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325)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325화(325/374)
326화 에이든-미래관측(2)
알 수 없는 존재의 힘을 빌렸다.
사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기에, 에이든은 썩은 나무 틈 사이에서 몸을 일으켰다.
“또…….”
알 수 없는 힘에 지배당해 움직였다.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매번 사지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힘이지만, 그만큼 자신의 무언가가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빼앗기는 감각이었으니까.
“…….”
하지만 살았으면 됐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자신이 무엇을 위해 블랙아웃까지 왔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마당이지 않은가.
알 수 없는 힘에 조종당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자신의 가장 소중한 무언가가 썩어 문드러졌으니.
그렇게, 에이든은 살아갔다.
* * *
눈을 감았다 뜬다.
무언가…… 소중한 무언가가 꿈 속에서 나왔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에이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에이든……?’
아니.
현재 자신의 이름은 그런 이름이 아니다.
3년 전에 있었던 고블린 토벌전의 실패 이후, 가까스로 살아남고 신분을 세탁했으니까.
그 이유는 하나의 소문 때문이었다.
황제의 핏줄을 가진 자가 블랙아웃에 내려왔다는 소문.
‘그 힘은 다 좋은데, 멋대로 붉은 오러를 뿜어내는 게 문제야.’
피처럼 붉은 오러는 초대 황제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수백 년의 시간이 흘러 그 후손들에게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으니, 눈에 띌 수밖에.
그래서 신분을 세탁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았다.
자신이 황제의 핏줄이란 사실은 지난 몇 년 사이 이미 유명해져 버렸고, 얼굴도 모두 알려져 버렸으니까.
그러던 중, 한 기사가 자신을 찾아왔다.
“폐하께서 그 이름으로 활동하시길 허락하셨소.”
그 짧은 한 마디만 남긴 채 사라져 버린 기사들.
그날 에이든은 더욱 복잡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자식을 버린 주제에, 이제와서 안타까움이라도 느낀 걸까. 왠지 별거 아닌 적선이라도 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때부턴 더 이상 본명을 가릴 필요가 없어졌다.
그날부터 자신은, 아르시오가 되었다.
* * *
어느 순간부터 시선이 느껴졌다.
어딜 가도 자신에게 따라붙는 불쾌한 감각.
그 정체는 머지않아 밝혀졌다.
“너는…….”
“아, 하하……. 드, 들켜 버렸네요. 안녕하세요……?”
안경을 쓴 모험가다.
최근 들어 몇 년 동안 이름을 떨친 슈퍼 루키.
에이든이 블랙아웃에 내려온 시기와 비슷하게 찾아온 그는 벌써 5계층을 탐사하고 있을 정도로 빠른 성장력을 보여 주었는데, 그 성장력만큼이나 대단한 보물도 여럿 발견했다고 하던가.
아니, 사실은 보물과 관련된 쪽으로 더욱 유명했다.
그가 나서는 탐사에서는 반드시 대단한 보물이 발견되거나 혹은 말도 안 될 정도의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물건들이 등장한다던가.
그것을 바탕으로 그의 조직은 벌써부터 블랙아웃을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한다.
아르시오조차 그 이름을 몇 번 들어 본 적이 있을 정도다.
“그, 반갑습니다. 저는 망겜 모험단을 이끌고 있는 단장, 주원이라고 해요.”
“그래, 그런 이름이었지.”
망겜 모험단. 이름부터 어딘지 근본 없어 보이는 이름의 모험단이지만, 최근 그 주가가 말도 안 될 정도로 대단한 이들이다.
“그래서, 나를 왜 찾아왔지?”
“그, 모험단의 영입을 제안하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나를?”
“예.”
“별로 좋은 선택지는 아닐 텐데.”
버려진 황족.
당연한 말이지만, 정치적으로 엮여서 좋을 게 없는 아르시오는 여태까지 대부분의 임무를 혼자 수행해 왔다.
그 탓에 이제야 겨우 4계층에 들어온 마당인데, 이런 자신을 무슨 이유로 데리고 간단 말인가.
바로 눈빛에서 의심부터 떠올랐다.
지난 몇 년 동안, 저런 식으로 자신에게 접근해 왔던 자가 없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버려졌음에도 황족은 황족이고, 뭐라고 건져 먹을 게 없을까 접근해오는 이들도 결코 적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자도 그런 부류일까.
“아! 생각하시는 그런 이유로 찾아 온 것은 아닙니다. 그저, 아르시오 님의 실력 때문이죠.”
“내 실력?”
“예. 사실 꽤 오래 전부터 저는 당신을 주시하고 있었어요. 핏빛의 오러를 사용하는 버려진 황족……. 아, 죄송합니다.”
“아니, 사실이니까 사과할 필요는 없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아무튼 제가 당신을 동료로서 영입하려는 건, 당신이 가진 힘 때문이에요. 오로지 순수하게 실력 하나 때문이죠.”
“그래봐야 잘 통제가 되지도 않는 힘인데.”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제법 힘을 어느 정도 조절하는 게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위기 상황이 찾아온다면 멋대로 폭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 탓에 몇 번은 다른 이들과 임무를 하던 도중 위험했던 상황이 연출됐기에, 아르시오 스스로도 그런 상황을 기피하게 된 것이다.
“그거야 통제를 하면 그만이죠! 정신력 관련 스킬만 몇 개 찍어 주면 완벽한 트리가…… 아니아니. 그 단점을 완벽히 보완할 수 있을 겁니다!”
“음…….”
당장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아르시오는 몇 번 그들과 임무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그들과의 임무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당장 그 모험단에 이름을 올리기엔 꺼림칙했기에, 아르시오는 그 선택을 좀 더 유보했다.
“물론이죠! 언제든 편하게 생각해 주세요.”
자신을 주원이라 소개한 남자는 그저 그렇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가 뒤로 돌아섰을 때.
“역시, 게임이랑 비슷하게 좀 까다롭네. 공략이 쉽지가 않아. 그래도 슬슬 그 사람도 죽을 테니까…… 기댈 곳이 필요해질 거야.”
그러한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에 그저 흘려들었지만.
왜지 모를 서늘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르시오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마음 한편. 저 사람을 온전히 신용할 수 없다는 생각만이 들 뿐이었다.
그렇게 그날도, 기묘한 꿈을 꾸었다.
어느 한 마법사와 시작하는 여행의 꿈을.
* * *
갑작스러운 황제의 붕어 소식.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제국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고, 지상과 블랙아웃 할 거 없이 난세가 펼쳐졌다.
어느 순간부터 시작된 1황자와 3황자의 정치 싸움.
그것이 점차 격렬해지고,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
아르시오에게도 화살이 돌아왔다.
두 황자를 따르는 무리들이, 괜한 변수를 죽이기 위해 암살자들을 파견하기 시작한 것이다.
버려진 황자는 본래 황실의 정치와는 완벽히 구분되어야 할 존재.
그런 존재조차 변수라고 판단할 만큼, 제국의 정세가 뒤바뀌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르시오는 과거 자신을 찾아왔던 모험가를 찾아가야만 했다.
“아, 오셨군요!”
“지금에 이르러서도 그때의 생각은 변함이 없나?”
“물론이죠!”
그 몇 년 사이에 주원이라는 남자는 이전보다 훨씬 더 성공해 있었다.
이제는 두 황족들조차 이 남자가 가진 모험단의 힘을 탐내고 있었으니.
하지만 남자는 이미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해 둔 상황이었고,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야 흔들리지 않았다.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고 대비라도 한 것처럼.
“어서 오십시오, 망겜 모험단에!”
그렇기에 아르시오에게는 더 없이 완벽한 선택지기도 했다. 두 황족의 파벌 중에서도 이곳 모험단은 성역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암살자들도 위협적이지만, 비교적 평화롭던 블랙아웃에서도 창천교라는 세력이 본격적으로 이빨을 들이밀며 모두를 위협한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겜 모험단은 놀라울 만큼 위기를 모면하며 성장해 나갔다.
아르시오도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고, 장비와 스킬북도 잔뜩 받았다.
그가 처음 말했던 것처럼, 몇몇 정신력과 관련된 스킬북을 얻게 되니 더 이상 이전처럼 광증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다.
‘이들이, 내 동료들인가.’
모르겠다.
메르데인에서 다시 한번 디멘션 리버스가 일어나 자신의 교단을 잃어버린 태양 교단의 성녀.
유명한 기사 가문이었으나 억울한 누명으로 파문을 당한 기사.
그 외에 여러 모험단원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그들을 동료라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 에이든! 이쪽으로 와 봐요. 할 얘기가 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시즌이 거의 끝나 가던 날.
본래 망겜 모험단은 난세에 들어서고부터 지상에 올라가는 일이 극히 드물어졌다.
대부분의 시즌은 체크 포인트 내에서 마무리했고, 위험한 지상에는 올라가지 않기로 했는데…….
그때는 웬일인지 지상에 올라가자고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주원은 어느 도시의 풍경을 보여 주겠다며 자신을 지상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그곳에서, 아르시오가 본 것은.
“이게, 도대체…….”
소문으로만 들었던 지상의 전쟁.
그리고 그 현장에, 아르시오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난세가 펼쳐졌다고는 들었건만.
사방이 전쟁의 화마에 망가지고 있다.
“참혹하죠?”
어느새 주원 또한 평소의 여유롭던 표정이 아닌, 진지한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제국의 수도가, 이렇게 망가졌어요. 모두 두 황족의 싸움과 그런 싸움 틈에서 반란을 일으킨 오웬 후작에 의해 일어난 일들이죠.”
“…….”
옆에서 들려오는 주원의 목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저 전쟁의 화마 속에서 비명을 지르고, 고통에 겨워 하는 사람들의 모습만 보일 뿐.
아이가 부모의 손을 붙잡고 어떻게든 도망치고 있지만, 반란을 일으킨 귀족의 군대는 그런 부녀를 가차없이 칼로 찔러 죽였다.
그리고 그런 비슷한 풍경이, 사방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슈우욱-!
그때, 주원이 화살을 날려 자신들의 등 뒤를 노리고 기습하려는 기사들의 목을 꿰뚫었다.
“블랙아웃이라고 크게 다를 게 없어요. 전쟁 난민들이 마구마구 유입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한 범죄도 기승이죠. 남부의 메르데인에서 끊임없이 언데드들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있고요.”
“…….”
“그뿐만이 아니에요. 동부의 전쟁은 완전히 격화되어서 거긴 이곳보다 더 잔혹한 풍경이 이어진다고 하더군요.”
“왜, 그런 걸…… 나한테 말하는 거지.”
“음. 그냥, 당신의 의견이 궁금해서요. 솔직히, 우리에겐 힘이 있잖아요?”
그 말이 맞았다.
블랙아웃에 한해서지만, 망겜 모험단은 이미 다수의 귀족들과 동맹을 맺었고, 충분한 재력과 힘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당신이라는 명분도 있죠.”
“…….”
“만약, 당신이 허락한다면…….”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겁니다.
비록, 그 어떤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더라도요.
주원의 그 말에 아르시오는 평소처럼 알 수 없는 주원의 표정을 살펴봤다.
“황제가 되어 보지 않으실래요?”
그것은 파멸을 바라는 누군가의 목소리인가. 아니면 그저 이 세계의 끝을 보기 위함인가.
주원의 목소리는 더 없이 진지했고, 보기 드물 정도로 주원의 눈빛 속에서 절실함 또한 느껴졌지만.
“너는.”
이상할 정도로 그의 눈빛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욕망만이 느껴질 뿐.
이 세계를 구하고자 하는 의지 따위는 먼지 한 톨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날 이용하려는 거군.”
하지만 만약 그의 손을 잡는다면…….
말의 발굽에 짓눌려 죽어 가는 저 사람들을 구원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황제이자, 용사가 되는 거예요. 아르시오. 당신이, 이 세계의 주인공이니까요.”
그렇다면 기까이. 거기에 이용당해 주리라. 어차피 자신의 삶에 목적 따위는 없으니.
주원은 어디서 구해 온 건지 모를 황천검을 내밀며 말했다.
“이 세상을, 구해 보죠. 우리.”
여전히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주원이 미소를 지었다.
꿈에서 봐 왔던 다른 누군가와는 너무도 다른, 인공적인 미소였다.
[에이드리안 룬 와이본 아르시오. 관측된 미래 분류 1번. 황제 루트.]* * *
비쩍 마른 여인이 휘두르는 검 끝.
거기에 걸쳐진 오우거의 목이 형편없이 뜯겨져 나가며, 터져 나온 피가 전신을 적신다.
피로 만들어진 웅덩이 위.
그 뜨거운 혈액에 몸을 맡기고 있기도 잠시.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
“임무 완료.”
“수고하셨습니다.”
그런 그녀의 뒤로 드넓게 펼쳐진 검은 제복의 인영들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무릎을 꿇는다.
[마야. 관측된 미래 분류 1번. 친족 살해 루트.]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32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