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62)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62화(62/374)
62화 베른(1)
세 사람의 이목이 준에게 집중됐다.
준은 그 시선들에 관심을 끄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이런 느낌인가.’
히든 던전, 마녀의 숲에서 얻은 레시피인 영멸루는 ‘영원을 죽이는 힘’이다.
즉, 사기를 지워 버리는 데 이만한 것도 없다는 의미다.
‘언데드처럼 사기를 다스리는 녀석들한텐 효과가 제대로 먹힌다는 거지.’
이런 상황을 대비했던 것은 아니나, 영멸루는 그 자체로도 얻어 두면 좋은 레시피다.
블랙아웃 내에서 언데드 같은 불멸의 존재는 의외로 제법 자주 마주치게 되니까.
“음.”
끌어올린 마력을 붓 삼아 그림을 그리듯 마법패턴을 맞추고.
그렇게 완성된 마법을 발현시켰다.
[정신계:마리오네트 라인]과거 검은 숲에서 에이든과 함께 고전했던 골렘을 상대했을 때처럼.
검은 빛의 실타래가 준의 손에서부터 흘러나와, 천천히 허공을 부유하다 쓰러진 전사 중 한 명의 이마에 닿았다.
정신을 집중하고, 머리로 침투한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갔다.
아직까진 거부 반응이 없었다.
[슬립]의 효과였다. 오히려 미약하게 느껴지는 신성력은 유유히 검은 실을 인도했다.그 인도를 따라 뇌를 타고 척추로 향하는 길목.
그곳에서 검보랏빛의 기운과 맞딱뜨렸다.
‘사납군.’
보이자마자 사납게 적의를 보였다.
마치 이성을 잃은 짐승처럼 보이기도 했다.
두려울 게 없는 놈들이다.
사기는 신성력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뇌로 침투하기 위해 날뛰고 있었다.
하지만, 영멸루가 깃든 검은 실과 마주치자, 마치 비명을 지르는 것만 같았다.
엘레노어의 말에 의하면 물과 기름이 섞인 듯했다던가?
비슷하지만, 조금 달랐다.
저건 신성력을 뒤집어 썼을 뿐이다.
마치 양의 탈을 쓴 짐승처럼.
‘사라져라.’
검은 실이 사납게 울부짖으며 물러나는 사기를 뒤쫓았다.
서서히 척추를 타고 내려가 심장 어림까지 몰렸으나, 곧 검은 실은 검보랏빛의 사기를 잡아 낼 수 있었다.
사아아아아――
그러자 마치 물에 닿은 불처럼 힘없이 사그라드는 사기.
그 풍경을 지켜보다 눈을 뜨니.
“으윽…….”
성전사가 옅은 신음을 흘리며 몸을 비틀었다.
코와 입, 그리고 모공에서부터 검보랏빛의 연기가 흘러나오더니 허공에서 흩어졌다.
“세상에.”
엘레노어가 적잖은 감탄사를 내뱉었고.
마야는 드물게 흥미를 보였으며.
에이든은 믿고 있었다는 듯 준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남은 두 녀석들도 해결할까.”
남은 두 성전사의 몸에서 사기를 완전히 지워 버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0분에 불과했다.
* * *
“방금, 그건 뭐야?”
아직 잠들어 있는 성전사들의 몸을 신성력으로 훑어본 엘레노어가 물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몸에 쌓인 사기는 완전히 흔적을 감췄다.
“영멸루, 라는 아이템이야. 불로불사를 죽이기 위해 어느 한 마녀가 만든 필생의 역작이지.”
물론 그 당시 마녀의 솥으로 만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그보다는 훨씬 질이 떨어졌다.
애초에 그 당시 만들어진 것은 마녀의 마력이 섞인 솥의 도움이 컸으니까.
“언데드들에게는 쥐약이야. 그런데 숫자가 얼마 없어. 만드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재료도 꽤 까다롭거든.”
온갖 극독을 써서 만드는 만큼, 거래를 할 때도 여러모로 제약이 많았다.
그나마 클로이의 도움 덕분에 이 정도라도 만든 것이지.
“그럼……?”
“지금처럼 최대한 이쪽의 인원을 늘려 봐야지.”
남은 영멸루의 숫자는 9개. 지속 시간은 한 시간이다.
즉, 최대가 9시간이었다.
“모두를 구할 수는 없어. 그 대신, 모두를 구할 방법을 만들 수는 있지.”
사기에 잠식된 성기사들.
그들을 우선적으로 구조하고, 단번에 성배가 있는 곳까지 몰아쳐야 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바쁘게 움직여야 할 거야. 엘레노어, 교단에서 보냈던 전력은 어떻게 돼?”
“……성전사 200명, 성기사 10명, 일반 사제 30명, 나를 제외하면 상급 사제 4명, 상급 성기사 한 명, 주교님 한 분이야.”
“역시 성전사들까지 하나하나 다 신경 쓸 수는 없겠어. 일단, 성기사들을 최우선으로 해 보자.”
그러나 그 계획은 시작부터 어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반나절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마야가 정찰을 하고 온 결과, 성기사들은 모조리 베이스 캠프 안에 주둔 중이었으니까.
하지만 모두가 캠프 내부에서 발견된 것은 아니었다.
“덩치 큰 성기사를 발견했슴다. 엄청나게 큰 망치와 방패를 들고 있었슴다.”
그에 엘레노어가 외쳤다.
“베른!”
“베른?”
“저번에 봤던 아저씨야. 상급 성기사셔. 옛날엔 기사단장까지 하셨었고.”
“엄청난 거물이군.”
곧바로 다음 타깃이 정해졌다.
* * *
“준비는 끝났어?”
엘레노어의 물음에 그녀의 앞에 서 있던 세 명의 성전사가 바짝 군기가 든 채로 대답했다.
마야가 정찰을 다녀오는 사이, 잠에서 깨어난 성전사들이었다.
“예! 완벽히 끝마쳤습니다!”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은혜에 반드시 보답해 보이겠습니다!”
그들은 엘레노어의 의견에 따라, 보험으로 활용했다.
이곳 적성을 벗어나, 교단에게 현재 일어난 사태에 대해 알리는 전령으로.
만약에라도 준의 계획이 실패하더라도 그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 줄 것이다.
그렇게 세 명의 성전사들을 배웅해 주고 난 뒤, 준과 일행들은 마야를 따라 적성의 도시를 거닐었다.
도중도중 언데드와 마주치긴 했으나, 그 숫자는 많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언데드들은 베이스 캠프 주변을 돌아다니지 않았다.
아마 사기에 범벅이 됐더라도, 미약한 신성력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덕분에 가는 길은 비교적 쉬웠다.
“저기 보인다.”
“아저씨…….”
옆에서 엘레노어가 얕게 탄식을 내뱉었다.
두꺼운 철갑에, 한 손에는 배틀 해머. 반대 손에는 과연 사람이 쓸 수 있는 건가 의심이 될 정도로 거대한 방패가 들려 있었다.
저 정도면 그 자체로 인간 흉기다.
“다시 봐도 엄청난 위세야.”
문뜩 과거 ‘이정준’ 시절에 키웠던 전사 캐릭터가 떠올랐다.
그 캐릭터도 베른과 비슷한 무장을 했었다.
“베른 아저씨는 7레벨 전사야.”
“7레벨이라.”
지금으로서는 까마득한 경지다.
준도 이제 겨우 아슬아슬하게 5레벨에 걸친 상황이고.
에이든은 3레벨 끝자락, 마야도 4레벨 끝자락이었으니까.
‘자칫하다간 끔살당할 수도 있겠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상대는 가장 큰 무기인 신성력을 쓸 수 없었다.
즉, 순전히 육체 능력으로만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7레벨 유저의 육체 능력은 가볍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지.’
낼 수 있는 파워 자체는 6레벨 초중반에 이르겠지만, 그마저도 버겁다.
에이든과 마야는 잠깐도 버틸 수 없을 것이고, 제법 긴 시간 마력을 먹인 골렘조차 딱 한 번 공격을 막을 수 있을 정도일 터.
‘하지만 내 보조 마법이 들어간다면…….’
에이든은 4레벨, 마야는 5레벨 초입까진 도달할 것이다.
‘거기에 엘레노어의 신성 마법까지 곁들여지면, 무모한 정도는 아니야.’
이지가 없는 상대이니, 최대한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최대한 에이든과 마야가 상대의 힘을 빼고, 빈틈을 타서 준이 속박 마법으로 제압.
그 상태로 [슬립]을 중첩으로 걸어 완전히 무력화 시키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쿠웅―
그때, 상대도 이쪽을 발견했다.
그저 발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발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오우거냐고.’
여지없이, 그의 두 눈에는 검보랏빛의 사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아저씨, 구해 줄게……!”
엘레노어가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힘널 오브 라이트(Hymnal of light)]천상의 찬송가가 울려 퍼졌다.
상급 사제의 축복이 에이든과 마야에게 깃들었다.
전체적인 신체 스펙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며, 쉽게 지치지 않게 되었다.
[라이프 실드 오브 라이트(Life shield of light)]불의의 일격을 한 차례 보호해 주는 빛의 방패가 두 사람의 몸에 깃들었다.
온전한 7레벨의 공격은 힘들겠지만, 신성력을 쓰지 못하는 베른의 공격이라면 한 번쯤은 막아 줄 수 있을 것이다.
“후우.”
엘레노어에 이어서 준이 마법을 발현시켰다.
[부여계:엘리멘탈 아머리] [부여 속성:화]마력의 순도와 부실한 장비 탓에 공격력이 비교적 부족한 마야를 지원했다.
그녀의 쌍검에, 화르륵! 불꽃이 피어올랐다.
덕분에 마력을 아낄 수 있게 된 마야가 더욱 은밀하고 신속하게 움직였다.
쿠웅, 쿠웅!
이쪽을 발견한 베른이 거대한 망치를 들고 서서히 걸어왔다.
마야가 그런 베른에게 달려갔다.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든 마야는 한순간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베른의 측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
그러나 마야는 섣불리 달려들지 않고, 즉시 뒤로 물러섰다.
콰아앙!
방금까지 그녀가 있던 자리에, 거대한 망치가 내리꽂혔기 때문이다.
“위험……!”
뛰어난 그녀의 감각이 아니었더라면.
선조의 영혼이 호통을 치지 않았더라면 방금 그 일격으로 피떡이 됐을 것이다.
그렇게 마야가 잠시나마 시간을 번 사이, 준의 마법이 에이든에게 스며들었다.
[강화계:엘리멘탈 바디] [부여 속성:풍]과거, 침식자 군영과의 전투에서처럼 에이든의 몸에 바람 속성이 깃들었다.
심상이 내포된 것은 아니나, 그 대신 준이 5서클에 오른 만큼 마법이 더욱 정교해졌다.
“……아!”
거기에, 에이든도 붕대녀-일로라하고의 전투 이후 나름의 깨달음을 얻은 상태였다.
그러나 아직 육체가 그 깨달음을 완전히 녹이지 못하고 있었는데.
‘몸이 마치 깃털처럼 가벼워.’
준의 마법과 엘레노어의 신성 마법이 그 부족한 부분을 완벽하게 채워 주고 있었다.
‘그때는 바람 그 자체에 몸을 맡기는 것 같았다면…….’
지금은, 바람 그 자체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순간의 파괴력은 그때보다 낮아졌을지언정, 할 수 있는 동작은 훨씬 다체로워진 것이다.
‘지금이라면.’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마야의 회피 동작을 눈여겨 봤다.
더 자세히 파고들면, 마야의 움직임을 뒤쫓는 베른의 움직임을 눈여겨봤다.
‘저렇게 무거운 무장을 하고 있음에도…….’
마야를 따라잡고 있다.
‘아니, 저건 따라잡고 있는 게 아니야. 예측하고 있어.’
그 길을 따라 최소한의 동작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마야의 보조다.
그리고, 공격이다.
에이든이 가진 공격 능력은, 한순간 마야를 뛰어 넘을 수준이었으니까.
마야의 움직임에 따라 에이든이 땅을 박찼다.
막 베른의 망치를 피하고, 자세를 잡는 마야.
에이든은 그런 마야의 움직임을 읽었다.
‘다시 측면을 노릴 거야.’
그동안의 훈련 덕에 빛을 봤다.
베른이 마야의 움직임을 읽는 것처럼.
에이든도 마야의 움직임을 읽었다.
마야의 공격을 파훼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녀의 움직임으로 만들어질 빈틈을 노린다.
베른처럼, 최대한 간결한 동작으로 그에게 접근한다.
이미 베른의 상체는 마야가 향한 측면으로 돌아간 상태.
에이든은 그런 베른의 배후를 노렸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다리를 묶어야 해!’
핏빛의 마력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동시에 에이든의 목에 걸려 있던 주홍빛 보석 목걸이가 빛을 뿜었다.
마력에 화속성을 부여하는 아티팩트.
[샐러맨더의 축복]준이 볼카토르닉 마탑에서 구해 온 아티팩트였다.
피처럼 붉은 불꽃을 머금은 에이든의 검이 단단한 갑주에 보호받는 베른의 다리로 향했다.
검의 궤도를 따라 불꽃이 뒤따라갔다.
그만큼 빠른 쾌검이다.
‘됐……!’
살면서 가장 깔끔히 펼쳐 낸 검로다.
아무리 7레벨의 성기사라 한들, 반응할 수 없는 속도와 궤도다.
그러나.
‘……어?’
에이든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어느새 베른의 배틀 해머가 그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6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