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338)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338화(338/374)
339화 멸망의 파편(6)
‘어제는 1시간 16분을 버텼다.’
조금씩, 조금씩 버티는 시간이 늘어난다.
하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가 느껴진다.
곧 있으면, 어떤 수단을 써도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임계점이 도착할 터.
[고유마법] [일선산개(一線散開)]일직선으로 나아가는 번개가 마치 고목의 나뭇가지처럼 사방으로 뻗쳐 나간다.
그 대상은 사람 한 명쯤 가볍게 집어삼킬 죽음의 빛.
――!!!
소리 없는 충격파가 퍼져나가며 번개에 직격당한 죽음의 빛이 조각나며 소멸한다.
하지만 그 뒤를 이어 쏘아지는 죽음의 빛.
‘그 패턴은 이미 익숙해졌어!’
이쪽은 한 방만 맞아도 치명적이다.
그 빛을 막기 위해 큰 기술을 사용하게 하고, 그 뒤에 보다 작게 갈라진 다수의 빛을 뿜어내는 패턴.
저걸 파훼하는 데 걸린 횟수만 벌써 7번째다.
촤라라라라락-!!!
순간 퍼져 나가는 인챈트 북의 페이지.
안에 담긴 마법 패턴이 일제히 빛을 내뿜으며 하나의 마법을 빚어 냈다.
[심상 결계:아랑지구]검은 늑대 무리가 자신에게 덤벼드는 죽음의 빛을 물어뜯기 위해 달려든다.
무엇으로도 배를 채울 수 없는 검은 늑대는 공복조차 두렵다.
두렵기에 물어뜯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탐욕이 존재한다.
크르르릉-!!
몇 줄기는 늑대에게 뜯어먹혔으나, 반대로 늑대를 꿰뚫은 빛도 있다.
그런 빛들은 뒤이어 펼쳐지는 [실드]와 엘레노어의 신성력이 소멸시켰다.
“후욱, 후욱……!”
거친 숨이 뿜어져 나왔다.
짧은 순간에 이쪽으로 쏘아져 날아오는 죽음의 빛을 먼저 알아차려야만 할 수 있는 기예다.
저 빛은 음속보다 빠르게 찾아오고, 상대를 죽일 때도 아무런 소리 없이 다가와 죽음을 선사한다.
그렇기에 저 죽음의 빛이 뭉치고, 바라보는 방향을 확인하고, 경로를 예측해야만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마법을 꾸역꾸역 영창하고 상대의 다음 움직임까지 생각해야 했으니. 그야말로 뇌가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뒤질 때 감각도 좋지 않고.’
죽음의 빛은 신체의 소멸을 일으키지 않는다.
말 그대로 신체에 죽음이란 명령을 내리니.
그 빛에 당하는 순간 느껴지는 것은 차가운 암흑과, 세계로부터 멀어져 가는 지독한 고독. 그리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침묵이다.
고작 1초도 채 되지 않아 기억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가지만, 그럼에도 그 시간이 마치 영원처럼 길었으니.
‘미치겠군.’
그러한 공격이 마치 빗줄기처럼 쏟아져 날아온다.
즉시 [탐화]를 담은 [파이어 월]과 [회강]이 담긴 [아이언 램파트]가 솟아나 하늘에서 쏟아지는 죽음의 빛을 막아 냈다.
“후우…….”
몰려오는 언데드, 조금만 빈틈을 보이면 죽음의 빛을 쏘아 대는 ‘엘레노어’, 비탄의 재앙.
‘제대로 된 공략법은, 지팡이를 파괴하는 것.’
비탄의 재앙이 들고 있는 지팡이, ‘비탄의 종말’은 특별한 무구다.
다른 차원의 신이었던 죽음의 신, 라네리우스가 자신이 다른 차원에서도 온전히 자신의 힘을 끌어오기 위해 창조한 무구.
‘게임에서는 엘라힘의 힘으로 지팡이를 약화시켰다.’
만약 전용 퀘스트를 완벽하게 수행한다면, 지팡이를 완전히 봉인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에겐 불가능한 방법이다.’
현재 세계수의 힘을 빌려 기억으로 창조한 이 세계에는 엘라힘의 희생이 아직 벌어지지 않았다.
‘내 마법을 적중시킬 기회만 온다면 가능하겠지만.’
문제는 방금도 그랬다시피, 그럴 틈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리만 어떻게 좁히면 될 것 같은데…….’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비탄의 재앙도 쉽게 거리를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이쪽에서 조금씩 전진을 하려면 몰려오는 언데드들을 온전히 막아 내고 죽음의 빛마저 뚫어 내야 하는데…….
‘그럼 내가 준비한 모든 수가 소모된다.’
그쯤 된다면 준의 마력 회로가 모두 망가진다.
그렇다고 마야에게 뒤처리를 맡길 수도 없었다.
그녀는 후방에서 오는 언데드들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으니까.
엘레노어가 그런 마야를 보조하고 있고, 본인 스스로도 연신 신성 마법 중 공격이 가능한 것들로 추려 사용하고 있었으나…….
‘선조의 영혼들 때문에 그조차도 쉽지 않아.’
최소한 잠시라도 저 죽음의 빛을 막아 줄 방법이 있다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내가 어떤 수를 만들어야 하지?’
변수, 변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절망스럽냐고 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엘레노어도, 마야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아주 미세할 뿐이었지만.
최근 엘레노어는 신성력을 컨트롤하기 위해 여러 시도들을 하고 있다.
때로는 보다 나아지기도 하고, 반대로 퇴보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변화를 하기 위해 스스로를 감싼 껍질을 연신 두드리고 있다.
마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선조의 영혼들을 컨트롤 하는 능력들이 점차 좋아지고 있어.’
부족장을 찾기 위해 홀로 8계층, 아케란까지 떠났던 마야.
그녀는 그곳에서 선조의 영혼들을 현현시키는 방법을 깨달아 왔다.
하지만 선조의 영혼들은 개개인의 힘 자체는 뛰어났으나…… 협동력과 전투의 디테일이 부족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선조의 영혼들은 애초부터 서로 힘을 합쳐 가며 싸우지 않았으니까.
수백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그저 영혼으로서 존재했을 뿐이다.
그런 그들의 진정한 힘을 끌어내려면 그들을 조종하는 마야가 성장해야만 했다.
‘게임 내에서는 그게 불가능했지.’
게임 <블랙아웃> 내에서도 마야는 협동력이 좋지 못 했고, 따라서 적의 후방을 타격하는 정도로 활약했다.
그 하나 뿐인 포지션에서 굉장히 뛰어나 암살자로서 기용됐지만…….
‘여기선 아니야.’
마야는 더 이상 홀로 싸우길 고집하지 않았다.
협동력을 키웠고, 그를 토대로 자신이 부리는 선조의 영혼들에게도 보다 섬세한 전투를 요구하고 있었으니.
‘실상 여태까지 마야가 후방을 봐줬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
이 상태를 깨부술 만한 강력한 한 수가 필요한 시점.
‘아예 시작부터 [불의 노래]를 시전해야 하나?
막대한 마력을 끌어와 사용해야만 하는 정령 마법.
저만한 언데드 대군을 일거에 소거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요, 마야를 경계해 멀리서 죽음의 빛만 흩뿌리고 있는 비탄의 재앙에게 한 방 먹이는 것도 가능하리라.
하지만 이걸 시전하기까지의 여지를 상대가 남겨두지 않았다.
‘진퇴양난.’
모든 수를 동원해 봐도 지금의 그들만으로는 엘라힘의 신성력에 저지당하지 않은 비탄의 재앙을 처단할 방도가 없었다.
‘결국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하는 건가.’
이번 트라이도 실패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싶었던 그 순간.
화아아아아……!!
등 뒤에서부터 황금빛 신성력이 터져 나왔다.
고작 아이 주먹만 한 신성력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빛은 이전까지 본 적 없던 찬란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 * *
“아……!”
긴 잠에서 빠져 나오듯, 엘레노어가 세계수 아래서 벌떡 일어섰다.
“아오, 아까워라……!”
죽음의 빛에 당했던 찰나의 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한 그 공허함에 잠식됐던 직후였음에도 불구하고 엘레노어는 탄식을 내뱉었다.
“조금만 더 하면 어찌어찌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오늘까지 버틴 시간은 약 1시간 20분.
어제보다 대략 4분을 더 버텼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엘레노어가 마지막에 보여 주었던 신성력 덕분이었다.
“끄응…….”
마찬가지로 일어난 준이 머리를 털며 물었다.
“아까 그건 뭐였어?”
“나름 머리를 굴려서 내 본 결과야.”
마법사인 준이 모든 것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습관을 가진 것처럼, 그런 준에게 마법을 배운 엘레노어도 비슷한 습관을 들이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 왔다.
다만 신성력만큼은 그게 쉽게 되질 않았다.
난해하며 지난하다. 마치 난삽한 책을 읽는 듯한 기분이었다.
분명 익숙하지만, 보다 가까이 다가가려 하면 저 멀리 도망치는 것만 같은 기운.
그럼에도 엘레노어는 포기하지 않았다.
보다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법이 없는지 탐구했다.
“내가 다른 시간선의 ‘내’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이유. 대장도 알고 있겠지만, 아주 심플한 이유야.”
“힘의 차이지.”
“맞아.”
과거에 라네리우스를 직접 상대할 땐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라네리우스는 다른 차원의 신이었고, 그렇기에 이 세계에 본격적으로 현현하기 위해서는 아주 다양한 조건이 필요했으니.
그마저도 제대로 충족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엘레노어를 차지하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불안정한 현현을 결심하지 않았던가.
그런 녀석이었기에 엘레노어는 보다 쉽게 녀석의 ‘죽음’에 대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게 되지 않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팡이 때문이지.”
다른 시간선에서의 라네리우스는 성공적으로 엘레노어의 육신을 차지하고, 더불어 자신이 만들어 둔 안배, ‘비탄의 종말’이 가진 변형의 능력을 활용했다.
온전히 신의 힘을 쓸 수 있다는 것이었고.
그 결과는 앞서 준이 말했다시피 힘 싸움에서 지금의 엘레노어가 패배한 것이다.
“그럼 우리의 신성력으로는 온전히 현현한 신의 힘을 감당하는 게 불가능할까?”
그 질문의 대답은 ‘아니오’였다.
“다른 시간선의 할아범은 온갖 준비를 마친 끝에 그쪽의 내가 가진 지팡이를 완전히 봉인하고 싸웠어.”
그 덕분에 죽음의 신이 가진 힘을 온전히 활용할 수 없었고, 무한하던 힘도 출력에 한계가 찾아왔다.
“그럼 할아범과 나의 차이가 어디에서부터 비롯됐던 걸까?”
정답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당시 엘라힘은 드래곤 하트 용병단에게 의뢰해 다양한 물건을 구해 왔다.
대표적으로 밤의 암막이라는 고대 유물, 아리클로토스를 상징하는 탄생의 울음소리, 그리고 스스로의 영혼과 육체를 건 거룩한 희생까지.
밤의 암막은 모든 기운을 세계로부터 숨겨 준다고 알려진 물건이었으며.
탄생의 울음소리는 막 태어난 신생아의 눈물을 담아 1년 이상 신성력으로 정화한 액체였다.
“문제는 내가 그걸 당장 쓸 방법이 없었다는 거지.”
8레벨이 되고자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인데, 그 고생을 이겨 내겠다고 스스로를 희생해선 무슨 소용인가.
더불어 밤의 암막과 탄생의 울음소리는 이제 와서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는 물건이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모색하던 도중, 떠올린 거야. 다른 시간선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이 녀석을 사용해 보면 어떨까? 라고.”
엘레노어가 가리킨 것은 자신의 지팡이였다.
“다른 힘을 신의 힘으로 변환시키려 했다고?”
“그것도 해 봤지만, 실패했어.”
그 뒤로도 엘레노어는 다양한 시도를 해 봤다.
“마야가 소환하는 영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수준으로 신성력을 컨트롤하면 어떨까 싶어서 관련한 시도도 해 봤지.”
결과만 말하자면 대실패였다.
애초에 선조의 영혼들은 자연의 순리를 거부한 자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신성력으로부터 그들을 자유롭게 만들 방법은 없었다.
마치 물이 불을 꺼 버리는 것처럼 당연한 진리였기에.
“거기서 두 번째 문제를 발견했지. 신성력이란 힘은, 마력처럼 쉽게 움직이지 않아. 감히 인간이 신의 힘을 자의적으로 조종할 수 없기 때문이지.”
그렇게 또다시 벽에 부딪혔던 엘레노어가 생각했던 또 다른 한 수.
“이 지팡이에 담긴 ‘변환’의 능력을, 다른 방향으로 써 보면 어떨까 싶었어.”
“다른 방향?”
“응. 일단 변환이라는 건, 기운을 분리시킨다는 가정 하에 가능한 일이잖아?”
“그렇지.”
“난 그 분리시킨다는 과정만 따로 사용하면 어떨까 싶었어. 내 신성력에서 신님의 신성력만 따로 분리시켜 모으는 역할인 거지.”
“오……?”
그건 준도 생각해 본 적 없던 방향성이었다.
현재에 이르러 저 지팡이는 엘레노어의 막대한 신성력을 마력으로 치환시켜 준의 마법을 보조하거나, 그녀 스스로가 인챈트 북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준이었으니까.
“해 봤는데 다행히 이번엔 성공했어.”
엘레노어의 신성력에 포함되어 있는 아리클로토스의 신성력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으나, 그것을 모아 한 점에 집중시키자 엘레노어조차 놀랄 정도의 기운이 뭉쳤다.
그리고 성능 또한 확실했으니, 준이 더 이상 방어가 불가능해졌던 시점에서 엘레노어는 홀로 비탄의 재앙에 대항할 수 있게 되었다.
‘방법은 괜찮은데…….’
다만, 이런 방식을 쓴다고 해서 8레벨이 될 수 있을까?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이 방법은 엘레노어, 그녀가 스스로 성장한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도구의 힘을 빌렸을 뿐이었으니.
‘아니, 이것 또한 성장이라면 성장이야. 애초에 게임에서도 장비의 차이를 무시할 수 있던 것도 아니었잖아.’
그러니 이것도 괜찮다. 너무 8레벨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집착은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론 사람을 잘못된 길로 인도할 때도 있었으니.
‘조급해하지 말자.’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그리고 난 여기서, 8레벨의 가능성을 봤어.”
엘레노어의 말이 이어졌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34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