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59)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59화(59/374)
59화 멎은 숨결의 도시
“아, 오셨군요.”
검은 숲 요새에 도착하고 클로이에게 향하려던 무렵.
준은 클로이의 방 주변을 지키고 서 있던 병사를 마주했다.
“안 그래도 마법사님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편지?”
“예.”
“음…… 고맙소.”
발신인의 이름이 적히지 않은 편지를 받고서, 준은 클로이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준!”
그러자 이전보단 신수가 훨씬 괜찮아진 클로이가 준을 반겼다.
“잘 있었냐?”
“물론! 여러모로 바쁜 시간이었지. 그런데 너…… 괜찮아?”
드물게 클로이가 표정 관리도 하지 않은 채 준의 상태를 물어 왔다.
그로 그럴 것이, 이번 계획은 이전처럼 쉽게 흘러가리라 생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클로이조차 계획을 짜는 중 몇 번이고 준에게 다시 생각해 보라 권할 정도였다.
다름도 아니고 7서클 마법사가 이끄는 마탑에 잠입한다는 건 그만큼 미친 짓이었으니까.
“뭐, 한 번 죽을 뻔했는데 그만큼 얻은 것도 많아.”
“하아…… 가만히 있던 나도 심장이 이렇게 떨렸는데. 진짜 그 강심장 하난 인정해 줘야 한다니까.”
클로이의 안도에 준은 어깨를 으쓱이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면서 병사에게 받아 온 편지를 뜯어 내용물을 훑어봤다.
“무슨 편지야?”
“나도 몰라. 이제 확인해 보려고.”
발신인도 안 적혀 있었지만, 대충 내용을 보니 발신인을 알 수 있었다.
다름이 아니고, 엘레노어에게 온 편지였다.
“큰일은 아니었음 좋겠네. 그나저나 할 말이 있어.”
“뭔데?”
“당분간…… 좀 조용히 지내야 할 것 같아.”
“음. 아무래도 그렇겠지. 일이 이렇게 커졌으니까.”
이번 사태의 중심은 본래 클로이와 길레느 상회였다.
느닷없이 벌어진 검은 숲 요새에서의 테러 사건. 그로 인해 이름이 구겨진 백작.
이것만으로도 블랙아웃의 여러 인사들이 조금씩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그보다 더 큰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볼카토르닉 마탑에서 역모 의혹이 터진 것이다.
테러 사태야 넓게 보면 백작의 개인적인 모욕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었으나, 역모라는 단어가 걸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순식간에 사건이 크게 부풀려졌고, 블랙아웃의 여러 거물들이 백작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들은 일제히 하나의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도대체 누가 볼카토르닉의 비밀을 알아낸 거지?
모두의 관심사가 그곳으로 쏠렸다.
이미 볼카토르닉 마탑의 창고가 털린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방법 마법으로 삼엄한 마탑을 뚫고 내부로 들어간 간 큰 실력자가 누구인지 모두가 의문을 표했다.
당연히 그 후보군에는 길레느 상회도 껴 있었으나.
아직까진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되는 모양이다.
“여기서 네가 더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불편한 관심을 받게 될 거야.”
“틀린 말은 아니네.”
문제는 클로이도 아직 뒷정리를 끝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보를 통제해야 할 길레느 상회가 반파된 상황.
소통이 힘든 지상에서 인력 지원이 올 때까진 시간이 필요했다.
‘거기에 아무나 다 파견을 보내 주진 않겠지.’
이번 일로 클로이도 타격을 꽤 크게 입었다.
가뜩이나 상회 내에서 자신의 세력이 얼마 되지 않았던 그녀인만큼, 이번 동료들의 죽음은 큰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이번 사태로 클로이가 블랙아웃의 실세인 백작과 확실한 연줄을 만들었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이는 길레느 상회에게 있어서 꽤 유의미한 진전으로 보였을 터.
‘그만큼 지지자들도 늘어나겠지.’
그러면 상회 내에 적들도 늘어날 것이다.
클로이의 입지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녀의 형제들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것을 의미했으니.
‘힘든 싸움이 되겠어.’
이렇게 되니 오히려 미안한 사람은 준이었다.
‘내 존재 때문에 그 사람들을 잃은 것이나 다름 없지.’
결과적으로 세르게이가 준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이 문제였다.
‘마법학회. 놈을 본 건 그때뿐이었어.’
[뛰어난 기억력]이 이 육체가 가지고 있던 기억 중 하나를 끄집어 올렸다.준이 아직 이 몸에 깃들기 전. 스승이 데리고 갔던 학회에서 세르게이를 먼발치에서 본 적이 있었다.
아마 놈은 그때의 모습을 기억하고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터.
‘그리고 내가 마신지체임을 깨달은 건 아마도…… 데미안 마탑이 무너진 직후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말고는 자신의 마신지체에 대해 알아차렸을 가능성은 없었다.
스승이었던 데미안도 뛰어난 제자를 들였다고 알리기만 했지, 그가 마신지체임을 사방팔방에 소문내고 다니진 않았으니까.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있을까?’
머리가 복잡했다.
자신으로 인해 클로이에게 원치 않은 상처를 준 것 같아서.
그리고 앞으로도 비슷한 결과가 벌어질 것만 같아서.
‘이것도 배부른 투정인가.’
[흔들리지 않는 심장]이 자신에게 그리 말하는 것 같았다.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노라고.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정론이었다.
그 때문일까.
클로이만큼이나 표정 관리가 잘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솔직히 말해서.”
“…….”
“그 사람들의 죽음을 받아들였을 땐 네가 잠깐은 원망스러웠어.”
“…….”
“하지만, 그런 너를 받아들인 건 결국 내 선택이었지.”
“클로이.”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나 반대로 그녀가 그렇게 받아들이면 자신의 마음이 편해질 거라는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스스로에게 혐오감이 들 정도로 편협한 생각이었다.
“모든 선택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르는 법이잖아? 그리고, 너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줬어.”
볼카토르닉 마탑의 붕괴는 이제 시간문제다.
가장 큰 문젯거리였던 마탑주, 세르게이는 정신 이동 중 치명상을 입으면서 무력화됐다.
아마 백작이 모든 수사를 끝내는대로, 세르게이는 혼수 상태인 채로 형상의 이슬이 되리라.
7서클을 이륙하여 마탑주가 된 사내 치고는 지나칠 정도로 허무한 최후였다.
그만큼 이번 사태로 목숨을 잃은 이들에 대한 복수는 확실하게 이뤄 냈다고 봐야 했다.
“여기서 무섭다고 모두 손을 놔 버리면 그건 그것대로 그 사람들의 죽음을 모욕하는 거겠지. 그러니까, 계속 함께하자고. 파트너.”
“……고맙다.”
* * *
“아무튼! 이야기가 갑자기 딴 길로 샜는데, 본론으로 돌아가자.”
“주변에 시선이 너무 많아졌다는 건가?”
“맞아. 지금 상황에서 주목을 받는 건 여러모로 좋지 않아.”
클로이도 이번 사태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고작 몇 달의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터였다.
“내가 너를 보호해 줄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해.”
“본론은 그때까지 숨 죽이고 있어야 한다는 건가.”
그 말에 클로이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한 번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아로바티 상회와 볼카토르닉 마탑의 협업을 깨달았을 때와 비슷했다.
“여기서부터는 너 의견이 중요해. 나는 어느 쪽이든 적극 수렴할게.”
이대로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백작의 비호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용병답게 일을 지속할 것인가.
클로이는 가능하면 전자를 선택했으면 하는 눈치였으나.
“여러모로 타이밍이 맞는걸.”
준은 들고 있던 편지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지 않는 곳에서 의뢰가 들어왔거든.”
“……의뢰?”
준이 건넨 편지를 받아 읽은 클로이가 대번 눈살을 찌푸렸다.
“뭐? 여길 가겠다고?”
“여기만큼 사람이 안 다니는 곳이 또 있던가?”
“아무리 그래도!”
“걱정 마. 이번에도 번듯이 살아 돌아올 테니까.”
다음 행선지가 정해졌다.
언데드들의 도시이자, 3계층 필드인 ‘적성(寂城)’이었다.
* * *
또다시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어어어――
그 시간은 세 사람 모두에게 여러모로 뜻깊은 시간이었다.
준은 5서클에 진입한 이후 내실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크륵, 쿠르르륵―!
마야는 살기를 컨트롤하는 데 좀 더 능숙해졌다.
붕대녀―일로라와의 결전 중, 자신의 살기가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캬하학, 캬학!
그리고 에이든 또한, 오러라는 전사들의 궁극기에 대해 실마리를 잡게 되었다.
여태까지 에이든이 생각했던 오러라 함은, 막연히 단단한 검을 더욱 단단하고 강인하게 만들어 주는 이미지였다.
끼히히히―!
하지만 일로라와의 결전 이후, 오러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가 철저히 박살 났고, 지난 한 달 동안 그 이미지를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에이든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자신의 무력은, 이내 곧 오러에 닿을 것임을.
그 깨달음을 녹여 낼 수 있는 실전의 기회만 주어진다면,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오러를 두 손에 쥐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렇기에 최근 며칠 동안, 에이든은 검을 손에 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끄으으어어어―!
이곳, 언데드 도시. 적성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
다가오는 언데드를 향해 에이든이 막무가내로 검을 휘둘렀다.
그곳에는 그 어떠한 깨달음도 없었다.
만약 몸에 녹아 있는 검술이 아니었더라면, 어디 삼류 잡배가 휘두른 게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침착함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전투의 현장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준은.
탁―!
이마를 쳤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 제대로 언데드를 상대해 본 경험이 없었구나.”
아직 사람을 죽이는 것조차 망설임이 있는 녀석에게 망자들의 도시는 너무 큰 진입 장벽이었다.
* * *
생각해 보면, 에이든이 언데드를 마주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검은 숲에서도 플랜트 언데드가 존재했었으니까.
다만, 플랜트 언데드는 본격적인 언데드하고는 아무래도 거리가 멀었다.
거무칙칙한 이끼로 전신을 가리고 있기도 했고, 애초에 움직임도 언데드 치고는 굉장히 굼떴다.
반면, 3계층 필드 중 한 곳인 적성은 널리 퍼져 있는 악명만큼이나 언데드에 진심인 필드다.
“에이든……. 괜찮냐?”
“허억, 허억……! 며, 면목이, 없습니다……!”
공포에 질렸다…… 라기보단, 생리적인 혐오감에서 나오는 반응이었다.
‘당연하지. 죽어 있어야 할 시체가 대놓고 돌아다니는데.’
일반인도 죽은 시체가 움직이는 걸 보면, 일단 몸부터 굳을 것이다.
도망치거나 맞서 싸우거나.
둘 중 하나의 행동을 취해야 함이 마땅하지만, 뇌가 저 엽기적인 장면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마야는 이런 일이 꽤 흔한 모양인지 평소와 별다를 바 없는――
이히히히히히힉――?!
때마침 나타난 고스트가 준의 [파이어 볼]에 적중당해 형체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러자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
“…….”
평소처럼 표정에서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그러나 어째서인지 평소보다 더욱 의도된 듯한 무표정인 마야가 서 있었다.
“뭐 하니?”
“…….”
“뭐 하냐니까?”
“리더.”
“응. 말하렴.”
“강력한 인챈트. 아주아주 강력한 인챈트를 부탁함다.”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한 목소리로 말하는 마야였으나, 그 안에서 떨림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네가 인챈트라는 고오급 단어까지 말하니 내가 참 눈물을 참을 수가 없구나…….”
그런데 너…….
‘조경족이잖아……. 선조의 영혼한테 훈수받는 부족이잖아…….’
그런 귀신들을 달고 사는 애가 왜 고스트한테 바짝 쫄아있는 거냐고…….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6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