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363)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363화(363/374)
364화 공감
“흐음.”
거대한 불의 거인이 아무런 징조도 없이 사라졌을 때.
폼멜은 상황이 좋지 않게 됐음을 깨달았다.
“에델. 결국 데리고 가 버렸나.”
이번 전쟁의 가장 큰 변수는 황제도, 초대 황제의 힘을 이어받은 황태자도, 8서클의 정령 대마법사 라네스도 아니었다.
다름 아닌 흰고래 용병단.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세상 사람 중 누구도 모르고 있던 존재들.
특히, 단장인 준.
에델은 인과율의 대가를 감수하면서까지 준이란 마법사를 10계층으로 강제 이동시켜 버렸다.
“내 죽음도 머지않았군.”
동시에 폼멜은 에델이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 파악했다.
이곳에서 창천교가 전멸하더라도, 황군에게 최대한 피해를 입히라는 명령과 마찬가지였으니.
이미 블랙아웃에 구속된 폼멜은 에델의 뜻을 어길 수 없었다.
다른 일이라면 모를까, 블랙아웃의 운명이 달린 일이라면 거부하고 싶다고 거부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으니.
데에엥…….
방금의 사태로 교단의 간부들조차 질린 듯 뒤로 물러선 모습이 보였다.
이미 사기가 꺾일 정도로 꺾였고, 얼마 전에 죽음을 맞이했던 넬디어스의 최후를 보고 자신들의 운명을 직감한 듯 슬금슬금 전장에서 이탈할 낌새를 보이고 있다.
“안 될 일이지.”
데에엥…….
아직 저들의 쓰임새가 남았다. 이대로 도주하게 내버려 둘 이유가 없다.
데에엥…….
어느새 손에 들린 낡은 종.
고작 주먹만 한 크기의 종은 폼멜의 손에서 작게 음파를 퍼뜨려 나갔다.
데에엥…….
머지 않아 폼멜의 손에서 스스로 빠져 나온 종은 허공을 부유하며 종소리를 울려 퍼뜨렸다.
이윽고.
머지 않아 정체불명의 기운이 종에게 집중되다가, 끝내 차원이 일그러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스으으…….
그 안에서 나온 것은 3미터에 이르는 길쭉한 신체와, 흡사 사제복을 떠올리게 만드는 순백의 로브.
그리고 순백의 로브 주변으로 흐르는 검은 빛의 기운까지.
한때 준이 3계층 적성에서 마주쳤던 기흉노파가 소환했던 존재.
외신의 종이었다.
[개벽을 맞이하라.]일그러진 차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이전과는 달리 검보랏빛 기운이 아닌 검붉은 빛을 휘감고 있었다.
과거에는 일라이어스 주교가 제물로 바쳐졌으나, 이번에는 침식 군대 중 일부를 제물로 바쳤기에 일어난 현상이었다.
[개벽을 맞이하라.]데에에에엥…….
놈의 등장과 함께 주먹만 하던 종이 어느새 3미터에 육박하는, 외신의 종에게 어울리는 크기로 변모했다.
훨씬 더 거대해진 종이 울리자, 이번보다 훨씬 더 넓게 소리가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 소리에 반응한 것은…….
“뭐, 뭐야.”
“잠깐, 설마 지금……!”
“저 개자식이 우리를……!!”
눈치를 보며 전장에서 벗어날 궁리만 하고 있던 창천교의 간부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허억, 헉!”
“아, 안 돼!”
하나같이, 악령구를 제 의지로 삼켰다는 것.
그리고 지금 전장에 울려 퍼지는 이 종소리는 얌전히 잠들어 있던 타락한 정령을 깨우는 소리였다.
순식간에 간부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스스로의 존재가 강제로 수면 아래로 끌려 내려가고, 그 자리를 대신해 타락한 정령이 자리를 잡는다.
그에 따른 신체 변형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사방팔방 퍼져 나갔으니…….
“저게 뭐야…….”
“저 개자식들, 또 무슨 개짓거리를 하려는 거냐.”
“넋 놓고 있지 마! 자리를 지켜!”
황군에서도 그 변화를 알아차렸다.
이미 몇 차례 봤던 현상이기도 했다.
이미 황군에서 저 현상에 붙인 이름도 있었으니.
“폭주 현상이다! 창천교의 간부 놈들이 죄다 폭주하고 있어!”
“긴장해라! 기사단장급의 강자조차 저승길 동료로 데려가는 놈들이니까!”
“이번만 버티면 된다! 저놈들도 가진 수를 모두 쏟아부은 거야!”
그 말처럼.
타락한 정령에 의한 폭주 현상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 한들 전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정도의 시간은 되었지만.
이런 말이라도 해야 사기가 유지될 정도로, 폭주 현상이 가진 의미는 어마어마했다.
일단 인간이었던 자들이 괴물로 변하는 것부터 두려운 일인데, 그런 놈들이 끔찍이도 강했으니.
“가라.”
열셋이라는 숫자의 폭주자들이 폼멜의 명령을 받아 움직였다.
목표는 다름 아닌 마법사들이 뭉쳐 있는 공간이다.
“마법진을 발동시켜라!”
“전부 다 발동시킵니까?! 하지만 침식 군대는 어떻게……!”
“저놈들에게 뚫리는 것보단 나으니까 전부 쏟아 부어!!”
이번 전장에서 크게 활약한 몇몇 고위 마법사들이 비명처럼 소리를 질렀다.
그에 맞춰 서둘러 마법진에 마력을 부여한 제자들이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후우우우웅-!!!
거대한 마력의 파동과 함께 쏘아져 나가는 대규모 마법들.
하나하나가 수백 명의 적병을 흔적도 남지 않게 만들 수준의 마법진들이었다.
“마법진 간에 마력이 꼬이지 않게 조심해! 거기 너! 그래, 이 멍청한 새끼야! 마법 패턴의 흐름이 옆으로 빠지고 있는 것도 모르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냐!”
개중에는 한때 컨벤셔널 소서러에서 중책을 맡고 있던 헤게르도 있었다.
[익스플로전 스트라이크(Explosion strike)] [일렉트릭 일루전(Electric illusion)] [토네이도 익스텐션(Tornado extension)]이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폭주자들에게 온갖 마법이 터져 나왔다.
반경 백 미터에 이르는 영역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거나.
한 번 내려친 번개가 분열되어 그보다 작은 번개로 산개해 일대를 날려 버리는가 하면.
나무의 뿌리조차 가뿐히 뽑혀 나갈 정도의 태풍이 광범위하게 퍼져 나갔다.
마치 있을 수 없는 자연재해가 한 자리에서 모두 일어난 것만 같은 광경.
하지만.
데에에엥…….
갑자기 들려오는 종소리가 그 재앙을 종식시켰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폭발하여 비산하던 화염이 소리 없이 사그라들고, 번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소멸됐으며, 거대한 태풍은 한 줄기 바람이 되어 흩어져 버렸다.
“뭣……?”
“이게 무슨 일이야!”
“당장 마법진 확인해!”
“마, 마력이 흐트러지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대처도 이미 끝냈는데!”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군대와 함께 지내며 입이 험악해진 마법사들은 작금의 사태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파악할 수 없어 거칠게 욕설을 내뱉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딱 봐도 저 괴물 새끼 때문에 일어난 사태 같은데?”
“젠장! 놈들이 몰려온다!”
“마법진을 다시 구축할 시간은 없어! 일단 각자 공격해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폭주자들을 향해 여러 마법을 영창하는 마법사들.
순식간에 저 멀리 있던 폭주자들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이만한 거리라면 마법을 못 맞추는 게 더 이상한 일이겠으나…….
“아, 안 통하잖아……!”
“젠장, 화력이 부족해!”
“마법사들! 시간을 얼마나 끌어 주면 되오!”
“에라이, 다들 무기 뽑아!!”
결국 마법사들의 호위 겸 감시 역으로 붙어 있던 용병과 모험가, 그리고 기사들이 각자의 무기를 뽑아들고 폭주자들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나 하나하나가 한 계층의 보스 자리를 차지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위력을 지닌 괴물들이, 한 자리에 뭉쳐 있다.
앞서 발동시킨 마법진으로 네 마리를 정리했지만, 그럼에도 아직 아홉 마리가 더 남은 상황이었으니.
“라네스 님.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후우……. 10분. 10분이면 됩니다.”
사라진 준을 대신해 홀로 정령 마법을 유지한 라네스는 그 반동을 해소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으나, 시간이 부족했다.
“……먼저 움직여 보겠습니다.”
라네스가 당하면 황군의 좌측이 뚫리게 된다.
더불어 십만에 다다르는 침식 군대를 상대하기에 턱없이 어려움을 겪게 될 터.
라네스에게 말을 건 기사는 죽음을 각오한 표정으로 검을 뽑았고, 전장을 향해 달려 나갔다.
이제 정말 바로 앞까지 도달한 폭주자들과 마주할 순간, 기사는 오러를 뽑아 가장 앞에서 코뿔소처럼 거대한 뿔을 가진 적과 부딪혔다.
“흐읍-!”
오러로도 베이지 않는 거대한 뿔.
그 탓에 몰려오는 충격이 기사의 전신을 두드렸다.
조금이라도 자세가 흐트러졌다간 그대로 몸이 진탕되어 튕겨져 나갈 것만 같았다.
이미 주변에서는 그런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으니.
용병과 모험가, 기사들이 전력을 다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아홉에 불과한 폭주자들을 막기란 역부족이었다.
순식간에 밀려 나가는 진영.
그에 마법사들도 황급히 뒤로 후퇴했다.
마법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무슨 마법을 쏘아 내도 상대는 코웃음만 칠 뿐이었으니.
‘지금이라도…….’
결국 라네스가 직접 몸을 움직이려던 그때, 누군가가 그런 그녀의 어깨를 붙잡으며 제지했다.
“스승님.”
“……하비에르?”
3황자, 하비에르가 각오 어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가, 시간을 끌어 보겠습니다.”
“너…….”
“아시잖습니까. 제게 깃들어 있는 마력을.”
“…….”
지금 이 순간에도 하비에르의 피에 담겨 있는 정령의 마력.
본래라면 라네스의 여동생처럼 정령계로 떠났어야 할 운명을 타고난 존재.
하지만 준과 라네스의 도움으로 정령의 기운을 조절할 수 있게 된 하비에르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언제까지고 내 너를 보호하고만 있을 수는 없겠구나.”
라네스의 허락이 떨어지고, 모두가 물러서고 있는 상황에서 하비에르 홀로 앞으로 나왔다.
‘두렵구나.’
본래부터 하비에르의 유약한 성격은 전투와는 거리가 멀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 베네스의 엄한 교육 속에서 하비에르가 받았던 압박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처럼 하비에르를 변하게 한 것 또한 타인의 영향을 받았다.
흰고래 용병단의 단장. 준.
그의 여정을 가까이서든, 멀리서든 봐 왔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이 하비에르에게는 결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두려운 순간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준은 단 한 번도 물러선 적이 없었고, 모든 문제를 정면에서 받아 내 이겨 왔다.
‘나도…….’
동경했다. 자신도 그렇게 되고자 했다. 그렇기에 어머니에게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떠오른다.
황제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마법사로서 이름을 알리고 싶다는 의지를 말했을 때.
그의 어머니는 울음을 터뜨렸다.
-네가, 네가 그런 말을 해 버리면…… 내 삶은, 내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삶은 어떻게 되는 거니……?
그것은 단순히 어머니의 실망 어린 눈빛을 보는 것보다도 두려운 일이었다.
어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해야 할 사람이 무너져 내리는 그 모습은…….
-죄송합니다, 어머니.
그 두려움 속에서도 일어섰다.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던 상황 속에서도 빛이 있으리라 믿었다.
진심으로 어머니를 설득했다.
반드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마법사로서 성공하여, 어머니의 꿈을 보란 듯이 이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그것이 자신이 바라는 미래라고 말씀드렸다.
그런 순간과 비교하면, 지금 같은 상황은 어린애 장난에 불과했다. 그렇게 믿었다.
덜덜…….
그럼에도 몸은 솔직하여 다리가 떨려 왔지만.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세상이 무너질 듯 슬피 우시는 어머니 앞에서도, 자신의 방식만으로 세상을 바꾸겠다 천명했을 때처럼.
이 순간 또한 이겨 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사아아…….
그간 막아 뒀던 정령의 기운이 흡수되어 온다.
‘거대하다.’
이전에는 느껴 본 적 없던 무수히 많은 정령의 기운.
그것이 자신의 피에 흐르는 정령의 힘과 공명하여, 마치 영혼이 이 일대를 하늘 아래서 내려다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저 잠깐 느낀 것에 불과했음에도 거대하게 느껴지는 세상.
그 안에서, 이 세계의 것이 되기 위해 발악하는 타락한 정령들이 보였다.
느껴진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막연한 두려움에 폭주하고 있는 타락한 정령들이.
‘미안해.’
그러나 저 정령들은 더 이상 되돌아갈 길이 없었다.
자신은 저 아이들을 구해 줄 수 없다.
그것을 느꼈고, 동시에…….
‘아픔을 덜어 줄게.’
공감했다.
타락한 정령들 또한 알고 있었다.
이렇게 해봐야, 자신들은 이 세계에 속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란 것을.
항거할 수 없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존재들.
그런 존재들에게 안정적인 미래를 보여 줄 수는 없다.
대신,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가능하다.
사아아…….
전장의 가장 앞에서 전신으로 마력을 뿜어내고 있는 하비에르.
몇몇 기사들이 그런 하비에르를 보며 기겁했지만, 이내 달려오던 그들 또한 표정이 묘해졌다.
당장이라도 날뛰고 있어야 할 폭주자들의 움직임이, 점차 느려지고 있던 것이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36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