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334)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334화(334/374)
335화 멸망의 파편(2)
엘프들의 차원에서 그러했듯. 이번에는 이쪽 세계가 블랙아웃의 먹잇감이 되었다.
“블랙아웃은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대처하기도 까다롭죠.”
“어째서 그렇습니까.”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신이 블랙아웃에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엘프 여왕, 네르메데스가 이르길.
블랙아웃은 외우주에서 쏘아 낸 화살과도 같다고 했다.
그 화살이 차원의 경계를 꿰뚫고, 외우주를 떠도는 외신들이 들어올 여지를 주는 것이다.
“물론 외신들이라고 해서 멋대로 다른 세계에 침범할 수는 없죠. 아우터 울프도 자기 영역에서는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잖아요?”
외신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영역이 아닌, 다른 신의 영역에서 싸우는 것은 필패가 예정되어 있는 일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반대로, 신이 먼저 움직이는 것도 좋지 않아요.”
“본인들의 영역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텐데, 어째서 움직이지 않습니까?”
“승산은 분명 있겠죠. 하지만, 그 전쟁 중에 자신들의 세계가 온전할 수 있을까요?”
“…….”
당장 대마법사 한 명만 날뛰어도 대도시 하나가 날아가는 세상이다.
그런 와중에 신이라는 절대적 존재들이 전쟁을 펼친다면, 세계가 어떤 식으로 파괴될지는 너무도 불 보듯 뻔한 일일 터.
“따라서 신들은 인과율을 만들었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최소화시키는 대신, 외신들도 섣불리 이 세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만들었어요.”
“아…….”
그제야 준은 게임 내에서 왜 창천교가 섣불리 나서지 못했는지 알 수 있었다.
신들이 만든 인과율에 따라, 외우주의 존재가 이 세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하지만 신들도 가만히 내버려 두진 않았어요. 애초에 인간들의 힘만으로는 블랙아웃에 대항하기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거죠. 그래서 대비책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게 바로, 초대 황제라는 존재였다.
* * *
“왜 승패에 이토록 관심이 없냐고 물었죠?”
보석으로 가득 찬 공간.
그 안에서 ‘그’는 폼멜을 향해 어깨를 으쓱였다.
‘그’는 방금 폼멜이 자신에게 한 질문을 속으로 되새겨 봤다.
“흐음.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할지. 아니, 뭐. 당신이 이런 질문을 하는 것도 좀 기특하니까 알려 주는 거예요. 이상한 착각하면 안 됩니다.”
“개소리는 그쯤하고, 질문에나 답하지.”
“에잉, 쯧쯧. 좋아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전이랑 비슷합니다. 단 한 번의 패배는 중요하지 않다는 거죠.”
“네가 승리한 무수한 시간선이 존재하기 때문인가?”
“오호. 시간선이라는 존재에 대해 드디어 이해한 모양이네요. 네, 맞습니다. 우리는 여태까지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이 시간선에서의 자신들은 패배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런데 다른 시간선과 지금의 시간선을 굳이 구분 지어야 할 필요가 있는 건가?
그에 대한 물음에 ‘그’는 평소처럼 목소리의 고저가 확실하지 않는 말투로 답했다.
“흐음.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우리’가 이 세계에 처음 도착했을 당시, 이 세계의 신들은 우리의 처분을 두고 여러모로 말이 많았잖아요?”
“모른다.”
“에? 당신의 왕은 당신한테 그런 설명도 없었나요?”
“그래.”
“이야……. 정말 우직한 충심이네요.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세계의 신들은 ‘우리’를 경계하며 자신들이 직접 나서길 꺼려했어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바로 당신의 왕이죠.”
“신들이 폐하를 만들었다고?”
“예. 이 세계를 수호하는 모든 신들의 축복 속에서, 당신의 왕은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혼란이 가득한 세계를 가장 먼저 다스리기 시작했죠.”
“…….”
모든 인류의 통합. 그것이 초대 황제의 목적이었다.
그리고 그 목적은 이루어졌고.
황제는 역사상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이루었다.
“그렇다면, 당신의 왕은 어째서 모든 인류를 통합시킨 걸까요? 블랙아웃을 제패하기 위해서?”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라면, 굳이 모든 인류의 통합이라는 먼 길을 걸어야 할 필요가 없었을 터.
“바로, 업적이죠. 달리 말하자면, 당신의 왕에게 필요했던 것은 자격이었어요.”
“……자격이란 것이, 설마.”
“당신의 예상이 맞아요. 신격에 오를 최소한의 조건. 그 조건이 바로 업적이었고…….”
그게 바로, 황제가 모든 인류를 통합한 이유였다.
“하지만 완전한 신격체가 될 수는 없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하지 않은 것에 더 가깝죠.”
“인과율 때문인가.”
“맞아요. 당신이나 제가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온갖 지랄을 하며 막는 그 힘. 그것 때문이라도 황제는 신격에 올라설 수는 없었죠. 하지만 그 대신…….”
데미갓.
반신의 영역에 이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반신이라면 인과율에 제약을 받지 않을 것이고, 설령 받는다 하더라도 덜할 테니.
“그리하여 당신네들 신과 왕이 바라던 게 무엇이냐? 바로, 외우주로 쏘아 낼 화살을 제작하는 거였답니다.”
“오히려 반격을 노렸다는 것이로군…….”
“그렇죠!”
외우주가 블랙아웃이라는 화살로 이 세계에 구멍을 냈으니.
이 세계의 신들 또한, 황제라는 화살을 제작하여 외우주로 쏘아 보낸다.
그렇다면 황제라는 화살을 통해 쏘아 죽일 존재는 무엇인가?
“바로, 이 블랙아웃의 본체랍니다.”
“그런가.”
거기까지 들은 폼멜은 별생각이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이 빠지는 것은 ‘그’였다.
“아니, 좀 놀랄 타이밍이지 않습니까? 당신들을 이토록 붙잡고 있는 블랙아웃에게도 본체가 있다는 것이.”
“왕께서 선택하신 길이다. 신하는 그저 따를 뿐이고.”
“와…….”
김이 다 샜다는 듯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뭐, 여기까지는 그냥 그런 이야기가 맞긴 합니다. 하지만 당신에겐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게 있겠죠?”
“그래.”
어째서 초대 황제는 자신의 힘을 전승할 수 있도록 고대의 탑을 만들었는가.
“그 이유가 바로, 두 명의 신 때문이죠. 그들의 유쾌한 반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희의 신과 시간의 신.
두 신은, 이 세계의 여러 신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 둘이 당신의 왕에게 했던 제안이었죠. 그게 바로, 고대의 탑이랍니다.”
* * *
“고대의 탑. 정확히는 그저 기억의 저장소나 다름 없는 이곳을 활성화 시킨 이유는, 그 두 신 때문이었어요. 유희의 신과, 시간의 신이죠.”
“……유희의 신입니까.”
그 말에 준의 눈빛이 깊어졌다.
유희의 신.
창천교를 만든 ‘그자’가 언급했던 적이 있었으니까.
전 동부의 맹주. 란델 공작과 관련된 단서를 찾기 위해 창천교 소속의 교인이 운영하던 가게를 급습했을 때였다.
교인의 몸을 빌려 ‘그자’가 했던 말에, 유희의 신과 관련된 언급이 있었다.
-그거 아십니까? 이제는 잊혀진, 이 세계에 존재했던 신이 한 명 있었다는 걸. 유희의 신. 제가 꽤 좋아했던 자였습니다.
“그 둘은 다른 신들과 다른 선택을 했던 겁니까?”
“네. 본래 신들의 의도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초대 황제를 반신의 반열에 올리고, 외우주로 보낼 계획이었답니다.”
하지만 유희의 신과 시간의 신은 그 계획이 실패했을 상황까지 예상해 보았다.
“사실 유희의 신은 다른 신격자들에게 배척받고 있었어요. 그의 제안이 너무도 위험했기 때문이죠.”
“제안이라면.”
“외우주가 침범을 해 왔으니, 다른 차원의 힘을 빌려 보자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었답니다.”
“……!!”
그 순간, 동료들의 시선이 모두 한 사람에게 쏠렸다.
바로 다른 차원의 주민이자, 이제는 이 세계의 주민이 되어 버린 사람.
바로 준이었다.
“네, 유희의 신은 당신과 같은, 다른 차원의 주민을 이 세계로 끌어들이고자 했어요. 황제와 마찬가지로, 이 세계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말 그대로 인과율을 뒤집어엎을 수 있는 존재였으니까요.”
하지만 타차원의 주민이 어떻게 움직일지 누가 안단 말인가.
수많은 신들은 유희의 신의 제안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유희의 신은 말 그대로 장난기가 심한 자였으니.
“그는 자신의 계획에 동참할 신을 찾아 움직였고…….”
“그게 바로 시간의 신입니까.”
은청색의 눈동자가 엘프 여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신은…….”
“기계 장치의 존재. 그가 맞습니까.”
“후후, 그래요. 그가 바로, 시간의 신이죠.”
“예……?”
“그 망할 놈이 신이었다고요?”
다른 시간선의 자신들을 보여 주고 그 힘을 받지 않겠냐고 유혹하던 존재이지 않은가.
순간적으로 동료들 모두 시간의 신이란 존재에 대한 적대감이 무럭무럭 자라날 때였다.
“그에 대한 증오는 이야기가 끝난 뒤에 하셔도 된답니다.”
“아직 남은 이야기가 있는 모양이군요.”
“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두 신이 그렇게 움직이고 있을 무렵, 황제는 모든 인류를 통합시키는 위업을 달성했어요. 그리고 반신의 영역에 이르러, 블랙아웃의 상위 계층으로 향했죠.”
황제의 목적은 확실했다.
블랙아웃. 그곳의 10계층까지 다다라, 외우주로 자기 자신과 군대를 쏘아 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황제는 실패했어요. 그리고 그 여파는, 신들에게도 영향을 끼쳤죠.”
황제의 존재가 아무리 신이 아닌 인간이라곤 해도. 결과적으로 모든 신들의 축복 속에서 탄생한 존재다.
그게 문제가 되었다.
황제가 그토록 움직일 수 있던 이유가 모든 신들의 축복 덕분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자신들이 창조한 인과율 속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던 것인데.
그런 그가 상위 계층에서 죽음을 맞이하면, 황제의 몸에 깃든 모든 신의 힘이 일제히 풀려나, 인과율에 여지를 주게 된다.
이는 외신이 이 세계에 간섭할 여지를 주는 행위였다.
“한마디로 자기들 꾀에 자기들이 넘어간 것이로군요.”
“맞아요. 따라서, 신들은 긴 잠에 빠져들기로 했어요. 그리한다면 횡제가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축복은 그대로 소멸할 테니까요. 인과율에게 걸릴 일도 없어진 거죠. 외우주의 존재들이 이 세계로 넘어오도록 만들 수는 없었으니까.”
꽤나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만약 이게 단순한 신화였다면 말이다.
“하지만 모든 신들이 잠에 들기 직전. 두 신이 움직였어요.”
그동안 계획을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오던 유희의 신과 시간의 신.
두 신은, 계획대로 움직였다.
“먼저, 유희의 신은 다른 차원이 이 세계에 간섭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었어요.”
“그게 가능한 겁니까?”
“그는 지혜로웠죠. 블랙아웃에 의해 이 세계와 외우주의 통로가 만들어졌다면. 자신들 또한 외부로 나가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발상을 한 거죠.”
결과적으로는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준을 제외하고도 여러 게임 플레이어들이 이 세계로 넘어오게 됐으니까.
“그러는 한편, 시간의 신은 자신의 육체를 버리고 기계 장치에 자신의 힘을 불어넣었어요.”
위험천만한 도박이었다.
기계 장치에게는 감정이라는 것이 없었고, 그렇기에 유희의 신이 짜 둔 프로토콜을 통해서만 움직일 수 있었으니.
“하지만 다행히 계획은 잘 먹혀들었죠. 덩달아, 초대 황제 또한 이 고대의 탑에 자신의 힘에 대한 신격을 남겨 두었어요.”
그게 바로 현재 황족들에게 전승되는 초대 황제의 힘이었다.
“그리고 유희의 신은 자신의 계획대로 다른 차원의 주민들이 오는 것을 확인하곤, 긴 잠에 빠져들었죠.”
“…….”
“시간의 신은 기계 장치로 남아, 유희의 신이 남긴 규칙대로 움직였어요.”
허수의 시간선을 만들고, 그곳에 다른 차원의 주민들을 배치한다.
그리하여 차원의 주민들이 실패할 때면, 해당 시간선은 폐기한다.
“여태까진 모두 실패로 돌아갔죠.”
“그럼, 우리가 보고 온 게…….”
“네. 당신과 같은 다른 차원의 주민들은 모두 실패했어요. 그들은 유희의 신이 이 세계와 연결시키기 위해 만든 가상의 지식에 갇혀 버렸고,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죠.”
하지만 단 한 명. 성공한 존재가 있었으니.
“그게, 나라는 존재입니까.”
“네, 맞아요.”
유일하게 실패하지 않은 인간.
또 동시에 이 세계에 가장 진심이었던 사내.
“그리고 유희의 신은, 당신을 눈여겨봤어요.”
“예?”
“오직 당신만이 이 세계를 진심으로 보고 있었거든요.”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었다.
방식은 다른 신들이 초대 황제를 만들었던 것과 비슷했다.
자신이 직접 축복을 내린 인간을, 다수의 실패한 시간선 중 하나에 심어 둔 것이다.
“설마…….”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인물.
전생자.
지금까지의 여정에 결코 적지 않는 도움이 되어 주었던 존재.
“떠오르는 존재가 있는 모양이군요.”
“……예.”
“아마 유희의 신이 남겨 둔 축복의 힘은 그리 강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저 지닌 바 신격이 있으니,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시간선끼리 짧은 대화를 주고받게 해 줄 수 있는 용도였겠죠.”
연신 충격적인 이야기가 들려왔다. 하나하나 정리하기에도 복잡한 이야기.
그런데 그럼 이쯤에서 한 가지 드는 의문이 있다.
도대체 이런 이야기들을, 어째서.
눈앞에 있는 엘프의 여왕이 알고 있느냐는 의문이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33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