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347)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347화(347/374)
348화 굴레(6)
마법사가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제르디라프가 황제였던 시절에도 마법사들은 저들끼리 노는 것을 좋아하던 이들이었으니까.
그들의 힘은 경계하되, 그 힘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아무렴. 못해도 20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르지 않았던가.
더불어 마법에 대해 잘 모르는 제르디라프가 보더라도 준의 마법은 일반적인 마법사들의 그것과는 달랐다.
콰앙-!
길고 길었던 대치에서 에이든이 대지를 박차 움직였다. 준 덕분에 움직일 틈이 만들어진 결과였다.
자신이 평생 휘둘렀던 그것과 똑같은, 황천검이 자신의 핏빛 마력을 머금은 채 휘둘려져 온다.
콰아아아아-!!
검과 검이 부딪혔다고는 믿기지 않는 소리.
제르디라프의 오러와, 에이든의 오러가 서로 부딪힌 결과였다.
이전과 달리 에이든의 검은 쉽게 밀리지 않았다.
마법사의 보조가 있었다지만, 어찌 이렇게 단기간에 가능해졌단 말인가?
‘제대로 받아들였구나.’
초대 황제의 마력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못내 제르디라프의 입꼬리를 올라가게 만들었다.
초대 황제의 마력은 위험하지 않으냐고?
당연한 소리!
그 힘이 가진 위험성에 대해서는 단언컨대 제르디라프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최후에 그 힘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르디라프는 그 힘을 탐구했다.
위험하다? 그러니 도망쳐야 한다?
하하.
그러나 자신은 황제다. 이 세계의 유일한 왕이었다.
힘에는 응당 대가가 있기 마련이고, 초대 황제의 마력을 다루는 데 있어 그에 대한 리스크는 너무도 당연하다.
힘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고, 왕은 제 왕국을 보살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니 단순히 탐하는 것만이 아닌, 탐구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 힘이 무엇인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잡아먹히지 않도록 발악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이 멀디먼 후손은 그것을 너무도 잘 따라왔다.
오히려 생전의 자신보다도 훌륭하게 해내지 않았는가.
그러니 궁금증이 일었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했던 거지?”
“폐하와 마찬가지로, 이 힘에 대해 잘 아는 자를 찾아갔습니다.”
수없이 대련을 펼쳤고, 수없이 죽었다.
끝까지 에이든은 에이드리안에게서 살아남지 못했다.
하지만 최후에는 반나절의 전투를 펼치며 버틸 수 있었다.
초대 황제의 마력을 온전히 이해한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 배워 왔다니.”
어떤 방법이든. 그 수단이 어떻든.
아무래도 좋을 일이다. 저 힘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증명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콰아아아-!
잠시 부딪혔던 검이 떨어졌다.
둘 모두 더 이상의 탐색전이 필요 없다고 느낀 시점이다.
제르디라프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중심이 잘 잡힌 자세였다면, 이번에는 어디로든 움직일 수 있도록 자세가 풀어졌다.
“……?!”
그와 동시에 그의 모습이 에이든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우측으로 움직이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좌측에서 살기가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페이크!’
찰나의 순간 살기의 방향을 조절하여 이쪽의 반응이 한 박자 늦도록 만들었다.
물론 에이든도 경험이 있는만큼 쉽게 당해 주진 않았다.
콰가가가각-!
하나 상대 또한 경험으로는 어디서도 지지 않는 인물. 제르디라프는 아주 짧게 만들어 낸 생각의 틈을 파고들어 쉴새 없이 에이든을 몰아붙였다.
‘이렇게 빠른데도…… 매 공격이 무거워!’
당장이라도 손아귀가 찢어질 것만 같았다.
만약 준의 보조 마법이 없었더라면 벌써 충격에 검을 놓거나 뒤로 튕겨져 나갔을 법한 괴력이다.
초대 황제의 마력을 전신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녀석과는 달라!’
다른 시간선의 에이드리안은 필요한 순간에만 꺼내 썼다.
그것이 오히려 변칙적이고, 에이드리안은 그것을 숨쉬듯 자연스럽게 이루어 냈지만.
제르디라프는 달랐다. 그는 매 순간순간 폭풍과도 같았다.
이대로라면 에이든도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준의 적절한 견제가 없었더라면.
[라이트닝 윕]준의 손끝에서 탄생한 뇌격의 채찍이 짧은 손가락의 움직임을 전달받으며 소닉붐을 터뜨렸다.
―――!!!
형체 없는 번개의 채찍.
그 안에 담긴 속성은 [극점]과 [청풍]이다.
터져나가는 공간조차 번개가 일렁거리며 일대로 번져 나간다.
“……!”
전방위로 기세를 터뜨린다면 막을 수는 있겠으나, 그랬다간 대치하고 있는 에이든과의 균형이 무너진다.
결국 제르디라프가 뒤로 크게 물러섰고, 방금까지 그가 있던 자리로 사나운 독사들이 틀어박히듯 내려꽂혔다.
“……평범한 번개가 아니로군.”
아까도 그랬지만.
자신의 의념으로 충분히 물리칠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이지만, 단 한 번이라도 공격을 허용했다간 그냥으론 끝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감각이 저 마법사를 조심하라고 이르고 있었으니.
‘거기에.’
저 마법사와 함께하고 있는 에이든은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검이 되었다.
마법사가 창이라면, 에이든은 방패이자 그 뒤에 숨은 칼날이다.
지금도 보라.
자신이 뒤로 물러서기도 전에 이미 몸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마법사의 마법이 어떤 의도로 튀어나왔고, 그 의도에 따라 자신이 움직일 수밖에 없음을 애진작에 예측한 것이다.
소름 돋을 정도로 손발이 잘 맞았다.
“음!”
재차 에이든의 검과 제르디라프의 검이 맞붙었다.
본래라면 에이든은 기습에서 실패한 이상, 더 나아간다는 선택지 따위는 없었다.
상대의 빈틈을 잡았다고 해서 물고 늘어질 정도로 제르디라프가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
콰앙-!
한 번의 부딪힘 이후에도 에이든은 더욱 치고 들어왔다.
무슨 생각으로 들어온 것이지?
반사적으로 에이든의 행동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그 즉시 자리에서 이탈했다.
“방금, 그게 뭐였지?”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어느새 여유를 되찾은 에이든의 말에 제르디라프도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에이든의 움직임은, 자신과 닮았다.
무겁고 단단하며 빠르다. 뿐만 아니라 집요함까지 느껴졌으니.
‘방금 그대로 대치가 유지됐다면.’
에이든은 분명 자신을 몰아붙였을 것이다.
‘미친 후손 놈이로군.’
저만한 팀워크를 보여 주고 있는 사이에도 본인이 배울 건 또 배우고 있다는 건가?
싸우면서 성장하는 존재.
그야 제르디라프 정도의 자리에 있다 보면 그런 불가해한 인재들이야 여럿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라는 게 있다.’
에이든은 그 이상의 무언가다. 분명 이전까진 평범했던 것 같은데, 무엇이 저렇게 바뀌었을까.
‘의념에 발을 들인 것이로군.’
아마 에이든이 보여 주었던 그 모습이 그의 의념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아직 7레벨이지만. 발 한쪽은 이미 8레벨에 걸치고 있었다.
‘성가시구나.’
생각은 그리 했지만, 제르디라프는 오히려 웃고 있었다.
성가신 것은 에이든뿐만이 아니었으니까.
아까부터 저 마법사가 준비하고 있는 무언가가 느껴진다.
그렇기에 일부러 비교적 수준 낮은 마법들만 사용하고 있는 것이지 않나.
문제는 그 낮은 수준의 마법들조차 위험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 같구나.’
처음 실전에 임했을 무렵.
그때도 지금과 같았다.
이쪽도 저쪽도 서로 평등하다. 이 자리에선 4대 황제라는 자리 따윈 필요치 않다. 아니, 끼어들 틈도 없다.
실수는 곧 죽음.
분명 자신보다 한참 아래였던 두 사람에게, 서서히 목이 졸리는 것만 같았다.
위기는 곧 방만에 빠진 사자를 전력으로 움직이게 만들었으니.
“흐하하하핫-!”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그저 크기만 할 뿐인 웃음이 아니었다.
“윽?!”
터뜨리는 웃음 속에 마력이 담겨 있다.
“오라, 나의 죽음이여!”
뚝 웃음을 그친 제르디라프가 자세를 고쳐 잡았다.
이전처럼 단단하며 무겁다.
그러나 그 사이에 빠름이 빠졌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에이든은 곧바로 알아차렸다.
콰아아앙-!!
내려쳐지는 제르디라프의 황천검.
에이든은 온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이건……!’
제르디라프의 의념이 본격적으로 발현되었다.
비록 영혼의 파편에 불과하나, 아직 8레벨이 되지 못한 준과 에이든이 감당하기엔 버거운 힘이다.
[의념: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황제의 자리에 앉아 그 무엇에도 꺾이지 않으며, 제아무리 시간이 적이라 할지라도 그는 결코 무너지지 않으니.
시간이 무색할 정도의 짧은 발자취조차 거대한 역사로 남을진저.
4대 황제이나, 다른 황제들에 비해 단명했던 그의 인생이 담겨져 있는 의념, 일각여삼추.
그의 발걸음 한 번에 공기가 짓눌리는 듯 하다.
마치 중력이 순식간에 몇 배로 불어난 것만 같은 감각.
순전히 기세 하나만으로 이런 현상이었으니.
“하하하핫-!”
이전의 묵직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그는 자유라도 된 것마냥 거대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하나 그의 발걸음은 이전엔 본 적 없을 정도로 무거웠다.
그 대신 빠름이 없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될까? 아무런 지장도 없었다.
왜냐하면, 준과 에이든. 두 사람 제르디라프의 움직임에 대응하지 못했으니까.
‘사고의 속도가……!’
제르디라프의 시간만 멀쩡히 흐르고, 두 사람의 시간은 느려졌다.
그러니 시간은 평등하게 흐름에도 제르디라프의 움직임이 훨씬 빠르게 느껴졌다.
그뿐일까? 제르디라프의 검은 이제 에이든조차 섣불리 막을 수가 없었다.
준 또한 그것을 느꼈고, 더 이상 막을 수 없게 되기 전에 먼저 움직였다.
촤라라라락-!
[부여계:인챈트 서포터] [어스 그래비티] [부여 속성:회강]단순히 보호막을 펼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저만한 기세를 막을 수는 없었으니.
그렇다면 반대로 제르디라프의 움직임을 막는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정확하게 맞아들었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한다!’
제르디라프는 강력한 의념을 구사하지만 반대로 그 힘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
반면 이쪽은 아직 준비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했다.
에이든이 아니라 준의 시간이었다.
촤라라라락-!
재차 인챈트 북을 발동시켰다.
언젠가 쓰겠지 싶어서 만들어 둔 마법이 이렇게 빛을 발했다.
[강화계:메모리 부스트]준의 사고가 가속됐다.
잠시 미뤄졌던 전산 속도가 본래의 속도로 돌아왔다. 그 여파로 머리가 조금 띵했지만, 그뿐.
그그그그극-!!
그사이 역전된 중력으로 떠오른 대지에 갇혀 있던 제르디라프가 탈출했다.
이전처럼 의념을 터뜨리며 일대를 무력화시킨 것이다.
다행히 그사이 에이든이 자리를 피했다.
그에 제르디라프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방금의 마법으로 제르디라프의 머리카락은 산발이 되었고, 그 틈새로 소름 돋을 정도의 시선이 느껴졌다.
‘과연…….’
황제는 황제다 이 말인가.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멎을 것만 같은 기세다.
하나, 이쪽은 언제나 목숨을 반쯤 내놓고 사는 용병이란 말이다.
콰앙-!
재차 땅을 박찬 제르디라프의 목표가 달라졌다.
지금은 에이든을 신경 쓸 때가 아니라, 어떤 출혈을 각오하더라도 저 마법사를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직감에 따른 움직임이었다.
“레오!”
직후 에이든이 자신의 정령을 불렀다.
광풍이 솟구치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쿠오오오오오오-!!!
샐러맨더의 축복이 아닌, 순수한 에이든의 마력.
즉 초대 황제의 마력을 품은 레오가 포효를 터뜨리며 등장했다.
“이 무슨……!”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영혼의 격이 다르다. 아무리 제르디라프라 하지만, 멸망한 세계수와 시간을 공유했던 대정령과 비할 바는 아니다.
콰과과과과과과-!!
거대한 폭풍이 움직인다. 그 중심에 에이든이 있다.
“…….”
제르디라프는 자신의 계획이 틀어졌음을 깨달았다.
저 공격을 허용했다간 뼈를 주는 게 아니라 심장을 내어 주게 생겼으니.
하나 제르디라프는 그저 무식하게 싸우기만 할 줄 아는 존재가 아니었다.
상대의 눈빛을 본다.
에이든의 눈빛에서 살기는 찾아볼 수 없다.
반면 마법사에게선 아주 조금의 빈틈이 보였다.
표정에서 느껴진다.
저것은 초조함이다.
어째서일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황제인 제르디라프는 알고 있다.
때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직감이 승리로 향하는 지름길이란 것을.
“……젠장.”
그리고 준도 그 직후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다.
그만큼 준에게도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현재 자신과 에이든이 바라고 있는 결과는, 만약 제르디라프가 알아차린다면 결코 쉽게 허락할 종류의 것이 아니었으니.
그것은 그의 의지가 아니라, 그의 영혼을 묶고 있는 존재가 허락하지 않을 종류의 것이라 그렇다.
그러니 제르디라프에게도 숨겨야 했던 것인데.
준도 상황이 상황인만큼 표정 관리에 실패했다.
하지만 준은 실수했다고 무너질 사람이 아니다.
“…….”
그 찰나의 순간, 에이든과 시선이 마주쳤다.
에이든은 어떻게 해야할지 묻고 있었고, 준은 그저 고개를 한 번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흐하하핫-!”
광소를 터뜨리는 제르디라프가 준의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동시에 핏빛 폭풍이 휘감긴 검을 휘두르는 에이든.
제르디라프는 그 공격마저 도외시하고 준에게 일검을 내질렀다.
자신의 의념에 의해 마법사의 사고가 느려졌다.
동시에 준비하고 있던 마법이 어지간히도 대단한 것인지, 제자리에서 움직일 수조차 없었으니.
콰르르르르르-!!
폭풍이 담긴 에이든의 검이 제르디라프의 육신을 난도질했다.
광폭한 초대 황제의 마력이 전신을 찢어 버리려 했으나.
그 안에 살기는 없다.
제르디라프는 자신의 직감이 맞아떨어졌음을 느꼈다.
자신을 빈사 상태에 만들되, 죽일 생각으로 지른 일격이 아니다.
그러니 저 녀석들이 준비하고 있던 것은 실패했다.
그리 생각하려던 찰나.
에이든의 이어지는 자세.
그것은 무언가를 준비하기 위한 자세였고.
“……?!”
분명 꿰뚫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준은 쓰러지지 않았다.
그 대신, 폭풍의 소리에 파묻혀 들리지 않았던 책 펼치는 소리가 뒤늦게 들려왔다.
“소환.”
마치 기사처럼 갑옷을 두른 골렘이 양팔을 교차시켜 제르디라프의 검을 막았다.
끼이이이이이……!!
이 순간에도 골렘의 팔은 뭉개지고 찌그러졌지만, 그럼에도 그 일격을 온전히 막아 냈다.
그러니 턴은 이쪽으로 넘어왔다.
준과 에이든의 입이 교차로 열렸다.
[심상 결계:세계 단절] [의념:만검(萬劍)-출(出)]그것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굴레를 끊어 줄 첫 시도였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34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