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4)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4화(4/374)
4화 검은 숲 탈출기 (3)
총 여섯 마리로 무리를 짓고 다니는 녀석들 중 하나가 플랜트 언데드를 짓밟은 것이다.
아우우우우우우우우——!!
플랜트 언데드의 괴성에 아우터 울프가 울부짖자, 그와 공명하듯 다른 녀석들의 하울링이 울려 퍼졌다.
광폭화의 전조였다.
노란빛을 띠던 안광이 붉게 변하기 시작하고, 가뜩이나 커다랬던 놈들의 덩치는 이제 괴수라 불러도 될 정도로 거대해졌다.
“젠장…….”
재수가 없어도 유분수지, 난입 이벤트가 연속 2번이나 나타나다니.
‘[행운] 스킬은 허수아비냐고.’
아이템의 드롭률을 높여 주는 스킬이라 남은 스킬 포인트로 대충 찍었는데, 이럴 때는 효과가 없는 모양이다.
‘이것도 토벌의 실패에 대한 영향인가.’
용병만 수십 명이 고블린에 의해 목이 잘려 나갔으니, 그 피 냄새가 얼마나 멀리까지 퍼졌겠는가.
검은 숲 일대의 짐승형 몬스터들이 죄다 몰려오고 있을 것이다.
“에이든! 놈들을 상대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1분 이상은 힘들 것 같습니다!”
해 봐야 그 정도가 최대였지만, 준이 씩 미소를 지었다.
“1분? 좋아. 그럼 그때까지 맡긴다!”
하급 용병이 아우터 울프 한 마리를 상대로 이기는 것도 기적처럼 여겨지는 마당에.
무려 6마리를 상대로 1분이나 버틸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일이었다.
이내, 준의 주변으로 다시 한번 마력이 휘몰아쳤다.
그에 맞춰 에이든도 완전히 광폭화 상태에 돌입한 아우터 울프들에게 달려들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광폭화된 놈들이 뒤에서 몰아치는 마력에도 불구하고 에이든에게 먼저 달려들었다는 점이다.
‘속도가 더 빨라졌어. 광폭화의 영향인가?’
검은 숲의 특색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지만, 아우터 울프에 대한 정보는 에이든의 머릿속에도 들어 있었다.
일반적인 늑대들의 주무기는 오로지 날카로운 이빨뿐이다.
그러나 아우터 울프는 마치 호랑이처럼 발톱도 무기로 쓴다.
광폭화의 영향으로 더욱 커지고 날카로워진 발톱이 에이든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 들고 있는 검으로는 두 번 이상 막기 힘들겠어.’
그렇다면 놈들의 숫자를 줄여 보겠다는 욕심은 버린다.
그리 판단한 에이든의 발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준과 놈들의 거리를 최대한 벌리기 위해 아웃코스로 돌며 이어지는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그런 판단이, 아우터 울프의 진형을 완전히 파괴시켰다.
평소처럼 순서를 지켜 합을 맞추는 움직임과 달리, 광폭화된 아우터 울프들은 서로의 동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마구 달려들었다.
그 과정에서 서로 부딪치거나, 동족을 해하는 경우까지 나타났다.
“큭……!”
하지만 상황이 나아진 건 아니었다.
완전히 이성을 잃은 녀석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몰아쳤으니까.
그중 한 놈이 아가리를 벌려 에이든의 목을 노렸다.
한순간에 머리째로 씹어 삼킬 듯한 기세.
하필이면 다른 놈의 공격을 흘려 내느라 검을 쓸 수 없을 때 들어온 공격이었다.
“꺼져라!”
하지만 에이든은 일반적인 범주를 넘은 속도로 검을 회수하고, 달려든 녀석의 턱을 꿰뚫었다.
커헝—!
즉사한 녀석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에이든이 검까지 포기하고 뒤로 도약했다.
두 마리가 순차적으로 달려들어 그가 있던 자리를 헤집었다.
“후…….”
차분하게 한 놈을 정리한 것까진 좋았지만, 애석하게도 검을 잃었다.
그러나 에이든의 표정은 오히려 더욱 차분해졌다.
“정확히, 1분입니다.”
“수고했다.”
계속해서 마력을 모으고 있던 준으로부터 답이 들려왔다.
동시에, 그를 중심으로 모여들던 마력이 일제히 퍼져 나갔다.
[디텍팅 타깃(Detecting Target)]그리고 퍼져 나온 마력의 일부가 원의 형태를 취하더니 에이든에게 달려드는 아우터 울프들을 조준했다.
마법의 적중률을 높여 주는 보조 마법이었다.
이후 재차 마법이 발현됐다.
[록 홀드(Rock hold)]————!!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는 대지.
거대한 나무가 휘청거리고, 새들이 재앙으로부터 도망치듯 하늘 위로 솟구쳤다.
이내 달리던 아우터 울프들이 균형을 잃으며 쓰러진 순간.
쿠구구구구—
대지가 뒤집어졌다.
적어도 그 광경을 목도한 에이든은 그렇게 봤다.
“이게 무슨…….”
록 홀드.
2서클 마법인 홀드의 상위 마법으로, 3서클 수준의 마법이다.
대지를 움직여 적을 속박하는 기술.
하지만 저걸 과연 속박이라 부를 수 있을까.
대지라는 괴물이 아가리를 벌려 이성을 잃은 짐승들을 그대로 씹어 삼켰다.
깨갱—!!
이어지는 소리는 빛 한 점 들지 않는 대지 안에서 압착당해 죽어 가는 짐승들의 비명뿐.
“후우…….”
그로부터 얼마 후.
이적을 일으킨 준은 조금 피곤한 표정으로 아우터 울프들이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대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의 뱃속에 담긴 자양분을 간직한 채 평소대로 돌아왔다.
꿀꺽-
절로 마른침을 삼킨 에이든이 준에게 황망한 시선을 보냈다.
‘이게, 3서클 마법이라고?’
과거 에이든은 여러 마법사들을 마주할 기회가 있었다.
그중에는 4서클의 마법사도 있었는데, 그가 보인 이적도 이렇게 살벌하진 않았다.
“선배, 방금 그건…….”
“잠깐, 에이든.”
“예?”
그야말로 압도적이라는 말이 부족할 전투를 펼쳤으나, 준의 표정에서는 아직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에이든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깨달았다.
적은 아우터 울프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잔잔해진 대지에 다시금 미약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 진동의 근원지를 향하는 순간, 그 둘이 발견한 것은.
“골렘……?!”
4미터에 다다르는 거대한 몸체.
녹색의 이끼에 뒤덮인 자율형 타입의 골렘이 진한 녹빛의 안광을 터뜨리며 준과 에이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 *
“에이든! 저놈 공격은 정면에서 받으면 안 돼!”
준의 외침에 에이든이 아직 회수하지 못한 검 대신 근처에 있던 방패를 집어 들었다.
그와 동시에 골렘이 움직였다.
키이이이잉——!!
날카로운 쇠가 갈리는 소리와 흡사한 골렘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녀석의 거대한 주먹이 공기를 찢어발기며 날아들었다.
[실드]준이 다급히 에이든의 앞으로 방어막을 펼쳤다.
그러나 [실드]는 그런 골렘의 주먹을 아주 잠깐 막았을 뿐, 금세 유리처럼 산산조각 나 버렸다.
‘정면에서 안 된다면……!’
흘려야 한다.
필사의 각오를 하며, 에이든이 들고 있던 방패가 아주 미약한 붉은빛을 머금었다.
콰아아앙——!
골렘의 주먹과 방패가 맞닿는 순간, 기묘하게 비틀리는 방패.
흘려보낸 공격임에도 불구하고, 에이든은 허공을 훨훨 날아 바닥에 처박혔다.
“커헉!”
몇 번이고 바닥을 구른 에이든이 흙먼지 속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무슨 힘이……!”
공격을 받는 순간 마력으로 신체를 보호하지 않았다면 방패째로 분쇄될 뻔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부족했는지.
‘젠장. 부러졌어!’
방패를 들고 있던 팔은 그의 의지를 배반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절망적인 소식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하필, 골렘이라니…….’
<블랙아웃>에서 하급 마법사들이 무시당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마력통 자체가 작은 탓에 마법을 여러 번 쓸 수 없다는 것과, 부족한 체력으로 자주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
그 외에도 여러 문제점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저 골렘 같은 몬스터들에게 있었다.
‘마법 저항 특성…….’
고대에 만들어졌다 알려진 골렘은 그 자체로 마법 저항력이 높다.
수많은 마법사들이 블랙아웃 내에서 패배의 쓴맛을 봐야 하는 이유였다.
* * *
골렘.
이정준이었던 시절, <블랙아웃>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마법사 유저들의 절망으로 유명했다.
-아니 씨팔 이 개 같은 골렘 이 새끼 뭐 하는 새끼임?
-개발자 개간나들아! 마법사 혐오를 씨발 멈춰 주세요!
-장비에 스킬북이랑 영약까지 1억 골드 이상 때려 박았는데 골렘 새끼 한 마리 잡질 못하네. 이딴 게 게임??
-개발자 : 아 꼬우면 마법사 하지 말라고 ㅋㅋ
-2회차엔 마법사 하려고 했는데 이 글 보고 맘 접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3회차까지 10억 모아서 간다. 존버 가즈아아아앗!
┕ 10억을 받았습니다…
그렇기에 마법사 플레이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뿐이었다.
강력한 전사 NPC들을 파티에 영입시키고, 버프 마법을 무식하게 때려 박는다.
그 다음에는 제발 이겨 주길 기도하는 기도 메타가 당시 마법사 플레이어들의 유일한 선택지였다.
‘에이든의 컨디션이 정상적이라면 어떻게든 빈틈을 노려 볼 수 있었을 텐데…….’
문제는, 준과 에이든. 둘 모두 정상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앞서 고블린들과의 전투를 펼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
에이든은 아직 마비독에 당한 여파가 남아 있는 상태였고, 준 또한 오랜 시간 이어진 강행군으로 많이 지친 상태였다.
“후우…… 진짜. 재수도 더럽게 없지.”
에이든을 반쯤 무력화시킨 것을 확인한 골렘의 시선이 준에게 향했다.
“좋아. 어디 한번 해보자고.”
스스로를 위로하듯 그리 중얼거리며, 준은 습관처럼 목에 걸린 초커에 손을 올렸다.
손에서 흘러나오는 얇은 마력의 실이 초커로 향했다. 마치 실뜨기를 하듯 일정한 패턴을 그리며 생성된 마력의 실이 일종의 언어를 이루어 초커에 파고들었다.
[언령 해석 중…….] [해석 완료.] [언령, ‘게으른 순례자의 오디세이’의 영향력을 10퍼센트 하향합니다.]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마력의 파동이 준의 주변으로 흘러나왔다.
만약 마력에게 감정이라는 게 있다면 이 풍경은 그들의 어떤 감정을 표현한 것일까.
진한 마력의 실이 통제에서 벗어난 듯, 허공에 튕겨질 때면 공간에 일그러짐이 생겨났다.
그런 마력의 실들이 준의 목에서 셀 수조차 없이 흘러나와 일대를 뒤덮었다.
* * *
게임 <블랙아웃>이 인기 있던 여러 이유 중 하나를 정하라 하면, 난이도만큼이나 정교한 게임의 시스템이 꼽힐 것이다.
한 차례 절망을 맛보고, 왜 실패했는지 고민한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가진 창의력과, 게임 속에 담긴 힌트가 합쳐지는 순간, 막혔던 문제가 풀리게 된다.
‘그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지.’
과거 <블랙아웃>의 고인물이었던 준 또한 그 잊을 수 없는 맛을 보고는 게임에 푹 빠져들었다.
‘골렘도 그런 계열의 몬스터 중 하나였어.’
한참 마법사 클래스를 키우던 시절에도 그는 골렘과 마주한 적이 있었다.
가뜩이나 적은 마력통이 밑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마법을 쏟아부어도, 체력의 20퍼센트밖에 까지 못했을 때의 좌절감이란.
특히나 화력에 모든 것을 투자했던 캐릭터인 만큼, 당시 그가 느꼈던 절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사실 그때도 알고 있긴 했어. 이 게임이 오로지 화력 하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그렇기에 당시 이정준은 자신의 고집을 꺾고, 최초로 유틸리티 마법을 배웠다.
“후우…….”
목에 감긴 초커에서 느껴지는 작은 해방감.
지금은 봉인해 둔 그의 재능이, 이 순간 일부분 그에게 돌아왔다.
그 증거로 일대의 마력이 그가 품은 마력에 반응하여 옅은 진동을 만들어 냈다.
‘오랜만인데. 이 느낌은.’
기본적으로 이 세계의 모든 인간들은 체내에 마력을 쌓아 둔다.
검사든, 마법사든, 사냥꾼이든.
그러나 [마신지체]는 다르다.
마력이 곧 그였고 그가 곧 마력이었다.
이 진리에 따라 이 세상에 퍼져 있는 모든 공간 속 마력들은 그의 마력에 동조했다.
이런 그의 모습을 두고, 그의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 아주 오만하고, 불손하며, 끝이 없는 재능이로구나.
그 당시에는 몰랐다. 자신이 가진 재능의 끝을.
하지만 이 세상에서 살아간 지 1년이 된 지금, 준은 당시 스승이 했던 말을 인정했다.
‘당신과 같은 감상을 품었다는 것 자체가 역겹지만, 그럼에도 당신의 말이 맞았어.’
작지만, 그의 영역 안에 닿는 모든 것이 마치 몸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든,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고, 볼 수 있으며, 느낄 수 있다.
그야말로 일심동체.
‘아직 내 실력이 부족해 완벽히 제어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언젠가, 당장이라도 닿을 듯하면서 요원하기만 한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저 녀석을 정리해야겠지.’
게임과 다르게 실제로 보니 어마어마한 위압감을 풍기는 골렘.
놈이 자세를 낮췄다.
마법사처럼 방패 전사들에게 절망감을 선사하는 놈의 스킬 중 하나인 [돌진]이다.
거구에 걸맞게 압축된 무게를 실어 달려오는 녀석의 돌진에는 [아머 크래시] 특성이 붙어 있다.
‘대부분의 방어 스킬을 무력화시키는 만큼, 저 공격을 정면에서 막는 건 미친 짓이야.’
일반적인 마법사라면 저 스킬을 피하기 위해 헤이스트 마법을 시전할 것이다.
마법사에게 부족한 기동성을 챙겨 주는 효자 마법이지만, 준의 선택은 달랐다.
‘마신지체가 있는 이상, 피할 필요는 없어.’
상상을 현실로 그려 내는 이적. 마법을 영창한다.
상상 속에 그려지는 것은 거대한 바위.
세월이라는 피해 갈 수 없는 적수를 두고도 제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바위다.
비록 바람에 할퀴어지고, 모래폭풍에 의해 깎여 나가지만 그럴수록 바위는 더욱 튼튼해지고 자신을 위협하는 모든 것을 제자리에서 받아 낸다.
‘그려 낸다. 내 상상을.’
마법이라는 것은 단순히 주문을 외우고, 거기에 맞게 마력을 주입하기만 하면 되는 작업이 아니다.
시전자가 상상하는 그림이 정교하면 정교할수록, 그것을 투영하는 마법진 위로 마력이 더욱 정교하게 그려지니까.
마치 조각가가 신이 빚은 여인을 모방하듯, 섬세한 마력의 손길이 그가 그린 심상을 현실에 빚어 낸다.
이윽고 완성된 실드는, 앞서 에이든을 보조했던 것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견고한 방패가 되었다.
마법이 완성됨과 동시에 골렘이 돌진해 왔다.
마법사가 빚어 낸 세월의 바위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골렘이 맞붙는 순간 거대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 * *
“크윽!”
뒤에서 그 광경을 목도한 에이든이 몰아쳐 오는 먼지바람에 얼굴을 찡그렸다.
“막았어……?!”
세월을 묵묵히 견뎌 온 바위가 골렘의 돌진을 막아 냈다.
동시에 골렘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굼떠졌다.
돌진에 실패한 대가로 상태이상, [그로기(기절)]에 걸린 것이다.
“크으……!”
팔에서부터 시작된 격통이 온몸을 찌르는 듯했지만, 에이든은 어떻게든 일어서기 위해 발버둥 쳤다.
놈의 그로기 상태가 유지되는 것은 고작해야 10초 남짓.
어떻게든 몸을 추스린 에이든이 충격파에 튕겨져 나간 아우터 울프의 사체로 향했다.
놈의 사체에 꽂혀 있던 검을 회수한 에이든은, 그로기에서 벗어난 골렘의 뒤통수를 바라봤다.
준이 벌어 준 시간을 헛되이 낭비할 수는 없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