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67)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67화(67/374)
67화 노파(2)
적성의 중심으로 갈수록 언데드는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다.
다만 시간을 조금 소모했을 뿐, 일행들의 발걸음에는 거침이 없었다.
“사, 사제와 성기사의 조합은…… 실로 어마어마하군요.”
상급 사제인 엘레노어와 상급 성기사, 베른.
애초에 3레벨 필드에 있을 몸이 아닌 이들이니만큼, 그 발걸음을 막을 언데드 따위는 없었다.
그나마 언데드들 중 변이체라 불리는 고등급 개체가 일행을 막았으나, 그조차도 엘레노어의 신성력에 젤리처럼 흐물거리게 되었고.
그 뒤에는 반드시라 해도 좋을 정도로 베른의 무지막지한 망치질이 이어졌다.
“음. 도착했군.”
“이곳입니까…….”
일행은 도시 중앙에 있는, 사람 수천 명은 수용할 수 있을 법한 거대한 광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광장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퍼져 있는 거대한 기둥이 보였다.
총 5개의 거대한 기둥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로 쭉 치솟아 있었다.
“저게, 그 다섯 네임드의 봉인석입니까?”
“맞아.”
에이든의 물음에 엘레노어가 짧게 대답했다.
일행의 시선은 모두 광장의 중심부로 향해 있었다.
10미터에 다다르는 거대 천사 조각상.
그 아래,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
베른이 앞장 서서 한 발 내밀자.
화르륵―!
벽에 걸린 횃대에 제멋대로 불이 붙으며 길을 밝혔다.
“손님 맞이할 줄도 알고. 제법 됨됨이가 있네.”
그렇게 준이 감상평을 남겼고.
꿀꺽.
에이든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 앞에서 일어날 전투를 각오하며.
먼저 덩치가 가장 큰 베른이 지하로 향해 내려가고.
그 뒤를 따라 에이든과 준이 내려갔다.
바로 뒤로 엘레노어가 신성력을 끌어올렸으며, 마야는 후방을 경계하며 나아갔다.
어느새 마야의 얼굴에도 더없이 깊은 진중함이 깃들었다.
창천교는 그녀의 원수인 침식자들과 한패인 놈들이었으니까.
각자가 각오를 다지며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그러다, 계단을 중간쯤 내려가던 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뭔가 불안한데.’
살면서 몇 번이나 겪어 본 불안감이었고, 그때마다 목숨의 위협을 느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느껴지는 이 감각의 원인은 무엇일까.
슬슬 5서클에 접어들면서 준은 그 단서를 잡을 수 있었다.
‘마력이 평소와 달라.’
아주 미세한 변화였지만, 5서클에 이르고 그의 스승인 데미안의 언령에 대항하는 힘이 생길수록 준은 마력을 보다 더 상세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꺼림칙하면서도 언젠가 한 번 겪어 본 적 있는 듯한 끈적임이 공기 중에서 느껴졌다.
‘확실히 뭔가 있긴 있군.’
은밀하게 마력을 끌어모았다.
한쪽 손은 목에 걸린 초커에 올리고.
[언령 해석 중…….] [해석 완료.] [언령, ‘게으른 순례자의 오디세이’의 영향력을 1% 하향합니다.]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언령의 영향력을 1%씩 낮춰 갔다.
이윽고 계단을 모두 내려갔을 무렵.
“키르륵.”
파충류의 울음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지하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지하는 생각보다 넓었다.
총 10개의 기둥이 단단하게 지반과 맞닿아 천장을 지탱하고 있었고.
벽마다 꽂힌 횃불이 내부를 밝혔다.
그리고 반대편의 끝자락.
정체를 알 수 없는 고대어와 암어 따위가 어지러이 그려진 거대한 비석 옆으로, 큼지막한 제단이 보였다.
그런 제단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어서 와라, 변수들아.”
쇠로 칠판을 긁는 듯한 불쾌한 목소리가 지하실에 울려 퍼졌다.
“……리자드맨?”
그 모습을 본 엘레노어가 중얼거리듯 내뱉었다.
에이든도 그 모습을 보고 두 눈을 크게 떴다.
리자드맨이라 하면, 3레벨에 위치한 필드 중에 등장하는 몬스터 중 하나였으니까.
그러나, 그들의 감상은 틀렸다.
단번에 상대를 알아본 준이 속으로 노파의 이름을 떠올렸다.
‘기흉(祈凶)노파……?’
불길함을 기도하는 노파.
게임 내에서도 7레벨 수준에 이르는 보스 몬스터.
‘몬스터라고 하기엔 명확히 인간이지만.’
리자드맨을 연상시키는 파충류 같은 외형이지만, 저건 기흉노파가 주술을 위해 스스로에게 내린 저주일 뿐.
그녀의 본질은 인간이 맞았다.
‘저 여자가 왜?’
순간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금세 머릿속에서 치워 버렸다.
저 노파가 여기 있는 이유보다는, 저 노파를 상대하는 게 더 중요했으니.
‘주술.’
그와 동시에 준의 눈이 재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밝은 눈] 스킬까지 활용하며, 모든 것에 집중한다.
그 와중에.
“키르르. 차라리 밖으로 나갔더라면 일이 꼬였을지도 몰랐을 텐데.”
노파는 한껏 상대를 비웃는 듯한 모습으로 준과 그의 일행들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엘레노어에게 그 시선이 닿았다.
“그릇아. 제 주제를 모르는 그릇아. 너는 스스로가 제물이 되기 위해 이곳에 왔구나.”
“뭐라는 거야, 이 도마뱀 년이.”
엘레노어도 즉시 받아쳤다.
노파는 그런 엘레노어의 말에도 키르륵 웃을 따름이었다.
그녀에게 있어 엘레노어는 인간이 아닌, 그저 재료에 불과했으니.
“참으로 모순적이구나. 재앙을 막기 위해 더 큰 재앙을 부르다니…… 미련한 것들. 하지만 그것도 기쁘게 받아들이거라. 그 또한 새로운 하늘이 열리기 위함이니.”
주술사, 기흉노파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두개골이 주렁주렁 달린 지팡이를 힘차게 바닥으로 내려찍자, 그녀의 발밑에서 무수히 많은 실이 뻗어 나왔다.
뻗어 나온 실들은 그 즉시 천장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으로 향했다.
그 즉시 베른이 반응했다.
상대가 무슨 수작을 부리는진 모르겠으나, 뭐가 됐든 멋대로 움직이게 둘 순 없는 노릇이었으니.
그러나 베른이 움직이기 직전.
“아수라 살바르타.”
왼쪽 기둥에서 무거운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콰아앙―!
베른의 방패 위로 거대한 주먹이 떨어져 내리며, 온 지하실이 굉음으로 떨었다.
베른의 근육이 크게 부풀고,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오러가 방패를 감쌌다.
베른은 곧바로 상대가 자신에게 결코 뒤처지지 않는 적수임을 깨달았다.
“네놈은……!”
“똑같이 신을 모시나, 서로의 방향이 다를 뿐이오.”
갑자기 나타난 승려는, 양쪽 주먹에 염주를 쥐어 잡았다.
마치, 너클처럼.
그와 함께, 승려의 몸에 새겨진 문신이 붉은 빛을 뿜어냈다.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오러와, 정체 모를 기운이 서로를 묶었다.
‘역시 저 땡중도 있었나.’
쯧, 둘의 대치 상황을 본 준이 작게 혀를 찼다.
외신의 파계승, 도살승.
게임 내에서는 기흉노파와 마찬가지로 7레벨의 몬스터로서 등장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쪽에는 베른이 있다는 것이었으나.
[주술:만티코어의 기만]기흉노파가 품에서 꺼내 든 보랏빛의 거대한 심장. 그것을 단검으로 찌르며 발동된 주술이 베른을 향했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생겨난 만티코어의 형상이 가시로 가득한 꼬리를 베른에게 휘둘렀다.
그 즉시 엘레노어가 모아 둔 신성력을 터뜨렸으나, 상대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도살승이 한쪽 주먹으로 베른의 방패를 막는 사이, 반대편 주먹으로 기운을 터뜨려 엘레노어의 신성력을 흩트린 것이다.
그 틈을 노려 베른이 방패로 도살승을 밀어내는 데에 성공했으나, 그 대신 만티코어의 환영이 가시 가득한 꼬리를 후려쳤다.
“흐읍……!”
후웅-
환영으로 이루어진 만티어의 꼬리는 물리적인 충돌 없이 그대로 베른의 몸을 통과했으나, 효과는 즉시 발현되었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열기가 피어올랐다.
몸의 근육이 멋대로 풀어지려 하는 것을 베른은 타고난 육체 능력으로 붙잡았지만.
그만큼 체력을 소모해야만 했다.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저 정도의 주술사가…….’
고작 이 정도에 끝내진 않을 터.
준은 동료가 당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공포에 몸에 굳어서?
아니, 마법사로서, 현 상황을 직시하고 분석하기 위함이었다.
주술사, 기흉노파.
검은 숲에서 만나 봤던 고블린 주술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상위 주술사.
하지만, 준은 본능적으로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 정도 밖에 안 됐다고?’
강하다.
그러나, 그가 게임 속에서 봤던 것만큼은 아니다.
그 이유는, 기흉노파의 몸에서 흐르는 기운의 총량을 알아봤기 때문이다.
5서클에 이르고, 전생자의 기억을 더듬는다.
기흉노파의 주술은 고블린 로드가 쓰던 주술과는 다른 계열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주술에 대한 기억은 남아 있었다.
‘저거, 게임에서보단 약하다.’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레벨로 치자면, 6레벨 중반쯤.
물론 그래도 강한 상대다. 도저히 3레벨에 있을 만한 적수가 아니었다.
게임이었다면 뭐 이딴 밸런스가 다 있냐며 때려쳤을 부조리함이었다.
하지만 여긴 게임이 아니고, 현실. 준은 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당장 우리를 죽이고 있지 않고 있다. 왜?’
무려 6레벨 숙련의 주술사와, 7레벨에 해당되는 파계승이 전력으로 나서고 있지 않았다.
아니, 파계승 쪽은 모르겠으나 최소한 주술사가 이번 전투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는 않았다.
만약 기흉노파가 본격적으로 주술을 쓰기 시작했다면, 방금같이 고작 베른 하나만 노리진 않았을 테니까.
베른을 도살승에게 맡긴 후, 온전히 이쪽에 집중했을 터.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것이다.
왜?
‘이쪽에 그릇이 있어서? 엘레노어의 안전을 의식한 건가?’
그럴 리가.
그랬다면 애당초 베이스 캠프에서의 일은 설명이 되질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뭔가가 있다.’
기흉노파가 전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 그게 뭘까.
준은 모아 둔 마력을 안구에 집중했다. 동시에 [밝은 눈]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
말도 안 되는 양의 기운이 바로 위에서부터 느껴졌다.
아주 은밀하게, 하지만 가늠조차 하기 힘들 수준의 거대한 힘이 이 일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운들은 다섯 갈래로 나뉘어져 있었다.
‘네임드들의 봉인?’
혹여 네임드 언데드의 봉인에 무언가 수작을 펼쳐 둔 것일까.
그래서 그쪽에 모든 기운을 쏟아부어 못 움직이고 있는 건가?
그런 의문이 들 때쯤.
준의 눈이 기흉노파에게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보였다.
‘기운이, 다섯 갈래가 아니다.’
남은 한 갈래가 더 남아 있다.
그 기운은 기흉노파의 흉흉하게 생긴 지팡이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지팡이를 타고 땅속에 실시간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때, 준과 기흉노파의 눈이 마주쳤다.
“너…… 뭘 보고 있는 게냐?”
“재밌는 거.”
무언가가 있다.
저 아래, 저 음흉한 노친네가 음밀하게 기운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한 방을 위해 마력을 끌어 모아 뒀던 것처럼.
준이 곧장 마력을 끌어올렸다.
저쪽이 가진 패를 봤다면, 이쪽이 가진 패도 보여야 했다.
순식간에 몰아치기 시작하는 마력.
그 심상치 않은 풍경에 기흉노파의 얼굴이 처음으로 일그러졌다.
그녀가 그토록 꺼려했던 변수, 이레귤러의 등장이었다.
* * *
‘저건 또 뭐 하는 놈이냐!’
마력이 모여든다.
오랜 시간 주술을 통해 별의별 상황을 마주하며 살아왔던 기흉노파였지만, 단언컨대 저런 풍경은 처음 봤다.
마치 마력이 환호하고 있는 듯한 풍경.
단지 그뿐임에도 주변의 풍경이 어그러진다.
그와 동시에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고작 3레벨 필드에, 왜 저런 마법사가 존재한단 말인가.
그런 의문이 들기도 잠시, 그녀는 즉시 준비하고 있던 주술을 일으켰다.
상대쪽에 있는 상급 사제인 그릇과, 덩치 큰 상급 성기사의 눈을 속이느라 은밀하게 준비하고 있던 주술.
아직 완성이 되려면 조금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정도야 개인의 기량으로 해결할 심산이었다.
“놈!”
일단 주술을 발동시킨다.
그리고 거의 그와 동시에 불길한 마력의 소용돌이를 일으킨 마법사가 팔을 이쪽으로 뻗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늦었다, 이 버러지 같은 놈아!’
마법사의 손가락 끝에 끔찍할 정도의 마력이 압축되어 모여들었다.
마력 입자가 서로 뭉쳐 마찰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열이 한데 뭉쳤다.
주술사는 마법사의 손가락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비웃음을 터뜨렸다.
‘멍청한 놈!’
얼마나 대단한 마법일진 모르겠으나.
분명 저 마법은 자신을 한 번에 죽일 정도의 힘이 담겨져 있을 터.
그러나 그런 것쯤, 그녀에겐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주술을 사용해, 저 힘을 역으로 되돌려 보낼 준비를 마쳤으니.
죽이지 못하더라도 상관 없다.
저 변수들을 한 번에 정리할 방법이 있었으니까.
그녀는 자신의 지팡이 아래서 느껴지는 기운을 믿었다.
그렇게 주술을 발동시켰다.
[주술:역행제물(逆行祭物)]외신의 힘을 빌려 만든 거울이 소환되어, 그녀의 전신을 가렸다. 거의 그와 함께 상대 마법사의 마법도 발동됐다.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기운이 뭉쳤으나, 이대로 거울이 그 기운을 흡수해 반대로 토해 내게 될 터.
하지만.
씨익.
정체 모를 마법사놈의 입가에 비소가 보이는가 싶더니.
“……!!”
놈의 손가락 끝이 자신을 향했다가, 아래로 내려가는 게 아닌가.
그 짧은 순간, 주술사는 마법사의 입모양을 읽었다.
-끝까지, 봤어야지.
[플레어]마법사의 마법이 기흉노파의 발밑으로 쏘아졌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6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