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332)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332화(332/374)
333화 준-관측 완료
처음 이 세계에 온 직후, 1년이란 시간 동안 준은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했다.
가뜩이나 강제로 끌려온 세계. 채 이 세계에 적응하기도 전에 ‘준’의 기억을 강제로 주입당하고.
그 기억을 자신의 것으로 녹여 낼 틈도 없이 스승인 데미안으로부터 목숨을 위협받고.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황에서, 그저 유일하게 익숙한 장소, 블랙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이라면 잠시나마 자신의 처지를 잊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 준은 처음으로 에이든과 만났다.
검은 숲에서, 골렘에 의해 쓰러진 에이든.
당시 준은 살심을 품었다.
손에 들린 단검을, 에이든의 심장에 꽂아 넣을까도 고민했다.
[마신지체]그 저주와도 같은 힘을 에이든의 앞에서 보여 주고 말았고, 당시의 준은 자신의 몸을 지킬 정도의 실력이 없었다.
게임 속 주인공이라 하더라도, 당장 녀석을 죽이지 않으면 언제 자신에게 또다시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다.
당시에는 준 또한 에이든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는 이유로 무마했지만.
자신만큼이나 기구했던 에이든의 삶을 동정했기 때문이다.
“후우…… 운 좋은 녀석.”
그렇기에 받아들였고, 함께 여행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래.
솔직히 게임 속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길 바랐다.
멍청한 생각이다.
자신이 아르시오가 아닌 에이든을 주운 시점에서 이미 시나리오는 글러먹었다.
그렇기에 격변하는 세상 속에서 하나둘씩, 어쩌다 보니 동료들이 생겨났다.
에이든을 시작으로 울타리 안에 사람들이 들어온다.
준은 그것을 막지 않았다.
이 세계에 오면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던 사람마저 잃어버린 이정준, 준에게 그것은 너무도 달디단 마약 같았으니까.
하지만, 준에게는 저들과 자신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있음을 줄곧 느끼고 있었다.
그 선의 정체는, 이정준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다.
게임 <블랙아웃> 속, 동료들의 미래다.
“…….”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 속 동료들의 미래를 두고 수많은 저울질을 해야만 했다.
정상적인 게임의 엔딩을 봐야 할 것인지.
아니면 게임과 불규칙적인 다른 미래로 나아가야 할지.
동료들의 불행한 미래를 바꿀 때마다 그 저울질에 대한 죄책감은 늘어만 갔다.
지구로 돌아온 미래에서 줄곧 봐 왔던 죄책감.
권춘석이 자신에게 도망치지 말라고 했던 이유.
줄곧 그를 괴롭게 만들던 악몽의 정체는, 죄책감이었다.
* * *
빵빵-!
웬 거대한 철덩어리가 검은 빛깔의 바닥을 달리며 커다란 울음을 터뜨렸다.
그 소리에 에이든의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돌담을 타는 삼색 고양이가 쓰레기 봉투를 눈여겨보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후다닥 도망친다.
마야는 그런 고양이를 눈에 담았다.
밤하늘엔 붉은 십자가가 드문드문 보인다.
엘레노어는 ‘교회’라고 적힌 간판을 유심히 바라보다,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 셋은 모두 준을 따라 도로를 걸었다.
“저건 자동차라는 거야. 내가 있던 세상에서, 마차처럼 사용되던 거지.”
“어, 어떻게 움직이는 겁니까?”
“내가 있던 곳에는 마력이 존재하지 않았어. 대신 전기라는 에너지를 주로 활용했지.”
“저 십자가는 뭐야? 신성력은 느껴지지 않는데. 그래도 뭔가 신실한 게 느껴지기도 하고.”
“내가 사는 세계의 신앙 중 하나지. 그 신을 모시는 사람들이 모이는 종교 단체야.”
“신성력도 없어?”
“없지. 뭐, 지금에 와서는 모르겠지만. 있었을 수도 있고. 그런데 적어도 너희가 있던 세계만큼 기적이 대놓고 있진 않아.”
“이곳저곳에서 동물들의 기척이 느껴지는 검다. 건물 안에서도 동물의 기척이 느껴지는데, 키우는 검까?”
“응. 내가 살던 사회에서는 반려동물이라고 불러. 말 그대로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거지.”
“왜 그러는 검까?”
“외로움을 달래기 위함도 있을 거고. 뭐, 복합적인 이유겠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준은 자신이 살아갔던 세계에 대해 동료들의 질문을 모두 받아 주었다.
길게 난 도로.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
술집 앞에서 담배를 피며 떠드는 사람 등.
그러한 질문들을 받던 끝에, 자신의 집에 도착했다.
“여기가, 선배가 살던 집입니까?”
“꽤 넓은데?”
“그런데, 집에 가족이 많은 검까? 사람의 기척이 수도 없이 느껴짐다.”
“비슷하지만 달라. 여긴 오피스텔이야. 음, 말하자면 여관에 매달 돈을 주고 빌려 사는 곳이지.”
그렇게 죽 늘어진 현관 중 하나 앞에 서서, 준은 문을 열었다.
“여기가, 내 집이야.”
“어…….”
“자, 작네.”
“아담한 검다.”
실제로 준이 살던 집은 채 5평도 되지 않는 자그마한 원룸이다.
“난 여기서 살았어.”
“평생을 여기서 살던 검미까?”
“그건 아냐. 일하는 곳에 따라서 다른 곳에서 살기도 했지. 여기랑 크게 다르지 않은 곳에서.”
“음…….”
그렇게 동료들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본래라면 신발을 벗으라 해야 할 터이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이유는 없었다.
“자, 받아.”
“어, 이게 뭠미까. 검은 물?”
“콜라라는 거야. 마셔 봐.”
집에 쌓아 두고 살았던 제로 콜라 중 하나를 던져 주자, 동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이내 입에 가져다 댔다.
“왁!”
“읍!”
세 사람의 동그래진 눈을 보자, 준이 큭큭 웃음을 흘렸다.
맥주를 제외하면 탄산에 익숙하지 않은 동료들이니, 저런 반응이 기대대로 돌아온 것이다.
“으…….”
“뭐, 뭐지 이 청량함은……?”
“더 없슴까?”
에이든은 익숙하지 않은 느낌에 몸을 떨었고, 엘레노어는 놀라워했으며, 마야는 눈을 반짝였다.
“많으니까 천천히 마셔.”
그러면서 준은 책상 앞 의자에 앉았다.
적당히 앉을 자리를 마련하고, 동료들도 자리에 앉았다.
체격이 큰 에이든이나,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엘레노어인만큼 비좁기 그지 없었으나, 동료들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뭐, 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너희. 여긴 어떻게 온 거야?”
여태까지 동료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으니, 이번에는 준의 차례였다.
그에 엘레노어가 머리를 긁쩍였다.
“내가 한 거긴 해.”
“한 거긴 한데?”
“사실, 원리는 나도 잘 모르겠어.”
어떤 나무로 이루어진 공간 안에서 세 사람은 사라진 준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만 했다.
가장 먼저 아이디어를 낸 것은 엘레노어였다.
“어떻게든 대장을 찾아야 했는데, 아무런 단서도 없었잖아? 그래서 한 가지 방법을 착안해 냈는데…….”
유일하게 그들 사이에 이어진 ‘에너지’의 분류로 들어가는 것.
세계수의 정기였다.
엘레노어는 그 세계수의 정기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에이든이 곁에서 그것을 도왔고, 영혼의 기운을 분별하는 것은 마야의 조언이 있었다.
“그 덕분에, 어찌어찌 대장이랑 연결되어 있는 방향을 향해 신성력을 터뜨렸지.”
그러더니, 멋대로 통로가 생성되는 것이 아닌가.
“사실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터뜨린 신성력이었거든. 그게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어.”
“그래서 도착한 게 여기였다는 건가.”
“맞아.”
“저, 그런데 선배. 저희는 이 세계를 인지하고 거절하는 순간 이 세계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그런데 선배의 세계는 왜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거죠……?”
“그야, 내가 아직 거절하지 않았으니까.”
“……예?”
설마, 준은 이 차원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일까.
에이든의 표정이 단숨에 슬픔이 떠올랐다.
하지만 엘레노어는 그런 에이든에게 성급하다는 듯 어깨를 두드렸다.
“더 들어 보자고.”
“아……. 예.”
“그래서, 리더는 왜 아직 거절하지 않은 검까? 이 세계를?”
“두려우니까.”
“무엇이 두려운 검까?”
“너희들이, 나에 대한 진실을 알아 버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
동료들의 표정에 오묘함이 깃들었다.
그야, 충격적인 일이었다.
여태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 왔던 준이라는 남자가, 사실은 다른 차원의 사람이고. 그 차원에서 자신들이 모르던 그들의 미래를 훤히 알고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준이 없었을 상황의 미래를 보았고, 그 미래가 얼마나 끔찍했는지도 보았다.
“적어도 저는 선배를 만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임다. 리더 덕분에 아버지를 구하지 않았슴까?”
“검은 숲에서 대장이 없었으면, 난 꼼짝없이 신의 그릇 노릇을 해야 했을 거야. 할아범이랑 아저씨도 내 손에 죽었을 거고.”
“아마, 그랬겠지.”
준은 그들의 대답에 씁쓸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나는 결과적으로 너희의 운명을 인위적으로 바꿨어.”
그리고 거기에 동료들의 동의는 없었다. 그저 상황이 상황이었던 것일 뿐.
준은 반대로 생각해서, 자신의 삶에 누군가가 허락도 없이 난입하여, 자신의 미래를 알고 멋대로 해당 미래로 유도한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도저히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째서…….”
누가 보아도 현재는 그들이 봤던 미래에 비하면 훨씬 더 희망찬 현실이다.
비단 이곳에 있는 동료들뿐만이 아니다.
황태자 덱스터와 3황자 하비에르도 서로를 증오하는 미래를 피할 수 있었으며.
이곳엔 없는 베른, 그리고 교황 엘라힘까지. 그들에게 닥칠 불행이 모두 소멸됐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준은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걸까.
“난 너희를 두고 계속 저울질했다.”
검은 숲에서 에이든의 정체를 알아봤을 때.
타락한 페어리 퀸 앞에서 엘레노어의 지팡이에 대해 깨달았을 때.
용병 길드에서 브래던에게 마야를 소개받았을 때.
그 모든 순간에서 준은 저울질을 해야만 했다.
저들에게 제시된 미래를 방관해야 할까.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이 상황을 변화시켜야 할까.
저울질의 순간은 그때뿐만이 아니다.
3황자 하비에르를 처음 마주했을 때도.
1황자 덱스터와 심리전을 펼칠 때도.
베른과 마주했을 때도.
성지에 찾아가 교황의 앞에 섰을 때도.
마야에게 조경족의 기술에 대해 단서를 줄 때도.
그녀가 아버지를 찾아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도.
매 순간순간이 준에게는 저울질의 순간이었고,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지독한 혐오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냥, 그런 내 자신이 싫었어. 나는 약하니까. 너희들만큼 강한 사람이 못 돼서. 항상 어쩔 수 없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어.”
언젠가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까 두려웠다.
동료들이 그들의 불행한 미래와, 현실의 안정감을 두고 고민하는 자신을 알게 될까 두려웠다.
그 모든 상황들이 알게 모르게 준의 내면 깊숙한 곳에 찌꺼기처럼 쌓여 갔고, 그게 지금에 이르러 이 세계로써 구현된 것이다.
여느 때처럼.
불안하고, 두렵고, 공포를 느끼게 되면 하는 선택지로.
지구로 돌아간다는, 도망을 선택한 것이다.
“……선배.”
그에 준이 고개를 들어 에이든을 바라봤다. 이 순간에도, 준은 동료들이 자신을 용서해 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리고 또 그런 생각을 품은 자기 자신을 혐오했다.
그 일그러진 표정을 본 마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솔직히 나는, 리더가 하는 말이 어려워서 잘 모르겠슴다.”
“왜냐하면, 나는 스스로 부끄러워했던 적이 없기 때문임다.”
그리고 그곳에는 과거, 흰고래 용병대에 막 들어왔던 시기의 자기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의 나는 언제든 리더랑 에이든을 버리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슴다.”
하지만 그때의 자신이 잘못되었나?
두 사람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마야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냥,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변한 것뿐임다. 나는 여전히 내 아버지가 소중하지만, 그렇다고 당신들이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그때와 자신이 달라진 것은 하나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
그것을 제외하면, 여전히 그녀는 맹목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솔직했다.
“나도 비슷해. 대장이 우리를 두고 저울질을 했다, 라는 건 물론…… 유쾌하게 들리지 않지. 하지만 나는 과정보단 결과를 보거든.”
준이 자신들의 불행한 미래와 현재를 두고 저울질을 했다?
스스로 내뱉은 말처럼, 엘레노어는 만약 준이 자신을 방치한다는 결과를 상상하면 당장이라도 손발이 떨릴 것만 같았다.
만약 그랬다면, 자신의 미래는 그녀가 봤던 다른 시간선의 자신과 똑같아졌을 테니까.
하지만 정작 준은 그런 미래를 선택하지 않았고.
덕분에 엘레노어는 구원을 받았다.
“받은 것만 있었어. 여태까진 몰랐는데, 대장은 항상 그랬지.”
지금까지 엘레노어가 성장할 수 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준 덕분이었다.
그가 마법을 알려 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지 않았던가.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그렇기에 많은 사람을 지킬 수 있었고, 죽음의 신의 그릇이 되는 미래 따위는 맞이하지 않을 수 있었다.
“대장. 우리는 대장이 없는 미래를 봐 왔어. 그리고 대장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어느 누구도,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다주지 못했다고.”
오직 준이었기에. 이 세상에 진심이었고, 그렇기에 상처받은 이 남자가 있었기에 그들은 이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저는, 선배가 비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 준과 마주쳤을 때. 그가 가진 힘을 보고 전율했다.
언제나 위기 상황에서 에이든은 준의 등을 바라보며 극복했고,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차분한 준의 목소리만 들으면 마음이 진정됐다.
“하지만, 아니었죠. 선배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더 안심이 됩니다.”
씁쓸한 표정으로 자신의 검을 매만지는 에이든.
“저는 세상에 특별한 사람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남들은 하지 못할 생각을 하고, 남들은 걷지 못할 길을 걷는, 그런 특별한 사람들이 세상에 있을 거라 생각했죠.”
그러나 아니었다. 세상에는 조금 특별한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그들의 내면을 깊숙이 파고들면 그들 또한 평범한 인간이다.
“선배는 저를 두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전혀 아닙니다. 저도,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선배가 가지고 있는 죄책감은 선배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죠.”
에이든에게도 두려운 순간들은 차고 넘쳤다.
당장 대적하기 힘들 정도의 적을 앞에 뒀을 때.
에이든은 항상 동료들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그의 본능은 당장이라도 도망치라 소리쳤고,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어 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을까요? 그렇잖아요. 인간이란 생물은 원래 나약해요. 어린 시절의 저는 항상 도망치기 바빴죠. 목숨이 걸리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랬는데, 우리는 항상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죠. 그건, 평범한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준은 그저, 평범한 사람이기에.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 수많은 위기 속에서 조금 지쳤을 뿐이다.
“저는,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동망치고 싶었던 저 자신을 미워하지 않아요.”
“…….”
“왜냐하면, 도망치지 않았으니까요. 선배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 선택을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으셨죠.”
그 수많은 저울질 속에서도, 결국 준은 동료를 선택했다.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미래를 포기하고, 현재의 동료를, 불완전하나,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한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밑바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그 진흙탕 속에 평생 살아가지 않는다. 보다 양지로, 더 따뜻한 현실로 나아가려 노력한다.
에이든을 시작으로 뻗어 오는 손들.
준은 그저 고독하기만 할 뿐이었던 자신의 원룸에, 또 지독하게 스스로를 혐오하기만 했던 그 시절 속에서.
“그러니까 선배. 저희랑 같이 나가요. 도망치지 마세요. 제가 그래봤는데,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더라고요.”
“……고맙다.”
더 이상 스스로를 혐오하지도, 외로워하지 않아도 되는 현실을 보았다.
[해당 시간선의 힘을 받아들일 것인지 제안함.]이어지는 제안에, 준은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절한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33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