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360)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360화(360/374)
361화 후방주의(3)
‘아무도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적의 후방을 잡았다……. 무서울 정도로 순탄한데.’
창천교가 그러했던 것처럼, 이쪽도 상대의 후방을 잡고 뒤흔들겠다.
그런 계획을 짰던 준은 저 멀리 황군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태자가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그 의미를 창천교도 모르지는 않을 터.
에델이란 자가 얼마나 똑똑한진 모르겠지만 폼멜이라면 반드시 자신들에게 무언가 좋지 않은 이변이 생겼다는 것은 충분히 파악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쪽의 위치를 얼마나 빨리 깨닫느냐인데.’
아마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행히 그사이에 이쪽의 준비는 모두 끝냈다.
‘이럴 때는 저놈들의 군대가 침식자 위주로 흘러간다는 게 다행이었지.’
블랙아웃의 특성, 그리고 창천교의 주 병력이 침식자라는 부분이 후방을 텅 비도록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블랙아웃은 지상과 달리 움직일 수 있는 경로가 한정되어 있고, 이렇듯 아래 계층에서 윗 계층의 후방을 잡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
거기에 침식자는 모두 죽은 영혼을 재활용하는 것에 가깝다 보니 보급품도 따로 필요가 없었다.
그나마 식생활이 필요한 자들은 간부급이고, 그들 대부분은 알아서 식량을 수급할 터.
그러다보니 후방에 병력 배치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준과 동료들도 생각보다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대장. 준비는 끝났어.”
“그래. 안 그래도 황군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벤 단장이 움직였다는 건가.”
얼떨결에 이곳까지 함께 오게 된 테어딘의 물음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신호를 보내 달라고 했으니, 저게 바로 그 신호겠군요.”
“그런 건 언제……?”
“단장님이 오시기 전에 따로 사람을 보내 뒀습니다.”
“허어…….”
정말이지 믿기지가 않는 눈빛으로 일행들을 바라보고 있는 테어딘.
그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리라.
아직 동료들이 5레벨에서 전전하고 있던 당시를 잘 기억하고 있는 인물이었으니.
“그럼 공격은 언제 시작할 텐가?”
“폼멜. 그자가 움직이는 그 순간입니다.”
“폼멜이라면…… 그때 북부에서 나왔다던?”
“예.”
초대 황제의 검. 폼멜.
그런 그가 인류를 배신했다는 정보는 극비에 해당되는 정보였으나, 테어딘 정도의 지위에 있는 자는 어느 정도나마 알고 있었다.
“도대체 제국의 영웅께서 어찌 그런…….”
듣자하니 어린 시절부터 존경해 왔다고 하던가.
“뭐가 됐든 천룡 기사단장이 움직인 이상, 상대도 가만히 있지는 못할 겁니다.”
상대가 이쪽의 계획을 어느 정도 눈치 챘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 결과는 고정된 미래였으니.
아니나 다를까, 준의 말처럼 창천교의 병력이 홍해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나온 인물은, 갑옷 하나 입지 않은 붉은 제복의 사내였다.
“정말로…….”
자신이 역사서에서 봤던 초상화와 똑같은 그 모습에 테어딘이 황망히 중얼거렸다.
그러는 한편, 놈이 나온 것을 확인한 준은 동료들을 바라봤다.
다들 어딘지 긴장한 모습이다.
가장 처음 입을 연 사람은 베른이었다.
“너희들과 이런 순간을 맞이하게 될 줄은 정말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구나.”
“그때와 많이 달리지 않았습니까, 베른?”
“그래……. 지금도 나는 기억하고 있네. 적성에서 자네들 덕분에 목숨을 부지한 그 순간을 말일세.”
그 말을 들은 엘레노어도 잔뜩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 절대 죽지 마. 알겠어? 절대로.”
“당연한 말을. 죽으려고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악착같이 살아남을 거다.”
“저도 마찬가지인 검다. 기껏 여기까지 오지 않았슴까?”
멸망하는 부족을 뒤로하고 아득바득 살아남았던 마야.
그녀 또한 지난 시간을 떠올리듯 말했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걸어왔던 길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슴다.”
“그래……. 나도 평생 잊지 못할 거다.”
어찌 잊을까.
매일매일, 그 순간순간을 살아가던 준이었기에 그는 누구보다 선명히 기억할 수 있었다.
“……선배.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에이든의 짧은 한마디가 있었다.
처음 에이든과 만났을 때, 준은 리트리버를 떠올릴 만큼 사람의 정에 메말라 있던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이 이제는, 제 감정을 숨길 줄도 알게 되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누구보다 동료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주제에, 저렇게 한 치의 의심도 없는 것처럼 떨지 않고 말하지 않는가.
‘그래. 지금 우리는…….’
전장에 있다.
준이 알고 있던 게임의 지식 따위는 하등 도움이 없는 곳에서.
그들은 각자의 목적을 위해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가자.”
촤라라라라라락-!!!
[부여계:인챈트 서포터] [정령 마법] [디재스터(Disaster)]* * *
천룡 기사단장 벤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전방의 사기는 그리 좋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침식자는 정말 끝을 모르고 증식해 왔으니까.
아무리 죽여도 죽여도 수가 줄어들지 않고, 다음 날이 되면 어제와 같은 숫자가 그들을 맞이했다.
비록 이쪽도 대규모 마법을 펼치는 마법사들이 적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곤 해도, 그러한 대치 상황이 몇 달이고 이어지면 있던 사기도 모두 사라지기 마련이었으니.
이때 천룡 기사단장, 벤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여러모로 시기상 적절한 것이었다.
하지만.
벤이 모습을 드러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필드에 이변이 생기기 시작했다.
“뭐, 뭐지?”
“주변이 좀…….”
“어두워진 것, 같은데?”
황군측 병력은 어둑해진 하늘을 바라봤다.
분명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엔드 필드 특유의 푸른 하늘이, 알 수 없는 어둠에 집어삼켜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
“당장 위쪽에 보고를……!”
그때였다.
마법사들 사이에서 웅얼거림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은.
“뭐? 저쪽에서 한 일이라고?”
“그건 아니지만, 비슷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이게 애들 장난인 줄 알아? 전쟁이라고! 확실하게 알아야 할 거 아니야!”
“그, 그건 그렇습니다만…….”
“젠장, 마법사 놈들,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전장에 이변이 생겼다.
그저 하늘이 검은빛으로 물들었을 뿐이지만, 그로 인한 동요는 결코 적지 않았다.
그때, 천룡 기사단장, 벤…… 덱스터 또한 검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작됐군.”
직접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 멀리서, 준의 마력이 진하게 느껴졌으니.
조용하면서도 무거운. 그의 마법이 확실하다.
“라네스 님.”
“그래, 준비 됐다.”
그런 덱스터의 곁에 있던 라네스가 이윽고 준비하고 있던 마법을 펼쳤다.
“……준. 정말 정령왕의 정수를 사용했구나.”
이만한 규모의 정령 마법을 정말 준이 일으켰다.
다만 자신과는 다르게 투박하며, 또 완전히 제어하고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황군의 병력마저 휩쓸리게 될 터.
아직 준의 마법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했으나, 그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빈자리를 채워 줄 자가 이곳에 있었으니까.
“…….”
라네스가 마력을 일으켰다.
8레벨에 도달한 마법사가 일으키는 기적.
청량한 마력이 그녀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더니, 마치 용이 솟아오르듯 하늘 높이 치솟았다.
스으으…….
라네스의 마력이 준의 마법에 아무런 거부 없이 스며들었다.
준이 만들어 둔 안배였다.
동시에 라네스의 눈이 커졌다.
‘도대체 어떻게……?’
마법의 패턴이, 기이할 정도로 라네스가 생각하던 것과 비슷했으니까.
물론 세세한 부분은 다르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체적인 그림은 놀랍도록 똑같았으며…… 무엇보다 훨씬 더 광범위했고, 그럼에도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준…….’
도대체 그 아이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만든 것일까.
언젠가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라네스가 잠시 상념에 잠겨 있는 사이에도 준의 마법은 과정을 거쳐 완성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디재스터:초월야(初月夜)]투둑…….
“비?”
검게 물든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져 내린다.
용병 중 한 명이 손을 뻗어 떨어지는 비를 맞았다.
평소 그들이 알던 비와는 다른 색이다.
“좀 더 어두운 것 같은데…….”
묵색의 비가 이내 후두둑 떨어져 내린다.
처음에는 추적추적 내리는가 싶더니, 마치 폭포를 연상케 할 만큼 거대한 폭우가 시작되었다.
“무슨…….”
한 치 앞조차 보기 힘들 정도로 쏟아져 내리는 비.
“마법사들의 짓인가……?”
그러나 그 비는 황군의 진영을 교묘할 정도로 피해 떨어져 내렸다.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는 것은, 전방에 있는 창천교의 방향뿐.
섬세함이 부족했던 준의 마법을 라네스가 보조한 덕분이었다.
믿기지 않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몇몇 스킬로 시야를 강화한 용병들이 중얼거렸다.
“잠깐……. 저놈들, 어째 몸이 흐릿한 것 같은데……?”
그 말에 수색대에 자원한 이들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용병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본다.
침식자가 있는 진영에 무언가 변화가 찾아왔다.
놈들의 육체가 점차 흐릿해지는 것이다.
“뭐지? 저 마법이 무슨 짓을 하는 건가?”
눈치가 빠른 이들은 저 비가 침식자들의 육체를 약화시키고 있음을 알아차렸고, 직접 마법을 보조하고 있던 라네스가 감탄을 터뜨렸다.
“고유 속성으로 놈들을 약화시키고 있구나.”
라네스의 눈에만 보이는 수많은 물의 정령들.
묵빛의 빛물 속에서 모습을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수많은 정령들이,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정령계에서 넘어와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정령왕의 정수에 이끌려 단숨에 끊어졌던 두 차원 간의 통로가 연결된 것이다.
“이 마법이 끝나면, 진군하면 되겠습니까?”
곁에서 들려오는 덱스터의 물음이 있었지만, 라네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건 시작일 뿐이란다.”
“예……?”
보아하니 적들을 약화시키는 마법을 저만한 범위로 뿌리고 있는데. 이게 고작 시작이라니?
덱스터도 마법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것은 아니나, 이 정도 규모의 마법은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그게 가능한 겁니까?”
“마법이란 그런 것이란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것이지…….”
라네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음 변화가 찾아왔다.
“으으……?”
“왜 이렇게 춥지……?”
“기온이 좀, 내려간 것 같은데…….”
이곳 엔드 필드까지 찾아 온 병력들은 최소 6레벨 이상으로 이루어진 전력이다.
그런 실력자들이, 고작 날씨가 추워진 것만으로 몸을 덜덜 떨지는 않을 터.
그들은 금방 이변을 알아차렸다.
“빗줄기가 좀 굵은 것 같은……?”
“잠깐, 우박이다!”
“뭐?”
“젠장, 피해!”
“잠깐! 움직이지 마! 여기로는 안 떨어지고 있잖아!”
“그게 무슨 소리……? 아니, 이게 어떻게…….”
이런 마법을 경험해 본 적 없던 용병과 모험가들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직…… 안 끝났다.”
적의 입장에선 이 재앙과도 같은 사태가 금방 끝나지 않으리란 사실이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36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