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the Mage in the Hero’s Party RAW novel - Chapter (71)
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71화(71/374)
71화 노파(6)
마치 번데기가 우화를 하듯, 일라이어스 주교를 감싸고 있던 하얀 기운에 균열이 일어났다.
투둑―
기운이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그 안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
신장이 3미터에 이르는 길죽한 신체.
마치 사제처럼 보이는 순백의 로브가 그 긴 육신을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순백의 로브가 무색하게도, 놈의 주변으로는 검보랏빛의 기운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한때 일라이어스 주교였을 저것은, 낮게 허공을 부유하며 준을 내려다봤다.
“외신의 종…….”
게임의 유저들 사이에서는 ‘외래종’이라 불리는 몬스터로, 본래라면 상위 컨텐츠에서나 나오는 괴물이다.
그런 녀석이, 고작 3계층에서 강림했다.
“미친 게임 같으니라고.”
말도 안 되는 부조리. 어디 하소연을 할 곳도 없었다.
그런데, 놈을 바라보던 준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런데, 너.”
그러나, 게임 <블랙아웃>의 묘미는 바로 그 부조리함에도 밸런스라는 게 맞춰져 있다는 것이었다.
“미완성작이냐?”
준은 본능적으로 저 존재가 완성된 존재가 아님을 깨달았다.
필시 그에 대한 이유가 있을 터.
준은 금방 그 이유를 깨달았다.
“아아.”
제물로 바쳐진 일라이어스 주교.
그는 준의 [플레어]에 의해 반쯤 녹아내린 상태였다.
즉, 주술의 거래 대상이었던 제물이 정상이 아니었던만큼, 외신의 종 또한 미완성된 상태다.
그때, 놈이 준에게 시선을 옮겼다.
――.
무언가 말을 하는 듯 했지만, 귀에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마치 허락받지 못한 존재가 입을 연 듯 했다.
하지만 준은 본능적으로 놈이 뭐라 말하는지 이해했다.
머릿속에 소리가 아닌 문자로써 해석된 것이다.
[개벽을 맞이하라.]“개 벽 같은 소리.”
준이 곧바로 마력을 일으켰다.
[파이어 볼]화르륵!
허공에 화염구가 형태를 갖추기 무섭게 외신의 종에게 쏘아졌다.
그러자 제 키만한 검을 들고 있던 녀석이 팔을 휘둘렀다.
파앙!
단숨에 화염구가 찢겨져 사그라들었고, 당연하게도 놈은 아무런 대미지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준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역시, 미완성이네.”
본래라면 썼어야 할 기술을 쓰지 않고, 검을 써서 막았다.
그것만으로 준은 만족했다.
“골렘아. 네가 나서 줘야겠다.”
우웅!
마찬가지로 옆에서 준을 지키고 있던 골렘이 양 주먹을 부딪치며 각오를 다졌다.
골렘과 외신의 종이 동시에 움직였다.
검게 오염된 물 위를 거칠게 박차며 골렘이 거대한 주먹을 외신의 종에게 날렸다.
허공을 부유하며 날아오던 외신의 종은 마치 물처럼 유려한 움직임으로 주먹을 피해 냈다.
여기서 골렘이 한 가지 놓친 게 있다면, 높이가 낮긴 하더라도 외신의 종이 허공을 부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웅―?!
그대로 골렘을 제쳐 버린 외신의 종이 준에게 일직선으로 날아들었다.
[멍청한 녀석!]하늘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기흉노파가 준을 비웃었다.
애초에 골렘을 먼저 보낸 것이 악수였다. 상대의 실력도 모르고 자신을 지켜 줄 유일한 방패막이를 치워 버린 꼴이었으니.
준 또한 그 사실을 잘 알았다.
‘달려서 피하는 것은 불가능해.’
기흉노파의 주술인 [체력고갈]과 [가뭄]을 제외하더라도, 애초에 저 정도 속도를 가진 적에게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물론, 과거의 준이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후우웅―!
3미터에 다다르는 길쭉한 검이 아래서 위로 휘둘려졌다. 그대로 준의 몸이 양단이 나려던 찰나.
[버닝 스텝]준의 신형이 사그라들며 그가 있던 자리로 불꽃이 잔상을 남겼다.
검은 물 위로 생긴 불꽃의 길이 어지러이 흔들렸다. 그 길을 따라 바라보니, 어느새 외신의 종 뒤로 돌아가 있었다.
[플레어]바로 뒤에서 손가락으로 놈을 조준하고, 태양의 힘이 담긴 에너지 덩어리를 뿜어낸다.
급히 쏘아 낸 탓에 심상은 담기지 않았다.
하지만 언령을 한계까지 해제한 마력이 듬뿍 담겼다.
[……!]뒤를 돌아선 외신의 종이 그것을 막아 내려 했으나, 반응이 늦었다.
그대로 [플레어]가 놈의 몸을 꿰뚫렀다.
저 멀리까지 날아가던 [플레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준은 자신을 향해 돌아선 외신의 종을 바라봤다.
심장을 노렸지만, 끝내 놈은 몸을 비틀어 어깨를 날리는 것으로 끝나 버렸다.
‘어지간하면 이걸로도 충분하겠지만.’
외신의 종은 어지간한 상대가 아니다.
놈은 녹아내리고 있는 자기 어깨에 시선을 한 번 주더니, 검을 들지 않은 반대편 손을 들었다.
그곳에는, 사람 머리 정도 크기의 종이 들려 있었고.
데엥―
종이 울려 퍼지기 무섭게 놈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검보랏빛의 기운이 폭사되듯 뿜어져 나와, [플레어]가 남긴 마력을 털어 버렸다.
“……역시, 쉽지가 않네.”
노릴 거면 심장을. 무조건 일격에 죽여야만 했다.
‘[버닝 스탭] 덕분에 그토록 원하던 기동성은 얻어 냈지만.’
외신의 종도 그것을 가만히 두고만 보진 않았다.
재차 녀석이 종을 흔들자 이변이 찾아왔다.
아까는 폭사되듯 나왔던 검보랏빛의 기운이, 이번에는 물결에 퍼지는 파동처럼 일대에 퍼져 나간 것이다.
준은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방금까지 그의 발 아래 유지되고 있던 [버닝 스텝]이 힘을 잃었다.
일대의 마력이 불안정하게 흔들려 버린 여파였다.
[외신의 기운 앞에서 그 따위 잔재주가 통할 성싶었느냐!]당황해할 겨를도 없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던 기흉노파가 비웃음을 터뜨렸다.
외신의 종은 상위 컨텐츠의 몬스터다.
그만큼 까다로운 패턴도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마력 불안정화.
이름 그대로 일대에 기운을 퍼뜨려 마력의 흐름을 제멋대로 꼬아 버리는 힘이다.
마법사들에겐 그야말로 쥐약이나 다름이 없으며, 억지로 마법을 펼쳤다간 그대로 마력이 폭주해 자멸하게 될 것이다.
[개벽을 맞이하라.]이윽고 제 자리에 멈춰 버린 준을 향해 외신의 종이 날아들었다.
말을 탄 기사가 차징 자세를 취하듯, 긴 검을 앞으로 내세워 찌르기로 들어온다.
[체력고갈]과 [가뭄]으로 인해 다리를 떼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놈의 검이 그대로 준의 복부를 향하려던 찰나.
우우우웅―!
측면에서 난입한 골렘이 거대한 주먹으로 검면을 후려쳤다.
이어서 골렘이 몸을 비틀어 반대쪽 주먹으로 외신의 종의 머리를 후려쳤다.
퍼거억―!
제대로 들어갔다.
만약 사람이 맞았다면 전신의 뼈란 뼈는 모조리 분쇄됐을 일격이었다.
그러나.
[개벽을 맞이하라.]놈은 재차 자세를 바로 잡고 골렘의 머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즉시 주먹을 회수한 골렘이 양팔로 가드를 세웠다.
카가가각―!
주먹에 검이 깊게 틀어박혔다.
하지만 완전히 쪼개지는 못했다.
만약 놈이 제대로 완성된 상태였다면 그대로 골렘을 베어 버리고 뒤에 있던 준의 몸까지 두 동강을 냈을 터다.
우우웅―!
양팔이 검에 의해 봉인됐지만, 골렘은 여전히 움직였다.
두 팔을 뒤로 당기고, 그대로 거대한 발을 들어 외신의 종을 걷어찼다.
외신의 종은 허리가 꺾여 뒤로 날아갔다.
허공에서 속도를 줄이며 그대로 자세를 바로 잡는다.
“망할 놈의 물리 면역.”
완성이 덜 된 상태라 혹시 물리 면역 능력도 없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 능력은 제대로 형성된 모양이다.
저것에 대항하려면 최소한 오러, 혹은 신성력이 필요했다.
‘영멸루가 있었다면…….’
보다 효과적이었겠으나, 영적 세계인 사멸육림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황.
[키르르르륵!]하늘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기흉노파의 기분 나쁜 웃음 소리가 공간에 울려퍼지던 그때.
“후우.”
준이 두 팔을 늘어뜨렸다.
[포기한 게냐? 키르르륵!]그 모습을 본 기흉노파가 재차 비웃음을 터뜨렸다.
드디어 불안했던 변수를 없애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흉노파의 바람에 불과했다.
[키륵?]잠시 숙였던 준의 고개가 위로 올라왔을 때.
그의 눈빛에선 옅은 짜증과, 어떠한 결의가 보였다.
“골렘. 무슨 수를 써서든 나를 지켜라.”
우우웅―!
결의가 담긴 목소리에 골렘이 양 주먹을 쾅쾅! 부딪혔다.
이미 준의 마력에 의해 골렘의 팔은 복구된 지 오래였다.
“하아.”
집중한다.
사실, 최근에는 [마신지체]에 관해 소홀했다.
이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변명을 해 보자면, 너무 바빴다.
새로운 마법을 배우고 그것을 체득하는 것은 누가 했겠는가. 설마하니 조상님이 해 줬을까?
그럴 리가.
준이 했다.
심지어 곁에서 그것을 가르쳐 주는 스승도 없이, 오롯이 홀로 연구해야만 했다.
하지 못하면 죽는다.
그런 세상이었던 만큼, 준은 마법 연구에 매달렸다.
그뿐인가?
그나마 남는 시간에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했고, 쪼개고 쪼갠 시간으로 클로이와 함께 향후 계획을 짰다.
하루하루가 바쁜 시간이었다. 그에게는 24시간이 두 배, 세 배로 있어도 부족했다.
5서클에 이르고 잠자는 시간을 줄여도 신체에 부담이 덜했지만, 그래 봐야 일할 시간이 고작 몇 시간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
‘그런 와중에 [마신지체]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지.’
그래, 더 솔직해지자.
사실 언령의 영향력을 해제하는 것에만 신경 썼지, 나머지는 알아서 되리라 생각했다.
실제로 언령의 영향력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마력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고, 운용하는 데도 훨씬 편리함을 느꼈다.
하지만 [마신지체]라는 스킬은 고작 그 따위 성능만을 바라보고 쓰는 게 아니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검은 숲에서, 그는 고작 13%를 해제한 것만으로도 페어리 퀸에게 위협적인 마법을 펼쳤었다.
그리고 그보다도 더 많이 해제가 가능한 지금은 저놈에게 위협적인 일격을 가하는 게 가능한가?
물론 가능은 하다. 전력을 다해 집중한다면.
그런데 우습지 않은가.
‘위협을 주는 게 최선이라고?’
아니다.
[마신지체]의 한계는 고작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그저, 준이 스킬을 연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킬은 그저 얻어 둔다고 멋대로 성장하지 않는다. 그런 편리한 기능 따윈 없다.
그렇게 편리했으면 에이든이 왜 벽에 박아 가면서까지 [돌진] 스킬의 숙련도를 쌓았겠나.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 에이든한테 직접 설명해 놓고, 정작 내가 스킬 숙련도 이슈에 당하다니.’
지금까진 바쁘다는 핑계로 그것을 방치해 뒀다.
그 사실이 뒤늦게 후회가 됐다.
아무리 바빴어도, 그의 근간은 곧 [마신지체]에 있었거늘.
“후우…….”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해도 늦는다 했던가.
준은 그 씁쓸한 감정을 털어 버렸다.
이제 와서 후회할 바에,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했다.
시선을 돌렸다.
허공을 바라보는 것 같지만, 준의 눈은 명확한 대상을 정해 두고 있었다.
마력이다.
보라.
자신들의 주인이 눈앞에 있음에도 저리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것을.
“허.”
지금의 준처럼 헛웃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감히 누구 마음대로 마력을 흐트려?”
마력의 주인.
마신지체.
마력의 주인이 곧 나이고, 내가 곧 마력이다.
그러므로, 외신의 기운에 의해 마력이 흔들렸다면.
자신도 흔들렸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준은 멀쩡했다.
그의 심장에 자리한 5개의 고리는 여전히 맹렬하게 회전 중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너희도 그렇게 흔들리면 안 되지.”
마력을 상대로 기강을 잡아 줘야 한다.
군대에겐 지휘관이 필수불가결한 존재인 것처럼.
마력에게도, 제 주인이 있음을 새삼 깨닫게 만들어 줘야 했다.
다만, 지금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부족한 스킬의 숙련도가 그것을 막았다.
하지만, 준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마신지체]에게 한계가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한계가 있노라고.그렇다면, 그 한계를 깨부수면 그만이다.
[언령, ‘게으른 순례자의 오디세이’의 영향력을 30% 하향합니다.]용사 파티의 마법사로 산다는 것 72화