이었기 때문이고.”
에이든은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에이든은 재능을 타고났다.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 정도로.
“그런데, 지금의 네가 만들어진 과정엔 오로지 황실의 핏줄을 타고났다는 것 하나뿐일까? 아니지. 네가 직접 선택하고 고른 과정이 존재해.”
버려진 황족이라는 이름 아래 수없이 많은 혐오의 시선을 받아 왔던 에이든.
그리고 역사적으로 에이든처럼 버려졌던 다수의 황족들은 그 시선에 굴복해 자신들에게 주어진 운명대로 살았다.
하지만 오로지 에이든은 그 운명을 거부했고, 직접 검을 들어 블랙아웃에 왔다.
“네가 여태까지 해 왔던 그 모든 노력들도, 결과 중 하나지. 그럼 네가 얻은 [돌진]은 어떤 결과로 얻은 거지?”
“공략전에서의 공 덕분입니다…….”
“맞아.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 네가 포레스트 가디언에게 일격을 가한 결과 덕분이야.”
그러니 그에 대한 보상으로 받은 스킬 또한, 에이든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마야가 생존을 위해 쌓아 왔던 과정 덕분에 결과를 얻은 것처럼, 네가 가진 그 스킬도 네가 만들어 낸 과정이자 결과야.”
그러니 이제부터, 새로운 과정을 만들자.
“네가 여기서 해야 할 일은, 그 스킬을 온전히 네 것으로 바꾸는 일이야.”
이어지는 준의 말에 에이든은 숙였던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 * *
코카트리스(Cockatrice).
‘검은 숲의 고블린’처럼, 이곳 메마른 바위지대의 필드 몬스터는 코카트리스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와, 정말 닭의 모습에 꼬리는 도마뱀입니다.”
“맞아. 저게 녀석의 특징이지.”
“눈을 마주치면 석화 저주에 걸린다고 들었습니다만…….”
“하하, 소설을 너무 읽었네.”
“아, 아니었습니까?”
준의 말에 에이든이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준은 그런 에이든에게 괜찮다며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도 아예 틀린 건 아냐. 저 녀석의 눈에는 마비 상태이상을 거는 능력이 있어. 그리고 이레귤러 개체는 정말로 석화 저주를 걸기도 해.”
“정말입니까?”
“응. 그래서 여러모로 까다로운 놈이지.”
준은 코카트리스를 꽤 까다롭다 평가했다.
‘1계층 수준에 맞지 않는 몬스터지. 일단 눈만 마주쳐도 마비를 일으키는 게 까다로워.’
때문에 게임 속에서는 녀석의 회피력이 무척 높게 설정되어 있었다.
‘민첩 전사나, 원거리 클래스가 아니면 쳐다도 안 봤지. 그나마 전리품이 돈이 돼서 앵벌이용으로 잡긴 했는데…….’
하나 그 특성 때문에 초반부터 코카트리스를 상대하려는 유저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에이든, 저 녀석한텐 할 만할 거야.’
일단 마비 상태이상은 에이든에게 효과가 없다.
그가 지닌 [야수의 신체]에 전반적인 상태이상 저항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페어리 퀸의 [숲읜 순환] 상태이상에도 자력으로 탈출할 정도이니, 고작 코카트리스 정도의 마비 상태이상에 당할 일은 없었다.
그에 준은 나름의 기대를 걸며 에이든을 바라봤다.
에이든의 눈은 앞서 받은 격려 덕분인지 평소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돌진]을 마스터하진 못하겠지만.’
이전이랑 다른 게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이 있었다.
“흡!”
준의 기대에 부응하듯 에이든이 [돌진]을 시전했다.
이전처럼 마력이 일부 빠져나가고, 멋대로 자세가 바뀌었다.
그리고.
꼬?!
콰아앙!
크학!
대포알처럼 바위에 부딪힌 에이든이 바닥에 쓰러졌다.
“…….”
“…….”
꼬꼬…….
기대하긴 아직 이른 듯했다.
* * *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게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꼬꼬꼬!!
에이든의 기습에 멀뚱히 서 있던 코카트리스가 적의 가득한 포효를 질렀다.
[실드]바위마저 쪼개는 코카트리스의 발톱이 에이든에게 향하기 직전, 준의 [실드]가 둘러쳐졌다.
4서클에 오르면서 한층 더 견고해진 [실드]는 녀석의 발톱을 막아 내기에 충분했다.
꼬꼬!!
그럼에도 코카트리스는 물러서지 않고 계속해서 [실드]를 두드렸다.
금방 깨질 듯한 [실드]에 준이 마력을 보충하길 얼마. 대략 5초 정도 지나서 에이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끄으응.”
아직 [그로기] 상태에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는지, 에이든이 잠깐 비틀거렸지만 이내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거기까지 확인한 준이 [실드]를 걷어 냈다.
코카트리스는 기세를 몰아 에이든에게 달려들었으나.
사악―!
그대로 에이든의 검에 베여 머리와 몸이 분리되었다.
녀석의 깃털 몇 가닥이 허공을 부유하고, 이내 바닥에 떨어진 코카트리스가 모래처럼 사라졌다.
안전을 확인한 준이 다가와 물었다.
“괜찮냐?”
“아, 아하하…… 예, 옙. 괜찮습니다.”
스스로도 부끄러운 모양인지 에이든은 얼굴까지 붉어져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원래 다 그런 법이야.”
“끄응. 대충 예상은 했는데, 정말 신기합니다.”
그저 스킬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두 번째의 경험이었지만, 역시 보통 이질적인 게 아니다.
‘그래도.’
에이든의 표정은 이전보다 훨씬 나았다.
‘선배 덕분인지 완전히 타인의 것으로 느껴지진 않아.’
처음 마야에게 썼을 당시와는 달리, 이 스킬 또한 자신의 것으로 여기자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그래, 예를 들면…… 무의식적 반사 같았다.
무릎을 치면 다리가 멋대로 올라오는 것처럼.
그리고 그 근육의 움직임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 어느 정도 억제가 가능했다.
당연히 스킬 또한 그러할 터.
타이밍 맞게 준의 조언이 이어졌다.
“스킬의 숙련도는 기본적으로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 돼.”
준은 액티브 스킬을 써 본 경험이 없었으나, 그에겐 마법이 액티브 스킬과 비슷했다.
처음 그가 이 몸에 들어왔을 때, 마법에 대한 지식이 멋대로 주입됐었으니까.
그렇기에 처음 그가 펼쳤던 마법은 액티브 스킬과 다를 게 없었다.
그에 준이 마법을 컨트롤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것은 ‘이해’였다.
마법을 쓸 때 어떤 마법적 지식이 꿈틀거리는지.
그리고 얼마만큼의 마력이, 어떤 방식으로 마력 회로를 타고 움직이는지.
그 모든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기계적인 습관, 태도, 행동, 본능을 모두 이해해. 그리고 그 과정들을 통제하는 거야.”
준의 조언에 에이든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방금 자신이 펼친 기술을 떠올려 봤다.
처음에는 그저 막막하기만 했던 당시의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먼저 다리가 움직였어.’
그다음은?
‘땅을 박차고.’
자세가 낮게 고정됐으며.
발끝에서 마력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이미 바위와 부딪힌 후였다.
“통제…….”
홀로 그렇게 중얼거릴 때, 준이 스쳐 가듯 말했다.
“누군가가 너한테 주먹을 휘둘렀어. 넌 어떻게 움직일까?”
그러면서 준이 주먹을 들어 에이든의 얼굴로 휘둘렀다.
그러자 에이든은 반사적으로 그 공격을 회피했다.
“……아!”
“뭔지 알 것 같아?”
“예!”
주먹이 다가온다. 그리고 에이든은 고개를 틀어 피했다.
왜?
주먹이 얼굴을 향해 오니까.
어떻게?
척추부터 시작해 어깨 근육을 움직여서.
무엇을?
주먹을 피했다.
하나의 행동에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에이든은 준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금방 깨달았다.
‘내가 처음 다리를 움직였던 건.’
앞으로 튀어 나가기 위한 사전 동작이었다.
왜? 그게 가장 효과적이니까.
그다음으로는 몸이 굽었다.
왜?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시켜야 하니까.
땅을 박차는 순간 발끝에서 마력이 터져 나왔다.
왜? 가속도를 얻기 위해서.
“와…….”
에이든은 전사다. 그것도 재능이 뛰어난 전사다.
[돌진] 스킬에서 비롯된 모든 자세의 목적을 해부하듯 살펴봤다.그리고 다시금 재정립을 시켰다.
‘그런데 왜 이때 이 정도의 힘을 내는 걸까?’
‘어째서 발과 발 사이의 간격이 이 정도인 거지?’
‘튀어 나갈 때 숙이는 각도가 내 몸에 맞는 건가?’
‘마력의 출력? 너무 과하지 않아?’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몸에 걸맞게 바꿨다.
그러면서 필요한 것을 덧붙이고, 과한 것은 배제하고.
마치 작곡가처럼, 멜로디에 걸맞는 화음을 만들어 나갔다.
이윽고.
“어때, 감이 좀 잡혔어?”
“…….”
준의 물음에 에이든은 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다른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의 시선에 잡히는 것은 정확히 사람 크기의 바위였다.
몸을 낮췄다.
무릎이 굽혀졌고, 허리는 꼿꼿했다.
마력이 발 끝에 모였다.
그리고.
[돌진]쏘아져 나갔다.
아까처럼 에이든의 몸이 바람을 갈랐다.
하지만 속도는 이전과 비교해 조금 느려졌다.
그러나, 부드럽다.
앞을 찌르는 형태로 뻗어 나간 팔은 반대편 허리로 향했다. 손에 들린 검이 정확한 타이밍에 바람마저 갈랐다.
그 경로에, 바위가 있었다.
사아아악!
도저히 바위를 베었다고는 믿기지 않는 소리가 에이든의 귀를 때렸다.
그 순간 에이든은 느꼈다.
자신의 내면에 일어난 변화를.
엄청난 변화는 아니다.
그러나 만약 이게 현실이 아닌 게임이었다면.
그에게는 이런 인터페이스가 떠올랐을 것이다.
-[배쉬]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뭔…… 미친.”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준은.
‘한 달? 너무 길게 잡은 거 아니야?’
지끈거리는 두통에 미간을 찌푸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까지 올 필요도 없었는데!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3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