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327)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327화(327/374)
328화 엘레노어-미래관측
[해당 자격자의 관점으로 관측 불가.] [관측된 세계관의 가장 가까운 인물을 탐색 중.] [탐색 완료.] [탐지 대상. 엘라힘.]“이, 이게 뭐야?”
정신을 차려보니 보였던 기계 장치의 존재.
그것은 자신에게 미래의 결과 중 하나를 고르라 했다.
그에 엘레노어가 고를 수 있던 것은 희생결의.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기계 장치로 이루어진 큐브 속. 무언가 거대한 악을 향해 대적하는 엘라힘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주변의 풍경이 모두 뒤바뀌며, 교단의 성역이 펼쳐졌다.
“하, 할아범?”
모습을 보인 것은, 지금보다 몇 배는 늙은 듯한 엘라힘의 모습이다.
순간 미래를 보여 준다는 것이, 지금보다 훨씬 더 미래의 이야기를 말함일까.
아니었다.
엘라힘의 옆에서, 본격적으로 8레벨이 되기 전의 베른은 그 모습 그대로였으니까.
엘라힘의 저 주름은 그저 무언가에 의해 마음 고생이 극심했기에 생긴 것이었다.
“결국…… 그 아이가.”
“죄송합니다……. 제가, 끝까지 말렸어야…….”
“아니, 베른…… 너의 잘못이 아니다. 그저, 그저 모든 것이 내 그릇된 선택에서 비롯된 일이었으니…….”
두 사람은 도대체 뭘 말하고 있는 것일까.
엘레노어는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엘라힘의 앞에 놓여진 서류를 읽을 수 있었다.
“검은 숲……. 토벌전 실패……?”
그리고 그곳에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그녀의 미래가 적혀 있었다.
* * *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지금 이 현상은, 검은 숲 토벌전이 실패했을 때를 이야기하고 있는 건가?”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엘레노어는 감정을 추스르고 현 상황을 하나둘씩 정리해 나갔다.
“저 서류에 적힌 일자는 내가 검은 숲 토벌전에 참가하겠다고 밝혔던 그때랑 동일해.”
처음 흰고래 용병대와 마주했던 검은 숲 토벌전.
그때의 엘레노어는 아직 베른과 함께 다니기 전이었다.
엘레노어가 베른과 함께 다니게 된 것은 검은 숲 토벌전에서 죽을 뻔한 경험을 한 뒤였으니까.
아무튼 당시 엘레노어는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고, 그렇게 검은 숲 토벌전에서 준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실패했을 때를 가정한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이상했다.
베른으로부터 엘라힘이 받은 서류에 적힌 사상자의 이름에는, 그 어디에도 준과 에이든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으니까.
“그럼 혹시, 대장이나 에이든이 없는 미래인가……?”
왜 그런 미래를 보여 주는 걸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런 그녀의 생각은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풍경은 또다시 달라졌다.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간다.
성역은 그 이름처럼 변함없이 신의 품처럼 따뜻한 장소가 되어 주었다.
그러나 어째서일까.
엘라힘의 표정에 그늘은 늘어만 갔고, 그 얼굴에는 깊은 회한과 후회만이 가득했으니.
엘레노어는 그 모습을 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할아범…….”
그가 자신에게 저지른 짓을 안다. 누가 들어도 감히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다.
살아 있는 아이의 육체를 신의 그릇으로 삼으려 하다니.
그러나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만인이 엘라힘을 최악의 인간이라 욕할지라도, 엘레노어는 엘라힘이 보여 왔던 죄책감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다 한들 그의 죄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나, 엘라힘이 가져 왔던 죄책감, 그럼에도 또 누군가 자신과 같은 죄악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지키고 있는 교황이라는 자리.
그저 인형처럼 교황이란 직책에 앉아 지나가는 세월 동안 온전히 죄악을 감당하고 살아간다.
어떤 방법으로도 씻을 수 없는 죄란 것이 저토록 무겁다.
누군가는 그저 죄를 외면하고, 그땐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외면할지 모르나.
어느 누군가는 저런 식으로 평생 어깨가 짓눌리도록 죄책감에 파묻혀 사는 것이다.
본래의 세계에서는 엘라힘이 그 죄를 엘레노어의 앞에서 고백할 기회가 있었지만.
자신이 없는 미래에서, 엘라힘은 이런 죄책감에 하루하루를 살아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드래곤 하트 용병단을 이끌고 있는 혁진이라고 합니다.”
“반갑소.”
드래곤 하트 용병단.
자신을 혁진이라고 소개한 그가 아리클로토스 교단에 접근하기 시작한 이후, 베른은 중간중간 그와 관련된 정보를 구해와 엘라힘에게 넘겼다.
항상 엘라힘의 곁을 보고 있던 엘레노어도 그 보고서를 읽을 수 있었는데.
“……?”
이상한 점은, 그들의 행보가 대단히 빠르다는 것이었다.
각 계층에 존재하는 던전이나 필드에서 여태껏 발견된 적 없던 유물을 발굴하거나.
혹은 남들은 구경조차 못해 본 스킬북 등을 얻는가 하면.
어마어마한 실력의 실력자들을 빠르게 영입하는 정보력 등.
분명 저런 용병단이 있었다면 현재 엘레노어가 있는 세상에서도 눈에 띄어야 하건만.
엘레노어는 단 한 번도 드래곤 하트 용병단의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다만 이상하게도 그들의 행보는 엘레노어에게 익숙한 것이었는데.
‘어째 우리 용병단이랑 비슷한데……?’
움직임 자체는 그들보다 조금 느릴지언정, 흰고래 용병단 또한 말도 안 될 정도의 성장세를 보이지 않았던가.
무언가 이상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당장은 정보가 너무 적었다.
엘레노어는 이 유령 같은 형태로 자유분방하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엘라힘의 시선 밖으로는 움직일 수 없었다.
마치 그렇게 설계된 공간처럼 느껴졌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또다시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길 한참.
몇 년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는 사이에도 드래곤 하트 용병단장은 몇 번씩 교황에게 찾아왔다.
그는 보기 드문 마법사 용병이었는데, 엘라힘에게 여러 가지 의뢰를 받아 수행해 왔다.
별 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꾸준히 찾아왔고, 제국에 혼란이 시작된 이후에도 여전했다.
“결국, 전쟁이 일어났구나…….”
1황자와 3황자 간에 시작된 전쟁.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엘레노어는 의문을 느꼈다.
적어도 자신이 봐 왔던 1황자와 3황자의 사이에서 전쟁이라 말할 정도로 큰 문제는 없었으니까.
1황자는 오히려 3황자를 어떻게든 챙겨 주려 했었고, 3황자는 그저 그런 1황자의 태도에 조금의 부담을 느낄 정도에 불과했는데.
“도대체 일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 거야?”
본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찾아오던 베른도,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엘라힘과 편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제국의 정황이 최악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다름 아닌.
“교, 교황님!”
메르데인의 디멘션 리버스였다.
* * *
새하얗게 변한 얼굴로 찾아온 베른.
몇 년이란 시간이 흐른 것일까.
이전보다 흰머리가 늘어난 베른과, 주름이 늘어난 엘라힘.
엘라힘은 베른이 가지고 온 보고서를 보고 핏기 하나 찾아 볼 수 없는 얼굴이 되었다.
“에, 엘레노어…….”
보고서를 읽은 엘라힘이 풀썩 주저앉았다.
베른조차 그런 엘라힘을 챙겨 주지 못할 정도로 표정에 혼란이 가득했다.
“검은 숲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곧이어 엘레노어 또한 무슨 사태가 벌어졌는지 베른이 가지고 온 서류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메르데인에 발생한 디멘션 리버스.
그리고 그곳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죽음의 신이다.
온전히 자신만의 그릇을 가지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나?”
그리고 그릇은.
명백히 엘레노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잠깐, 설마…….”
그제야 엘레노어는 베른이 어째서 검은 숲에 관해 중얼거렸는지 알 수 있었다.
검은 숲 공략전에서 봤던 타락한 숲의 여왕, 페어리 퀸.
그녀의 공허한 마력은,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죽음의 신이 다루던 기운과 무척이나 흡사했다.
만약 그녀의 존재조차 죽음의 신, 라네리우스의 안배였다면?
‘그리고 대장이 없어서, 내가 그곳에서 살아남지 못했다면…….’
꼼짝없이 자신의 육체는, 라네리우스의 소유가 되었을 터.
그제야 엘레노어는 두 사람이 어째서 저런 모습을 보이는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쯤.
또다시 그가 찾아왔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드래곤 하트 용병단.
표정에서 노골적으로 ‘나는 안전한 사람이에요.’라고 적은 듯한 미소를 펼친 남자가 다가왔다.
“의, 의뢰…… 의뢰를 하겠네.”
시기가 적절했음일까.
엘라힘은 그가 오기 무섭게 여러 의뢰를 맡겼다.
이전에는 한 번도 제시한 적 없는 보상들을 가지고.
혁진이라는 자는 이번에도 가면 같은 미소를 쓴 채, 고개를 끄덕였다.
엘레노어는 그런 혁진의 뒤를 쫓았다.
아직 그가 엘라힘의 시선 밖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단번에 여러 막중한 임무를 맡았음에도, 한가롭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아우. 드디어 퀘스트가 끝나겠네.”
“……?”
무엇이 끝난다는 것일까.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엘레노어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이 세계는.
무언가 단단히 잘못된 세계임을.
* * *
몇 개월이 시간이 흘렀다.
그러는 사이 엘라힘은 부쩍 말라 가고 있었다.
가뜩이나 식사량이 한없이 적었는데, 이제는 하루에 한끼도 먹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니.
그러는 반면,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이런 적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움직였다.
마치 조금이라도 일을 미뤘다간 죽어 버리는 사람처럼.
이따금 혁진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의뢰를 수행했을 때 외에는, 비탄의 종말이라 알려진 존재를 토벌하기 위해서만 살아갔다.
“교황님…….”
베른도 그런 교황을 복잡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내 그들은 전쟁을 준비했고, 그 기간은 드래곤 하트 용병단이 임무를 끝내고 올 때까지였다.
“여기 있습니다.”
블랙아웃에서 발견된 유물.
신의 힘조차 봉인한다고 알려진 물건이며, 드래곤 하트 용병단은 머지 않아 그것을 구해 왔다.
그리고 동시에 엘레노어는 확신했다.
“아.”
여긴.
“에이든. 마야.”
대장. 그러니까.
“너희 왜…….”
준이 없는 세상이다.
“거기 있냐.”
지금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의 에이든과 마야가, 드래곤 하트 용병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 * *
엘레노어는 또 다른 시간선이란 말을 정확히 이해했다.
“그러니까, 대장이 없는 세계라는 거네.”
그곳에서 자신은 페어리 퀸에게 죽음을 맞이했고, 육체는 죽음의 신, 라네리우스의 것이 되어 지상에 현현했다.
“그리고 대장 대신 나타난 저 혁진이라는 놈이 할아범과 함께 나를 토벌하러 왔다는 거고…….”
이상할 정도로 혁진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도저히 구할 수 없을 법한 재료들을 들고 와서는, 운이 좋았다며 웃어넘긴다.
그리고 그 끝에, 엘라힘은 죽음을 맞이한다.
“할아범, 아저씨…….”
두 사람 모두, 죽음의 신의 그릇이 된 엘레노어를 되찾기 위해. 끝내 스스로를 희생해 가면서까지 처절한 싸움을 이어 갔다.
결국 제국을 죽음의 빛으로 물들이던 죽음의 신은 완전히 소멸되고, 아주 잠깐 정신을 차린 엘레노어는.
엘라힘의 시체 앞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아……. 드디어 끝났다.”
혁진.
그는 어딘가 복잡한 표정으로, 엘레노어가 남긴 ‘비탄의 종말’을 주워 들었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에는 어딘가 익숙한 반지가 껴져 있었다.
준이 끼고 있던 ‘몽환’이었다.
“이 퀘스트는 영 뒤가 씁쓸하단 말이야……. 알고 있어도 어떻게 바꿀 수가 없네.”
그러면서 혁진은 쓰러져 있는 엘레노어와 엘라힘의 시체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미안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교황 할아버지만큼은 살려 보고 싶었는데……. 에이. 진짜. 짜증나네. 게임이랑 뭐 스토리가 다른 게 없냐. 이래서 게임 캐릭터한테 정을 가지면 안 되는 건데……. 망할. 빨리 지구로 돌아가고 싶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마치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말투.
꼭 보드 게임 속 캐릭터를 가리켜 말하는 것 같지 않나.
그리고 이런 미래를 알고 있었다는 듯, 씁쓸해 보이는 표정까지.
그러자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어쩔 수 없는 기억이 떠오른다.
-아니, 들어 보는 검다. 대장은 간혹 남들이 모르는 지식도 엄청 많이 알고 있는 검다. 엘레노어도 방금 그 지팡이 보면서 생각한 거 아님까?
-어쩌면 리더는 미래에서 온 사람일지도 모름다. 생각해 보는 검다.
-대장은 다 뭔가 알고 있다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슴까.
어느 날, 마야가 말했던 허무맹랑한 소리.
준이 미래인이 아니냐 했던 그 말에, 엘레노어. 자신은 어떻게 반응했더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
“하…….”
그런데 어쩌면.
“대장…… 도대체 우리한테, 뭘 숨기고 있는 거야…….”
준은 자신들이 모르는 초월적인 존재일지도 몰랐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32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