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369)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369화(369/374)
370화 최종장(1)
블랙아웃의 정복은 오래전부터 제국에게 주어진 염원이었다.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8계층까지 도달했으나 여전히 9계층은 베일에 감춰져 왔다.
현 황제조차 9계층에는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다만, 대대로 황제의 자리에 앉았던 이들에게 그곳은…… 통칭 무덤이라 불려진다.
역대 황제 중 9계층에 도달했던 자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9레벨이라는 압도적인 수준의 무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그러했다.
“본래라면 이 자리에는 내가 아닌 폐하께서 오실 생각이셨다.”
9계층으로 향하는 계층단의 앞.
덱스터가 나지막이 말했다.
“하지만 폐하는 현재 쉽게 걸음을 옮길 수 없는 상황이셨지.”
작금의 제국의 상황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더불어 덱스터를 황제 자리에 앉혀 두고 떠난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참 피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막 왕좌에 앉은 어린 황제는 귀족들에게 먹기 좋은 먹잇감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
“그래서 내가 직접 온 것이다. 폐하로부터 힘을 전해받고, 황제의 무덤이라 알려진 이곳에 말이지.”
“목숨이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말입니까?”
“그래. 혹여 내가 잘못되더라도 하비에르가 있다. 비록 베네스 님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지만, 그분이라면 충분히 하비에르를 뒤에서 받쳐 주실 수 있으시겠지.”
“…….”
덱스터의 나지막한 말에 에이든은 정신이 붕 뜬 것 같은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것은 에이든이 고대의 탑에서 봤던, 최악의 미래와 현재의 괴리 때문이었다.
서로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상대를 저주했던 덱스터와 하비에르.
하나 현재의 하비에르는 덱스터에게 왕좌를 양보했고, 반대로 덱스터는 자신이 잘못될 경우를 대비해 하비에르를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 안 된다면, 너도 그 자리에 앉힐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
“하지만 그건 네가 거절하겠지.”
“예.”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는 대답에 덱스터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축복받았군.”
“…….”
그 뜻을 모를 에이든이 아니었지만, 애써 눈을 돌렸다.
사태가 끝나더라도 에이든은 황족으로서 남을 수 없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명확한 선 긋기를 알아본 덱스터도 생각을 정리한 듯 고개를 끄덕이곤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무튼, 이전에 9계층에 도달하고 나니 어째서 그곳이 황제의 무덤이라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그곳에서 무엇을 보신 겁니까?”
“악의. 내가 본 것은…… 거대한 악의였다.”
“악의라 하시면.”
“이해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악의 덩어리. 그것은 오직 내게만 향했고, 나만이 느낄 수 있었어.”
그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함 앞에서 덱스터는 머지 않아 정신을 잃었다. 9레벨에 도달한 존재가 그리 쉽게 정신을 잃어버린 것이다.
다만 황실의 보고에서 챙겨 온 다양한 정신 방벽 아티팩트가 가까스로 덱스터의 정신만큼은 온전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땐 사방이 침식 군대로 가득했던 상황이었지.”
이후의 그림은 세상에 알려진 것과 같았다.
압도적인 숫자의 침식 군대를 감당하긴 힘들다고 판단.
놈들을 뚫으며 가까스로 9계층을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이 순간에도 두렵구나.”
이전에는 전의로 가득한 마음으로 밟았던 9계층의 계층단.
그러나 다시 한번 그 악의와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를 멈칫거리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다시 위로 올라가려고 하시는 이유는.”
“부름…… 아니, 어쩌면 운명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알 수 없는 힘이 자신을 끌어 당기고 있었다.
덱스터는 그것이 결코 좋지 못한 신호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러나 그 현상은 광기에 가까웠지. 도저히 내 힘으로는 제어가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거슬리는 수준에 불과했으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광증은 점차 심해져 갔다.
그것만큼은 정신 방벽 아티팩트마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에 황제 또한 황태자를 잃을 수는 없었기에 모든 방법을 동원해 덱스터를 되돌리려 했으나, 아무리 찾아봐도 해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
아니, 사실 방법은 이미 있었다.
“9계층에서 나를 부르고 있는 그 존재를 죽이는 것.”
“……!”
9계층에 있는 것은 초대 황제의 영혼이다.
‘이게, 우리에게 주어진 저주인가.’
에이든은 다른 시간선의 덱스터를 떠올렸다.
그 기산선에서의 덱스터 또한 초대 황제의 힘을 얻게 되고, 광증을 얻어 9계층으로 향했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발견된 그의 최후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
어쩌면 이것은 황족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일지도 몰랐다.
혹은 운명이거나.
하지만 에이든은 상관하지 않았다.
‘이게 운명이든 저주든.’
뭐가 됐든, 에이든은 그것을 반드시 끊어 버릴 생각이었으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1황녀, 나탈리가 그려 줬던 그림이 떠올랐다.
덱스터와 하비에르, 나탈리와 에이든이 제각기 웃음을 띄고 있던 그 따스했던 그림.
적어도 그 그림과 똑같이 웃을 날이 올진 모르겠지만…….
‘선배가 말하셨지.’
가능성이 없는 것과, 적지만 있는 것은 어마어마한 차이라고.
새삼 그 말의 뜻을 다시금 이해한 에이든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주했다.
9계층을 홀로 지키고 있는 존재.
초대 황제를.
* * *
그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세상을 보기보단 주변을 먼저 보았고, 주변을 먼저 보기보다 스스로를 보는 사람이었다.
모두가 힘든 시절.
이웃 마을로 움직이는 것조차 위험하던 시대였다.
그가 외부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길은 오직 마을을 찾아오는 상인과 그런 상인에게 고용되어 움직이는 용병들의 수다 뿐이었다.
당연히 그것만으로는 바깥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했다.
바깥은 위험하다.
그래서 목검을 들고 검을 배웠다.
사실 배웠다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평생 마을 바깥에서 나가 본 적이 없던 그는 진검을 볼 기회조차 드물었으니까.
“지금 말 다 했냐!”
“그래, 이 개새끼야! 어디 덤벼 봐! 그 거지 같은 무장으로!”
그저 이따금 여관에서 용병들끼리 싸움이 날 때면 그들이 휘둘렀던 검을 보고 배웠을 뿐이다.
그마저도 술에 취한 이들이 제대로 된 검술을 펼치기나 했을까.
다만 마을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용병들이 했던 것처럼 검을 휘두르는 것뿐이었고.
스스로의 몸을 지키는 데 전념했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당연히 마을 바깥의 세상도 끊임없이 돌아갔다.
툭하면 어디 영지가 불에 타올랐다고 하고, 어느 날에는 역병이 들이닥쳤다고 한다.
어디서는 언데드가 창궐했으며, 또 어디서는 가뭄이 들었고.
전쟁이 시작됐다.
아아아악-!!
살면서 처음 들어 보는 비명 소리였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기도 했다.
그는 마을의 목수였으며, 동시에 민병대이기도 했던 이였다.
사람의 비명 소리는 너무도 현실성이 없는 것이었다.
마치 들려서는 안 될 것을 들은 느낌.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비명 소리는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비명이 점차 주변으로 확산되어 가는 것은 금방이었다.
사방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누군가는 절규하고.
또 누군가는 제발 살려 달라며 빌었다.
그는 잠시 몸이 굳어 버렸지만, 비명이 시작된 곳과는 정반대편에서 살고 있었기에 정신을 차릴 시간이 있었다.
목검을 들었다.
온몸이 덜덜 떨렸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다.
전쟁 소식을 듣고 겁을 먹었으며.
사람을 해치는 것이 두려운 이였다.
그러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검을 들어야만 했다. 그걸 결심했기에 배웠던 검술이지 않았던가.
그렇게 손때가 잔뜩 탄 목검을 들고 바깥으로 나갔다.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여러 가지 우연이 겹쳤고, 생각 이상으로 그의 검술이 뛰어난 덕분이었다.
물론 목검이 부러졌을 땐 전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운이 좋게도 목검으로 기절시킨 침입자가 제법 괜찮은 검을 들고 있어서 그것으로 싸웠다.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
그 순간만큼은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고통 어린 표정으로 이쪽을 노려 보며 죽음을 맞이한 사람.
얼굴을 보아하니, 상당히 고생한 흔적 때문에 헷갈렸지만 분명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사내였다.
도대체 어쩌다 이곳까지 쳐들어오게 된 걸까.
나중에 듣기로 그들은 패잔병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날은 악몽을 꾸었다.
하지만 금방 깰 수 있는 꿈과는 달리, 전쟁은 금방 끝나지 않았다.
끊임없이 사람이 죽었다, 영지가 멸망했다, 마을이 소멸됐다 등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 많던 상인들도 점차 발길이 끊어지기 시작하고, 찾아오는 것은 도적떼뿐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과거 마을에도 한 번 찾아온 적이 있던 용병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때마다 그는 검을 들었다.
여전히 그는 사람을 죽이는 것을 두려워했다. 다른 누군가를 해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스스로를, 주변을 지키기 위해 사람을 해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의 주변은 이전보다 조금 더 나아졌다.
가족들이 안전해졌고.
마을 사람들이 그에게 존중을 해 왔다.
항상 검이나 배워서 용병질을 할 거냐는 어른들조차 그랬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그는 결국 다시 검을 들었다.
누군가를 죽일수록, 또 누군가를 지킬수록 그의 삶은 점점 달라져 갔다.
마을의 존중을 받기 시작하던 그가 어느새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하나,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그는 검을 들고, 세상 밖으로 나갔다.
그 후로…….
용병이 되었고.
병사가, 기사가 되었고, 왕이 되었고.
부름을 받아 신을 만났고.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계속해서.
그러다…… 외우주가 침범해 왔고.
블랙아웃으로 내려갔고.
멸망한 세상을 보았고.
다시…… 전쟁을 일으켰다.
하지만.
패배했다.
그리고 시간이 무한히 반복되었다.
마치 잊어서는 안 될 기억을 강제로 떠올리려 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패배하고 실패했던 기억이기에, 누군가의 말처럼 악의조차 느껴지는 무한한 반복이었다.
* * *
-주인!!!
끊임없이 흘러오는 악의 속에서 들려오는 정겨운 목소리.
그 목소리에 담긴 의지와 함께, 전신에서 마력이 빠져나가는가 싶더니 복부가 짓눌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꺽-!
레오가 일으킨 돌풍이었다.
머리를 가득 채웠던 악의가 잠시 사라지고, 스스로의 존재를 잠시나마 깨닫게 된 에이든이 검을 뽑았다.
‘기술 하나만으로는 안 돼.’
이 순간 가장 필요한 기술을 꺼내든다.
그런 결정을 내리는 이 순간에도, 다시 한 번 악의가 덮쳐 온다.
한 사내의 삶이, 더 나아가 그가 겪었던 수백 년의 시간이…….
[의념:만검-절(切)]에이든의 검에 의해, 베여 끊어졌다.
그러자 ‘나’라는 존재가 보다 명확히 인지되었고, 에이든은 ‘그’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뵙는 건…… 처음이로군요.”
에이드리안 반 루드 베네시오.
제국의 시작이자.
모든 전쟁을 종식시킨 자.
그러나 결국 마지막에는 실패해버린 존재.
초대 황제가, 오연한 시선으로 에이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 *
“이대로 애완동물을 기르듯 당신의 절망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지만…….”
또다시 에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계속해서 놈을 주시하고 있긴 했지만, 줄곧 은밀히 마력을 움직이고 있던 터라 반응이 한 박자 늦었다.
사실 놈이 무슨 말을 하던 상관하지 않은 쪽에 더 가까웠다.
에델을 주시하고 있던 이유는 놈의 헛소리를 들으려 한 것이 아니었으니.
“아무래도 당신은 그럴 생각이 없겠죠…….”
마치 네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고 있다는 듯한 에델의 한마디.
진작부터 준이 마력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한 말이었다.
실상 에델의 눈을 속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이곳은 그야말로 놈의 손바닥 안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애초에 은밀하게 마력을 보았던 것부터가 녀석에게 그렇게 보이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래, 맞다. 이제 더 이상 네놈의 수다를 듣는 것도 질려서 말이야.”
“어리석은 건 전 인류의 역사였죠. 자신들의 세계가 언제까지고 존재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올 수 있는 행위입니다.”
“꼭 그렇지만은 않을걸? 불멸자인 네놈도, 그 불멸이 영원한 줄 아니까.”
“……?”
무슨 자신감으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어리석다는 말을 하긴 했으나, 에델이라고 눈앞의 마법사를 두고 완전히 방심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아무리 생각해도 저 마법사가 이곳을 탈출할 방법 따위는 없었을 뿐이다.
“무슨 생각인지 뻔히 보이네.”
“독심술 스킬이라도 가지고 있었나요?”
“얼굴도 없는 놈한테 무슨 독심술이야. 그래, 네 생각대로 나는 이곳에서 탈출하지 못한다.”
“그쵸? 이해가 참 빠르기도 하네요. 그러니 헛짓거리는 그만하시고…….”
“그런데, 애초에 탈출할 생각도 없었어.”
“……?”
“처음부터 말했잖아. 네놈이 나설 줄 알았다고. 이곳 자체가 내가 원하던 장소였어.”
에이든이 처음 네르메데스 앞에서 자신의 포부를 밝혔을 때.
그녀는 자신이 가진 지식의 일부를 준에게 들려준 적이 있었다.
이곳, 10계층. 에델이 기거하는 장소에 대해서.
“그러니까, 너는 여기서 나가 줘야겠다.”
“예?”
누구 마음대로 자신을 내쫓겠냐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에델은 끝까지 그 말을 내뱉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걸 어떻게……?”
흐릿하게 마력이 모여 가려져 있던 준의 오른손.
그곳에 있던 포식자가 주둥이를 벌리며 소리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쭈왑-!
“충분히 다 먹은 모양이지?”
배가 부를대로 불렀다는 듯, 재차 쭈왑 소리를 내는 포식자를, 에델에게 겨눴다.
“폭식의 악마……! 수천 년 전에 소멸했어야 할 당신이 어떻게!”
저 장갑의 존재에 대해서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니나, 애초에 소멸한 신격의 파편에 불과했다.
저런 물건이야 블랙아웃에 찾아보면 한둘도 아닌 마당에.
오히려 저걸 부활시켰다는 것부터가 에델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설마……?”
이윽고 에델은 준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아차리고는 재차 경악에 빠졌다.
“안……!”
준의 마력에 집중하고 있던 터라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은밀하게 모여 있던 마력 아래로, 포식자가 계속해서 이 공간의 기운을 빨아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따가 다시 보자고.”
이윽고 줄곧 이 공간 전체에 퍼져 있던 에델의 기운을 마음껏 포식한 포식자가 에델을, 정확히는 놈의 뒤에 있던 수정체로 기운을 토해 냈다.
[아이언 피스트] [인챈트 서포터] [포인트 인 오브 라이트]동시에 엘레노어의 신성 마법이 부여된 인챈트 북으로 강화된 준의 마법이 에델의 복부를 그대로 후려쳤다.
“크헉-!”
날아가는 충격으로 자신의 뒤에 있던 수정체에 빨려 들어간 에델의 시선 끝에.
중지를 치켜 올린 준의 모습이 보였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37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