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352)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352화(352/374)
353화 게임 체인저(2)
“제법 깜찍한 짓을 해 놨네.”
준은 남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마력의 안개를 응시하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때 마침 전투를 끝낸 에이든이 다가와 물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상대 쪽에서 마법진을 발동했어. 우리가 자기네들 병력하고 맞붙는 걸 듣자마자 바로.”
이럴 때를 대비해서 만들어 둔 함정인가? 라고 생각될 정도로 순발력이 좋았다.
‘아예 준비를 해 뒀거나, 아니면 어지간히 겁이 많은 성격이거나.’
이미 클로이를 통해 이쪽이 어떤 상황인지는 얼추 눈치 챘다.
그리고 준은 마법사라는 족속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겁이 많고, 치밀한 녀석들이지.’
그렇기에 더 무섭다.
녀석들은 본인들이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판단하면 방심이란 걸 잘 하지 않으니까.
특히 지금 같은 전시 상황에서는 더더욱.
‘괜히 게임 내에서 녀석들을 아군으로 돌리려 했던 게 아니야.’
아무튼, 준과 일행들은 곧바로 7계층에 도착했다. 그리고 차일스를 만났다.
“네가 봤던 녀석들은 쟤들이 전부야?”
“예. 조금만 수상한 낌새가 느껴져도 곧바로 자리를 옮겨 버렸습니다. 그래서 찾기도 힘들었죠.”
차일스의 설명에 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덕분에 모르데나인 백작에게 보내 줄 선물을 금방 마련하지 않았는가.
“외곽에서 지키고 있던 녀석들은 모두 처리했으니까…… 그럼 바로 움직일까?”
그러면서 준은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마력의 안개를 움켜쥐었다.
말 그대로, 마력을 손으로 움켜잡은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자신의 마력을 집어넣었다. 다른 마법사들이 보면 경천동지할 일이었지만, 준에게는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 마력이라는 것은 더 이상 방해 요소가 아니었으니까.
[고유 속성:청풍]소리 없는 바람이 움직였다. 에이든이 그것을 느끼고 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준이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이야……. 진짜 괴물 다 됐네, 우리 대장.”
반면 엘레노어는 준이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아무리 마법진에서 발현된 마력이라도 그렇지, 이미 길이 정해진 마력을 저렇게 잡아 뜯어서 활용하다니.”
그녀의 말처럼, 준은 누군가가 마법진으로 펼친 마법의 마력 패턴을 그대로 잡아 뜯어 그곳에 자신의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것도 속성이 담긴 마력을.
본래라면 준이 잡아 뜯는 순간 마법진은 파괴되었어야 마땅하나, 그러지 않았다.
마력 패턴 사이에 아주 미세하게 남아 있는 빈 공간을 활용하여 끊어지지 않도록 만든 것이다.
예를 들면 기차와 기차 사이의 연결부를 아주 잠깐 끊어서 곧바로 자신의 부품으로 갈아 치운 것이다.
동시에 그 기차의 주인이 바뀌었다.
다른 마력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가는 청풍이 그것을 가능케 만들었다.
‘다른 마법사들이 보면 아주 까무러치겠다.’
마법진은 예전부터 범용성은 좋으나 안정성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그건 파훼가 쉽다는 거지 저렇게 다른 마법사가 홀라당 훔쳐 갈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런데 자신의 단장은 그런 걸 숨 쉬듯 자연스럽게 해 버렸으니.
‘괴물이라니까.’
그렇게 엘레노어가 고개를 가로젓고 있는 동안에도 준은 마법진의 마력 패턴을 눈여겨 봤다.
“이런 짓을 할 정도의 실력은 되네.”
꽤나 정교하게 만들어진 마법진이다. 특정 좌표를 지정하고, 그 방향으로 가는 감각을 교란시키는 환각 마법.
거기에 이 정도 범위를 감당하면서도 상대가 인식하지 못하도록 마력 입자를 아주 작게 만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상당한 노력과 재능, 그리고 재물이 들어간 듯했다.
‘그럼 살짝 바꿔 볼까.’
굳이 마법진을 파괴해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않았다.
준과 동료들이 이 정도 환각 마법에 당할 수준도 아니거니와, 도망치는 적을 잡는 데 유용할 것 같았으니.
‘방향을 분산시키는 걸 역으로 돌리고, 좌표는 그대로 고정. 자, 이렇게 하면.’
과연 본인들이 만든 마법에 스스로 당하는 기분은 어떠할까.
그 모습이 제법 궁금했던 준이 입을 뗐다.
“그럼, 갈까? 이 깜찍한 짓을 저지른 장본인들 잡으러.”
* * *
제법 늦은 밤이 되었다.
모르데나인 백작은 바쁘게 장부를 훑어보며 보급품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체크했다.
현재 모르데나인 백작의 가장 큰 임무는 보급품을 정상적으로 위쪽에 전달하는 역할이었다.
이번 전쟁은 여러모로 특이했으니까.
단기간에 끝내야 하는만큼 필요한 물자도 많았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마력 유동체다.
처음 이 물건을 봤을 때 얼마나 화들짝 놀랐던가.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후임자에게 안타까운 마음까지 들었더랬다.
저게 세상에 퍼져 나갔다간,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머리카락 한두 개 뽑히는 걸로 끝나진 않을 것 같다고 직감했으니까.
‘근데 그게 내가 됐군.’
지금도 마찬가지다.
전방에서 현재 가장 활약하고 있는 이들은 단연코 마법사들이다.
어째서 그런가?
간단하다.
이건 전쟁이니까.
누가 더 많이 죽이느냐의 싸움이다.
그리고 물량전에서 가장 강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마법사들이었고.
하지만 끝도 없는 물량을 한정된 인적 자원으로는 해낼 수 없으니, 마력 유동체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마력 유동체의 운반에 차질이 생기게 될 마당이니.
‘최대한 그 녀석이 빨리 와 줘야 하는데…….’
백작은 설마하니 흰고래 용병단을 이토록 중용하게 생각할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처음 그가 봤던 흰고래 용병단은 그저, 버려진 황족의 유희였으니.
마법사는 그런 황족을 보좌해 주는 역할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허황된 상황을 누가 믿어 줄까.’
수십 년을 황실 정치 속에서 살아남았던 모르데나인 백작조차 상정하지 못했던 인물들이다.
한때는 문제가 되는 게 아닐까 경계했던 그들이 이제는 백작이 반드시 잡아야 할 희망이 되었으니.
그는 이런 날이 올 줄은 단 한 번도 꿈꿔 본 적이 없었다.
“…….”
재깍. 재깍.
시계 초침 소리만이 들려오고, 모르데나인 백작의 눈빛이 차분하게 빛났다.
저 멀리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동시에 웅성거리는 소리 또한.
무언가가 온다.
그럼에도 차분한 소음이다.
모르데나인 백작은 자신이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찾아왔음을 깨닫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언제나 앉아서 보고를 듣던 그가 일어선 것이다.
그리고 막사 밖으로 나왔을 때.
“……하하.”
반쯤 생각을 포기한 듯한 웃음을 흘렸다.
흰고래 용병단이 찾아왔다.
그중에서 검은 머리카락을 위로 올려 묶은 마법사가 가장 눈에 띄였다.
누군지도 모를 피칠갑된 머리통이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오는 길에 좀 주워 왔습니다.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
얼마만에 보는 건지 모를 마법사가 히죽 웃으며 손에 들린 머리통을 흔들었다.
* * *
사람의 머리통을 들고 웃는 것은 준에게도 제법 버거운 일이었다.
애초에 이런 쪽을 즐기는 편도 아니었고. 단원들도 전부 질색했다.
하지만 준이 차일스에게 들은 보고가 맞다면, 이건 필요한 행위였다.
“저, 저게 뭐지……?”
“사람 머리를 왜……?”
“뒤에 묶여서 오는 놈들은 뭐지?”
“전사…… 는 아닌 것 같고. 마법사? 잠깐, 설마!”
“젠장, 또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건데.”
축 가라앉아 있는 베이스 캠프의 분위기.
그럴 만도 했다.
후방은 현재 버려진 패로 활용되고 있었으니까.
보급에 무슨 차질이 생길지도 모르는 마당에 지원이 오고 있지 않는다.
그런데 계속해서 마법사들의 공격은 들어온다.
그에 대항하기 위해 몇 번이고 저 숲속으로 들어가 토벌을 해 보려 했으나, 몬스터들의 장벽에 가로막혀 감히 들어갈 생각도 하지 못했다.
자칫 잘못했다간 몬스터들에 의해 후방이 갈려 나갈 처지인 것이다.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방어 정도가 전부였으니.
결국 베이스 캠프에 틀어박혀, 마법사들의 개수작에 당해 주는 수밖에 없던 것이다.
버려졌고, 지원은 오지 않으며, 언제 공격당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사기가 바닥 칠 수밖에 없는 요건이 빠짐없이 있네.’
차일스를 통해 보고를 받은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과격하긴 하지만, 나름의 이벤트를 열어 줘야겠다고.
그것이 지금의 광경이다.
“환영하네, 준 단장.”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와아아아아아-!!!
밖에서 들려오는 환호 소리.
막사에 들어오기 전, 모르데나인이 선언하듯 외쳤기 때문이다.
흰고래 용병단이 적의 목을 치고 왔노라고.
그간 쌓인 게 있던 병력들은 준이 하늘 높이 던진 적의 머리통을 공마냥 차고 다녔다.
보통 원한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물론 그걸 본 엘레노어가 대번 인상을 찌푸렸다. 준은 그런 엘레노어의 어깨를 툭툭 부드럽게 쳤다.
사제인 엘레노어에게 그런 걸 보여 준 점은 준도 미안하게 생각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엘레노어는 마음이 좀 풀렸는지 인상을 풀었다.
베른도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흐뭇하게 웃음을 지었다.
서로 배려하는 것이 너무도 잘 보였으니까.
아무튼.
“못 본 사이에 많이 수척해지셨습니다.”
“허허헛…….”
이 짧은 대화로 모르데나인 백작은 과연 자신과 눈앞의 용병단의 위치가 많이 달라졌음을 새삼 깨달았다.
예전에도 눈앞에 있는 이 맹랑한 마법사는 필요한 순간이 찾아오면 제 본모습을 보이길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으나, 지금처럼 필요한 상황이 아님에도 저렇게 꺼내진 않았다.
그만큼 실력과 위치가 됐기에 저러는 것이다.
백작은 그런 상황 자체를 받아들였다.
그 역시 노련한 정치가였으니.
상대의 위치가 바뀌었으면 거기에 걸맞게 대우해 줘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 않나.
그는 상석에 앉지 않고, 흰고래 용병단과 마주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 보게 되어 정말 반갑군. 황자님께서도 잘 지내셨습니까.”
가장 먼저 단장인 준에게 인사를, 그리고 에이든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에이든은 잠시 입을 우물거리는가 싶더니,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짧은 순간에 모르데나인 백작은 에이든이 황자라는 단어를 거북해한다는 것을 느꼈다.
‘불편함보다는 혐오감에 가깝군.’
상대의 반응을 탐색하는 습관이었다. 동시에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함이기도 했고.
“어떻게 찾은 겐가?”
“앞서 만나 보셨던 저희 단원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도 짓궂군.”
“덕분에 좋은 그림 하나 만들지 않았습니까?”
차일스가 모르데나인 백작에게 놈들의 위치를 알려 줬다면 이렇게까지 깔끔한 그림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백작도 순순히 그 부분을 인정했다.
“덕분에 한시름 놓았네. 안 그래도 사기 부분에서는 고민이 많았으니까.”
“그간 고생이 많으셨나 봅니다.”
“자네도 방금 말하지 않았나. 수척해 보인다고. 난 이런 자리가 영 익숙지가 않네.”
그야 모르데나인 백작도 어디 가서 무시받을 인물은 아니다.
블랙아웃에서는 무려 황제급의 권력을 구사할 수 있는 인물이었으니.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는 전쟁에 익숙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병사들의 사기를 올릴 방법이라곤 음식과 술을 풀어 주는 정도가 전부였으니.
한정된 인력을 가지고 전투를 역전시키는 그림은 그에게 어려운 주문이었다.
오히려 그런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후방이 무너지지 않도록 막아 낸 것이 더 대단한 일이었다.
“물론 전부 핑계지.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라, 거기에 앉을 사람이기에 자리가 있는 것이니.”
“그렇지요.”
“너무 징징거리기만 한 것 같아 부끄럽군. 그래, 본론으로 돌아가도록 하지. 상황 설명이 더 필요한가?”
“아뇨, 괜찮습니다.”
가장 최신 정보까지 모두 차일스를 통해 들었다. 그 외에 자잘한 것들은 당장 신경 쓸 게 아니었다.
굳이 들을 게 있다면 전방의 상황인데, 그쪽은 준과 동료들의 손으로 어찌할 방도가 없는 곳이지 않나.
지금은 이곳 후방에 보다 신경 써야 했다.
“몬스터들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고 들었습니다.”
“거기까지 들었다니 다행이군.”
정말 한시름 놨다는 듯 모르데나인 백작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준의 말처럼, 최근 거인의 숲에서 몬스터들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녀석들이 이곳 베이스 캠프를 중심으로 모이고 있는 듯하다.
“분명 마법사들이 무슨 수작을 부린 것 같은데…….”
“아뇨, 그놈들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창천교 쪽이겠군.”
“예. 아무래도…… 귀찮은 녀석이 하나 있는 것 같군요.”
준은 벌써부터 그게 누구일지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몬스터가 없는 9계층에서 활약하지 못할 놈이니 이곳으로 온 건가.’
게임 내에서는 경험치 부스트라고 불렸지만, 현실에서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창천교의 간부 중 하나.
최근 흰고래 용병단과 충돌이 뜸했던 창천교의 간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35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