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326)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326화(326/374)
327화 마야-미래관측
오늘도 들려온다.
-죽여.
-우리의 복수를.
-원통하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그저 조용히 살고 싶었을 뿐이다.
-내 가족을 죽인 그들이.
-원망스럽다.
평소와 똑같은 상태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받아들인 힘.
선조의 영혼들은 매일 같이 자신들의 원망을 마야에게 토로한다.
힘에 대한 대가치고는 무겁다.
저들은 하루 24시간. 조금도 빠짐없이 저렇게 중얼거리고 있었으니.
꿈에서도 저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야가 미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나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복수에 미쳐 버렸기 때문이다.
‘놈을 죽이고 싶다.’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까,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하는 순간 무너질 것이 분명하며, 동시에 그런 순간을 떠올릴 틈 따윈 없었으니까.
“다음 임무는?”
그녀의 물음에 뒤로 도열하고 있던 조직원 중 한 명이 답했다.
“5계층을 떠돌고 있는 모험가의 시체 회수입니다.”
“바로 간다.”
“예. 한데…….”
“말해.”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조심스럽게 내밀어지는 두 장의 편지.
그중 하나를 잡은 마야는 잠시 눈을 감았다.
‘브래던.’
검은 숲 요새의 용병 길드 지부장.
조경족과 인연이 있었던 그 덕분에 마야는 인간 사회에 섞여 살아갈 수 있었다.
비록 복수에 미쳐 버린 그녀라지만, 한동안 그의 도움을 받았던 것은 사실.
지금도 이렇게 편지가 오곤 했다.
하지만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답장을 한 적은 없었다.
자칫 그의 다정함에 기댔다간 다신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았으니.
평소처럼 편지를 불태웠다.
그런데, 오늘은 두 장의 편지가 도착했다.
“또 그놈인가?”
“예. 제법 끈질깁니다.”
“하지 않겠다고 전해.”
“알겠습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수하의 말이 많다.
마야는 조금 더 서늘해진 표정으로 다음 말을 기다렸고, 수하는 식은땀을 흘리며 어떻게든 입을 열었다.
“최근 그 편지의 주인이 보이는 성장세가 이상합니다.”
“뭐가?”
“용병업계임에도 불구하고 모험가보다 보물을 잘 찾고, 수완이 대단하기 이를 데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놈들은 매년 나오잖아.”
“맞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성장세를 보였던 이들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어느 정도 인지는 해 두라, 이런 말이었다.
마야는 그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리려 했으나, 잠시 생각해보니 수하가 이렇게까지 말을 길게 할 이유가 없음을 상기했다.
“정보력은?”
“말씀드렸다시피, 대단한 보물을 수도 없이 찾고 있습니다. 블랙아웃에 한정된 일이지만, 정보력은 필시 대단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래.”
마야가 이 암살단을 집어삼킨 지도 어느덧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지난 3년 동안 전 마스터의 밑에 있었고, 그를 직접 죽여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렇게까지 한 이유가 무엇이던가.
복수를 위함이었다.
“주시하고 있어. 이쪽에 필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의뢰를 받아 주겠다고 하고.”
“예. 알겠습니다.”
* * *
또다시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마야는 6계층에서 활약할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
암살단도 이전보다 훨씬 커졌고, 받아들이는 임무의 위험도도 상당수 올라간 상황.
평소처럼 임무를 해결하고 돌아왔을 때였다.
“피해는?”
“절반입니다.”
“그 외에 보고 사항은?”
“없습니다.”
“그래.”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수하의 모습.
작년에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죽음을 맞이했다.
딱히 대단할 것은 없는 일이다.
암살자에게 죽음은 항시 곁을 맴돌고 있는 존재였으니.
그저 유능한 인물이 죽었다는 것이 아쉬울 뿐.
망가질 대로 망가진 그녀의 마음에는 이제 어느 누구도 자리를 차지할 수 없게 되었다.
“이번에도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
두 장의 편지.
마야는 그중 한 장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브래던이었다.
최근 블랙아웃의 정세가 심상치 않으니, 몸조심하라는 내용이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황족들 간의 정치 싸움이 블랙아웃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요즘 수하들의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으니.
‘아무래도 좋아.’
지긋지긋한 귀신들의 목소리만큼이나 관심이 없었다.
그보다는 자신의 복수가 더 우선이었으니.
그녀는 다른 한 장의 편지를 펼쳤다.
“이쪽의 상황은 어떻지?”
“민주 용병단은 여전합니다. 최근 7계층에 들어섰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고작 4년 만에 7계층이라…….”
엄청난 성장세가 맞았다.
블랙아웃에서 이름이 들려오기 시작한지 겨우 4년 만에 7계층. 역사를 뒤져 봐도 그만한 성장세를 보이긴 힘들겠지.
그뿐만이 아니다.
영향력도 대단해서, 소문에 듣기로는 두 황족들도 자신들의 파벌로 넣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한다.
뛰어난 처세술로 적당히 무마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버려진 황족을 데리고 있다는 것으로 보아……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거기까진 우리가 알 필요 없지.”
그보다는 상위 계층의 정보가 더 중요했다.
민주 용병단은 그녀마저 눈여겨볼 정도의 집단이다.
이상할 정도로 계층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어마어마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자신이 복수해야 할 그 괴물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쪽에서 바라는 건?”
“여전합니다. 용병단에 합류할 것.”
“건방지긴.”
하기야. 자신들의 이름이 제국의 그림자 안에서 제법 유명하다곤 하지만, 저 용병단만큼의 성장력은 보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워낙 위험한 임무를 주로 맡다 보니 암살단도 성장이 더뎠으니까.
“지금은 일단, 의뢰를 받는 것으로 대체하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또, 1년이 지났다.
“…….”
민주 용병단의 의뢰를 받아 움직이던 중이었다.
마야는 피에 물든 서신을 받아 들었다.
어느새 또다시 달라진 수하가 피를 토해 내며 겨우겨우 포션을 가져다 마셨다.
“명, 하신…… 물건입니다…….”
민주 용병단의 의뢰를 수행하던 중 얽히게 된 창천교와 침식자의 정보.
그 즉시 마야는 온갖 수단을 동원했고, 그 정보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지금 손에 들린 편지 또한, 창천교에서 침식 현상을 일으킬 장소를 모색하며 오가던 편지였다.
“암호 해독에는 얼마나 시간이 걸리지?”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
수하는 어떻게든 피 끓는 소리를 다스리며 답했다.
“한, 달은…… 소모, 될 것 같, 습니다.”
“이전에는 절반이었을 텐데.”
“전임자의 죽음 이후,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가.”
이전의 수하에게 암호 해독에 대한 재능이 있었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가 살아 있었다면 기억하고 있었겠지만, 마야는 죽은 자에 대한 기억은 모조리 지워 버렸다.
“…….”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최근 암살단의 성장세가 뒤처지기 시작한 것은 확실하다.
마야의 성장은 항상 똑같았으나, 수하들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죽어 나갔다.
‘슬슬 방해가 되는데.’
이전까진 정보를 취급하는 데 능숙하니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발목만 잡는 느낌이다.
“…….”
이대로 모두 치워 버릴까.
잠시 그런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아니.’
쓸모가 없다면, 쓸모 있게 만들면 그만이지 않은가.
재차 마야는 민주 용병단을 떠올렸다.
그곳은 이전부터 자신을 영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으니, 그곳에 들어가는 것도 나쁜 선택지는 아닐 터.
암살단은 그쪽에 넘겨 버리고, 자신은 그들과 함께 다니며 침식자와 관련된 정보를 빼내면 그만이다.
‘이쪽이 낫겠어.’
생각은 짧았고, 선택도 금방이었다.
그러니 행동도 늦어질 이유가 없다.
마야의 발걸음이 민주 용병단이 있다는 방향으로 향했다.
* * *
“반가워요. 저는 민주 용병단을 이끌고 있는 이민주라고 해요.”
“……마야다.”
“알고 있던 대로 과묵하시네요.”
자신을 이민주라 소개한 여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소문에 의하며 대단할 정도의 능력을 지녔다고 했는데, 그것과 별개로 평범하게 생겼다.
특이한 게 있다면, 그 이름 정도일까.
어디서도 들어 본 적 없는 유형의 이름이다. 제국의 동양과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용병단에 들어오기로 마음 먹으셨다고 하셨는데.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그쪽이 가진 정보가 필요하다.”
“정보라면?”
“상위 계층. 더 나아가 침식자와 관련된 정보.”
“음, 어렵지 않네요. 어느 정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
몇 년 전의 자신이었다면 앞뒤 볼 것 없이 살기를 터뜨리며 그에 관해 불라고 협박했겠지만, 이젠 제국의 사회에도 제법 익숙해진 그녀다.
“내게 뭘 바라지?”
“어느 정도 알고 계시겠지만, 제국에 혼란이 찾아왔어요. 곧있으면 그 혼란이 블랙아웃까지 영향을 끼치겠죠.”
“…….”
“저는 그 혼란에 대비하려고 해요.”
별로 관심 없는 이야기다. 자신은 제국이 멸망하든 말든 알 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는 제법 관심이 기울었다.
“오래 전부터 마야 님이 침식자들을 적대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
어째서일까.
마야는 그녀가 말하는 ‘오래 전’이라는 말이, 고작 몇 년 전 따위를 말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리고 당신의 복수는, 제게도 도움이 되죠.”
“무슨 말이지?”
“침식자를 처리하는 데 당신만큼 유용한 사람이 없다는 말이에요.”
비단 침삭자를 죽이는 데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마야, 당신이 가지고 있는 힘은 침식자를 죽이는 데 가장 알맞은 힘이거든요. 영혼을 죽이는 능력. 그 능력이라면, 귀찮은 침식자 무리를 처리하는 데 더없이 도움이 되겠죠.”
“그런가.”
이쪽도 상대를 이용하는 만큼, 상대도 이쪽을 이용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딱히 신경 쓸 일은 아니다.
결과적으로는 복수에 다다를 일이었으니.
마야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정식으로 민주 용병단의 단원이 되었다.
“……새 단원인가.”
“…….”
그렇게 민주 용병단에 들어왔을 때. 마야는 버려진 황족으로도 유명한 2황자, 에이드리안 룬 와이본 아르시오를 마주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별 관심은 없었다.
그저.
둘은 자신들이 동류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쪽은 복수를 제외한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이었고.
저쪽은 모든 것을 잃어 허망해진 사람이었으니.
특별한 감정은 생기지 않았다.
암살단 내에서도 저런 사람들은 제법 있었고.
그런 사람들의 미래는 대부분…… 별 볼 일 없는 최후를 맞이할뿐이었으니.
자신들 또한 언젠가 그리 될 거라 짐작하고 있을 뿐이었다.
* * *
또다시 시간이 흘렀다.
이민주의 말대로였다.
제국의 혼란은 가중되었고, 수도는 무너졌으며, 전쟁 난민이 블랙아웃으로 물밀듯 밀려왔다.
더구나 상위 계층 또한 마찬가지로 창천교라 불리우는 조직에 의해 난장판이 되었으니.
이를 혼란이라 말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혼란일까.
“이제 머지 않았네요.”
이민주라는 여인은 어느 순간부터 1황자 덱스터와 동맹을 맺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1황자의 기세가 대단해졌고, 그사이 지상의 전쟁에도 관여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는 3황자 하비에르와의 전투가 있었던 마당.
그때 당시 아르시오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마야는 그런 아르시오의 표정 속에서 복잡함을 읽었다.
‘쓸모없어.’
버려진 혈족에게 무슨 감정을 가진단 말인가.
마야에게 그것은 복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야는 그 감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
버려진 자신을 주워 키워 준 그 사람이, 죽지 않았다.
아니.
죽어 버렸다.
죽은 그 육체는 죽음의 신이라는 존재에 의해 부활했고, 지금은 영락없는 꼭두각시 인형이 되어 블랙아웃에서 날뛰고 있었으니까.
“아…… 역시. 비탄의 재앙을 일찍 정리하지 않아서 이런 루트가 개방됐나?”
어느 날 블랙아웃에 내려온 언데드 대군을 바라보며 이민주라 그리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마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한 모양이다.
“마야. 당신이 나서야 할 것 같네요.”
“그래.”
안 그래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아버지가 저렇게 농락당하고 있는 모습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
자신의 앞에 쓰러진 아버지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마야는 어째서 아르시오가 그렇게 복잡한 표정을 지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이 돌아갈 곳은 없다.
그딴 곳이 없다는 것쯤은 애초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보잘것없는 희망조차 짓밟는 기분은…….
그나마 남아 있던 마음의 조각마저 지워 버리는 느낌이었다.
“이제, 머지 않았네요. 마야. 당신의 복수까지.”
아버지의 시체 너머. 그런 아버지를 이런 꼴로 만든 적이 보였다.
폼멜.
초대 황제의 오른팔이자, 조경족을 멸망시킨 장본인.
이제는 정말 복수 이외에 무엇도 남지 않은 그녀의 눈동자가, 복수의 대상을 명확히 담았다.
* * *
[엘레노어. 관측된 미래 분류 3번. 에피소드 ‘비탄의 종말’ 중 루트3. 희생결의.]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32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