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362)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362화(362/374)
363화 정보 교환
“……그게 무슨 뜻인가요?”
고개를 갸우뚱하는 에델의 물음에 준은 여유로운 태도로 말했다.
“말 그대로. 너라면 전장의 상황보다는 나를 처리하는 쪽으로 움직일 거라 생각했다.”
“……헤에. 외부인이라 그런가? 저에 대해서 좀 아는 모양이네요?”
“그래. 너는 게임 속에서도 그랬으니까.”
“게임이라…… 외부에서 우리를 보는 창구가 게임이라는 형태라고 했었죠.”
9계층에 존재하는 최종 흑막, 초대 황제를 죽이러 가는 사이에 단 한 번 모습을 드러내는 에델.
하지만 놈은 게임 내에서도 그 어마어마한 능력으로 싸우는 둥 마는 둥 전력으로 싸운 적이 없었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불리하다 싶으면 그저 도망칠 뿐.
그렇기에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놈의 정체와 관련해서 온갖 망상 같은 이야기가 퍼져 나갔었는데…….
다른 건 다 제쳐 두더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넌 창천교가 망하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을 거잖아. 너한테는 너 스스로가 가장 중요할 테니까.”
“하하……? 그 정도로 절 평가해 줄 줄은 몰랐네요?”
“몇백 년이 흐르더라도 네놈은 혼자만 안전하면 언제든 재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할 테니.”
“이런 기분인가요. 전혀 모르는 타인이 저에 대해 다 알고 있다는 느낌이…….”
고저가 없는 목소리임에도 불쾌하다는 감정이 훅 느껴질 정도로 노골적인 표현이었다.
그러나 준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
“그래서, 나를 이곳에서 죽이려는 거냐?”
“하하……. 그럴 리가요.”
“음?”
이건 예상 외의 답변이었다.
준의 생각대로라면 놈은 여기서 자신을 죽일 거라 판단했으니까.
하지만 이내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과율 때문이겠군.”
“……저기, 진짜 궁금해서 그런데요. 그런 건 도대체 어디서 얻은 정보인가요?”
인과율과 관련된 것은 신과 관련된 정보. 따라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저 남자는 도대체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은 것일까.
보아하니 다른 시간선의 외부인들은 인과율이라든가 자신의 존재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거늘.
“공짜로 알려 달라는 건가?”
“하하……. 그럴 리가요. 하아, 맞아요. 당신 말처럼, 인과율이 지금 제 발목을 붙잡고 있죠. 신들이 만들어 낸 양날 검이 결국 제 발목까지 베어 버렸군요.”
에델의 말처럼.
현재 에델은 이 세계에서 적지 않은 운명을 쥐고 있는 준을 강제로 이곳까지 끌고 왔다.
그만큼 인과율의 법칙이 적용될 것은 당연한 일.
“당신을 여기까지 끌고 오는 것 하나만으로도…… 예. 이 정도의 대가가 돌아왔네요.”
놈이 장갑을 벗자, 칠흑처럼 어두운 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지 검다는 게 아니다.
안개처럼 흐르고 있는 응집된 기운.
저게 에델의 본체다.
이어서 녀석이 가면을 벗자, 그곳에는 검은 기운이 소용돌이 치고 있는 머리통이 보였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이목구비가 없다.
“보이시나요? 여기저기 금이 간 모습이.”
“기운을 담고 있는 그릇이 깨지고 있다는 건가.”
마치 유리 안에 기운을 담아둔 것 같은 녀석의 육체는 현재 이곳저곳 금이 가 있는 형태였고.
“네, 그렇죠. 당신을 여기로 끌고 온 것만으로도 이 정도의 대미지를 받았다는 겁니다.”
이걸 수복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몇 년이란 시간을 기다려야만 한다.
그저 공간이동을 강제로 시킨 것만 해도 이 정도다. 만약 이 상태에서 준을 죽이기라도 했다간, 단순히 시간으로 때우기에도 어려울 정도의 대가를 치러야만 할 터.
“즉…… 나를 죽이지 않고, 이곳에 가둬 둘 생각이다, 이건가?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하하……. 무슨 말인가요. 고작 그 정도로 끝내려고 제가 당신을 이곳까지 데려왔겠습니까?”
“…….”
“평생이랍니다. 당신은 이곳에서, 평생 나갈 수 없을 거예요.”
“내가 가만히 두고 볼 거라 생각하나?”
“농담 같――”
[플레어]에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준의 마법이 발현됐으나, [플레어]는 에델의 몸에 닿기도 전에 스스로 소멸해 버렸다.
“사람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농담은 아니었던 모양이군. 무슨 원리지?”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이죠. 기왕 이렇게 된 거, 시간도 많을 텐데 정보 교환이라도 하는 게 어떨까요?”
“……의미가 있나? 거짓말로 대답하면 아무 의미 없을 텐데.”
“사실 그렇죠.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쩌적 금이 가 있는 자신의 손을 가리키며 에델이 말했다.
“당신에게 무언가 영향을 끼치는 것 자체가 제게는 인과율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거랍니다.”
즉, 거짓말을 할수록 준에게 악영향이 끼치게 된다면 인과율을 어긴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반대로 말하면, 나도 거짓을 입에 담을 수 없다는 것이로군.”
“오,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거기까지 이해하셨군요?”
인과율은 누구에게만 유리한 룰이 아니다.
만약 준이 에델에게 거짓을 한다면, 그만큼 에델도 준에게 거짓으로 답할 권한을 얻게 된다는 의미였으니.
“좋아,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이라면. 먼저 질문해 봐라.”
“그래요, 여태까진 제가 답하는 입장이었으니까 먼저 물어보도록 하죠. 아까 했던 질문이에요. 인과율. 그것에 대해 어떻게 알게 된 거죠?”
“엘프에게 들었다.”
“엘프? 아하.”
그 말만으로도 에델은 한 엘프의 존재를 떠올릴 수 있었다.
“우리 외부의 존재들 중에서도 특이한 존재죠. 한 세계가 오직 그녀 하나만을 지키기 위해 희생했으니 말이에요. 덕분에 우리 측에서도 그녀는 골치 아픈 존재랍니다.”
네르메데스. 그녀의 존재를 언급하며 에델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지난 몇 달간 사라졌던 이유가, 그녀를 만나기 위함이었겠네요. 하아…….”
깊게 한숨을 내쉬는 에델.
그는 네르메데스가 자신들에게 얼마나 적대적인지 잘 알고 있었다.
동시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8레벨인 이유가, 다 거기 있었군요. 그 엘프가 무슨 수를 쓴 모양이에요.”
사실 그 엘프의 존재는 에델도 줄곧 경계하고 있었다.
그래서 엘프를 만날 수 있는 운명을 지닌 자들이, 그곳에 도달할 수 없도록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던 시간의 신에게 장난질을 쳐 뒀던 것인데…….
‘그것까지 모두 파헤치고 끝내 만나러 간 모양이네요.’
“쯧.”
생각에 잠긴 에델을 바라보며 준이 속으로 혀를 찼다. 단 한 번의 질문으로 너무 많은 부분을 줬다고 생각했으니.
“이젠 내 차례인데?”
“좋습니다. 뭐가 궁금하시죠?”
“이 공간에 대해 설명해라.”
“어째 명령조인 게 마음에 들지 않지만…… 좋아요. 방금 제가 얻은 정보도 적지 않았으니 말씀해 드리죠.”
온 사방이 수정체인 장소.
게임 내에서도 준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공간이었다.
“이곳은…… 당신들의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예. 10계층입니다.”
“여기가……?”
전혀 필드와는 유사성이 없는 공간이다.
필드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몬스터도 한 마리 보이지 않으며, 무엇보다 인위적으로 설치된 듯한 수정체만 가득 찬 공간이었으니까.
‘내가 상상하던 공간과는 완전히 다르군.’
‘이정준’이었던 시절에는 그야 뭐. 지옥도 같은 풍경을 떠올렸다.
왠지 그게 게임의 최종 스테이지에 어울릴 것 같았으니까.
그러나 현재에 이르러서는 조금 달랐다.
블랙아웃이 외우주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만약 10계층에 도달한다면…… 끝도 없을 우주가 펼쳐져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으니.
하지만 정작 정체 모를 수정체만 가득한 공간이라니.
어째서인지 살짝 실망스러웠다.
“왜 실망스러운 표정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말하자면 이곳은 통로입니다. 지금까지는 일방통행으로 이루어져 있는 통로이죠.”
“네놈이 외우주에서 들어온 통로라는 것이겠군.”
“네, 맞아요. 동시에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죠.”
처음에는 그 개념조차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다고 한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것.
하지만 하다보니 점차 그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고, 그것이 지금 이 풍경이다.
수정체의 면면에 비춰지는 수많은 블랙아웃의 풍경들.
‘말하자면…… 이곳은 안테나라고 봐야 하나?’
수많은 정보들이 오고 가는 장소.
‘그런데 아까부터 이 기시감은 뭐지…….’
이 공간 자체가 무수히 많은 정보를 교류하는 장소.
에델은 평소 이곳에서 지내며, 블랙아웃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사건들을 해결할 터.
가끔은 블랙아웃 바깥까지 이 수정체를 연결시킬 수 있다고 하는데, 가능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고 한다.
“한번 보겠어요? 이대로만 있으면 또 심심할 텐데.”
아주 뻔뻔하게 8계층 엔드 필드의 풍경을 비추고 있는 수정체를 가리키고 있는 에델.
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 있는 놈이 무슨 계획을 짰는지는 얼추 알았다.
이대로 자신을 이곳에 평생 묶어 두고, 다시는 자신의 계획을 방해할 수 없도록 만들려는 심산일 터.
하지만 놈의 뜻대로 흘러가게 둘 생각 따윈 없었다.
애초에, 놈이 나설 것이란 사실은 이미 예상하고 있던 부분이었으니까.
‘이제부터 이놈의 얼굴이 어떻게 썩어 가는지 구경할 일만 남았군.’
* * *
준이 사라지기 무섭게, 동료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에델. 그 공간술사 새끼가 가장 먼저 노릴 사람은 나야.
에델은 이 세계와 블랙아웃의 관계, 그리고 신들이 어떤 노림수를 만들었는지까지 모두 알고 있는 존재다.
따라서 에델이 가장 경계해야 할 존재는, 신들의 안배로 인해 이 세계에 도착하여 유일하게 변수를 만들고 있는 준밖에 없을 터.
동료들 모두 그 말을 이해했고, 피할 수 없는 결과임을 알아차렸다.
-그러니 내가 없는 사이에, 너희가 날 구해 줘야 한다.
처음으로, 준은 동료들에게 의지했다.
에이든과 마야, 엘레노어와 베른 모두 그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그럼…… 모두 움직여 볼까?”
“저 새끼는 제가 맡는 검다.”
“그래그래.”
가장 먼저 나선 사람은 마야였다.
그녀가 가리킨 방향은 다름 아닌 침식 군대에게 향해 있었다.
방금까지 어마어마한 격전이 있던 것인지, 그 많던 침식자 대부분이 소멸된 상태였다.
“단장의 마법이 마지막까지 활약하고 사라졌네.”
준이 남기고 간 [디재스터].
최후의 단계였던 [이클립스]가 발동되기 무섭게, 거대한 태양이 침식 군대가 있는 방향으로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깃발 옆에 서 있던 폼멜이 도약하며 검을 휘둘렀다.
아래서 위로 올려 칠 뿐인 참격이었으나, 그 참격 한 번으로 주변이 초토화되고, 그 경로에 있던 태양이 한 순간에 양단되었다.
하나, 그것조차 끝이 아니었으니.
그 안에서 나온 것은 거대한 불의 거인.
정령왕의 기운을 대부분 흡수한 최상위 불의 정령, 이프리트.
녀석이 태양 안에서 알을 깨고 나오듯 튀어나와 침식 군대를 향해 대검을 내려쳤다.
그것을 막기 위해 재차 폼멜이 움직였고, 거인과 인간의 전투는 총 약 10분 정도 이어졌다.
둘의 전투가 일어난 장소는 일대 지형이 완전히 뒤틀릴 정도로 격렬했고, 그럴 때마다 침식 군대의 기운이 눈에 띄게 흐려졌다.
“도대체 뭔 짓을 한 건지.”
그러나 불의 거인이 끝내 전투를 끝내지 못하고 역소환되면서 전황은 달라졌다.
다시 한번 폼멜이 깃대를 대지에 꽂아 넣자, 약해졌던 침식 군대의 힘이 되돌아왔으니까.
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타입의 침식자들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숫자만 봐도 어림잡아 십만에 다다를 정도다.
보는 것만으로 기가 질릴 지경이었지만…….
-만약 침식 군대가 피해를 입은 것보다 더 많아졌다면, 그건 좋은 신호야. 그만큼 초대 황제의 마력을 끌어와 썼다는 거니까.
결과적으로 동료들이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
그것이 준을 구출할 수 있는 길이며…… 동시에 진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36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