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346)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346화(346/374)
347화 굴레(5)
가장 처음.
검이라고 할 것도 없는, 앙상한 나뭇가지를 들었을 때를 떠올렸다.
당시의 에이든은 보모가 가져다준 모험서를 읽었고, 그 속의 주인공처럼 되고자 나뭇가지를 들었다.
물론 버려진 황태자에겐 이조차도 사치다. 무언가를 배워서는 안 됐다.
최소한의 예법만이 그에게 허락된 모든 것이었으니.
사실 모험서를 읽는 것조차도 안 될 일이었다.
그러한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어렸던 에이든은 아주 앙상한 나뭇가지를 들었다.
무게감도 거의 없고, 언제든 옷 안으로 숨길 수 있는.
숏 소드보다도 짧은 그런 나뭇가지였다.
그 나뭇가지를 들었을 때. 자신은 어떤 감정을 지니고 있었던가.
동경이었다.
답답한 황성을 벗어나, 자유롭게 세상을 여행하는 모험가들을 향한 동경.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나이를 먹고, 더 이상 황성에서 지낼 수 없게 됐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유배지는 오히려 에이든에게 자유를 선사했다.
그곳에서 에이든은 처음으로 철검을 손에 쥐었다.
청소년기를 지나, 어엿한 청년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잡아 본 철검은 정말 무거웠다.
시퍼런 날붙이는 네가 나를 감당할 수 있겠냐고 묻는 것 같았다.
그에 에이든은 당당히 휘두름으로써 자격을 논했다.
그때 느낀 감정은, 자유였다.
황성에서는 느껴 본 적 없던, 오로지 유배지였기에 느낄 수 잆던 감정이었다.
“가 볼까.”
“정말 떠나실 건가요?”
유배지를 떠나기 직전.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 유모가 몰래 유배지를 나서려는 자신을 막아서고 그렇게 물었다.
에이든은 당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유모, 그동안 고마웠어. 가끔 편지할게.”
“그래요……. 어려서부터 그러셨죠. 하지만 편지는 보내지 않으셔도 되요.”
“서운하지 않겠어?”
“보내 주시면 오히려 민폐에요. 제가 직접 허락한 것을 증명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아…… 하하. 그렇겠네.”
그런 대화를 마치고 밖으로 나섰다.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 처음으로 자유라는 단어에 무게감이 느껴졌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숲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 과정에서 에이든은 검의 손잡이를 꽉 붙잡았다.
그것은 각오였다.
“어째서……?”
그렇게 마을에 도착하고, 노예 사냥꾼들에게 붙잡혔을 때.
그리고 가까스로 탈출하고 달빛이 비추는 하늘 아래서 검을 잡았다.
따라오는 사냥꾼을 막 베어 냈을 때의 감각이다.
녀석은 자신에게 용병대를 함께 꾸리자며 웃어 주던 녀석이었다.
그때 검을 잡았을 때의 감정은, 두려움이자 동시에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보호였다.
그때, 피에 물든 검이 되묻는 것 같았다.
아직도 나를 감당할 자신이 있느냐고.
에이든은 고개를 끄덕였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렀다.
기다려 주지 않는 샘물처럼 유유히. 때로는 거스를 수 없을 것만 같은 거대한 폭포처럼.
용병대에 들어가고, 준과 만나고, 마야와 만나고, 엘레노어와 만나고, 전투를 겪고, 위기를 겪고.
그때마다의 감정들이 떠오른다.
그 안에 파묻히며, 에이든은 스스로의 검에 대해 생각했다.
‘내 검은…….’
다채롭다.
때로는 분노하여 검을 휘둘렀고, 때로는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휘둘렀으며, 때로는 동료를 지키기 위해 휘둘렀다.
에이드리안처럼 살의라는 대명사 하나에만 묶여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실망했느냐 하면, 아니었다.
‘무엇이든 될 수 있구나.’
오히려 그런 시각이 있기에 자유로운 것이다.
그러자 폭포처럼 수많은 지식들이 해일처럼 몰려왔다.
그것은 그가 배워 왔던 모든 것들이다.
황실에서 몰래 훔쳐 본 검사들의 검.
몬스터의 움직임.
야수의 신체가 알려 주는 육체적 능력.
돌진을 쓸 때의 자세.
배쉬가 만들어 내는 기세.
야수의 포효 속에 들어간 의지.
풍행폭렬이 처음 탄생했을 때의 순간.
파산검 속 담겨 있는 파괴력
그 외에도 비교적 최근에 배운 스킬들.
헤르린테 검법.
숲의 발걸음.
발렌트 심화 검법서.
나이팅 보법.
황혼검.
바위 베기.
섬전.
땅울림 걷기.
풍류운산.
등등등.
그 모든 것들이 다채로웠던 에이든의 검과 맞닿았다.
이전까지는 이해의 영역에 있던 그 모든 배움이, 이제는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녹아내리고 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마치 육체가 재구성되는 느낌이라면 이런 것일까.
여태까지의 깨달음은 그저 이해에 불과했다.
에이든은 머리로, 몸으로 기술을 익혔다. 또한 그것을 자신에게 맞게 개조까지 거쳤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만큼 했으면서, 뭐가 더 부족하다는 것일까.
‘정제되지 않았던 거야.’
가장 처음 돌진을 썼을 때, 에이든은 불편함을 느꼈다. 마치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불편함.
그렇기에 그 문제점을 파악하고, 더 나아가 개선점을 찾아냈다.
거기까진 좋았다.
에이든은 기술을 이해했고 체득했다.
하지만 계속 돌보진 않았다.
처음 돌진을 배웠을 때의 나와.
5레벨에 들었을 때의 나.
그리고 7레벨이 되었을 때의 나.
전부 다르다.
근육의 차이, 마력의 차이, 상대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직관력 등등.
그 모든 것이 다른 데, 자신은 처음 기술을 얻었을 때 이후로 정제하지 않았다.
‘익숙함이라는 게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지금은 그 모든 것을 고치는 과정이다.
그러자 비로소 검이 느껴졌다.
매일같이 들고 있는 검이다.
그럼에도 놀라울 정도로 낯설었고, 동시에 더없이 익숙했다.
‘검이라는 건.’
쓰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달리 사용된다.
굳이 검사와 요리사로 구분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검은 숲 요새 소속의 기사였다가, 상단의 검사로서 자신의 길을 정한 지노반.
그는 욕망에 검을 휘두르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의지에 검을 휘두르고자 했다. 지키고자 하는 검이 되려고 했다.
반면 너무도 쉽게 살인을 저지르고, 검을 욕망에 휘두르는 사람도 있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가진 힘도, 마찬가지야.’
사용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폭주하게 만드는 초대 황제의 마력.
자식을 그저 복수의 화살로만 낳았던 네르메데스.
그 모든 것들이 싫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동시에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마음가짐도 있었다.
그 힘은 결국 자신이 써야 할 힘이다. 온전히 자신에게 주어진 힘이었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두 능력에 잡아먹히기 전에 먼저 스스로의 힘을 길르는 것이다.
여태까진 그 방법을 모르고 있던 것이고.
그런데 이제 그 방법을 찾아냈다.
그러니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명확하지 않은가.
“먼저, 너부터 시작해야겠어.”
에이든은 에이드리안의 검을 막아 내며 말했다.
* * *
“이야……. 기세가 엄청난데.”
에이든이 기억 속 세계에 있는 동안에도 동료들은 에이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최근 그들도 에이든에게 보이지 않는 변화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음을 눈치채고 있었다.
“이제 금방이겠네.”
“그렇겠다.”
“그런데 리더.”
“응?”
마야의 부름에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이어 갔다.
“리더는 왜 되다 만 검까?”
그 물음에 준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의 머리카락은 절반 정도 흰색으로 물든 상황이었다.
처음에 그 모습을 보고 엘레노어와 마야, 두 사람 모두 심각한 표정으로 준을 대했다.
마신지체라는 힘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해 생긴 부작용인 줄 알았으니까.
물론 부작용이라고 하면 부작용이 맞았다.
준은 8레벨의 벽을 넘을 수 있었음에도 넘지 않았으니까.
“저번에도 말했잖아. 8레벨의 벽을 넘어야 할 때가 있다고.”
“그냥 넘으면 안 되는 검미까?”
“응. 그 순간을 활용해야 할 기회가 필요하거든.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기회야.”
준이 이 정도로 말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터.
괜한 걱정으로 생각이 많아졌던 마야는 고개를 끄덕였고, 엘레노어는 그런 준을 보고 새치냐며 놀렸다.
준은 예전의 복수라도 하듯 엘레노어의 이마를 팍 내려쳤다.
* * *
“선배.”
에이든에게 무언가 큰 변화가 찾아온 지 며칠이 지난 시점.
준은 자신을 찾아온 에이든을 새삼 다른 눈으로 바라봤다.
“된 거야?”
“아직 아닙니다. 선배도…… 마찬가지로군요.”
“하하.”
에이든은 한눈에 준의 상태를 알아봤다.
한 번에 8레벨로 넘어간 엘레노어와 마야하고는 달리, 두 사람은 8레벨로 향하는 순간을 미뤄 두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노리고 있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준비는 다 된 거야?”
“예.”
변화가 있던 날 이후, 에이든은 몇 번 더 다른 시간선의 자신과의 전투를 마치고 덩달아 네르메데스에게 찾아가기도 했다.
열매를 받기 위함이 아니라, 개인적인 용무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레오도 충분히 준비를 마친 모양이구나.”
“그렇습니다.”
그간 꺼려했던 네르메데스의 지식에 도움을 받아 레오 또한 온전히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젠 준은 준비가 끝났고, 에이든도 마찬가지.
마지막 남은 한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할 차례다.
“가 보자. 그 검의 주인을 만나러.”
황천검의 주인이자 4대 황제, 제르디라프와 재회해야 할 시간이 찾아왔다.
* * *
“달라졌군.”
제르디라프.
그는 드물게 제법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눈은 에이든에게 향했지만, 말은 준에게 한 것이다.
에이든의 변화를 장담했던 준의 말대로, 그는 정말 홀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해 왔으니.
“제법 많은 인간들을 봐 왔다고 생각했는데.”
제르디라프는 감히 어줍잖은 시선으로 세상을 평가하려 하지 말라는 듯한 이런 상황이 즐거웠다.
암, 세상은 넓어야 한다. 그래야 살아가는 동안이 즐겁지 않겠는가.
지금도 보라. 죽은 존재에게조차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이렇게까지 변할 줄은 몰랐군.”
7레벨에서 8레벨이 된다.
그야 한 시대에 존재하는 8레벨은 제국 전체를 뒤져도 채 10명이 될까 싶은 수준이지만.
긴 제국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엄청나게 보기 드문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그 8레벨 중에, 일부러 8레벨이 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은 이들은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사람이 둘이나 뭉쳐 있는 상황이 과연, 제국의 역사상 존재하긴 했을까?
“재미있어.”
보자마자 알았다.
이건 우연 따위가 아니다.
무언가를 노리고 한 행위다.
그리고 그 둘이 자신에게 찾아왔다.
“이번에는 저도 참전하겠습니다.”
“오히려 그래 주길 바랐다.”
기다렸다는 듯 준의 참전에 호응하는 제르디라프.
그의 기세가 준에게도 느껴졌다.
‘에이든은 이런 사람의 기세를 항상 겪고 있던 건가.’
과연.
검에 실린 영혼의 파편이라곤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때 9레벨이었던 자의 기세다.
그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긴장되는 것이 느껴졌다.
만약 준의 격이 조금만 더 낮았더라면 대답하는 것조차 반응이 늦었을 정도다.
“그럼, 시작하겠네.”
그 말과 함께 에이든이 먼저 달려들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준의 마법도 발현되었다.
‘저쪽에 기세를 줘서는 안 된다!’
제르디라프는 황제였으며 동시에 전장을 읽을 줄 아는 눈을 가졌다.
에이든의 공격을 방어하고 나면, 가장 먼저 준을 노리고 들어올 터.
그가 준의 앞에서 한 번 웃었다고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부여계:인챈트 서포터] [부여 마법:강도 결집] [부여계:엘리멘탈 아머리] [강화계:엘리멘탈 바디] [부여 속성:청풍] [강화계:스트렝스 바디]순식간에 다수의 보조 마법이 에이든에게 걸렸다.
그에 맞춰 돌진하는 에이든의 기세가 이전과는 다르다.
“흠!”
그에 준비하던 제르디라프의 검에도 핏빛 오러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솟아나 에이든의 검을 막아 냈다.
‘무겁군……!’
준의 보조 마법까지 받은 에이든의 검은 이전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빈틈이…….’
충분히 튕겨 내고 틈을 찔러 넣을 수 있는 것이 제르디라프였지만, 에이든에게선 이전과 달리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살아 있었더라면.’
이런 후계자가 등장해줬다면, 그야말로 세상이 떠나라 웃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좋았다.
어쨌거나 먼 후손이더라도 에이든은 결국 황족의 핏줄.
그가 황제의 자리에 앉든, 아니든.
에이든이 지키고 있을 제국은 더없이 굳건하리라.
‘저 뒤에 있는 마법사까지.’
농부가 꿈이라는 대마법사이지 않은가.
그들이 만들어 낼 제국이 기대가 되었다.
“흡!”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에이든이 검을 튕겨 냈다.
이로서 섣불리 준에게 향할 경로는 차단됐다.
“재미있구나.”
그리 말하던 제르디라프가 재차 자세를 잡았다.
본격적으로 움직이려는 요량이다.
기세가 달라졌다.
이전까지 그의 기세는 사자처럼 느껴졌다.
언뜻 보면 느긋하지만.
사냥에 한 번 들어가게 되면 빈틈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소리 없이 움직이며, 빈틈을 포착한 순간에는 반드시 상대의 명줄을 끊어 놓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역시…….’
한차례 공격을 막았지만, 에이든은 저릿거리는 자신의 손바닥에 짧게 시선을 줬다.
‘한없이 8레벨에 가까워졌어도, 버겁구나.’
당연한 일이다.
상대는 한때 9레벨에 이른 존재였으니.
이번에는 에이든도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이전의 선공이 제르디라프가 하수에게 해 준 배려였다면.
이제는 앞선 자가 보여 줄 압도적인 힘이었으니.
‘이전처럼 나 혼자였다면.’
사자 앞에 선 초식 동물처럼, 상대가 움직이기 전까진 아무런 자세도 취할 수 없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상대는 이쪽의 빈틈을 찾기 위해 언제든 여유를 부릴 수 없다.
먼저 달려들고, 빈틈을 만들어야 한다.
그야.
뒤에 있는 마법사가 그것을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었으니까.
콰앙-!
음속을 뛰어넘는 검붉은 화염 줄기가 자신을 막는 핏빛 오러를 사납게 먹어치우려 아가리를 열었다.
그러나 제르디라프는 기세만으로 화염 줄기를 소멸시켰다.
‘어떻게……?’
그걸 본 준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이다.
애초에 막힐 것 쯤은 예상했다. 상대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려던 위협이었으니까.
‘의념을 기세에 실었다.’
터무니없는 능력이다.
게임 속 캐릭터도 저런 짓은 불가능했으니.
아니, 관련된 스킬에 올인한다면 가능했다.
그러나 제르디라프에게선 그런 스킬의 흔적은 찾아볼 수도 없었으니.
순전히 본인이 만들어 낸 능력이라는 것이다.
‘의념을 사용하는 데 말도 안 될 정도로 섬세하군.’
하지만 제르디라프에게도 약점은 존재했다.
결국, 그는 영혼의 파편.
의념을 완벽하게 사용할 수 없다.
“가 보자고.”
준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고작 승리만으로는 만족할 생각 따윈 없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34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