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63)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63화(63/374)
63화 베른(2)
후우웅―
콰아아앙!!
배틀 해머가 에이든의 머리를 쪼개기 직전, 그 사이에 황금빛 방패가 생성됐다.
엘레노어의 신성 마법, [라이프 실드 오브 라이트]가 발동된 것이다.
하루에 단 한 번만 걸 수 있는 신성 마법이 허무하게 날아갔다.
하지만 그 덕분에 목숨을 건진 에이든이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이내 신성력으로 빚어진 방패에 금이 가면서, 그 아래로 배틀 해머가 떨어지고.
쿠웅- 대지가 고통을 호소하듯 울렸다.
“어떻게……?”
뒤로 물러선 에이든은 이제야 베른의 자세를 찬찬히 뜯어 볼 수 있었다.
마야의 공격은 베른의 방패에 의해 막혔다.
화속성 인챈트가 된 무기로 인해 방패가 붉게 달아올랐지만, 여전히 굳건했다.
‘배틀 해머로 마야를 견제하려던 게 아니었어?’
중간까지는 분명 그랬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베른의 손은 반대편 어깨로 넘어가, 배틀 해머의 손잡이 끝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관성에 따라 배틀 해머는 그의 등 뒤로 휘둘러진 상태고.
절대 힘이 실리지 않을 법한 자세였으나.
단련된 7레벨의 성기사는 불가능함을 가능케 만들었다.
‘방심했다.’
저런 크기의 배틀 해머는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이다.
새삼 그 사실을 깨달은 에이든이 뒤늦게 식은땀을 흘렸다.
‘그래도.’
방금 그 위기로 인해 감이 잡혔다.
상대의 무기.
무기의 리치.
7레벨 전사의 육체까지.
그 정보들이 한 번에 머릿속에 쑤셔 박히면서, 새롭게 계획이 그려졌다.
“후우…….”
그리고 직감했다.
‘지금 내 검술로는 힘들어.’
절대 저 성기사에게 데미지를 줄 수 없다.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저 성기사는 마치 거대한 성벽처럼 느껴졌다.
빈틈이 없다.
아무리 에이든에게 한 방이 있다 하더라도, 그걸 맞추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선배는 내 검이 정직하다고 하셨지.’
그 말이 맞다.
에이든의 검술이 가진 뿌리는 어디인가.
바로 황실 기사단이다.
남몰래 훔쳐봤던 황실 기사단의 연무장.
그곳에서 봤던 기사들의 검은 정직하고, 우직했으며, 강인했다.
따라서 에이든의 검도 그들을 따라 할 수밖에 없었다.
-정직한 검이 나쁜 건 아니야. 정도(正道)라는 말이 왜 있겠어? 오래 걸리더라도, 그게 결국 맞는 길이기 때문에 정도라는 거야.
선배, 준이라는 마법사는 특이한 사람이다.
몸뚱이만 봐도 검 한 번 손에 쥐어 본 적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이다.
실제로 그는 검술에 대해 하나도 몰랐다.
그 대신, 세상을 꿰뚫는 눈을 가졌다.
-세상만사 만류귀종. 가는 길은 서로가 다르더라도, 향하는 목적이 같다면 내가 해 줄 수 있는 조언이 제법 있긴 해.
한 달 전.
준은 에이든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혼자 만들 수 없다면, 동료를 믿어. 그게 우리가 함께 다니는 이유야. 계속 올바른 길을 걸어라. 그 길을 만들어주는 건, 동료들의 역할이니까.
그 말에 따라, 에이든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단 한 번.
적에게 닿을 단 한 번의 공격을 하기 위해.
마야를 바라봤다.
* * *
마야는 머릿속에서 웅웅 들려오는 여러 목소리들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끄러워.’
선조의 영혼들은 그녀에게 있어서 시끄러운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딱 하나. 그들과 맞는 게 있다면.
복수.
그녀를 키워 준 부족장의 목숨을 앗아 간 적들에게 복수하는 것.
그렇기에 마야는 그들의 의견을 따라 움직였다. 그들은 그녀가 리더라고 부르는 존재. 마법사를 따라가라고 했다.
마법사를 따라가면, 반드시 자신의 복수 대상을 마주칠 것이라 했으니.
‘귀찮아.’
그런데 지금 이 전투가 그 복수와 연관이 있는 건가?
알 수 없었다.
선조의 영혼들도 그 답을 말해 주지 않았다. 하긴, 원래부터 그들은 명쾌하게 답을 주는 법이 없는 이들이었다.
수많은 선택지를 보여 줬을 뿐이고, 마야는 그중 하나를 따라갈 따름이다.
하지만 에이든의 위험해서 벗어난 순간.
마야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안도였다.
그 순간 마야는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 이 용병대에 몸을 담고 있긴 했지만, 그들과는 하나가 된 적은 없다고 생각했으니.
그저 저들이 자신의 무력을 이용하듯.
자신 또한 복수를 위해 그들을 이용하는 것에 불과했을 텐데.
‘왜?’
자신은 방금 그들을 동료라고 생각했던 걸까.
그 의문이 기억 속에 파묻혀 있던 그녀의 과거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먼저 손을 내밀거라.
잊어버린 줄만 알았던 그 말이 떠올랐다.
부족에서도 언제나 따돌림당하는 그녀를 향해, 부족장이 해 줬던 말이다.
마야는 그 말을 단 한 번도 따른 적이 없었다.
그 기억이 트리거가 되었음일까.
마야는 지난 한 달 간 저들과 보내 왔던 시간 중 일부를 떠올렸다.
그날은 평소처럼 훈련을 하던 날이었다.
언제나처럼 에이든과 함께 대련을 하고 있었고.
순수한 체술에선 아직 에이든은 마야를 따라오지 못했다.
바닥에 쓰러진 에이든이 거친 숨을 내뱉었다.
-어떻게 이겨야 하지?
에이든이 중얼거리듯 혼자 내뱉은 말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그 대련을 보고 있던 준이 피식 웃었다.
-훈련이니까.
-그래도, 전장은 훈련이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처럼 하면 틀림없이 죽을 겁니다.
제법 진지했던 에이든의 말에 마야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약하면 죽는다.
그게 마야가 배워 온 삶이었으니까.
증오하지만, 그만큼 강했던 복수 대상이 떠올랐다. 놈을 죽이려면 마야도 강해져야만 했다.
그러나, 리더에게서 돌아오는 답은 간단하고, 명쾌했다.
-전장에서도 지금처럼 혼자 싸우게?
-아…….
-지금 너희가 하는 훈련의 목적을 잃으면 안 돼. 서로가 서로를 이기라고 붙는 게 아니야.
준은 서로를 알아 가라며 둘에게 대련을 붙인 것이다.
-전장에서 너희 둘은 서로를 의지해야 해. 동료의 움직임을 읽고, 거기에 맞춰 행동하는 것. 그게 바로 팀워크라는 거야.
이길 수 없는 적을 이겨야만 할 때. 블랙아웃에서는 그런 위기가 수도 없이 찾아온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서로 뭉치는 것이다.
리더는 그렇게 말했었다.
당시의 마야는 그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복수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이뤄야 하는 것이었으니.
스스로가 강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짓이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그런 의문이 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복수는 자신의 손으로 해야 한다 생각하지만.
그곳으로 가는 여정까지 오롯이 홀로 가야 할까.
아니었다.
이미 마야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 저들과 함께 다니고 있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러니.
‘복수를 하는 그날까지는.’
저들과 같은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나른했던 감각이 날카롭게 벼려지고.
선조들이 제멋대로 흘리는 살기가 명확한 대상을 정했으며.
마야의 눈동자는 에이든에게 향했다.
에메랄드 빛의 눈동자에서 결의가 느껴졌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마야는 알아차렸다.
이따금 대련을 할 때면, 자신조차 간담이 서늘하게 만드는 필살의 일격을 날릴 때였으니까.
‘다시 한번.’
시간을 끈다. 시선을 끌어들인다.
적이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방금도 그렇게 했지만 실패하지 않았나?
맞다. 하지만, 그때랑 지금은 다르다.
다르게 만들 것이다.
마야가 그렇게 마음을 먹었고.
그게 곧 그녀에게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으니까.
‘열어.’
속으로 한 차례 그리 중얼거리자, 선조의 영혼들이 환호했다.
그들이 선택지를 열었다.
너무도 많은 선택지들이다.
그리고 마야는 그중 하나를 선택했다.
기분 나쁜 감각이 전신을 지배했다.
과거에 딱 한 번. 부족이 멸망했던 날 쓴 이후로 다시는 쓰지 않았던 능력을 펼쳤다.
[혼령질주(魂靈疾走)]영혼들이 만들어 낸 길을 달린다. 선조들 중 하나가 만들어 낸 비기.
마야는 단 한 번도 그 비기를 직접 배운 적이 없었으나, 그녀의 몸을 찰나지간 잠식한 선조의 영혼이 그것을 가능케 해 주었다.
그 느낌이 지독히도 싫었지만, 지금은 참아야 할 때였다.
바람을 가르는 몸이 반투명해진다.
지금이라면 저 성기사의 눈도 속일 수 있다.
그러나 마야는 그러지 않았다.
되려 살기를 뿜어냈다.
상대가 자신을 돌아보도록.
감히, 뒤를 돌아볼 수 없도록 만든다.
몸이 반투명해진 마야가 전방으로 튀어나갔다.
중년의 성기사, 베른이 마야를 바라봤다.
그보다 한 박자 늦게 에이든도 달렸다.
그리고 저 뒤에서, 준의 마력이 일렁거렸다.
* * *
‘훈련시킨 보람이 있구나.’
게임 <블랙아웃>은 누가 뭐라 해도 팀 게임이다.
동료 NPC들을 모으고.
연대를 강화시킬수록 시너지가 일어난다.
오랜 시간을 투자했던 준은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게임 유저 중 누군가는 그걸 가지고 커뮤니티에 투덜거렸다.
-아니, 뭔 동료 시너지가 이렇게 많음? 귀찮게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하잖아. 걍 혼자 무쌍 찍으면 안 되나?
그런 유저들은 고인물들의 비추 폭탄을 맞고 나가떨어졌다.
당연한 말이다.
고인물 유저들은 대부분 그 매력에 푹 빠진 이들이었으니까.
단신으로 무쌍을 찍는 게임이 하고 싶었으면 그냥 다른 게임을 하러 갔을 테니까.
준도 비추를 누른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현실과 다르게 게임 속에서는 확실한 연대가 게이지로 표시되었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게임에서나마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준은 에이든과 마야, 두 사람이 서로 연대를 하길 바랐다.
완벽한 팀워크를 바랐다.
블랙아웃은 혼자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으니까.
“…….”
에이든의 기세가 달라졌다.
피처럼 붉은 마력이 불꽃을 넘어 화마가 되어 간다.
마치 깨달음이란 녀석이 내려준 밧줄을 붙잡은 듯한 모양새다.
준은 그렇게 느꼈다.
‘저 녀석…….’
그가 가진 [마신지체]가 경계하는 사자처럼 으르렁거렸다.
피의 역사가 써 내려온 황실의 핏줄.
그 핏줄이 가진 마력은, 가히 태산과도 같은 존재감이다.
결코 그 자리에 움직이는 법이 없고, 그 무엇도 가로 막을 수 없는.
그렇기에 더더욱.
[마신지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리라.저 마력은, 결코 쉽게 움켜쥘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으니.
‘역시, 괜히 용사가 아니라는 거지.’
비교적 최근에는 준의 성장이 가파른 탓에 잠깐 잊고 있었지만, 에이든은 그야말로 재능의 화신이다.
게임과 달리 현실에선 준과 만나며 조금은 더 둥근 성격이 되었지만.
본래 게임 속 에이든은 수도 없는 역경을 만나며 용사로서, 영웅으로서의 길을 걷는다.
‘그리고 마야도.’
에이든에 맞춰 마야에게도 흐름이 느껴졌다.
살기가 폭사된다.
평소처럼 무의식중에 흘리는 살기가 아니다. 의도적인 살기였고, 명확히 그 대상이 정해져 있었다.
‘너도 슬슬 깨닫고 있겠지.’
마야는 준이 세부 스토리를 알고 있는 몇 안되는 NPC 중 하나다.
때문에 그녀가 지독하리만치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것도 잘 알았다.
하지만 그래서는 이곳 블랙아웃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연대를 해야 한다.
준은 끊임없이 그 사실을 흘러가듯 마야에게 각인시켰고.
그게 지금 효과를 발휘했다.
‘[혼령질주]. 선조의 기술을 썼구나.’
저걸 썼다는 것은, 그만큼 마야가 진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신과는 일체 관련이 없는 이 상황에서.
그게 준이 무척이나 기꺼웠다.
‘그럼, 이쪽도 거기에 맞춰 준비를 해야겠지.’
저만큼 진심인 동료들에게 밀릴 생각 따윈 없었다.
마력을 끌어올렸다.
[마신지체]가 오늘따라 스승의 언령에게 대항하는 힘이 더욱 커진 듯했다.‘진정해.’
그런 녀석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역시 자기주장이 강한 스킬이다.
마력이 사납게 뭉치고, 질 수 없다는 듯 형형색색 빛을 내며 자신에게 형상을 갖춰 달라 소리쳤다.
“에휴.”
그에 맞춰서 준도 마법패턴을 그리기 시작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6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