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348)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348화(348/374)
349화 자유
명실상부 제국의 태동을 함께 했던 존재.
황제 에이드리안 반 루드 베네시오는 시선을 위로 향했다.
붉게 물든 하늘.
지난 수백 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는 하늘이다.
저 하늘에는 태양도, 달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붉게 물들어 있을 뿐.
그런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것은 수십 개의 별들이다.
“…….”
이어서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수십만이란 숫자의 대군이 전부 부복하고 있다.
자신과 함께 제국의 시작을 알렸던 이들이며.
동시에 자신이 걷는 길을 함께 와 준 이들이기도 하다.
“폐하.”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붉은 제복을 입은 남자, 최초 제국의 검이라 불리었던 폼멜이 서 있었다.
“적군이 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명령을 내리면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는 군대다.
“출정 명령을.”
옛 영광을 함께 했던 동료의 목소리에 베네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출정하라.”
언제나 그래 왔듯.
그의 군대에는 영광이.
적의 군대에게는 절망만이 있으리라.
그리고 여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세상은 피로 물들 것이다.
개벽을 맞이할 그 순간까지.
“…….”
그렇게 명령을 내릴 때였다.
문득 하늘을 바라보자.
“……!”
붉게 하늘을 수놓은 별들 중 하나가 소멸했다.
어째서 그것이 가능한가.
수백 년의 시간, 단 한 번도 미동이 없던 황제의 눈이 커졌다.
저 이변은 무엇을 뜻하는가.
“제르디라프.”
4대 황제 제르디라프. 호기로운 웃음과 함께 자신에게 찾아왔던 그를 기억한다.
그런 그의 영혼이,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고 있었다.
그것을 막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언가가 혈통에 이어져 온 속박을 격리시켰고, 베어 냈다.
여태껏 수많은 시도가 있었음에도 끝내 해낼 수 없던 저것을 도대체 누가.
“…….”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 시간 속에서, 이변을 만들어 낼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긴 시간 파동조차 없던 호수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파문을 만들어 냈다.
황제는 그 작은 파문이 어디까지 퍼져 나갈지 알 수 없었다.
그저.
“…….”
움직이는 자신의 군대를 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 * *
에이드리안 루 레이너 제르디라프.
제국의 4대 황제이며, 가장 짧은 역사를 지닌 황제이기도 했다.
제르디라프 통치 7년.
평균 10년에서 20년 사이였던 역대 황제들과 달리, 제르디라프의 통치는 지극히 짧았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능력이 너무도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뛰어났기에 나아갔고, 그 앞이 낭떠러지임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도 그 낭떠러지에 떨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절벽을 향해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희망.
제르디라프의 삶은 그렇게 끝났다.
“그런데, 그 무한하게 느껴졌던 낭떠러지에도 끝이 있었는가.”
단절된 공간. 주변의 풍경이 마치 금이 간 유리 조각처럼 처참히 깨져 있다.
무척이나 협소한 공간인 만큼 답답함을 느낄 법도 하건만.
제르디라프는 이 한 줌에 불과한 공간에서, 생애 처음으로 자유를 맛보는 것만 같았다.
“언제부터 이런 걸 생각하고 있었나?”
그는 자신의 앞에 있는 마법사에게 물었다.
처음 봤을 때는 분명 흑발이었는데, 어느 순간 백색의 머리카락이 보이더니 지금은 완벽한 순백으로 변해 버린 마법사, 준이었다.
“폐하를 처음 뵙게 됐을 때부터였습니다.”
“고작 검에 담긴 영혼의 일부만을 보고?”
“예.”
누구도 따라가기 힘든 대화의 흐름.
준은 그 흐름의 당사자가 되어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읊었다.
“폐하의 영혼은 현재 초대 황제에 의해 묶여 있습니다.”
“그래, 맞다. 이 힘을 탐한 대가로 내게 걸린 저주이자 의무였지.”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모든 형제들을 재치고 왕좌에 앉은 것이 바로 제르디라프다.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초대 황제가 황족들에게 남긴 명령에 따라 블랙아웃을 정복해 나갔다.
그 결과 9계층에서 초대 황제와 마주하게 되었고.
그것이 제르디라프의 마지막이었다.
“그 속박을 소멸시키는 것이 제 목표였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제르디라프의 말처럼 의지가 있다고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초대 황제의 마력은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을 정도였으니.
“예. 아마 반신의 영역에 이르렀던 존재의 힘이라 그렇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반신……. 그렇지. 말하자면 그것은 신앙이었지.”
“예. 신성력과는 많은 부분이 다르지만, 유지되는 방식은 비슷했죠.”
신성력. 언뜻 듣기엔 범접하기 힘든 힘의 일종으로 보였으나, 준과 동료들은 그 실체를 직접 본 적이 있었다.
“신성력이라곤 해도 완전히 소멸시킬 수 없는 힘은 아닙니다.”
당장 신이 직접 눈앞에서 힘을 펼치는 게 아니고서야.
수백 년 전에 이루어진 속박에 틈새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틈새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 것이, 에이든입니다.”
에이든의 의념으로 벼려 낸 일검.
반드시 베어내겠다는 의지가 검에 담겨 있는 에이든의 첫 번째 검식.
그 검식에 의해 오래 방치되어 있던 초대 황제의 마력을 아주 잠시나마 끊어 냈다.
여기에는 살짝 반칙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쨌든 에이든 또한 초대 황제의 마력을 사용하고 있었고, 그 결과 옛 것의 힘과 현재의 힘이 부딪히며 일종의 오류가 생겨났으니.
“그 오류의 틈새를 제가 파고들었죠.”
극점과 회강, 그리고 청풍. 무려 3개의 고유 속성이 합쳐져 만들어진 심상 결계, 세계 단절.
말하자면 이것은, 아공간이다.
순수하게 준의 마력으로만 이루어진 또 다른 차원.
“신성력의 근원 또한 깊게 파고든다면 마력입니다. 마력이 변환하여 만들어진 힘이죠.”
그 증거가 바로 현재 각 교단이 사용하고 있는 신성력이다.
신성력은 각 신이라는 존재들이 가진 의지가 마력으로 뭉쳐져 만들어진 힘인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마력으로 이루어진 에너지로 반발을 만들어 내는 것도 허황된 일은 아닐 터.
물론 아무리 그렇다곤 해도, 신적 존재의 힘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준은 현재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
7레벨에서 8레벨로 넘어가는 순간을 노렸다.
그 순간에 터져 나오는 힘의 분출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과거 베른이 죽음의 신, 라네리우스의 공격을 막기 위해 했던 일의 응용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이 공간이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공간에서 제르디라프는 온전히 자유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발끝이 점차 희미해지는 것을 보았다.
오랜 시간 꿈꿔 왔던 자유다.
“순전히 나를 위해서 한 짓은 아닐 테고. 무엇을 노리는 거지?”
제르디라프의 물음에 준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아직은 입에 담기도 어려운 계획이 있다.
이번에 한 행동은, 어디까지나 실험에 불과했으니.
자신과 에이든이 생각한 그것은, 실행의 단계에 이르러서야 입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흐하핫…….”
그런 침묵조차 마음에 들었는지, 제르디라프는 한껏 웃었다.
긴 시간 속박되어 왔던 자신의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본래라면 200년도 더 전에 이뤄졌어야 할 순환의 순간.
“고맙다.”
제르디라프는 완전히 소멸하는 그 순간까지도 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고.
준 또한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그를 보냈다.
“짧은 시간에 이별을 고하는 사람들이 많군.”
그간 자신을 뒤에서 도와주었던 전생자도 끝내 죽음을 맞이했다.
더불어 비록 짧은 시간이었으나, 제르디라프까지 사라졌으니.
씁쓸한 일이었으나, 그들 모두 후회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게임 속에서는 제대로 언급조차 되어 본 적이 없던 이들이 선택한 자유로운 마지막이었으니.
그들의 배웅을 모두 해 주었으니, 이제는 본래 가야 할 곳으로 향해야 할 시간이었다.
* * *
전원 8레벨 달성.
불가능할 것만 같던 그 목표가 이루어졌다.
이젠 준이 알고 있던 게임의 시점으로 봐도 이만한 전력은 구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파티 내에 많아 봐야 둘에서 셋 정도가 한계였는데.’
무려 용병단 전원이 8레벨에 도달한 것이지 않나.
‘하지만 이것도 전부 준비 단계일 뿐이야.’
제국 역사를 뒤져 봐도 결코 없을 전력을 손에 쥐었음에도 불구하고, 준의 눈빛은 여전히 차분했다.
“그 머리카락. 진짜 자기 주장이 센 녀석이네.”
그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엘레노어의 한 마디였다.
기억 속 세계에서 그랬듯, 현실의 준에게도 변화는 찾아왔다.
엘레노어와 마야는 그 모습을 직관하고 있었으니.
준과 에이든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것은 그 두 사람이었다.
“자세한 건 모르겠는데, 마력이 과하게 분출될 때 머리카락 색에서부터 변화가 있는 모양이야.”
정확히 어떤 이유로 그렇게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의식만 하고 있으면, 지금처럼 검은색으로 돌아오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지.”
“잘했어. 대장은 검은 머리칼이 잘 어울려.”
“칭찬 감사.”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할 생각이야?”
엘레노어의 물음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분명 지금 바깥 세상으로 나간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전력이 뜬금없이 나타났으니까.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별 볼 일 없던 용병대가 이렇게까지 성장했으니, 사방에 시선이 몰려들 것이다.
“아마 그렇게 돌아갈 것 같진 않은데.”
“응? 왜? 우리 전력을 숨기려고?”
“그런 것도 있고.”
애초에 숨긴다고 숨길 수 있을지도 의문이긴 했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보단 바깥이 우리에게 시선을 주기 힘들 만큼 바쁘게 돌아가지 않을까 싶어서.”
이미 현 황제와 황태자가 칼을 뽑아 들었다.
제국의 뿌리를 썩게 만들고 있는 창천교를 완전히 소탕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황제의 행보에 관심을 두고 있을 거야.”
“전쟁이 그만큼 크게 일어난다는 건가?”
“응. 이미 한차례 마탑이 움직였어. 더불어서 오웬 후작까지 그 명을 달리했지.”
지난 수백 년의 시간 동안 제국을 지탱해 왔던 후작가의 몰락.
그것은 귀족들이 채 어찌해 보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황제는 그런 귀족들에게 시간을 줄 생각이 없을 터. 황태자 또한 황제라는 방패가 버텨 주고 있는 사이, 최대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은 해결하고 싶을 것이다.
“우리가 이곳에 있는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겠지.”
“……그럼.”
“어. 우린 나가면 곧바로 전장에 투입될 거야.”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닌가 싶겠지만, 이는 반대로 흰고래 용병단에게도 기회였다.
“여태까진 우리도 마음 편히 움직이기가 어려웠어.”
창천교와 연루되어 있던 귀족파를 경계해야 했고,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귀족파가 와해 되었고, 황제가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그 말을 들은 엘레노어의 표정에 결의가 담겼다.
그녀 또한 창천교에게 갚아 줘야 할 일이 아직 있었으니까.
“이제 우리가 움직일 판이 완벽하게 만들어진 거야.”
“그건 진짜 환영할 일이네. 그럼 언제 떠날 건데?”
“근시일 내에. 에이든이 준비만 된다면 바로 떠날 생각이야.”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35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